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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8

        요리 재료는 바로 채취한 것이 가장 신선하다.

        이것이 바로 나의 의견이었다.

       

        물론 그중에선 이견을 제시하는 이들이 존재하기는 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동물의 경우엔 사후경직 때문에, 죽은 지 얼마 안 되는 시체는 질겨 맛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말에 나는 이렇게 답했다.

       

        “그게 맛있는 것이지 않더냐?”

       

        – ???

        – ?

        – ???

        – ??

        – ???????

        – ?

        – ?

        – 읭?

       

        나는 초월에 든 드래곤이다.

        즉, 어지간히 질긴 고기도, 내 턱 힘에는 간단히 찢겨나가는 것이다.

       

        “씹는 맛이 있어야 맛있는 것이다.”

       

        – 아닠ㅋㅋ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앜ㅋㅋㅋ 우리는 드래곤 아니라고욬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채팅창이 ‘ㅋㅋㅋ’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 외에도 여러 의견이 나오기는 했다.

        대부분은 농담이나, 혹은 인간의 기준에서 낸 의견들이었지만…… 그중에선 내가 귀를 기울일 정도로 타당한 의견도 있었다.

       

        – 실제로 사냥하실거면, 19금 거셔야 할걸요?

       

        “흠. 그것도 그렇구나.”

       

        인간들의 방송과 같이, 대다수가 보는 매체에는 ‘심의 규정’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리고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유아들이 충격을 받지 않도록, 그 대중매체로 보여 줄 수 있는 것들을 규제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도 완전한 규칙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인간의 시선으로 규정하는 것이니까.

        게다가 나이 제한을 건다고 하더라도, 어린아이들이 그것을 보지 못할 것 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방송인들 중에서도 사냥 방송하는 이들이 있으니…….’

       

        인간들 중 게이트에 들어가 몬스터를 사냥하는 ‘헌터’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

        그중에서도 녹화 장비를 챙겨 가 사냥하는 장면을 방송으로 내보내는 이들이 존재했다.

        즉, 사냥 장면을 방송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그 경우엔 19세 이하의 인간들은 방송을 시청할 수 없다는 제한을 걸어야겠지만 말이다.

       

        “사냥 장면과 고기를 도축하는 장면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 어찌 그 둘을 구분하는 것인지…….”

       

        – 앜ㅋㅋㅋ 암튼 다르다고요

        – ㅋㅋㅋㅋㅋㅋㅋ

        – 웃기긴 하넼ㅋㅋㅋㅋ

        – ㅋㅋㅋ

        – 오. 드디어 라나님 방송에도 19금이 걸리나?

        – ㅋㅋㅋㅋㅋㅋ

        – 안 지키면 또 정지각임

       

        어쨌든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다.

        이들이 말하는 ’19금’이라는 것을 허용하고 사냥을 나서든, 아니면 사냥을 생략하든.

        그리고 나는 선택했다.

       

        “도화야.”

       

        “네.”

       

        “가서 고기를 사냥해 가져오거라.”

       

        “네.”

       

        본래 요리라는 것은 재료 채집부터 시작해야 함이 옳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방송을 보는 이들은 구분 짓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내가 조금 굽히기로 결심했다.

       

        “조금 아쉽지만 말이지…….”

       

        바로잡은 고기가 씹는 맛이 좋은데…….

       

        – ㅋㅋㅋㅋㅋ

        – 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ㅋㅋㅋㅋ

        – 그놈의 씹는맛 진잨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잠시 기다리자, 어느새 손질이 끝난 고기가 통째로 조리실에 들어왔다.

       

        “미노타우로스의 종아리 살입니다.”

       

        “그렇구나.”

       

        그 소와 인간의 중간 형태를 가진 놈들인가?

        씹는 맛이 있어서 즐겨 먹었던 기억이 있는 사냥감이었다.

       

        – 아닠ㅋㅋㅋ

        – 미노형. 어찌 종아리만 오셨소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미노타우로스! 하지만 오늘은 요리 재료일 뿐이죠!

       

        “그럼, 이제부터는 전문가의 지시를 따르겠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내 명령에 의해 장착한 ‘통역기’를 불편하다는 듯이 매만지던 요림이 재빨리 자세를 고쳤다.

       

        – 그래 봤자 이미 다 들통남

        – ㅋㅋㅋㅋ

        – 귀여우시넼ㅋㅋㅋ

        – 쉐프! 오늘 잘 부탁드림다!

       

        “큼큼! 그럼, 데미스젠티의 조리를 시작하겠습니다.”

       

        통역기의 도움을 받아, 훨씬 유창한 말로 요리를 시작하는 요림.

