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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0

        영지민들의 반격은 대단했다.

        어디까지나 인간들의 기준으로는 말이다.

       

        드래곤인 내가 보아도, 영지민들과 델프스 컴퍼니 사병들 사이의 전력 차이는 컸다.

        그렇기에 내가 볼 때는 쓸데없는 반항으로 보였다.

       

        ‘의미 없는 희생을 늘리기보다는, 내가 나서서 최소한의 피해로 무리 구성원을 온존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런 의문이 들었기에, 나는 찰리에게 내가 느낀 의문점을 물어보았다.

        그런 내 질문에, 찰리는 이렇게 답했다.

       

        “의미 없는 반항이 아닙니다. 비록 의미 없을지라도, 저희 영지민들 모두의 저항 의식을 고취시키고, 소속감을 불러일으키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그렇구나.”

       

        나는 어디까지나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생물의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들은 무리를 짓고 살아가는 동물.

        당연히 내 시선에는 의미가 없어 보여도, 이들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행동일 것이다.

       

        그 후엔 영지민들이 어떻게 행동하든, 딱히 질문하지 않았다.

        그들도 날 신경 쓰기 힘들어졌으니까.

        그 정도로 상황은 영지민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숫자와 장비, 그리고 실력.

        그 모든 것에서 영지민들이 밀리고 있었다.

        그나마 지금까지 버틴 것도, 내가 이 땅에 심었던 이계의 작물들 덕분이었다.

       

        “젠장!”

       

        “벌써 코 앞까지 오다니.”

       

        결국 델프스 컴퍼니의 사병들은, 내 집이자 영지민들이 ‘영주성’이라고 부르는 건물이 위치한 곳 근처까지 도달했다.

        영지민들이 ‘중심지’라고 부르는 곳을 둘러싼 ‘방벽’의 위에서, 영지민들은 굳은 얼굴로 델프스 컴퍼니의 사병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나 역시, 내 집의 옥상에서 모든 것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옴뇸뇸…….”

       

        와삭와삭!

       

        팝콘을 먹으며 인간들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그러던 중, 나에게 다가오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침울한 표정을 지은 찰리의 모습이 보였다.

       

        “왔느냐?”

       

        “네…….”

       

        시무룩한 얼굴이다.

        영지민들과 함께 구상한 작전이 전부 실패해서 그런 듯하다.

       

        “어차피 무모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소용이 없을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영지민들은 자신들이 가진 강점을 잘 활용했다.

        하지만 델프스 컴퍼니의 사병들은 영지민들의 기습과 함정에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큰 피해를 보지 않았다.

        그것이 찰리의 얼굴을 굳어지게 만든 원인이리라.

       

        “그렇겠지. 배신자가 있었으니까.”

       

        “……배신자요?”

       

        찰리에게서 살기가 풍겨나오기 시작했다.

        그가 매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 살기가 향하는 방향이 어디인지 알고 있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 머리를 이상하게 하고 다니는 인간 있지 않더냐? 마치 돛과 같은…….”

       

        “……모히칸 말씀이십니까?”

       

        “그런 이름이었던가? 아무튼, 그런 머리 모양을 한 그 인간이 배신자다.”

       

        “그렇군요.”

       

        찰리의 살기가 더욱 진하게 풍겨나오기 시작했다.

        늙은 이후로는 이렇게 살기를 풍기는 일이 없었는데,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모습인 것 같다.

       

        나의 시선이 다시 앞으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서서히 뚫리기 시작한 방벽을 바라보며, 찰리에게 물었다.

       

        “찰리야. 아직 너희들이 준비한 계획이 남아 있느냐?”

       

        “더 있긴 합니다만…….”

       

        찰리가 나를 따라 전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는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미 노출된 이상, 소용이 없겠죠.”

       

        “그렇다면 이제 내가 나서도 되겠느냐?”

       

        나의 말에, 찰리가 정중한 기색으로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숙인 채, 진심을 담아 말했다.

       

        “당신은 이 땅의 적합한 주인이십니다. 이 세상을 구해주실 분이시자, 잘못된 길로 나아가는 우리를 인도해 주실 분.”

