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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8

        철컥! 철컥!

       

        드드드드드-!!

       

        내 영토 밖으로 수많은 인간과 인간의 병기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물론 내 영토 밖이라고는 했으나, 정확히는 내 영토에서 서쪽으로 좀 더 떨어진 장소였다.

        평범한 인간의 시야로는 제대로 보이지 않는 거리겠지.

        ……애초에 거리 문제가 아니라, 이곳과 저곳 사이에 산 하나가 존재하기에 물리적으로 보이는 거리는 아니다.

       

        나의 경우에는 아바타에 복제된 천룡안이 장착되어 있어서 거리와 지형의 제약을 무시하고 볼 수 있지만, 평범한 인간들은 직접 산을 넘어가지 않는 한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전직 용병이었던 찰리는 이런 부분에 있어 꼼꼼했다.

       

        “예상이지만, 내일 새벽에 공격이 시작될 것 같습니다.”

       

        “그렇구나.”

       

        찰리의 보고를 들은 나는 잠시 생각했다.

        그러곤 찰리에게 물었다.

       

        “찰리야.”

       

        “말씀하소서.”

       

        “과연 저들이 내 영토에 진짜로 침범하겠느냐?”

       

        비록 내가 정체를 드러내지는 않았으나, 내가 일반적인 인간과는 무언가가 다르다는 암시는 계속 보여 왔다.

        금속 지배력이라든가, 인간들은 어찌하지 못한 오염을 손쉽게 정화했다든가, 인간의 신체를 재생했다든가 말이다.

        아무리 어리석은 인간이라도, 이런 사실들을 알고 있다면 나에게 무언가 심상치 않은 것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알기로, 상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로 싸움을 거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왜냐하면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있고, 이길 것으로 생각했던 싸움에서 오히려 패배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니까.

        그리고 포식자와 포식자의 싸움에서 패배하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상대방 인간들은 몰라도, 나는 내 목숨을 노리고 덤벼든 것들을 살려 둘 마음이 없다.

        그렇기에, 나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나를 이길 수 있는 수단도 없는 상황에서 싸움을 건 델프스 컴퍼니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물론, 상대가 ‘궁지에 몰린 상황’이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인간들의 속담에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문다’라는 속담이 있듯, 델프스 컴퍼니가 내 영토에서 나온 식량에 의해 궁지에 몰렸을 수도 있으니까.

        그때는 ‘반항’이라도 해 봐야 하니, 이런 행동이 당연하겠지.

       

        ‘하지만 내가 보기에 저들은 아직 궁지에 몰린 것이 아닌데?’

       

        내 영토에서 나온 작물들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경쟁에서 완전히 진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내 영토에서 산출되는 작물의 양은 한정되어 있고, ‘식량’을 제외한 다른 부분에서는 아직 델프스 컴퍼니의 상품이 팔려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저들은 아직 궁지에 몰린 것이 아니건만…….

       

        “어찌하여 저들은 자멸의 길로 들어선 것일까…….”

       

        “큽!”

       

        “??”

       

        갑자기 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의아하게 그를 바라보자, 그는 웃으며 흘린 눈물을 닦으며 나에게 답했다.

       

        “죄, 죄송합니다. 기업들에게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처음 봐서…… 큭큭큭…….”

       

        “그러하느냐?”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 세계에서 ‘기업’이라는 존재는 상당히 힘이 강한 무리인 모양이다.

        그래 봤자 내가 볼 때는 실패한 무리에 불과했지만.

       

        “영주님께서는 잘 모르시겠지만, 기업들은 이익에 민감합니다.”

       

        ‘상회’, ‘회사’, ‘대기업’과 같은 인간들의 무리는 본래 ‘커다란 이익’을 얻기 위해 만들어진다.

        그렇기에 저 무리…… 여기서는 ‘조직’이라고 하는 편이 더 자연스러울까?

        그러니 찰리의 말은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 세계의 ‘기업’은, 내가 다른 차원에서 본 ‘기업’과는 그 성질이 다르다.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같으나, 거기에 ‘권력’과 ‘국가’의 개념이 섞여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이익만을 추구하는 국가 권력’이라고 해야 할까?