        그는 미리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다른 요리 재료, 그리고 요리 도구를 하나하나 꺼내며 말을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주인님께서 말씀하셨듯, 데미스젠티는 데미스라는 인간 요리사가 개발한 요리입니다. 다만, 주인님이 말씀하셨던 ‘통구이’보다는 ‘불에 직접 닿는 훈제’에 더 가깝죠.”

       

        척! 척! 척!

       

        설명을 이어 나가며, 동시에 끊임없이 도구를 꺼내는 요림.

        그렇게 모든 준비가 끝마쳐진 후, 요림은 ‘식칼’을 꺼내 들며 말했다.

       

        “우선, 재료 손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그래.”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나는 용금을 뽑아 고기를 향해 휘둘렀다.

       

        휘리리리릭!

       

        툭! 투둑!

       

        – ?

        – ??

        – ?

        – ?

        – ?

        – 뭐임?

        – ?

       

        “이렇게 손질하는 것이 맞느냐?”

       

        “맞습니다.”

       

        손질 방법은 미리 공부했다.

        그렇기에 이렇게 빠르게 손질을 끝마칠 수 있었다.

       

        “다음은 접착제를 만들 시간이군요. 우선 ‘인력미(引力米)’에 항마금과 백소주를 넣고…….”

       

        내 아바타가 누울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냄비 위로, 요림이 꺼낸 재료들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빛조차도 흡수하는 강력한 인력(引力)을 발휘하는 검은색의 씨앗.

        요력(妖力)이라는 것을 배척하는 항마(抗魔)의 힘을 가진 소금.

        하얀색의 빛을 띠는 술과 같은 여러 재료들이 냄비에 들어가고, 이어서 냄비의 아래로 요림이 숨을 불어넣었다.

       

        화르르르륵!!

       

        – 곰이… 파이어 브레스를?!

        – 무슨 화둔이냐곸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아닠ㅋㅋㅋㅋ

        – 왜 이렇게 자연스러움? 

        – ㅋㅋㅋㅋㅋㅋㅋㅋ

       

        요림이 내뿜은 불의 숨결에 의해 냄비가 빠르게 가열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냄비에 담긴 내용물 역시 빠르게 끓기 시작했다.

       

        “주인님. 잘 저어 주시면 됩니다.”

       

        “그래.”

       

        어쩌다 보니 앞부분은 요림이 해 버리고 말았지만, 뒤늦게 이번 콘텐츠를 떠올렸는지 요림이 뒤로 물러섰다.

        그 대신 냄비의 앞에 선 나는 용금을 뽑아 냄비 속 내용물을 휘젓기 시작했다.

       

        “잘 저으시며, 내용물이 흐물흐물해지기 시작하면 요소크의 유충과 베노지의 체액을 넣습니다.”

       

        “이것인가?”

       

        “네.”

       

        전문가의 지시에 따라 재료를 넣는다.

       

        – ……나, 왜 자꾸 마법약 만드는 마녀가 떠오르는 걸까?

        – 이거 요리 방송 맞죠?

        – 아니…… 저거 요리 재료 맞음?

        – 도대체 그쪽 세계는 어떤 세계이길래, 저딴 재료가 들어가?

       

        “이 요리가 만들어진 차원이…… 어디였더라?”

       

        시청자들의 질문에 나 역시 고개를 갸웃했다.

        요리는 내 관심 분야가 아니었기에, 이런 레시피와 관련된 부분은 딱히 기억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요림이 기억하고 있었다.

       

        “기억하십니까? 원초의 동그라미가 추락했던…….”

       

        “……아아! 그 차원이었구나!”

       

        요림의 말에 떠올릴 수 있었다.

        그 차원이라면, 인간이 이런 재료들을 이용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 ? 

        – 뭔데요? 

        – 우리도 좀 알려 줘요!

        – 설명 좀.

        – ???

        – 뭐임?

        – 갸아아악!

        – 원초의 동그라미는 또 뭐임?

       

        “내가 방문했던 차원 중, ‘원초의 동그라미’라는 이명을 지닌 초월자가 추락한 곳이 있었단다.”

       

        원초의 동그라미.

        우리의 ‘인지’와 ‘상상’이 다다를 수 있는 모든 차원을 통틀어 가장 강하고 높은 자리에 다다른 존재.

        ‘초월자의 초월자’이자, ‘선봉에 선 자’라고 불리는 ’12개의 절대자’중 하나.

       

        “그들은 모든 ‘초월’의 근원이자, 모든 초월자의 선배지. 그리고 ‘우리 우주’ 밖에 존재하는 ‘다른 우주’에서 들어오는 ‘이신(異神)’들을 막는 방어선이기도 하단다.”

       

        그런데 그 절대자들 중 하나인 ‘순환의 절대자’이자, ‘원초의 동그라미’라 불리는 존재가 한 차원에 추락했다.

        그것도 ‘이신’과의 싸움 도중에 말이다.

