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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6

        간식을 먹은 후 잠시 생각에 빠졌다.

        이 정도 이야기를 했으면, 시청자들도 충분히 만족했을 것이다.

        이후에 할 수 있는 이야기 중에서도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깃거리는 더 이상 없고…….

       

        ‘하지만 시간이 조금 남는군.’

       

        그렇기에 나는 조금만 더 이야기를 이어 나가기로 했다.

       

        “남은 시간 동안, 내 영토가 어떻게 발전했는지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마.”

       

        – ?

        – 오오오

        – 뭐든 좋습니다

        – 이야기!

        – 발전이라?

        – 라나님의 영토 발전!!

       

        나는 음료수를 쭉 들이켠 후 이야기를 시작했다.

       

       

        *            *            *

       

       

        모든 컴퍼니 무리가 사라졌다.

        무리의 우두머리들이 순식간에 사라진 셈이었기에, 당연히 인간들의 세상은 혼란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수많은 인간들이 서로 우두머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아귀다툼을 벌이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인간들이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나는 내가 할 일을 했다.

       

        “이 식물을 심거라. 그렇다면 오염된 대지를 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네.”

       

        “알겠습니다.”

       

        더 이상 인간들의 법을 따를 필요도 없겠다.

        나는 공석이 되어 버린 땅을 내 수중에 넣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오염되었기에 인간들은 사용할 수 없는 땅이다.

        그러니 내가 차지한다고 해서 큰 문제는 없을 터.

       

        영지민들을 부려 오염을 정화할 수 있는 식물과 균, 박테리아, 동물을 풀었다.

        그러자 점진적으로 나의 영토가 넓어지기 시작했다.

       

        오염된 환경을 그대로.

        하지만 인류의 식량과 자원을 관리하던 컴퍼니 세력은 사라졌다.

        그런 상황에서, 컴퍼니가 남겼던 자원과 기술을 두고 싸우는 이들이 늘어난다.

       

        인간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시대.

        아마 이것이 바로 인간들이 말하는 ‘아포칼립스’라는 것이겠지.

       

        인간이 싸운다고 하더라도, 컴퍼니가 남긴 자원과 기술이 무사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들이 싸우는 여파로 인해, 컴퍼니가 남겼던 자원과 기술은 손상되기 시작했다.

        그랬기에 인간들의 상황은 점점 악화 일로에 다다르기 시작했다.

       

        “음? 인간들이 또 내 영토에 들어왔다고?”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내 영토에 인간들이 들어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현재 이 행성에서 거의 유일하게 풍요로운 자연을 유지하는 곳.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작물과 사냥감, 그리고 식수가 존재하는 곳.

        내 영토 바깥에 살아가는 인간들은, 내 영토를 두고 ‘에덴’이라고 부른다던가?

       

        “흠…… 내 무리에 속하겠다는 이들은 받아주거라.”

       

        “네.”

       

        본격적으로 컴퍼니를 전부 없애버렸을 때, 나는 더 이상 인간 세상에 관여하지 않기를 포기했다.

        이미 일은 잔뜩 벌여놓았고, 이제 와서 발을 떼는 것은 책임을 지지 않는 행동이다.

        그렇기에 나는 내 영토에 한해서는 영향력을 끼치기로 했다.

        즉…… 내 영토의 ‘우두머리’가 되기로 한 것이다.

       

        당연하지만 내 무리에 들어오고자 하는 이들은 인간의 규칙이 아닌 ‘나’의 규칙을 따라야만 했다.

        물론 최대한 인간을 위한 규칙들을 만들었으나, 그중엔 인간에게 불리할 수도 있는 규칙이 섞여 있다.

        내 영토는 ‘인간들’의 영토가 아니라 ‘내’ 영토이기 때문이다.

       

        “범죄자들은 추방하도록.”

       

        “네.”

       

        규칙을 지킬 수 없는 이들은 내 영토에서 내쫓는다.

        내 규칙을 따를 수 없다면, 당연히 내 무리에 속할 수 없다.

        하지만 내 무리에 속하지 않으면서도 내 영토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은 나온다.

        그런 이들은 ‘죽음(死)’으로 다스리도록 했다.

       

        어쨌든 내 영토는 점점 그 크기를 불려 갔고, 내 무리에 들어오는 인간들도 많아졌다.