        이게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내가 그런 생각하는 사이에도 찰리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기업들은 당장의 이익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미래를 예측하고, 장기적으로 자신들에게 손해가 될 것 같은 부분에 특히나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렇기에 다른 기업에서 신기술을 개발하면, 그것을 기를 쓰고 파괴하거나 훔친다…… 라고 설명하는 찰리.

        나는 그런 찰리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내 영토에서 나오는 작물이, 장기적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크게 해칠 것 같았기에 이렇게 행동에 나섰다는 것이더냐?”

       

        “그렇습니다.”

       

        그게 무슨 어리석은 생각이더냐…….

       

        “게다가 자신감도 있었겠죠. 영주님과 기업이 본격적으로 싸운 적은 없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확실히.

        무법자나 용병이라는 이들을 징벌한 적은 있었어도, 기업이라는 이들과 본격적으로 싸운 적은 없었다.

        그렇기에 저 기업이라는 조직이 서로 간의 힘을 오판했다는 것일까?

       

        “……아, 움직이는 모양입니다.”

       

        “그래.”

       

        그 순간 우리의 대화가 끊겼다.

        델프스 컴퍼니의 본대가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            *            *

       

       

        – 와.

        – ㅎㄷㄷ

        – 드디어!

        – 사이버 펑크에서 이루어지는 라나님의 무쌍쑈!

        – 어케됨? 어케됨?!!

        – 빨리! 빨리 다음 편을!

        – 갸아아악!

       

        채팅창이 시끄럽다.

        기다리면 어련히 이야기해 줄 것인데, 요즘 아이들은 참을성이 없는 것 같았다.

       

        음료수를 마시며 잠시 목을 풀었다.

        아바타의 튼튼한 육체에, 그저 5시간 동안 말만 하는 정도로는 ‘휴식’이 필요하지는 않다.

        그런데도 이렇게 대화 중간중간마다 음료수를 마시며 목을 축이는 행동을 하는 이유는, 이야기를 잠시 멈춤으로써 과열된 시청자들의 분위기를 가라앉히기 위함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분위기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살랑미미에게 들었던 적이 있다.

       

        그렇게 다음 이야기를 고르고 있던 중이었다.

       

        “음?”

       

        시계를 확인해 보니, 어느새 방송 종료까지 30분 정도만을 남겨 놓고 있었다.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흐른 것일까?

       

        – 허크!

        – 라나님이 시계를 보셨다!

        – 비상!!

        – 갸아아아아악!!

        – 앙대. 라나님 여기서 잃을 수는 없어!!!

        – ㅠㅠㅠㅠ

        – 가지 마여

        – 갈 거면 이야기 다 마무리하고 가여~!

       

        “아직 방송 끝나려면 30분이나 남았다.”

       

        30분이나 남았는데, 벌써 호들갑이라니.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이 완전히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남은 30분의 시간 안에, 남은 이야기를 모두 끝마칠 수는 없으니까.

        필연적으로 남은 이야기는 내일 하게 되겠지.

       

        “그래도…… 델프스 컴퍼니의 본대와 어떻게 싸웠는지에 대한 이야기의 절반 정도는 할 수 있겠구나.”

       

        – 아….

        – 원래 사람 빡치게 하는 것에는 말을 하다 마는 것이 있고….

        – ㅋㅋㅋㅋㅋ

        – 젠장. 난 또 내일을 기다려야만 해

        – ㅋㅋㅋㅋㅋㅋ

        – ㅋㅋ

        – 에효

       

        시청자들의 한탄과 함께, 나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다.

       

       

        *            *            *

       

       

        쿠구구구구-!!

       

        강철로 만들어진 인간들의 병기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인간들은 저것을 ‘전차’라고 부르던가?

        무한궤도의 차체 위에 대포가 달려 있는 형태는 어느 차원을 가든 비슷하다.

       

        그 옆에서는 강철로 만들어진 ‘로봇’이 움직이고 있었다.

        병사들이 입고 있는 ‘파워 슈트’라는 갑옷을 좀 더 크게 확장한 모양새였는데, 딱 봐도 그 완성도가 괜찮아 보였다.

