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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9

        초목룡(礎木龍) 아르나 헤니시아.

       

        내가 그 아이의 어머니지만, 사실 나는 내 아이들의 초월에 대해 그렇게 잘 알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내가 고향 차원을 찾아 떠난 이후에야 아이들이 초월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내가 알고 있는 아이들에 관한 정보는, 어디까지나 아이들과 재회했을 때 들었던 정보에 한정된다.

        당연히 아이들도 나에게 숨기는 능력이 있을 것이고, 나 역시 그 부분을 감안하고 있다.

       

        ‘아, 벨제투스는 나에게 전부 밝혔으려나?’

       

        그 아이는 나를 과하게 믿는 경향이 있으니까.

        인간들은 이런 것을 보고 ‘마마보이’라고 하던가?

        ……조금 다르려나?

       

        어쨌든 나는 헤니시아의 초월에 대해 잘 모른다.

        하지만 헤니시아가 낳은 무정란에 대해서라면, 조금 알고 있다.

       

        “알을 꺼내오거라.”

       

        “네.”

       

        끙차!

       

        영차영차!

       

        나의 명령에, 내 권속들이 헤니시아의 무정란 하나를 굴려오기 시작했다.

        현재 인간의 모습을 하는 내 아바타보다도 더 커다란 부피를 차지하는 헤니시아의 무정란.

       

        “덫은 준비되었느냐?”

       

        “네.”

       

        “잘했다.”

       

        권속들의 수고를 치하해 준 후, 나는 그들을 향해 선언했다.

       

        “알을 깨거라.”

       

        “네!”

       

        콰직!

       

        나의 말에 망설임 없이 헤니시아의 무정란을 깨버리는 권속들.

        초월자가 낳은 알답게, 알껍데기는 어지간한 충격으로는 깨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했다.

        물론 내 권속들은 깨버렸지만 말이다.

       

        알이 깨지고, 그 안에 들어 있던 내용물이 밖으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차가운 한파가 몰아치는 이 주변에 ‘상큼한 향기’가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아까 말했듯, 헤니시아는 ‘초목(礎木)’의 초월을 이루어낸 아이다.

        그 능력에 의해 ‘나무’를 다루는 능력을 선보이지만, 그 본질은 단순히 ‘나무’를 조종하는 것 정도가 아니다.

       

        ‘초목(礎木)’에서 말하는 ‘초(礎)’는 ‘주춧돌’을 의미한다.

        그리고 뒤에 오는 ‘목(木)’은 ‘나무’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좀 더 나아가면 ‘자연’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 헤니시아가 가진 초월의 본질은 자연을 키워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헤니시아의 본체를 보면, 그 아이의 등에는 작은 숲이 형성되어 있지 않던가?

        심지어 그 숲에는 숲 나름의 생태계까지 형성되어 있고 말이다.

       

        그렇기에 나무를 조종하는 능력은 어디까지나 부산물에 불과하다.

        헤니시아가 마음만 먹는다면 황무지에 불과한 곳을 하루아침에 숲으로 바꿔 버릴 수 있고, 또 생명체가 살아갈 수 없는 행성을 단숨에 테라포밍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그 아이가 낳은 무정란에도 그 초월이 깃들어 있지.’

       

        ‘알’이라고는 하지만 ‘알(卵)’이라기보다는 ‘열매(果)’에 더 가까운 헤니시아의 무정란.

        ‘알껍데기’ 안에 갇혀 있었던 속 내용물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필멸자들의 세상에선 찾아볼 수 없는 ‘신과(神果)’의 과즙이 그 영험한 향기를 주변으로 퍼뜨린다.

        필멸자들은 이 향기를 맡는 것만으로도 식욕에 사로잡히고, 이 과즙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칼로리와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겠지.

       

        ‘물론 그 전에 죽을 가능성이 크겠지만…….’

       

        참고로 헤니시아의 무정란을 이용한 방송 콘텐츠가 불가능한 이유가 바로 저것이었다.

        분명 인간에게 엄청 뛰어난 영약인 것은 분명한데, 정작 인간이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효과가 과하다나?

       

        “쩝.”

       

        입맛을 쩝쩝 다시는 사이.

        사방으로 퍼져나간 무정란의 향기를 맡은 생명체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크워어어어어어!!

       

        캬르르륵!!

       

        키륵키륵!

       

        시베리아라는 지역에 살아가고 있던 수많은 짐승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중에선 인간들이 ‘몬스터’라고 부르는 종류도 있었으나, 우리 처지에서는 전부 ‘짐승’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것도 ‘미끼’에 이끌려 온 짐승(사냥감) 말이다.

       

        철컥!

       

        우우우웅!!

       

        내 권속들이 설치한 덫이 발동되며, 미끼에 이끌려온 짐승들이 붙잡히기 시작했다.

        미끼가 좋다 보니, 짐승들이 잘 잡힌다.

       

        그렇게 짐승들을 사로잡는 것은 권속들에게 맡긴 채, 나는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짐승들 중 먹을 수 있는 몇 마리를 도축해 고기를 구하고, 그것을 요리사들이 바로 요리한다.

        그렇게 요리된 음식이 나와 내 권속들에게 전달되었다.

       

        “옴뇸뇸…….”