        그리고 그에 따른 문제는 인간들을 부려 채워 넣는다.

       

        “허나…… 인간의 욕심이 문제로군.”

       

        ‘욕심(慾心)’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

        모든 생물에게는 욕심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그것으로 인해 삶을 살아간다.

        그렇기에 나는 욕심 자체엔 큰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문제는 ‘인간의 욕심’에 의해, 그들이 ‘내가 만들어 둔 규칙을 무시’하는 것에 있다.

        물론 내 규칙을 어길 경우, 그 경중에 따라 처벌하면 된다.

        하지만 그 ‘처벌’을 집행하는 것 역시 인간이다.

        그리고 그런 구조이기 때문에, 힘이 있는 인간은 규칙을 어겨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실제로 컴퍼니들이 그랬었지.’

       

        인간들의 세상에서는 그럴 수 있겠으나, 나는 그것을 용납할 생각이 없었다.

        감히 내가 만들어낸 규칙을 무시하겠다는 소리는, 나를 무시하겠다는 말과 같은 것이니까.

       

        “내 영역에서 수하들에게 적용하는 것을 응용하면 되겠지.”

       

        규칙과 처벌을 집행하는 것이 인간이기에 생기는 문제라면, 해결책은 간단하다.

        규칙과 처벌을 집행하는 것이 ‘인간이 아니면 되는 문제’다.

       

        “자예.”

       

        “네.”

       

        쿵!

       

        내 말에 자예가 ‘토템’을 가져왔다.

        내가 가진 ‘황금의 영역’에서 사용되는 기물을 본뜬 장난감이지만, 인간들에겐 이것조차도 과분하겠지.

       

        나는 그 토템을 영역의 곳곳에 세웠다.

        그리고 인간들에게 말했다.

       

        “규칙을 지키지 않은 자, 이 ‘판결의 토템’이 심판을 내릴 것이다.”

       

        “?!”

       

        “저, 저게 뭐지?”

       

        인간의 ‘심판관’이라는 이들 대신, 범죄에 대한 사실을 대신 판결하는 판결의 토템.

        처음 그것을 보게 된 인간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그야 당연한 일이다.

        그들에게 익숙한 방식이 아니었으니, 거부감을 드러내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지.

        하지만 그들은 곧 그 방식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누군 줄 알아?! 그깟 거지 좀 때렸다고…….”

       

        = 판결! 징역!

       

        “증거 있어?! 증거 있냐고!!”

       

        = 증거 확보. 판결! 추방!

       

        “누구도 날 심판할 수 없어! 와봐! 바로 자폭할 거다!”

       

        = 즉결 심판! 사형!

       

        비록 나와 내 권속들에겐 장난감에 불과하지만 이래 봬도 저것은 입력된 규칙을 스스로 판단해 판결을 내리는 고지능 AI가 탑재된 물건이다.

        게다가 내 권속들이 건 ‘마법’과 ‘술법’을 사용해 증거를 찾아내고, 거짓말을 알아내며, 상황에 따라서는 직접 움직여 범죄자를 처단한다.

        설사 인간들이 반항한다고 해도…….

       

        ‘지금 인간들의 기술로는 저 토템에게 저항할 수 없겠지.’

       

        그렇게 내 영토에서는 억울한 누명을 쓰는 이, 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는 이가 사라졌다.

       

       

        *            *            *

       

       

        – 뭐임?

        – 아닠ㅋㅋㅋ 심시티 열심히 하시넼ㅋㅋㅋ

        – 숭배 받기 싫다더니, 이젠 포기하셨엌ㅋㅋㅋ

        –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이게…. 드래곤의 힘?

        – 와. 저 토템 우리나라에도 필요할듯?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중에서도 내가 말한 ‘판결의 토템’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다.

       

        많은 시청자들이 관심을 보였기에, 나는 도화를 시켜 ‘판결의 토템’을 가져오도록 했다.

       

        쿵!

       

        “이게 이야기에서 나온 판결의 토템이라는 것이다.”

       

        – 오오오

        – 나무로 만들었네요?

        – 그냥 보기엔 통나무에 얼굴 새긴 건데?

        – 와. 저게 장난감?

        – 도대체 라나님의 영역이란 뭘까…

        – 사실 라나님에게 지배받는 쪽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

        – 어우씹ㅋㅋㅋㅋㅋㅋ

       

        토템을 본 시청자들이 채팅을 치기 시작했다.