        뭐, 내가 본다고 해서 인간들의 물건 품질을 딱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그러거라.”

       

        저들이 내 영토를 공격하는 것이 기정사실이 된 이상, 여기서는 내가 나서서 처리해도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찰리는, 내가 나서기 전에 영토에 살아가고 있는 ‘영지민’들에게 먼저 싸울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영지민들에게도 이 땅은 자신들이 살아가는 고향과도 같기에, 그들이 자신을 지키도록 하고 싶다고 했던가?

       

        합당한 생각이기에 나는 허락했다.

        만약 이들이 내가 기르는 ‘가축’이거나, 혹은 ‘애완동물’이었다면 모르겠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나와 같이 ‘야생’을 살아가는 동물이었다.

        그리고 야생을 살아가는 동물이 ‘투쟁심’을 잃게 되는 순간, 그 동물은 생존할 수 없게 된다.

        그렇기에 이런 방식으로라도 인간들의 투쟁심을 한 번쯤 되새기도록 해주는 것이 좋았다.

       

        쏴라!

       

        공격!

       

        투다다다다다다다!!

       

        영토의 바깥을 따라 심어진 ‘방위 지대’에 숨은 영지민들이 일제히 총과 대포를 쏘아대기 시작했다.

        비록 몸을 기계로 바꾸었을 때와는 근력, 지구력, 민첩성 등이 떨어졌으나, 그들의 기세는 델프스 컴퍼니의 본대와 비교해서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그들은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으나, 그들의 신체 능력은 일반적인 인간보다 크게 향상된 상태였다.

        장기간 내 힘과 영향을 받으며 자라난 작물을 먹어온 대가였다.

       

        ‘기계만큼의 힘을 내지는 못하더라도…… 저 정도라면 쉽게 당하지는 않겠지.’

       

        하지만 아무리 몸이 강건해지더라도, 유기물로 이루어진 육체는 ‘납탄’에 손쉽게 꿰뚫릴 수밖에 없었다.

        반면, 이곳으로 몰려오는 델프스 컴퍼니의 본대는 크게 피해를 보지 않았다.

        거의 모든 인원들이 ‘방탄’ 성능을 가진 ‘파워 슈트’를 입고 있었던 탓이다.

       

        드래곤인 내가 봐도, 영지민들이 열세인 상황으로 보였다.

        그렇기에 슬슬 내가 나서야 하는 것인가…… 라는 생각할 때였다.

       

        “지금이다!”

       

        퍼엉~!

       

        콰드드드드득!

       

        찰리의 지시와 함께, 이쪽으로 걸어오는 델프스 컴퍼니 본대가 위치한 땅이 폭발하더니, 그대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함정을 파두었던 것 같다.

       

        “호오.”

       

        순식간에 델프스 컴퍼니 본대의 절반가량이 땅속으로 파묻혔다.

        죽은 이들은 거의 없으나, 무거운 장비들도 함께 땅속으로 파묻힌 탓에…… 사실상 큰 손해를 보았다고 할 수 있겠지.

        작전이 성공한 것에, 영지민들이 크게 기뻐하기 시작했다.

       

        위이이잉~!

       

        척컥!

       

        헉?!

       

        저, 저게 뭐야?!

       

        하지만 그들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무너져 내린 바닥의 구멍 아래에서, 묵직한 쇳덩어리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커다란 로봇은 자신의 힘으로 올라서고, 전차도 와이어와 같은 장비를 이용해 대지 위로 올라선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파워 슈트를 입은 병사들이 대지 위로 올라서기 시작한다.

       

        “젠장.”

       

        “흠…….”

       

        아무래도 찰리가 준비한 함정은, 저들에게 큰 소용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            *            *

       

       

        “오늘은 여기까지다.”

       

        – 갸아아아악!

        – 이게 뭐야아아아아!!

        – ㅠㅠㅠ

        – 앙대!

        – 라나님!

        – 용바

       

        그렇게 오늘의 방송은 끝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라나님’만’ 유유자적인 이야기.

    * 죄송합니다. 글 올라간 줄 알았는데, 실수로 안 올리고 있었네요. ㅠㅠ

    다음화 쓰고 있느라 몰랐어요. ㅠㅠ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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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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