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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3

        인간은 재미있는 지성체다.

        무리 동물이기에 무리를 짓지만, 일반적인 무리 동물과는 다른 단위의 무리를 짓는다.

       

        일반적으로 무리 동물이 이루는 무리의 개체 수는, 많아 봐야 만 단위인 경우가 많다.

        그보다 더 많아질 경우 그 무리를 담당하는 우두머리가 감당할 수 없거나, 혹은 그 무리가 살아가는 영역 내에서 먹이가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만 단위 이상의 무리 구성원을 이루는 생물은, 보통 ‘무리 동물’이라기보다는 ‘군체 동물’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인간’은 특이하게도 ‘무리 동물’이면서, 동시에 ‘군체 동물’에 버금가는 무리를 이루고 유지하는 동물이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최소한의 ‘무리’를 이루고, 그 무리끼리 뭉쳐 ‘무리로 만들어진 무리’를 이루는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너희가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너희 인간들은 하나의 ‘마을’이라는 단위로 무리를 이루고, 그 ‘마을’이 모여 ‘도시’를 이루고, ‘도시’가 모여 ‘국가’를 이루지 않더냐?”

       

        – 그…… 런가?

        – 뭔가 맞는 것 같으면서도 틀린 소리 같은데요?

        – ㅋㅋㅋㅋㅋㅋㅋㅋ

        – 이건 또 뭔ㅋㅋㅋㅋㅋ

        – 이게 드래곤의 인간 분석인가?

        – 당사자들 어리둥절ㅋㅋㅋㅋ

        – ㅋㅋㅋ

        – ㅋㅋㅋㅋㅋ

        – 아닠ㅋㅋㅋㅋ

       

        시청자들이 의문을 표시한다.

        ……이게 아닌가?

       

        ‘뭐,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생각한 내용이니까. 인간들 스스로가 평가한 것과는 다를 수도 있겠지.’

       

        어쨌든, 지금 중요한 것은 나와 인간들의 시선 차이가 아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내가 말한 ‘인간의 특성’이다.

       

        – 그런데 그거랑 이거랑 무슨 상관인가요?

        – 국가를 만든 거랑, 라나님 귀찮게 한 게 무슨 상관임?

        – ??

        – ㅋ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보통 하나의 무리에 본보기를 보여주면, 그 무리는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단다.”

       

        물론 그 무리 구성원이 수명과 같은 이유로 전부 교체될 경우에는 조금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그것은 적어도 100년의 시간은 필요로 하니 제외한다.

       

        “하지만 너희 인간들은 조금 다르지.”

       

        같은 무리 구성원이지만, 그들은 같은 무리 구성원이 겪은 고난을 보거나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같은 무리 구성원’이지만, 동시에 ‘다른 무리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음. 쉽게 비유하자면…… 그렇지.”

       

        쉽게 말해, 인간들이 모여 만들어진 A라는 상회와 B라는 상회가 있다고 해 보자.

        두 상회는 ‘대한민국’이라는 하나의 인간 무리…… 그러니까 ‘국가’에 속한 무리 구성원이다.

       

        – 상회가 뭐임?

        – 아.

        – 라나님. 요즘은 다 회사라고 합니다

        – 회사요

        – 우리는 그걸 회사라고 부르기로 약속했어요

        – 회사임

       

        “이곳에서는 회사라고 불렀던가?”

       

        관심이 없다 보니, 잠깐 실수를 한 모양이다.

        각 차원마다 ‘상회’, ‘점포’, ‘회사’, ‘오르데’와 같이 다양한 명칭으로 부르다 보니 자주 헷갈린다.

       

        어쨌든 A회사와 B회사는 같은 국가에 속해 있다.

        하지만 동시에 둘은 ‘A회사’라는 무리와 ‘B회사’라는 무리로 갈라져 있는 전혀 다른 무리다.

       

        – 아. 이해했음

        – 대충 무슨 소리인지 알 것 같아요

        – ㅋㅋㅋㅋㅋ

        – 이해 완료

       

        “그렇기에 내가 델프스 컴퍼니에게 본보기를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인간 무리들은 여전히 나에 대해 쉽게 생각하고 있었지.”

