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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9

        만들어낸 ‘접착제’를 이용해, 잘라 낸 고기를 단면끼리 다시 붙인다.

        그렇게 붙인 고기의 덩어리는, 이내 인간들이 말하는 ‘항아리’의 형태가 되었다.

       

        “고기는 준비가 되었으니, 이내 내용물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그래.”

       

        “우선 팔초와…….”

       

        요림의 지시에 따라 재료들을 꺼내 도마에 올려 두었다.

        그리고 손짓으로 용금을 꺼내, 조리실 한쪽에 놓여져 있는 ‘황금빛 조개’를 집어 왔다.

       

        “준비한 재료를 항마금을 녹인 물에 넣어 끓이기 시작합니다.”

       

        콰드득!

       

        나의 조종을 받는 용금이, 거대한 조개의 껍질을 깨부수어 가루로 바꾼다.

        그리고 그 가루와 조갯살, 준비한 재료들을 냄비에 넣고 다시금 끓이기 시작했다.

       

        – 아닠ㅋㅋㅋ

        – 조개 껍질은 왜 넣어욬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육수 우릴려고 조개 껍데기 넣는 것은 봤는데, 가루내서 넣는 것은 또 처음 보넼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왜냐하면 이 요리는 인간이 먹을 수 없는 재료를 먹을 수 있도록 바꾼 요리이기 때문이란다.”

       

        냄비 속 재료들을 휘저으며 시청자들의 의문에 답했다.

        방금 전 하던 이야기를 이어 나갈 시간이군.

       

        “방금 말했듯, 데미스젠티라는 요리는 ‘원초의 동그라미’께서 추락한 차원의 인간이 만들어낸 요리란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원초의 동그라미’는 지성체들이 살아가는 ‘지구’에 추락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분은 그 차원의 ‘중심’에 떨어지셨단다. 너희들이 그나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자면…… 너희들이 말하는 ‘빅뱅이 일어난 장소’라고 해야 할까?”

       

        심지어 ‘원초의 동그라미’는 추락하는 와중에도 자신의 힘을 봉인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가 차원에 들어온 순간부터 그 차원은 산산이 조각나기 시작했다.

       

        “차원이 파괴되는 여파는 너희의 상상보다 끔찍하단다.”

       

        중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시간이 뒤틀리며, 삶과 죽음의 순환마저 끊긴다.

        생명은 ‘늙은 상태’에서 태어나 ‘아기의 모습’으로 되감기며 죽고, 죽은 이후엔 뒤틀린 존재가 되어 시간을 흐르기 시작한다.

        입에 넣은 음식물은 분해되어 양분을 전해주어야 하지만 도리어 생명을 빼앗은 채 몸 밖으로 빠져나간다.

        그야말로 ‘우리 우주의 법칙’이 고장 났다고 해야 할까?

       

        “그때 나는 다른 초월자들과 함께 그 차원을 복구하러 갔었단다.”

       

        ‘시간’의 초월을 각성한 초월자가 뒤틀린 시간의 흐름을 복구하고.

        ‘별’의 초월을 각성한 초월자들은 ‘별의 힘’을 정상으로 되돌린다.

        ‘생명’의 초월을 각성한 초월자들도 삶과 죽음의 순환을 고친다.

       

        “나 역시, 내가 가진 ‘멸천’의 초월로 소멸시켜야 할 필요가 있는 ‘차원 조각’ 자체를 소멸시켰지.”

       

        “육수가 충분히 우러나왔다면, 준비한 고기 안쪽에 넣습니다.”

       

        “그래.”

       

        쭉 우러나온 육수를 고기 안쪽에 채워 넣었다.

        그러자 고기 안쪽에 집어넣은 육수에서 불이 붙더니, 단숨에 오색찬란한 연기를 뿜으며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 허미

        – 뭐임? 왜 불이 붙어?

        – 어어어?

        – ????

        – 읭?

        – 무슨 원리인가요?

       

        “말했지 않더냐. 이 요리가 탄생한 차원은, 기본적인 ‘규칙’이 망가진 차원이었다고.”

       

        물이 타오르고, 타오르는 것은 오히려 얼어붙는다.

        모든 법칙과 원리가 뒤틀린 세상.

       

        “하지만 그런 세상에서도, 생명은 여전히 살아가고 있었지.”

       

        절망만이 남은 세상이었으나, 생명은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그 생명들 중 하나.

        데미스라는 이름을 가진 인간은 뒤틀린 법칙들을 조사해 새로운 공식을 찾아내었고, 그 공식을 바탕으로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요리’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그것이 바로 이 데미스젠티라는 요리다.”

       

        “그렇습니다.”

       

        내 옆에서 나를 도와주던 요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커다란 곰 발바닥으로 고기 항아리의 겉에 육수를 뿌리며, 내 말을 이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 주인님께서 만들고 계신 데미스젠티는 원본의 요리가 아닙니다.”

       

        원본의 데미스젠티는 ‘뒤틀린 법칙’ 아래에서 만들어진 요리다.