       

        “이 부분은 너희의 개념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울 테니…… 최대한 간단하게 말해 주마.”

       

        절대자는 일반적인 초월자를 아득히 초월하는 이들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차원을 부수어버릴 수 있다.

       

        – ?

        – ??

        – 그거 일반적인 초월자도 같지 않나요?

        – ㄹㅇㅋㅋ

        – 그보다 이신은 또 뭔가요?

        – 이건 또 무슨 설정임? 

        – ㅋㅋㅋㅋ

        – 드래곤 유니버스가 더 넓어지기 시작한다!!

        – 그럼 라나님도 그 절대자신가요? 전에 엄청 강하다고 하셨잖아요?

       

        “너희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려면 시간이 부족하구나.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설명할 수 있다.”

       

        절대자는 초월자들의 ‘신’과 같은 존재다.

        감히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 있는 이들이 아니다.

       

        “음…… 뭐라고 비유해야 할까…….”

       

        “주인님. 여기서 월계잎을 넣으시면 됩니다.”

       

        “그래.”

       

        요림의 지시대로 내용물을 추가하며, 동시에 적절한 비유를 떠올렸다.

       

        “이를테면, 나는 중간계에 머물기 위해서 나 스스로에게 세 가지의 봉인을 건단다.”

       

        첫 번째 봉인은 내 비늘에 새겨넣은 ‘봉인 술식’이다.

        이것으로 나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초월의 힘을 억누른다.

       

        두 번째 봉인은 내 몸을 둘러싼 ‘용금’이다.

        이것으로 내 몸에서 저절로 흘러나오는 ‘멸천의 독’을 틀어막는다.

       

        세 번째 봉인은 나 스스로에게 건 ‘약속’.

        필요한 상황이 아닐 경우, 결코 힘을 드러내지 않겠다는 자신의 약속으로 나의 힘을 봉인한 것이다.

       

        – 와오

        – 그러니까, 용금 정도의 봉인이 두 개 더 있다는 거죠?

        – 허미

        – 그럼 세 개 다 해제한 적 있으신가요?

        – ㅎㄷㄷ

        – 허미

        – 그럼 지난번에 호주에서는 봉인 몇 개 푸셨어요?

       

        “내가 갓 초월자가 되었을 때는 당연히 봉인이 없었고, 호주에서 아그라다의 주인과 싸울 때는 ‘용금’의 봉인만을 해제했었지.”

       

        그리고 내가 이들에게 해주었던 이야기 중, ‘창조체’와 싸웠을 때는 ‘용금’의 봉인과 ‘술식’의 봉인 두 가지를 해제했다.

        여차할 경우엔 ‘약속’의 봉인까지 해제하고 진정한 전력을 내었겠지.

       

        “그런데 예전에 그 절대자 한 분을 직접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분은 그 몸에 8겹의 봉인을 두르고 계시더구나.”

       

        – ???

        – ?

        – 응?

        – ?

        – ??

        – ?

        – ???

        – ?

       

        채팅창이 순식간에 ‘???’으로 가득 차기 시작한다.

       

        “참고로 그분이 스스로 걸치고 있는 봉인은, 내 용금의 봉인 따위보다 더 고절한 봉인들이었다.”

       

        비유하자면…… 인간의 몸을 최대한 압축해 인간의 손가락만 하게 만드는 봉인이라고 해야 할까? 심지어 그것을 무려 8번 반복하는 것?

        게다가 그 봉인은 하면 할수록 ‘제곱’이 되어, 더욱 강력하게 봉인 대상자를 압박한다.

        그렇게 약화되고 약화되어서야 내 아바타 정도의 힘으로 낮출 수 있었으니…….

       

        – 도대체 그건 무슨 괴물이야?

        – ㅎㄷㄷ

        – 우리 인간은 어찌 살아야 하오?

        – 미친

        – 와. 인간의 삶은 진짜 그냥 허무하다

        – 이게 해탈 아님? 나 인생이 허무해졌어

        – ㅋㅋㅋㅋㅋ

        – 뻥이죠?

       

        “주인님. 다 되었습니다.”

       

        “그래.”

       

        때마침 준비하고 있던 ‘접착제’가 다 완성되었기에, 나는 냄비의 불을 껐다.

        그리고 냄비 속 내용물을 꺼내, 요림이 손질한 고기의 단면에 바른 후 고기끼리 다시 붙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손질한 고기를 접착제로 붙여 다시 커다란 고기로 되돌립니다.”

       

        “그렇구나.”

       

        – 아닠ㅋㅋㅋ

        – 왜 태연하게 요리하시는데욬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남들은 심각한뎈ㅋㅋㅋㅋㅋ

        – 아 몰랑! 난 그냥 치킨이나 시킬래!

        – 치멘!!!

       

        언제나 그렇듯이, 변덕스러운 아이들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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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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