        나는 토템을 툭툭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말했듯이, 이건 우리에겐 장난감에 불과하단다.”

       

        – ?

        – 그런데 왜 장난감이예요?

        – 애들이 저거 가지고 노나요?

       

        “그런 의미가 아니라, 이 토템이 아무리 기를 써도 내 권속들을 제압하지 못하거든.”

       

        – 아

        – 아아

        – 그러네

        – 라나님 게이트에 있는 사람들은 진짴ㅋㅋㅋ

        – 스켈레톤이 거의 보스급인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그렇다.

        내 권속들의 범죄를 찾아내거나 반항하는 이들을 제압하기엔, 이 ‘판결의 토템’이 가진 성능이 너무 저열하다.

        그렇기에 내 황금의 영역에서 사용되는 물건은 이런 ‘장난감’보다 더 좋은 물건을 쓴다.

       

        – 오

        – 뭘 사용하시나요?

        – 궁금궁금

        – 궁금해요!

       

        “별건 아니고…… 내 용금으로 만든 인형이란다.”

       

        무려 내 용금에 자리 잡은 초지능 AI인 ‘에코’가 직접 조종하고, 무력도 하나하나가 내 아바타에 버금가는 물건이다.

        그런 물건이 수천 개 이상 내 영역에 자리 잡은 채,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심판하는 것이다.

       

        – 헐

        – ㅎㄷㄷ

        – 맙소사.

        – 그건 또 무슨….

       

        “뭐, 내 권속들은 원체 범죄를 저지르지 않기는 하단다. 하나같이 내 무리에서 퇴출당하기 싫어하거든.”

       

        덕분에 ‘골드 가디언’들은 만들어진 이후로 사용된 일이 거의 없었다.

        지금은 내 영역에서 ‘장식’이 되어 버린 상황이랄까…….

       

        “지난번에 내 게이트에 온 이들 중엔, 그 골드 가디언을 본 이들도 있을 것이란다.”

       

        – 아

        – 방송에서도 본 것 같음

        – 도시 입구 양쪽에 서 있던 그 황금상?

        – ㅎㄷㄷ

        – 그게 그거였다고? 허미….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그때는 시청자들에게 설명해 주지 않았던가?

       

        ‘워낙 장식처럼 세워두다 보니…… 깜빡했나 보군.’

       

        뭐, 지금이라도 말했으면 됐지.

        딱히 중요한 일도 아니고 말이다.

       

        “시간이…… 거의 끝났구나.”

       

        때마침 방송 종료 시간이 다가왔다.

       

        “본래라면 영토에서 수확한 작물과 고기를 어떻게 인간들에게 팔고, 어떻게 영토를 발전시켰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시간이 다 끝나버렸다.

        그렇다고 내일 또 이어서 하기에는 시간이 모호하고…….

       

        – 앙대!

        – ㅠㅠㅠ

        – 그냥 마저 다 하시죠?

        – 흙흙흙흙

        – 우리 버리는거예요?

        – ㅠㅠㅠㅠ

        – 가지 마요오오….

        – 용바

        – ㅜㅜㅠㅠㅜㅠㅜㅠ

        – 용바바

       

        “뭐, 이 뒤의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해 주마.”

       

        어쨌든 이것으로 오늘의 방송도 끝이다.

        나는 미소와 함께 방송을 끝낼 준비를 했다.

       

        – 내일도 옛날이야기 해주시나요?

        – 드디어 내일 우주선 이야기 끝맺는 거임? 

        – 과연?

        – ㄷㄱㄷㄱ

        – 용바

        – 라나님의 옛날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글쎄? 요 4일간 계속 내 옛날이야기만 하지 않았더냐?”

       

        슬슬 다른 콘텐츠를 꺼내 들 때도 되었지?

        딱히 정해 둔 콘텐츠는 없지만, 아마도 내일은 다른 콘텐츠를 하지 않을까 싶다.

       

        “뭐, 그것은 내일 결정하자꾸나.”

       

        – 용바

        – 빠빠이

        – 내일 봬요!

        – 빠이요!

        – 오뱅알!

       

        그렇게 오늘의 방송이 끝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내일은 무슨 콘텐츠를 할지 아이디어가 없음.

    안되면 그냥 우주선 이야기나 이어가려고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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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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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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