        그렇기에 ‘인간에게 해로운 독’과, ‘액체로 불을 붙이기’, ‘얼음으로 가열하기’와 같은…… 인간들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조리가 이루어진다.

        당연히 일반적인 우주에서는 도저히 재현할 수 없는 요리다.

       

        “이 데미스젠티는, 단순히 원본의 맛을 재현한 다른 요리에 불과하죠.”

       

        “그건 몰랐구나.”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라나님도 몰랐던 요리의 정체!

        – 상상도 못 한 정체! ㄴㅇㄱ

        – ㅋㅋㅋㅋㅋ

        – 아닠ㅋㅋㅋㅋㅋ

       

        어쨌든, 요리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전문가인 요림의 지시에 맞춰, 나 역시 조금의 실수 없이 요리를 이어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결과물이 드러나고…….

       

        “검게 그을린 고기가 나온다면, 요리를 성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음…….”

       

        요림의 말을 들은 후, 내 앞에 놓여 ‘요리’를 바라본다.

       

        부글부글…….

       

        “…….”

       

        “…….”

       

        요림의 말대로라면, 내 앞에 놓여 요리는 검게 그을린 채 노릇노릇 익은 고기 요리여야 했다.

        하지만 내 앞에 놓여 것은, 보라색의 점액을 흘리며 흐물흐물 끓고 있는 정체불명의 덩어리였다.

       

        – 뭐지?

        – 읭?

        – 뭐야? 왜 정체불명의 X가 탄생하는데?

        – 포이즌 쿠킹?

        – 와! 나 저거 만화에서 봤어!

       

        “으음…….”

       

        “…….”

       

        나와 요림이 눈살을 찌푸린 채 내가 만들어낸 요리(?)를 바라본다.

        ……내가 어디선가 실수를 했나?

       

        “실수는 없었습니다.”

       

        “그래?”

       

        요림의 말에 나는 다시 한번 더 고개를 갸웃거려야 했다.

       

        “하지만 그렇다면 말이 안 되지 않더냐. 모든 결과를 실수 없이 진행했는데, 나와야 하는 결과 대신 다른 결과가 나오다니?”

       

        나는 실수 없이 데미스젠티의 레시피를 따라 했다.

        심지어 중간중간 요림도 손을 대었다.

        그렇기에 정상적인 데미스젠티가 나왔어야 했으나…… 나온 것은 정체불명의 독극물이었다.

       

        “어째서지?”

       

        – 아닠ㅋㅋㅋ

        – 이건 또 특이하넼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라나님이 사실은 마이너스의 손이었다?

        – ㅋㅋㅋㅋ

       

        ‘ㅋㅋㅋ’으로 가득 차기 시작하는 채팅창을 뒤로한 채, 나는 다시 한번 요림에게 말했다.

       

        “다시 해 보자꾸나.”

       

        “네.”

       

        그렇게 나와 요림은 다시 한번 데미스젠티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이전의 과정을 똑같이 반복하며 요리를 진행한다.

        그리고 나온 결과물은…….

       

        – 읭?

        – 이번엔 멀쩡하네?

        – 뭐임?

        – 얼렝?

       

        “이번엔 성공이로구나.”

       

        “그렇군요.”

       

        요림이 말한 대로, 검게 그을린 고깃덩어리가 튀어나왔다.

        모락모락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것으로 보아서는, 성공적으로 요리가 된 모양이었다.

       

        “그럼, 시식을 해 보시겠습니까?”

       

        “그러지.”

       

        용금을 뽑아 칼과 포크의 형태로 만들었다.

        그리고 고기를 잘랐다.

       

        쩌억!

       

        – 어우

        – 연기봐

        – 와! 무지개 연기!

        – 뭔데 먹음직스러워 보이냨ㅋㅋㅋ

        – 무슨 사이버스러운 음식이로다!

       

        무지갯빛 연기가 잘라 낸 단면 사이에서 피어오른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서 형광빛의 소스가 단면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어디…….”

       

        나는 잘라 낸 고기를 입에 넣고 씹었다.

       

        오도독!

       

        오독!

       

        미노타우로스 특유의 단단한 고기가 입안에서 씹힌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서 느껴지는 것은, 강렬한 폭발의 맛.

       

        퍼어엉!!

       

        – ?

        – ??

        – 뭐임?

        – 왜 입에서 폭발이 일어나?

        – 라나님! 입! 연기!

        – ????

        – ?

       

        “음.”

       

        입에서 피어오르는 잿빛 연기를 뱉어낸다.

        그러고는 요림에게 말했다.

       

        “역시, 네 말대로 특이한 요리로구나.”

       

        만족스러운 맛이었다.

       

        “……주인님.”

       

        “응?”

       

        “데미스젠티는…… 폭발하는 요리가 아닙니다.”

       

        “……응?”

       

        ……요림의 말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나는 요림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요림 역시 입을 벌린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요리가, 본래는 폭발하는 요리가 아니라고?”

       

        “네.”

