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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5

        궁전의 내부를 걷는다.

        갸르츠와 울페, 그리고 블레이즈는 건물 밖에 남았다.

        궁전을 향해 수많은 군세가 몰려오고 있었기에, 그들을 대상으로 몸을 풀 계획이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 힘쓰는 사람들 다 밖에 있는데, 왜 걱정이 안 되지?

        – ㅋㅋㅋㅋㅋㅋ

        – 이현님! 백익룡 없어도 되나요?

        – ㅋㅋㅋ

        – ㅋㅋㅋㅋㅋ

        – 걱정이 안 되네

        – 사실상 여기 제일 무시무시한 분이 계셔서 그런가?

       

        척! 척! 척!

       

        궁전의 길을 따라 걸어가니, 우리의 앞으로 또 다른 오토마톤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밖에서 보았던 오토마톤들과는 달리, 무언가 좀 더 두툼한 형태를 한 개체들이었다.

        만약 저 몸체가 무기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면, 좀 더 ‘먹음직’한 형태였겠지.

       

        – 아닠ㅋㅋㅋㅋ

        – 먹음직이라눀ㅋㅋㅋㅋ

        – 헉!

        – 라나님이 우릴 먹음직스럽게 보고 있어!

        – ㅎㄷㄷ

        – 라나님은 인간 잡아드신적 있나요?

       

        “음…… 딱히 인간과 같은 지성체를 잡아먹은 적은 거의 없구나.”

       

        잡아먹은 적이 아주 없다고는 못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인간형’ 동물은 내가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다.

       

        “비린 맛이 너무 강해서…….”

       

        –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그게 무슨ㅋㅋㅋㅋㅋㅋ

       

        채팅창이 ‘ㅋㅋㅋ’으로 가득 차기 시작한다.

        뒤늦게 시청자들이 뭔가를 오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나는 변명하듯 말을 이어 나갔다.

       

        “딱히 맛 때문만은 아니란다. 고기의 양 때문이기도 하지.”

       

        전에도 말했지만, 드래곤이라는 생물은 연비가 매우 나쁜 생물이다.

        그렇기에 드래곤은 일정 크기 이상의 사냥감을 주로 사냥한다.

        그래야만 최소한의 힘으로 가장 큰 에너지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로 따지자면, 인간과 같은 작은 생물들은 사냥하는 데 들이는 노력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열량이…….”

       

        – ㅋㅋㅋㅋㅋㅋ

        – 앜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이 이야기 전에 들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ㅋㅋㅋㅋㅋㅋ

        – 아! ㄹㅇㅋㅋ만 치라고!

        – ㅋㅋㅋㅋ

        – ㄹㅇㅋㅋ

       

        챙! 챙! 챙!

       

        내가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사이, 우리의 앞을 막아섰던 오토마톤들이 모두 쓰러졌다.

        오토마톤들을 무너뜨린 것은, 이곳으로 걸어오는 과정에서 내가 만들어낸 ‘금속 인형’들이었다.

        블레이즈가 부수어 버린 궁전의 정문에서 뽑아낸 금속으로 만든 인형들이 제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흠.”

       

        휘리릭!

       

        철그럭!

       

        이어서 내가 손짓하자, 쓰러졌던 오토마톤에게서 금속이 뽑혀 나온다.

        그리고 그 금속들이 모여들어 새로운 인형병으로 재탄생했다.

       

        “그럼, 계속 가 볼까?”

       

        – 어우

        – 무슨 네크로맨서인가?

        – 언데드 대신 강철 군단 이끄시는 라나님!

        – 드래곤님이 군단 이끄신다!!

        –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우리는 거침없이 궁전 내부를 진격해 나아갔다.

        앞을 가로막는 오토마톤들은 나의 금속 인형들에 의해 무너졌고, 결국엔 새로운 인형이 되어 나의 군세에 더해진다.

        때로는 함정이 우리를 가로막고 있기도 했으나, 앞세운 인형병들이 가장 먼저 함정을 파악해 주었기에 우리는 안전히 지나갈 수 있었다.

       

        – 와. 끝내주네

        – 방송 하지 마시고 그냥 헌터 되시는 거 어떠세요?