       

        “…….”

       

        “당신께서 하고자 하시는 것을 하시옵소서. 저희는 그저 당신을 따를 뿐입니다.”

       

        “…….”

       

        여전히 이전 차원의 인간들을 떠올리게 하는 ‘광신’의 모습이다.

        인간의 모습을 하는 아바타의 피부에 소름이 돋았기에, 나는 양손으로 팔을 매만졌다.

        아바타의 몸에 소름이 돋다니…… 흔한 일이 아닌데 말이다.

       

        “큼큼. 그럼 다녀오마.”

       

        나는 전장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            *            *

       

       

        – 오

        – 드디어 전략 병기 출격?

        – 라나님이 간다!

        – ??? : 이 전쟁을 끝내러 왔다!

        – ㅋㅋㅋㅋㅋ

        – 라나님은 과연 몇 초 만에 전쟁을 끝내셨을까?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내가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는 부분이 그렇게 기대가 되는 것일까?

       

        “옴뇸뇸.”

       

        간식과 음료수를 먹으며 잠시 말을 멈췄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보자면, 여기서는 잠시 시청자들끼리 떠들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때 질문이 날아오고는 한다.

       

        – 오음무!

       

        “??”

       

        오… 음… 무?

        저게 뭐지?

       

        – 오늘 음료수 무엇인가요?

       

        “으음…… 그런 뜻이로구나?”

       

        왜 저런 말을 줄여서 말하는 것일까?

        인간들의 센스는 이해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음료수를 들어 카메라 앞에 가져다 댄다.

        그러자 과즙과 과실주를 섞은 음료수가 시청자들에게 보여졌다.

       

        “오주의 과즙과, 이실렌의 과실로 담근 과실주를 섞은 것이란다. 비슷한 것으로는…… 칵테일이라는 것과 비슷하겠지.”

       

        – ㅋㅋㅋㅋㅋ

        – 또 나왔다. 고유 명사!

        – 오주는 뭐고, 이실렌은 또 뭐임?

        – 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암튼 맛있게 드셔요.

       

        “그래.”

       

        호록!

       

        달콤한 맛과 씁쓸한 맛이 조화를 이루어서 맛있는 음료다.

        이번에 새로 만들어 본 음료라는데, 일단 나는 확실히 좋아할 것 같은 맛이다.

       

        “그럼, 이야기를 계속해 볼까?”

       

        – 만세!

        – ㄱㄱㄱㄱ

        – 가즈아!

        – 라나님의 무쌍 개시다!

       

        시청자들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야기하기에 앞서, 황금을 뽑아 카메라 앞에 펼쳤다.

       

        – ?

        – 아. 시청각인가?

        – ??

        – 뭐예요?

        – ?

        – ?

       

        “아무래도, 직접 보여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황금이 이리저리 출렁거리며, 내 기억 속 광경을 재현하기 시작했다.

        무너져 내리는 방벽.

        항전하는 영지민들.

        그리고 방벽을 넘으려 하는 델프스 컴퍼니의 사병들.

       

        – 오

        – 역시 시청각이 최고임

        – ㄳㄳㄳ

        – 라나님의 썰풀이에는 감동이 있다!!

       

        “이 상황에서, 내가 이곳에 나타났단다.”

       

        내가 손가락으로 짚은 곳 위로, 나의 모습을 표현한 모형이 솟아올랐다.

       

       

        *            *            *

       

       

        촤아악!

       

        “뭐, 뭐지?!”

       

        “물러서!”

       

        나의 의지에 따라, 대지에 묻혀 있던 금속들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솟아난 금속은, 무너져 내린 방벽을 대신하듯 델프스 컴퍼니 사병들을 막아서기 시작했다.

       

        영지민과 델프스 컴퍼니 사병들 모두가 놀라 뒤로 물러선다.

        그리고 그렇게 생겨난 빈 공간으로, 나의 신형이 허공에서 떨어져 내렸다.

       

        탁!

       

        “흠.”

       

        옷에 묻은 흙먼지를 탁탁 털어내며 주변을 둘러본다.