       

        “……그러면 이 요리는 왜 내 입에서 폭발했지?”

       

        “…….”

       

        나와 요림은 말없이 요리를 바라보았다.

        그러곤 요림이 앞으로 걸어 나오더니, 내가 만든 데미스젠티를 작게 잘라 자기 입에 넣었다.

        그 직후…….

       

        퍼어어엉!!

       

        “컥?!”

       

        쿵!

       

        입안에서 폭발이 일어난 충격에 의해, 요림은 그대로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 아이곸ㅋㅋㅋㅋㅋ

        – 곰 따운! 따운!!

        – 맙소사

        – 왜 라나님 이야기에서 요리하지 말라고 하는지 알겠넼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아닠ㅋㅋㅋㅋ

        – 진짜 마이너스의 손이었엌ㅋㅋㅋㅋ

        – 라나님이 화학무기 만드신다!!!

       

        “…….”

       

        나는 양손을 내려보았다.

        그러고는 바닥에 쓰러진 요림을 바라보고, 다시 내 양손을 바라보았다.

       

        “……다시 한번 더 만들어 보겠다.”

       

        – ㅋㅋㅋㅋㅋ

        – 아직 포기 안하심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ㅋㅋㅋ

        – 이 이상은 희생자만 늘어나요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ㅋㅋㅋㅋ

       

        나를 말리는 시청자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채팅을 무시한 채 다시 한번 요리를 시도했다.

        그리고 그렇게 완성된 데미스젠티를 다시 한번 시식했고…….

       

        번쩍!

       

        – 악!

        – 내 눈!

        – 눈뽕!

        – 갸아아아악!

        – 빛당태!!

       

        “아…….”

       

        나는 발광(發光)하기 시작한 내 아바타를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            *            *

       

       

        멸천룡이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하기 전.

        이현은 의아한 얼굴로 자기 파트너에게 물었다.

       

        “요리하면 안 된다고? 왜?”

       

        “음……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인데 말이지…….”

       

        쩝쩝쩝.

       

        쩝쩝충에 빙의한 채, 생선회를 흡수하다시피 먹는 블레이즈.

        그는 ‘빛으로 데운 사케’를 쭉 들이켠 후 말을 이었다.

       

        “생각해 봐라. 지금 요리하는 존재는, 내 어머니의 아바타지 않냐?”

       

        “그렇지?”

       

        이 드래곤이 당연한 이야기를 하네?

        이현은 참치회를 한 점 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의 아바타는 무엇으로 만들어졌지?”

       

        “그…… 황금?”

       

        정확히는 ‘용금(龍金)’이지만, 어쨌든 겉보기엔 비슷하니까 대충 그런 것으로 치자.

       

        “그래. 용금으로 만들어졌지. 그리고 그 용금은 아버지의 초월 흔적이자, 어머니의 독을 수천 년간 틀어막은 물질이고.”

       

        그렇다면 생각해 보자.

        비록 멸천룡이 최대한 억눌렀다지만, 과연 그녀의 ‘용금으로 빚은 아바타’가 주변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그러니까 네 말은…….”

       

        “당장 나만 하더라도, 내 주변에서는 빛이 없는 경우가 없잖냐?”

       

        ‘빛’과 관련된 초월을 이룬 블레이즈는, 좋든 싫든 어떠한 경우에도 ‘빛’을 두르게 된다.

        그렇기에 그의 주변에선 ‘어둠’이 존재하는 경우가 없고, 그의 존재만으로도 조명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빛’을 볼 수 있게 된다.

       

        “나만 하더라도 이 정도인데, 어머니의 아바타라면? 심지어 어머니의 초월은 ‘멸천의 독’이야.”

       

        그리고 ‘요리’라는 행위는, 그 본질로 들어가면 ‘화학 실험’과 비슷한 면이 존재한다.

        또한 ‘독’을 제조, 해독, 변형시키는 등의 일과 ‘화학 실험’ 역시 상통하는 면이 존재한다.

        즉…….

       

        “요리라는 행위를 통해, 어머니의 용금에 흡수된 ‘독’의 초월이 어떻게든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비록 멸천룡의 초월은 ‘멸천’이라고는 하지만 그 형태는 어디까지나 ‘독’의 형태로 나온다.

        그렇기에 ‘멸천’의 힘은 아니더라도, 어쨌든 멸천룡이 손대는 ‘요리’는 무조건 ‘독’의 영향을 받게 된다.

       

        “그거…… 마이너스의 손 수준을 벗어나지 않냐?”

       

        “뭐, 어디까지나 내 추측일 뿐이니까. 혹시 모르지. 뜻밖에 어머니가 요리를 잘하실 수도 있고 말이야.”

       

        하지만 블레이즈의 추측은 그대로 들어맞았고.

        그날의 요리 방송은 멸천룡에게 또 하나의 ‘흑역사’를 추가하며 끝나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요리를 하면 무조건 ‘랜덤 독 속성’이 붙는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포이즌 쿠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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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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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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