        – 그냥 일인 군단이네

        – 금속이 대신 싸워줘, 함정도 찾아줘, 탱커해 줘….

        – 나도 저런 능력 있었으면….

       

        “어디 보자…….”

       

        날붙이가 빼곡히 붙어 있는 구덩이 함정.

        그 함정을 ‘금속으로 만든 다리’로 연결해 건넌 우리의 앞.

       

        “어딘가 화려한 외형이로구나.”

       

        “주인님의 위엄에 비하면 하찮을 뿐입니다.”

       

        “…….”

       

        “…….”

       

        이현과 협회원이 기이한 눈빛으로 자예를 바라보는 것이 보였다.

        ……자예가 또 이상한 소리를 한 모양이다.

       

        “이현아. 너는 이 문이 어떻게 보이더냐?”

       

        “음. 역시 보스 룸이겠죠?”

       

        – 딱 봐도 보스 룸같이 생기긴 함

        – 거참 삐까번쩍하게 생겼네

        – ㅋㅋㅋㅋㅋ

        – 보스 룸인데요?

        – 앞구르기 하고 뒷구르기 해서 봐도 보스 룸임

       

        이현과 시청자들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던 참이었다.

       

        다만 나는 문의 화려함 때문에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니었다.

        이곳이 이 궁전이라는 구조물의 꼭대기였고, 이 문 너머에 자리 잡은 커다란 존재 때문이었다.

        저 존재감으로 보건대, 아마 이 안에 있는 존재가 이 게이트의 보스일 것이다.

       

        “열어 보자꾸나.”

       

        철컥! 철컥!

       

        끼이이이익!!

       

        나의 명령과 함께, 나의 금속 인형들이 일제히 문에 달라붙었다.

        녹슨 금속의 소리와 함께 커다란 문이 열리고, 그 안으로 어둠에 감싸인 공간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물론 이곳에서 어둠 따위에 시야를 방해받는 존재는 없었다.

       

        – 뭐가 있나요?

        – 안 보여!

        – 불켜 주세요!

        – 갸아아악!

        – ㅋㅋㅋㅋㅋㅋㅋ

        – 어우. 진짜 어둡네

       

        “아.”

       

        ……시청자들을 빼면 말이다.

       

        “자예야.”

       

        “……네.”

       

        내 명령에 인상을 살풋 찡그린 자예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그녀의 요술과 함께, 어두운 공간 안쪽에서 여러 개의 ‘여우불’이 타오르며 환하게 밝아지기 시작했다.

       

        – 오오오오

        – 뭐야?

        – 오! 톱니바퀴!

        – 캬아아!!

        – 저거 태엽인가?

       

        공간의 내부는 조금 독특한 구조였다.

        벽면과 천장에서는 각양각색의 톱니바퀴들이 계속 돌아가고 있었고, 그 톱니바퀴의 사이에서는 특이한 형태의 열쇠가 돌아가고 있었다.

        아마도 저 열쇠들이 톱니바퀴를 돌리는 동력원이겠지.

       

        그 톱니바퀴의 앞에는 특이한 장치가 존재하고 있었고, 그 장치의 안쪽에서는 화려한 외형의 오토마톤들이 거치된 채 에너지를 충전 받고 있었다.

        다만 그 에너지원은 ‘마나’나 ‘전기’가 아닌, ‘태엽’을 이용한 에너지원이었다.

        톱니바퀴의 힘으로 태엽을 감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오토마톤들의 한가운데.

        인간들의 ‘왕좌’와 닮은 형태를 가진 의자의 앞에 위치해 있는, 가장 화려한 외형을 가진 커다란 오토마톤.

        정황상 이 게이트에 존재하는 모든 오토마톤들의 대장임이 분명한 오토마톤.

       

        우우우웅!!

       

        “헉?!”

       

        “어우.”

       

        그 대장 오토마톤에게서 붉은 안광이 피어오른다.

        대장 오토마톤은 육중한 몸을 일으킨 채, 한 손에는 커다란 몽둥이를 들어 우리를 겨누었다.

