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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7

        나는 나의 집…… 아니, 이제는 ‘저택’이라고 불러야 할 건물의 옥상에서 인간들의 마을을 내려보았다.

        짙푸른 수풀이 우거졌던 야생의 모습에서, 이제는 완전히 자연과 융화된 인간들의 땅으로 변모한 나의 영토.

        그 안에서 수많은 인간들이 왁자지껄하게 웃으며 자신들의 삶은 영위한다.

       

        바깥에서 불어오는 오염된 바람은 방풍목이 막아주고.

        하늘에서 내리는 산성비와 강력한 자외선은 영토에 펼쳐진 ‘방어막’이 걸러준다.

        가축화된 동물들은 결국 자신들의 운명을 받아들임으로써 종의 보존을 이루었고, 인간들도 기계로 대체했던 자신들의 몸을 본래의 유기물로 되돌렸다.

        신체에 기계를 이식한 것은 같으나, 이제는 어디까지나 ‘보조’의 용도로 기계를 사용하는 것이다.

       

        나로서는 더 이상 저들이 인간인지 기계인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져서 좋았다.

       

        “여기 계셨군요.”

       

        “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이제는 늙은 찰리가 단말기를 든 채 서 있었다.

       

        “무슨 일이더냐.”

       

        나는 찰리에게 물었다.

        정기 보고는 지난번에 끝났고…… 어지간한 일로는 나에게 오지 않는 그가 어쩐 일일까?

       

        “델프스 컴퍼니에서 움직임이 있다고 합니다.”

       

        “흠…….”

       

        델프스 컴퍼니.

        이곳에서는 ‘식량 회사’로 이름이 높은 대기업이라고 한다.

        내가 영토로 삼은 지역에서 서쪽으로 나아간 곳에 존재하는 ‘델프스 시티’를 ‘본사 도시’로 가지고 있고, 그 외에도 5개의 ‘지사 도시’를 소유한 회사라고 하던가?

        나는 딱히 관심이 없고, 관심을 가지지도 않아서 잘 모르지만…… 인간들 사이에서는 제법 유명한 이들이라는 모양이다.

       

        내가 델프스 컴퍼니라는 이들에 대해 떠올리는 사이, 찰리는 굳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애초에 징조가 있긴 했지만……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 같습니다.”

       

        “본격적이라면?”

       

        “이곳으로 직접 쳐들어올 것 같습니다.”

       

        “흠…….”

       

        찰리의 말에 잠시 고민했다.

       

        지금까지 나는 인간들의 일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어디까지나 ‘농사’를 지으면서 ‘힐링’하는 것.

        ……이제 와서 ‘힐링의 의미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지만, 그렇다고 일을 벌여두기만 하고 수습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렇기에 인간들을 내 영토에 받아들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인간들의 일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그들을 내 영토에 받아들인 대가와 내가 정한 몇 가지 규칙만 정한다면 크게 관여하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지금 인간들을 다스리는 이는 내가 아니라 ‘찰리’였다.

        나는…… 인간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마스코트’라고 해야 할까?

       

        이런 사정으로 인해, 나는 인간이 인간을 죽이든 말든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내가 정해 둔 규칙만 지킨다면, 나머지는 전부 찰리에게 일임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찰리는 꾸준히 나에게 ‘정기 보고’라는 것을 시행했지만 말이다.

       

        “이곳으로 직접 쳐들어온다라…….”

       

        하지만 방금 찰리가 한 말은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농산물의 교역을 위해 내 영토를 일부 개방하기는 했으나, 기본적으로 내 영토는 ‘인간에게 허용되지 않은 영역’이다.

        애초에 인간들도 허락하지 않은 다른 인간이 자기 영역에 들어오는 것을 싫어하지 않던가?

        나도 그런 것이다.

       

        그런데 감히 내 영토에 무력으로 쳐들어온다고?

        이것은 확실히 찰리가 나에게 직접 보고할 만한 일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거라.”

       

        “네.”

       

        찰리가 안도의 감정을 느끼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            *            *

       

       

        – 오

        – 드디어 본격적으로 싸움인가?

        – 디스토피아 아포칼립스 사이버 펑크에서 기업과의 전쟁! 캬~!

        – 그런데 이미 결과가 예상되는데요?

        – ㅋㅋㅋㅋㅋㅋ

        – 아, 라나님의 압승이라고!

        – 딸깍!

        – 그런데 이미 유유자적은 사라진 듯?

       

        “유유자적은 충분히 만끽했다만?”

       

        한 시청자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왜냐하면 나는 충분히 유유자적을 만끽했었기 때문이었다.

       

        – ?

        – ??

        – 어디가 유유자적이죠?

        – 몰?루

        – ????

       

        “말했지 않았더냐. 나는 농사를 지으며 힐링을 하겠다고.”

       

        느긋하게 농작물을 기르고, 가축들을 돌본다.

        그러면서 따뜻할 때는 들판에 누워 낮잠도 자고, 비가 올 때는 집 안에서 과자라는 것을 먹고.

