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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9

        새로운 날이 밝았다.

        하인이 가져온 오늘의 간식인 ‘엘즈드 볶음’을 확인했다.

        내 황금의 영역에서 살아가는 생물인 ‘엘즈드’가, 황금 껍데기째로 양념에 볶아져 있었다.

       

        ‘향기는 좋군.’

       

        음료수와 함께 컴퓨터의 옆에 놓아둔다.

        엘즈드의 껍데기는 자체적으로 열을 품고 있기에, 이렇게 껍데기와 함께 요리할 경우엔 쉽게 식지 않는다고 들었다.

        본래는 방송 중간중간에 먹으라고 가져온 요리였으나, 방송이 시작하기 전에 하나를 슬쩍 먹어보았다.

       

        “옴뇸뇸…….”

       

        맛은…… 심심하다. 사실상 양념 맛으로 먹는 요리다.

        하지만 쫄깃쫄깃한 식감이 재미있다.

        이 식감 덕분에 내 권속들이 술안주로 찾는 요리 재료 중 하나가 바로 이 ‘엘즈드’라고 들었다.

       

        참고로 난 엘즈드를 거의 먹어 본 적이 없다.

        내 본체인 드래곤의 크기로는 이 엘즈드가 너무 작기도 하고, 드래곤의 치악력이면 쫄깃쫄깃함을 느끼기도 전에 곤죽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거 하나 먹어보자고 아바타를 만드는 것도 귀찮고 말이다.

       

        “…….”

       

        생각해 보니, 드래곤이 된 이후로 쫄깃쫄깃하거나 바삭한 식감을 느껴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나마 뼈를 씹을 때나 뭔가를 씹는 느낌이 든달까?

       

        “생각해 보면…… 내가 뼈를 씹는 것을 즐기게 된 원인이 내 치악력 때문일지도 모르겠군.”

       

        – 라하

        – 용하용하

        – 무슨 소리예요?

        – 지금 뭐 드세요?

        – 하이용

        – 용하

        – 무슨 이야기를 하시는지요?

       

        “이런.”

       

        어느새 방송이 켜져 있었다.

        방송 시작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방송이 켜지도록 설정을 해 두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간식을 먹는 사이에 방송 시간이 지났나 보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방송이 켜진 것이겠지.

       

        “별건 아니란다.”

       

        – 별거?

        – 라나님에겐 별거 아니더라도, 우리에겐 별거일 수도 있음.

        – ㅋㅋㅋㅋㅋㅋ

        – ㅋㅋ

        – 그런데 뭐 드세요?

        – 라나님! 점심 맛있게 드셨나요?

       

        “점심은…… 딱히 먹진 않았구나. 다들 알다시피, 이 몸은 뭔가를 먹지 않아도 되는 몸이니 말이다.”

       

        현재는 유기물을 흉내 내고 있으나, 이 아바타를 이루고 있는 물질은 나의 용금이었다.

        그리고 용금은 주변의 에너지를 흡수해 금속을 생성하는 특성을 가진 물질이다.

        그렇기에 행성의 중력 에너지나, 하늘에서 내리쬐는 태양의 에너지 등을 흡수하면…… 그럭저럭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는 생성이 가능하다.

        딱 그 정도밖에 안 되겠지만.

       

        “어쨌든 이것을 설명하자면, 엘즈드 볶음이란다.”

       

        – ?

        – ??

        – 엘즈드가 뭐임?

        – 읭?

        – 그게 뭐예요?

        – 엘즈드가 뭐예요?

       

        시청자들이 의문을 표시하기 시작한다.

        그러고 보니, 지구에는 엘즈드라는 동물이 존재하지 않던가?

       

        “흠…… 직접 보여주는 것이 좋겠구나.”

       

        나는 옆에 놓아두었던 접시를 들어 카메라의 앞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카메라에 잘 비추도록, 접시를 기울였다.

        동시에 초록색 양념에 볶아진 황금색 엘즈드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보여졌다.

       

        – 헐?

        – 황금인가?

        – 금 먹는 거예요?

        – 어? 저거 설마?

        – 저거 황금색 달팽이 아님?

        – 전복 같기도하고?

       

        “달팽이라…… 그래. 그쪽에 더욱 가깝겠구나.”

       

        생각해 보니까, 지구에도 엘즈드와 비슷하게 생긴 동물이 있긴 했다.

        물론 생활하는 환경이나 습성은 많이 다르지만, 어쨌든 생김새는 비슷하니까.