        그러고는 델프스 컴퍼니 사병들을 이끄는 지휘관으로 보이는 인간에게 말했다.

       

        “그래. 그대들이 델프스 컴퍼니라는 무리에서 온 병사들인가?”

       

        “…….”

       

        “……대답이 없는가?”

       

        “…….”

       

        내가 질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내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단순히 두려움에 입이 굳어 버린 것일까?

        아니면 대답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일까?

       

        의문이 들었지만, 나는 그 의문을 무시하기로 했다.

        크게 궁금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너희, 델프스 컴퍼니는 나의 영토에 무단으로 침입했고, 나의 것을 상처 입히고 부수었다.”

       

        “…….”

       

        “그러니, 나 역시 너희를 ‘적’으로 규정하고 실력행사에 들어가마.”

       

        “…….”

       

        척! 척! 척!

       

        철컹!!

       

        나의 ‘선언’에, 델프스 컴퍼니 사병들이 일제히 무기를 나를 향해 조준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지휘관으로 보이는 이가 소리쳤다.

       

        “공격!”

       

        투다다다다다다!!

       

        그들의 ‘총’이라는 무기에서 ‘총알’이 발사되었다.

        나는 금속 지배력을 사용해, 그들이 쏘아 보낸 금속 탄환을 무력화…….

       

        ‘음?’

       

        타다다다닷!

       

        ……하지 못했다.

        총알은 나의 지배력에 지배되지 않았고, 수많은 총알들이 내 아바타의 몸을 두드렸다.

       

        “여, 영주님!”

       

        “꺄악!”

       

        영지민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반대로 델프스 컴퍼니 사병들이 있는 곳에서는 환호성이 들려왔다.

       

        나는 땅바닥에 누운 채, 내 이마에 박혀 있는 총알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왜 총알들이 내 ‘금속 지배력’에 영향을 받지 않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이건…… 플라스틱인가?”

       

        플라스틱치고는 단단했지만, 금속은 조금도 사용되지 않은 ‘플라스틱 총알’이었다.

        금속이 아니었으니, 당연히 내 금속 지배력에 영향을 받지 않았던 것이겠지.

        그리고 이런 무기를 가지고 있었기에, 델프스 컴퍼니라는 무리가 나와 싸울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일 테고…….

       

        “흠. 재미있군.”

       

        스르륵!

       

        “어?!”

       

        “어어어?!”

       

        몸에 박힌 총알을 그대로 밀어내고, 무너진 내 아바타를 다시 복구시켰다.

        겉으로는 ‘유기물로 이루어진 인간의 육체’를 흉내 내고 있으나, 내 아바타를 이루고 있는 물질은 본래 나의 용금이다.

        그렇기에 내 아바타는 목이 잘리든, 뇌나 심장이 파괴되든, 내 의지가 있는 한 결코 죽지 않는다.

        그것은 온몸에 58개의 구멍이 뚫린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마, 말도 안 돼?!”

       

        “설마…… 불사신?!”

       

        델프스 컴퍼니 사병들이 눈에 띄게 당황하는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플라스틱으로 만든 총알을 과하게 믿었던 모양이다.

        뭐, 실제로도 나의 허를 찔렀으니, 효과가 아예 없었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저…… 상대가 좋지 않았을 뿐이다.

       

        “재미있는 것을 보여줬으니, 나 역시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겠지.”

       

        손을 들어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동시에, 대지에 깊숙하게 묻혀 있던 금속들이 내 손길에 따라 지상으로 치솟기 시작했다.

        철, 구리, 황동, 금, 은, 티타늄…… 그 외의 갖가지 금속들이 나의 손길에 따라 춤추기 시작한다.

       

        그것은 액체 금속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파도.

        인간들은 이것을 이렇게 부르곤 했지.

       

        “쓰나미…… 라고 하던가?”

       

        “젠장!”

       

        “피해!!”

       

        쿠과과과과광-!!

       

        나의 손짓에 따라, 거대한 금속의 쓰나미가 델프스 컴퍼니 사병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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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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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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