       

        = 침입자 발견.

       

        = 최후 방어선 형성.

       

        = 침입자 배제.

       

        철컥! 철컥! 철컥!

       

        우우우우웅!!

       

        이어서 다른 충전 장치에 몸을 거치하고 있던 다른 오토마톤들도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전에 만난 다른 오토마톤들과는 달리, 지금, 이곳에 있는 오토마톤들은 그 움직임부터가 달랐다.

       

        “아무래도 최고 사양인 모양인데요?”

       

        “그렇구나.”

       

        아마 이들은 이곳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일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지키는 것은 아마…….

       

        “흠.”

       

        나의 시선이 ‘대장 오토마톤’의 뒤쪽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 두터운 먼지를 뒤집어쓴 채 놓여져 있는 ‘금속 케이스’를 바라보았다.

       

        “저건 관인 것 같은데요?”

       

        “관?”

       

        ……아! 인간들이 죽은 동족의 시체를 담을 때 사용하는 보관함을 뜻하는 단어였던가?

        천룡안으로 금속 케이스의 내부를 확인해 보자, 확실히 인간의 유해로 보이는 잔해가 보였다.

        저것은 어떤 인간의 ‘관’이 맞는 모양이었다.

       

        = 침입자 배제. 침입자 배제.

       

        = 황제 폐하를 위하여.

       

        쿵! 쿵! 쿵!

       

        우리가 공간을 살피는 사이에도 오토마톤들은 우리를 향해 적의를 드러내고 있었다.

        육중한 몸을 앞세워 우리에게 무기를 겨눈다.

        그리고 가장 앞에 선 금속 인형과 병정 오토마톤이 부딪치는 것을 시작으로, 마침내 싸움이 시작되었다.

       

        콰앙!

       

        쾅!

       

        쿠과광!

       

        확실히 이곳에 있는 오토마톤들은 그 수준이 달랐다.

        이전까지 보았던 오토마톤들은 숫자로 압박할 경우에는 여지없이 쓰러졌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오토마톤들은 단순히 숫자만으로는 압박할 수 없었다.

       

        숫자의 강력함은, 어디까지나 상대가 ‘방어력이 형편없다’라는 것을 전제로 한 강력함이다.

        인간들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눈먼 칼에 상처를 입는다’라고 할 수 있을까?

       

        인간은 아무리 강력한 힘과 속도를 가지고 있더라도, 날붙이나 발톱에 목이 끊어지면 죽는다.

        심장이 꿰뚫려도 죽고, 피를 많이 흘려도 죽는다.

       

        하지만 ‘로봇’은 어떨까?

        그들은 어지간한 날붙이나 발톱 따위론 상처를 입지 않고, 심지어 지치지도 않는다.

        그런 이들에게 숫자는 아무런 의미가 되지 않는다.

        아무리 공격해 봐야 데미지를 입힐 수 없다면, 그것은 그저 무의미한 희생에 불과할 테니까.

       

        지금 내 ‘금속 인형’들과 ‘오토마톤’간의 싸움이 딱 그런 양상이었다.

        나의 금속 인형들이 아무리 공격한들, 저 오토마톤들은 내 인형들의 공격을 가볍게 받아 내거나 피해내는 것이다.

        심지어 그런 상황에서도 내 금속 인형들을 착실하게 부수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 금속 인형은 ‘부서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부서지는 족족 내가 다시 복구해서 일으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챙! 채챙!

       

        콰아앙!!

       

        콰득!

       

        이쪽에서는 저쪽에 제대로 된 피해를 주지 못하고 있고, 저쪽은 이쪽을 확실하게 쓰러뜨릴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제대로 된 승패가 나지 않을 것이다.

       

        쿠웅! 쿠웅!

       

        “흠.”

       

        그렇기에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대장’이 앞으로 나선 순간, 나 역시 앞으로 나섰다.

        수하들로 결판이 나지 않는다면, 남는 변수는 대장이기 때문이었다.

       

        = 침입자 배제.

       

        부우우웅!!

       

        앞으로 나선 나를 향해, 대장 오토마톤의 커다란 몽둥이가 휘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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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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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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