        그런 것이 인간들이 말하는 ‘유유자적’이 아닌가?

       

        – 맞는 말이긴 한데

        – 아닠ㅋㅋㅋ

        – 그러니까 그걸 언제 다 하셨는데욬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이야기 들어 보니까, 그럴 기회가 없어 보이던데욬ㅋㅋㅋ

        – 영주님은 바뻐!

       

        “안 바빴다.”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인간들과 관련된 일은 전부 찰리에게 맡겼다.

        그렇기에 인간과 관련된 여러 문제가 터져 나와도, 그것을 처리하는 것은 찰리의 일이었다.

        나는 소수의 문제를 제외하면 인간들의 일에 관여하지 않았기에, 시간이 남는 편이었다.

       

        “물론 찰리가 고생하기는 했겠으나…… 상관없지 않으냐? 본인이 자처한 일이니까.”

       

        어쨌든, 덕분에 ‘나’는 유유자적하게 생활했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사이버 펑크’에 ‘유유자적’이 섞인 이야기다.

       

        – ㅋㅋㅋㅋㅋㅋ

        – 아닠ㅋㅋㅋㅋㅋㅋㅋ

        – 무슨 논리갘ㅋㅋㅋㅋㅋ

        – 궤변이닼ㅋㅋㅋㅋㅋ

        – ㅋㅋㅋ

        – 아, 라나님 하고 싶은 거 다해요!!

       

        시청자들이 전혀 납득하지 않은 상태로 채팅을 친다.

        여기서 내가 뭔가를 더 설명해 봤자 진지하게 들을 시청자들은 없을 테니…… 그냥 이야기나 계속하기로 했다.

       

        “흠. 내가 어디까지 이야기했었더라…….”

       

        델프스 컴퍼니라는 회사에서 내 영토로 쳐들어오려 한다는 부분까지 했었던가?

       

        – 그런데 진짜 용감하네요. 라나님에게 덤비고

        – ㄹㅇㅋㅋ

        – 세상에는 많은 자살 방법이 있죠.

        – 라나님에게 덤비다니… 세상에는 미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잘 알게 되었어요.

       

        “어쩔 수 없지. 그때의 나는 내가 드래곤임을 숨기고 있었으니까.”

       

        물론 내 주변에 있던 인간들은 내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내가 드래곤인 것까지는 몰랐으나, 적어도 내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심지어, 찰리의 경우에는 나에게 직접 ‘인간은 다른 인간을 지칭한 때 인간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라고 충고까지 했으니까.

       

        – ㅋㅋㅋㅋㅋ

        – 하긴ㅋㅋㅋㅋ

        – 아닠ㅋㅋ 인간인 척하는데 왜 다른 사람 부를 때 ‘인간’이라고 부르냐고욬ㅋㅋㅋ

        – ??? : 참 귀여운 인간이로구나.

        – 맞는 말이넼ㅋㅋㅋ

        – 이 드래곤님, 숨길 생각이 없었엌ㅋㅋㅋ

       

        “그것은 사소한 실수였지.”

       

        – 실?수

        – ㅋㅋㅋㅋ

        – 라나님은 실수도 귀여우셔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ㅇㅋ. 실수라고 해 줄게요.

       

        건수를 잡았다는 듯, 시청자들이 나를 놀리기 시작했다.

        하나 같이 인간들의 기준으로 성인이 된 시청자들이, 나를 놀릴 때만큼은 어린아이가 된다.

        ……하나하나 귀여운 아이들이다.

       

        “우선, 이야기에 앞서서, 왜 델프스 컴퍼니라는 회사가 내 영토에 쳐들어오게 되었는지 이야기해야겠구나.”

       

        그것은 내 영토에 인간들이 모여들고, 작은 마을을 이루고, 내 영토에서 농사지은 작물과 고기가 본격적으로 외부에 알려진 이후에 벌어졌다.

        작물과 고기, 모피 따위가 외부로 팔려 간 후, 갑자기 외부에서 나를 찾아온 인간이 있었다.

       

        – 아

        – 그게 그 회사 사람이었나요?

        – 오오

        – ??

        – 설마?

       

        “그래. 델프스 컴퍼니에서 나온 인간이었지.”

       

        자기를 어딘가의 부장이라고 소개한 그는, 나에게 ‘거래’에 대한 요청했다.

        내 영토에서 나오는 작물을 자신들의 회사에 독점적으로 공급…… 더 나아가 이 영토 자체를 구매하고 싶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제안을 거절했지.”

       

        – 오오

        – 약속된 전개.

        – 조건이 안 좋았나요?

        – 그렇지. 그게 맞지.

        – 드래곤님은 인간의 돈이 필요 없어!

        – ㅋㅋㅋㅋ

       

        “내가 그의 거래를 거절한 것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단다.”

       

        첫 번째로, 거래의 조건이 불공평했다.