       

        내 영토에서 나오는 작물을 헐값에 가져가려는 이들.

        영토에 침입해 작물을 훔쳐 가려는 이들.

        내 작물의 종자를 훔치려던 이들.

        영지민을 납치하려던 이들까지…….

       

        “인간이란 그런 독특한 점 때문에 재미있지만, 그때는 조금 귀찮았지.”

       

        – ㅋㅋㅋㅋㅋ

        – 인간이 죄송합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닌겐은 말 안드뤄. 응애!

        – 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특히나 가장 귀찮았던 것은 따로 있었단다.”

       

       

        *            *            *

       

       

        “……뭐라?”

       

        나는 찰리가 가져온 소식을 들은 후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 그게 무슨 소리지?

       

        나는 잠시 내 아바타의 청각 기관이 오류를 일으킨 것이 아닐지 의심했다.

        아니면 내가 이 세계의 언어에 아직 미숙한 탓에, 무언가 잘못 이해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찰리가 가져온 소식에 나는 ‘어이없다’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이베스트 컴퍼니의 병력이 접근 중입니다. 앞으로 하루 후면, 영지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

       

        찰리가 다시 한번 나에게 정보를 설명했다.

        그리고 그의 말을 들은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왜 또 나를 귀찮게 하는 것이냐.”

       

        델프스 컴퍼니라는 인간의 무리를 손 본 것이 겨우 10일 전이었다.

        그런데 또 나에게 덤벼드는 인간 무리가 존재한다고?

       

        “소식이 전달되지 않은 것이냐?”

       

        내가 델프스 컴퍼니에게 했던 일들이 전달되지 않은 것이라면 이해된다.

        나에 대한 두려움을 모르기에 저런 선택을 한 것이겠지.

       

        “알고 있을 겁니다.”

       

        “…….”

       

        그런 내 생각을, 찰리가 부정했다.

        ……이럴 때마다 인간을 이해할 수가 없어진다.

       

        “찰리야.”

       

        “네.”

       

        “저 이베스트 컴퍼니라는 인간 무리가 왜 나에게 덤벼든다는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느냐?”

       

        나는 찰리에게 질문했다.

        여기서 내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인간들이 왜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했는지 이해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같은 인간에게 질문하는 것이 더 간단한 선택일 것이다.

        그리고 찰리는 그런 내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아마, 델프스 컴퍼니와의 싸움에서 영주님이 지쳤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허어…….”

       

        찰리의 말에 나는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지쳤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도 안 되는 추측이나, 가능성이 있구나.”

       

        비록 거의 잊어 버렸으나, 나 역시 이전에 인간이었던 적이 있다.

        그렇기에 어렴풋하게 알고 있다.

       

        ‘인간의 우두머리는 어리석다.’

       

        일반적인 동물의 우두머리는 모든 것을 일선에서 무리 구성원과 함께한다.

        사냥도, 싸움도, 도주도…… 모든 것들을 무리 구성원보다 한 발 앞에서 함께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무리 구성원이 우두머리 혼자서 모두 통제할 수 있을 정도의 숫자만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두머리의 통솔력과 지혜, 그리고 힘에 따라 무리의 생존이 결정된다.

       

        하지만 인간은 다르다.

        ‘무리 동물’의 습성을 가졌으나, 그 크기는 ‘군체 동물’의 수준에 다다를 정도의 숫자를 유지하는 독특한 생물.

        그렇기에 우두머리가 모든 무리 구성원을 통제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인간 우두머리는 자신이 모든 무리 구성원을 통제하길 포기한다.

        그 대신, 자신을 대리하여 일부의 무리 구성원을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법’과 ‘규칙’이고, 그것을 관리 감독할 수 있는 ‘경찰’과 같은 조직을 만든다.

       

        ‘효율적이라면 효율적인 방식이지.’

       

        많은 무리 구성원을 가지고 있기에, 신체 능력이 약한 인간은 자연의 다른 무리 동물들을 이겨 내고 생존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방식도 필연적인 문제점을 가져오게 된다.