       

        – 오우

        – 달팽이 요리는 프랑스 요리밖에 모르는데

        – 뭐였지? 이름 기억 안 남

        – 아, 에스카르고였네

        – ㅎㄷㄷ

        – 라나님… 그런 거 드세요?

        – ㅋㅋㅋㅋㅋㅋ

       

        “음? 달팽이는 너희들도 먹지 않더냐?”

       

        인간들도 달팽이, 그리고 좀 더 넓게 보자면 ‘전복’과 같은 종류도 먹는데?

       

        – 아닠ㅋㅋㅋ

        – 전복은 좀ㅋㅋㅋㅋ

        – 와씨. 지금 찾아봤는데, 전복이 달팽이쪽이었네?

        – ㅋㅋㅋㅋㅋ

        – 한국인도 달팽이 먹는다 아이가!

        – 달팽이 요리, 뜻밖에 먹을 만 함

        – ㅋㅋㅋ

       

        “그럭저럭 먹을 만하단다.”

       

        나는 엘즈드 볶음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쫄깃쫄깃한 식감과, 양념의 맛이 입안에서 어우러졌다.

        맛있군.

       

        – 그런데 이번에는 껍데기 안드시나요?

        – 또 와그작 소리 듣는 줄

        – ㅋㅋㅋㅋ

        – ㄹㅇㅋㅋ

       

        “안타깝게도, 이 엘즈드는 내 영역에서 자란 놈이라서 말이다.”

       

        나는 벗겨 놓았던 엘즈드의 껍데기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이빨로 깨물었다.

       

        끼기기기기-!!

       

        – 키에에엑?!

        – 오우씨

        – 씁

        – 깜짝 놀랐네.

        – 아니, 지금, 이빨에서 불꽃 튄거임?

       

        “……보다시피, 아바타의 이빨로도 깨물기 힘들 정도로 단단하단다.”

       

        나는 내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난 엘즈드의 껍데기를 카메라 앞에 내밀었다.

        물론 씹어먹고자 한다면 그렇게 할 수는 있지만, 굳이 그래야 할 필요는 없지.

       

        – ㅋㅋㅋㅋㅋ

        – 아닠ㅋㅋㅋㅋㅋ

        – 뼈도 씹어드시는 라나님이 못드시다닠ㅋㅋㅋ

        – 도대체 뭘 드시고 계신 겁니까.

        – ㅋㅋㅋㅋㅋㅋ

        – 암ㅋㅋㅋ 웃기넼ㅋㅋㅋ

       

        “그럼 잡담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고…… 어제에 이어서 이야기하도록 하마.”

       

        – 오오오오!!

        – 아싸

        – 기다렸습니다

        – 할모니의 옛날이야기! 착석!

        – 착석

        – 손!

        – 가즈아아아아아아아ㅏㅏㅏ!

       

        시청자들의 환호와 함께, 나는 어제 못했던 이야기를 마저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            *            *

       

       

        찰리와 영지민들이 준비한 ‘함정’이 수포로 돌아간 상황.

        하지만 당황하는 이들은 없었다.

       

        “이렇게 될 것 같더라.”

       

        “그래. 이런 원시적인 함정에 당할 리가 없지.”

       

        “어차피 시간 벌이였으니까.”

       

        애초에 영지민들도 이런 함정으로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런데도 이런 함정을 준비한 이유는, 최소한의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던 듯했다.

        실제로 방어선의 뒤에서 새로운 무기가 등장했다.

       

        “이거 맛이나 봐라!”

       

        “으하하하핫!! 예쁘게 모였구나!”

       

        피이잉!

       

        영지민들의 움직임과 함께, 그들이 준비한 ‘목제 투석기’가 작동한다.

        그리고 투석기에 의해 날아간 폭탄이 델프스 컴퍼니 사병들의 머리 위에서 터졌다.

       

        퍼어엉!

       

        크아아악!!

       

        EMP다!

       

        전자기 폭탄이 델프스 컴퍼니 사병들의 장비 사이로 휘몰아쳤다.

        EMP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었던 것 같지만, 그래도 일시적으로 저들의 장비가 무력화된다.

       

        젠장!

       

        저런 구식 무기 따위로…….

       

        “으하하하하!”

       

        “구식 무기 만세!”

       

        “지금이다! 공격!”

       

        투다다다다다!!

       

        퍼엉! 퍼엉!

       

        장비가 무력화된 델프스 컴퍼니 사병들을 향해, 영지민들의 공격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나무를 깎아 만들어낸 총알이 날아가고, 풀잎을 엮어 만든 폭탄이 대포에 의해 하늘을 가로지른다.