        그가 내 영토의 구매와 작물의 독점 공급으로 내건 대가는, 내가 처음 영토를 구매할 때 사용했던 금액과 나를 델프스 컴퍼니의 정식 사원으로 받아주는 것이었다.

       

        “내가 인간들의 문화에 대해 잘 알지는 못 하지만…… 그런 내가 봐도 그 인간이 대가로 제시한 것은 내가 주어야 하는 것에 비해서 가치가 적었지.”

       

        최대한 많은 이익을 얻는 것이 ‘상인’이라는 이들의 미덕이라지만, 이것은 ‘거래’가 아니라 ‘강탈’에 가까웠다.

        아니, 이런 것들을 다 떠나…….

       

        “애초에 나는 인간들의 무리에 들어갈 생각이 없었고, 영토를 팔 생각도 없었다.”

       

        – ㅋㅋㅋㅋ

        – 맞지

        – 와. 악마도 울고 갈 악덕 거래!!

       

        두 번째 이유로는, 독점 거래가 나에게 불리한 거래 조건이었다.

       

        “내 영토는 상당히 넓었단다. 그리고 그 영토의 대부분을 가축을 기르는 목초지와 작물을 기르는 농지로 만들었지.”

       

        게다가 내가 심어놓은 ‘도금수’에 의해 영토내 기후와 영양 상태가 완벽하게 유지되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나의 영향을 받은 작물과 가축들은 빠르고 건강하게 성장하게 된다.

        즉, 매년 어마어마한 양의 소출이 발생한다는 소리다.

       

        “사실 나는 어디까지나 ‘힐링’을 하기 위해 농장을 만들었을 뿐이지, 그렇게 해서 나온 수확물을 따로 처리할 생각까지는 못했단다.”

       

        내가 원했던 것은 ‘농사를 짓는 행위 자체’였지, ‘농사를 짓고 나온 결과물’이 아니었다는 소리다.

        가축에게 사료로 공급해도 될 것이고, 아니면 내가 먹어 치워도 되긴 하다.

        하지만 초월자가 되고, 드래곤 코어를 완성해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된 내가 굳이 식량을 섭취할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에너지가 과잉 축적되면 몸이 쑤시기도 하고.

       

        “내가 내 영토에 인간들을 받아들인 이유에는 ‘잉여 작물’을 처리하기 위함이기도 하지.”

       

        그렇기에, 인간들이 잉여 작물을 바깥에 내다 팔겠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흥쾌히 허락했다.

        그렇지 않아도 창고에서 썩어가기 시작하는 작물이 생겨나기 시작했기에, 빠르게 처리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델프스 컴퍼니라는 곳과 독점 거래를 맺는 순간, 그 많은 잉여 작물들을 전부 처리할 수 없게 된다.

        왜냐하면 그들이 매년 사 갈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었으니까.

       

        – 그래도 돈은 더 벌 수 있지 않을까요?

        – 라나님이 돈이 필요하지는 않으시니까

        – 박리다매?

       

        “어차피 나에겐 인간의 돈이 필요 없으니까 말이다. 그보다는 남아도는 작물을 되도록 빠르게 처리하는 쪽이 더 낫지.”

       

        마지막 이유는, 거래를 하러 온 델프스 컴퍼니 부장의 태도였다.

        아무리 내 정체를 숨겼다고는 하지만 그는 이야기 내내 나를 깔보는 태도를 보였다.

        내가 인간들의 태도에 일일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런 나라도 그런 태도를 대놓고 받으면 신경 쓰이기는 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너희의 앞에서 개미가 매번 ‘하찮은 평민 따위가 어디서 말을 하느냐?’라고 말한다고 생각해 보거라. 처음 한두 번은 관심이 없기에 무시할 수 있더라도, 계속 무시하는 이들은 거의 없겠지.”

       

        – 어이가 없어서라도 관심을 가질듯요?

        – 일단 개미가 말하는 시점에서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 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 나왔다! 라나님의 인간 개미설!!

        – 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그렇게 나는 델프스 컴퍼니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델프스 컴퍼니의 견제가 계속되기 시작했다.

       

        “물론 몇몇은 내가 나서서 물리쳤고, 몇몇은 인간들이 알아서 처리했지.”

       

        그리고 점점 델프스 컴퍼니가 차지하고 있던 식량 시장을, 내 영토에서 나오는 작물들이 잠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델프스 컴퍼니도 필사적으로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게 이번 일의 시발점이었지.”

       

        – ㅋㅋㅋㅋㅋ

        – 와. 무슨 식량으로 세계 정복ㅋㅋㅋ

        – 그런데 라나님은 진짜 하실수 있을 듯

        – ㅋㅋㅋㅋㅋㅋㅋㅋ

        – 지금 우리 지구도 식량난 좀 있는데, 라나님이 해결하시면 될 듯?

        – 이게 어딜 봐서 유유자적이냐곸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그렇게 내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작가는 바로 다음편 쓰러 가야해서,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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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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