       

        ‘우두머리가 일선에 서지 않아도 되기에, 자연스럽게 우두머리가 어리석어지지.’

       

        권력의 세습화.

        현장의 상황을 모르는 사무직…… 이라고 했던가?

       

        우두머리가 현실과 현장에 대해 모르고, 경험을 쌓지 못하게 된다.

        그렇기에 인간의 우두머리들은 점점 어리석어지기 시작하고, 결국에 무리는 붕괴되고 마는 것이다.

        내가 평가하자면…….

       

        ‘큰 힘을 얻은 대신, 무리의 수명을 짧게 만들어 버린 셈이지.’

       

        실제로 인간의 무리(국가)는 짧게는 100년 이하, 길게는 500년 안에 멸망한다.

        특정한 경우에는 좀 더 긴 세월 동안 유지될 수도 있지만, 대체로 인간들이 세운 국가는 500년 안에 멸망하고는 했다.

        그리고 그 멸망의 이유를 살펴보면, 외적의 습격에 의해 멸망한 경우보다는 ‘내부의 분열’로 멸망하는 경우가 더 많다.

       

        잠깐 생각이 옆으로 번졌으나, 결론은 이거다.

        인간의 우두머리는 어리석은 경우가 많고, 이번에도 인간의 우두머리가 어리석은 선택을 한 것이다.

       

        “골치 아프군.”

       

        귀찮은 일을 피하고자 일부러 과하게 손을 썼는데, 그게 하등 쓸모가 없어졌다.

        예전에 만났던 한 초월자가 한 말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 모든 인간이 어리석다고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어리석다.

       

        “…….”

       

        마냥 부정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 우습군.

       

        과거를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주님?”

       

        “너희들이 나설 것도 없다.”

       

        그저 쉬기 위해서 농사를 지으려고 했다.

        농사지을 땅이 필요했기에, 인간의 규칙에 따라 영토를 구했다.

        그리고 내 재주를 활용해, 오염되었던 토지를 복구하고 농사를 지었다.

       

        하지만 인간들은 그들이 세운 규칙을 준수하지 않았다.

        남의 재산을 노리면 안 된다는 그들의 규칙이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나의 재산을 노리고 힘을 행사했다.

        나는 인간들을 존중해 그들의 규칙을 따랐건만, 정작 인간이 자신들의 규칙을 무시하다니?

       

        “그렇다면, 나도 더 이상 그들의 규칙을 존중해 줄 필요가 없겠지.”

       

        “???”

       

        의문을 표하는 찰리를 지나쳐 밖으로 나섰다.

        동시에 하늘에서부터 강렬한 바람이 불어닥치기 시작했다.

       

        “꺄아아악!”

       

        “뭐, 뭐야?!”

       

        우우우우우웅-!!

       

        거센 바람과 함께, 하늘 위에서 황금빛 거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적당한 곳에서 잠을 자고 있었던 나의 본체였다.

       

        = 오거라.

       

        “그래.”

       

        나의 아바타가 용금으로 변하더니, 순식간에 본체의 몸 안에 스며들었다.

        그렇게 아바타의 모든 기억을 회수한 나의 시선이 북쪽으로 향했다.

       

        = 흠.

       

        천룡안이 떠지고, 이곳을 향하는 인간들의 군세가 보였다.

        아마 내 영토를 침범하려 하는 이베스트 컴퍼니라는 무리일 터.

       

        = 그리고…….

       

        나의 천룡안이 이 행성을 통째로 뒤지며, 이 행성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 무리’를 찾아낸다.

        그리고 그중 ‘컴퍼니’라고 불리는 무리들만을 따로 분류한다.

       

        = 인간이 어리석어, 나의 경고를 눈치채지 못한다면…….

       

        나에게 덤벼들 수 없도록 만들면 되겠지.

       

        = 다녀오마.

       

        “네, 네에에…….”

       

        입을 쩍 벌린 찰리를 뒤로한 채.

        나는 하늘을 날아가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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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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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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