        인간들이 금속을 사용하는 모든 것들이, 금속이 아니라 나무나 풀 따위의 식물성 재료로 바뀐 상황.

        하지만 그 결과는 조금 달랐다.

       

        끄아아악!

       

        나, 나무가 자란다!

       

        나무로 만들어진 총알은, 땅이나 금속 따위에 박히며 나무로 만들어진 껍데기가 벗겨진 순간 그 안에 들어 있던 씨앗이 발아한다.

        그러고는 순식간에 뿌리를 뻗고, 순식간에 뾰족한 싹을 위로 길게 늘어뜨리며 자라나기 시작한다.

        당연히 그 뾰족한 싹의 진행 방향에 있던 인간, 철, 장비 따위는 순식간에 꿰뚫렸고 말이다.

       

        풀잎을 엮어 만들어진 폭탄도 마찬가지다.

        허공을 날아 사병들 사이로 떨어진 폭탄을 누군가가 밟은 순간, 그 안에 들어 있던 ‘화초(火草)’가 순식간에 불타오르고, 동시에 인간들이 ‘화약 열매’라 부르는 열매가 불꽃에 닿으며 폭발한다.

        그리고 폭발의 사이로 터져 나간 수많은 씨앗들이 철로 만들어진 파워 슈트와 장비들을 파고들어 간다.

        인간들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벌집이 되었다’라고 해야 할까?

       

        공격해!

       

        공격!

       

        투쾅!

       

        콰아앙!!

       

        슈우웅~!

       

        물론 델프스 컴퍼니 사병들도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그들도 무기를 들고 이쪽을 향해 공격을 시작했으니까.

       

        그들이 직접 만든 무기, 혹은 밖에서 중고로 들여온 무기로 무장한 영지민들과는 달랐다.

        델프스 컴퍼니 사병들의 무기는 무법자나 영지민들이 사용하는 무기와는 확연히 다른 화력을 뽐내고 있었다.

        어느 정도로 강했냐면, 지금까지 뚫린 적이 없었던 내 영토의 방어선이 무너질 정도였다.

       

        “젠장!”

       

        “후퇴!”

       

        “해커다! 전자전 방어 시작해!”

       

        게다가 화력은 물론이고, 사병들 사이에 섞여 있는 ‘해커’들도 활동을 개시했다.

        영지민들이 사용하는 전자기기에 침투해, 작동을 멈추게 하거나 소유권을 빼앗으려 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전자전 방어를 해야 하냐?”

       

        “내 컴퓨터에 있는 비밀 폴더는 지켜야지!”

       

        “그건 맞지.”

       

        다만, 영지민들의 장비는 대부분이 ‘아날로그’ 방식이었다.

        컴퓨터의 조종을 받는 인간들의 장비와는 달리, 영지민들의 장비는 대부분이 인간의 조종을 필요하는 것들인 것이다.

        그렇기에 저들의 해커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영지민들 쪽 해커들의 해킹 공격을 방어하는 역할 만 수행해야 했다.

       

        “젠장! 역시 기업 놈들인가? 뚫리지가 않네.”

       

        “후퇴해!”

       

        전체적인 양상은 영지민들의 열세였다.

        지난 세월 동안 내 영토에서 나온 작물을 먹은 영지민들은 강건한 육체를 얻었고, 다른 차원에서 건너온 이계의 작물들을 이용해 만든 무기는 충분히 그 역할을 다했다.

        하지만 상대는 오랫동안 이쪽 차원에서 지배계층에 속했던 이들이다.

        가진 역량에서 차이가 나기에, 이런 결과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흠…….”

       

        “큭!”

       

        옆을 바라보자, 찰리가 분하다는 얼굴로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지난 며칠 동안 밤을 새우면서 작전을 구상하던 것 같았는데, 그것이 통하지 않아서 분한 모양이었다.

       

        내가 구경을 하는 사이에도, 영지민들의 후퇴는 계속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델프스 컴퍼니의 병력이 내 영토의 안으로 들어섰다.

       

        “찰리여.”

       

        “네.”

       

        “아직, 준비한 것들이 남았느냐?”

       

        “……그렇습니다.”

       

        “그래.”

       

        찰리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한 것이 여기서 끝이었다면, 나는 그대로 나가서 저들을 쓸어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영지민들이 아직 준비한 작전이 남았다면, 그들이 준비한 모든 것들을 사용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기대하마.”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이는 찰리를 한 번 바라본 후, 나는 몸을 돌렸다.

        돌아가서 새로운 씨앗을 뿌리기 위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제곧내.

    그것이 이번 컨셉이니까. (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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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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