       

        = 와. 넌 군대 있을 때도 솜씨가 장난 아니었는데, 제대하니까 완전히 날아다닌다?

       

        = 크릉! 그게 무슨 개소리냐?

       

        = 나 갯과다. 왈왈!!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는 충분한 숫자의 짐승들을 사로잡았다는 판단하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그럼, 사로잡은 짐승들을 보자꾸나.”

       

        “네.”

       

        시베리아라는 혹한의 환경에서 적응, 진화한 짐승들이 덫에 걸린 채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그중에선 덫에 걸렸다는 것을 깨닫고 발버둥 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덫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정란의 향기에 취해 정신을 못 차리는 것들도 있었다.

       

        “정신을 못 차리는 것들은 따로 처리하거라.”

       

        = 명령에 따릅니다!

       

        대부분의 짐승들이 사라진다.

        그리고 남은 것은, 위기의 상황에서 향기의 매혹을 이겨 낸 짐승들.

        이 시베리아라는 지역에서 최상위 포식자의 역할을 맡아온 것들이다.

       

        ‘내 눈에 차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나는 남아 있는 짐승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아이들에게 동의를 구하고, 동의한 이들에겐 헤니시아의 무정란을 먹이거라.”

       

        “네.”

       

        짐승들과 대화가 가능한 재주를 가진 권속들이 그들에게 ‘계약’을 제안한다.

        내가 그들에게 제안하는 ‘계약’은 간단하다.

       

        그들은 나의 ‘가축’이 되어, 내가 지정한 영역을 관리한다.

        그 대가로 나는 그들에게 ‘관리’에 필요한 힘을 준다.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좀 더 달라지지만, 요점은 저것이다.

        그리고 그런 계약의 내용을 ‘이해’하게 된 짐승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갈렸다.

       

        크르릉!!

       

        거부하거나.

       

        끼잉…….

       

        눈치를 보거나.

       

        거부하는 아이들은 무리를 짓지 않는 동물이고, 눈치를 보는 동물은 최상위 포식자가 아니거나 무리의 개념을 아는 이들이겠지.

        아니면 적어도 같은 동족끼리 서열을 정하는 특성이 있거나.

       

        “거절한 아이들은 경고한 후 풀어 주거라.”

       

        “네.”

       

        계약에 생각이 없는 이들은 필요 없다.

        물론 필요 없다고 해서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기에, 이 근처에 얼씬거리지 말라는 경고와 함께 풀어 주었다.

       

        ‘다 잡아먹을 것도 아닌데, 전부 죽일 필요는 없지.’

       

        물론 내 경고를 무시하고 이 근처에 침입한다면, 그때는 죽일 것이다.

        이미 죽인다고 경고했는데, 내 말을 무시했으면 그 정도는 각오해야지.

       

        그렇게 거절을 선택한 이들이 떠나갔다.

        남은 이들은, 아직 거절을 선택하지 않은 이들이다.

        즉…….

       

        ‘거절도 안 했지만, 동의도 하지 않은 아이들이지.’

       

        내가 줄 수 있는 ‘힘’에 관심은 있으나, 그것이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지 안 될지 알 수 없기에 선택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는 이들.

        나는 그런 짐승들 앞에 무정란을 보여 주었다.

       

        “동의하는 이들에겐, 이것을 준다고 하거라.”

       

        캬릉! 캬릉!

       

        컹컹컹!

       

        이미 향기만으로도 그 효능을 본능적으로 알아채고 있는 ‘무정란’을 준다고 하니, 남아 있는 짐승들은 모두 나의 ‘가축’이 되기로 했다.

        나는 내 가축이 될 짐승들에게 무정란의 ‘흰자’를 조금씩 나누어 주도록 지시했다.

       

        할짝!

       

        과일의 과즙에 가까운 흰자를 핥는 짐승들.

        헤니시아의 초월이 깃들어 있는 흰자를 걸신들린 듯 핥아먹던 짐승들이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한다.

       

        캬르르르르르…….

       

        캬가가가각!!

       

        본디 큰 힘에는 큰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헤니시아의 초월이 깃들어 있는 알을, 비록 미량이나마 섭취한 상황.

        당연히 필멸자의 육체로는 그 힘을 버틸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쩌저적!

       

        스슥!

       

        짐승들의 몸에서 식물의 줄기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본래의 육체를 거름으로 삼아, 쑥쑥 자라난 줄기가 허공에서 서로 얽히기 시작했다.

       

        “자예.”

       

        “네.”

       

        내 지시에, 자예가 무정란의 ‘노른자’를 꺼내 조각낸다.

        그리고 그렇게 조각낸 노른자를 각 짐승의 시체 위에 뿌렸다.

       

        드드드드드드드-!!

       

        ‘노른자’라는 최고의 ‘거름’을 받아 든 ‘줄기’가 빠른 속도로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허공에서 얽히고, 일정한 형태를 만들었다.

        그 형태는 짐승이었던 그들의 본래 형태!

       

        쿵!

       

        쿵!

       

        “흠.”

       

        결과적으로 짐승들의 외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들의 본래의 형태를 거의 유지했다.

        다만…… 그 내부는 전혀 달랐다.

       

        생물학적으로 ‘동물’에 가까웠던 그들은, 이젠 ‘식물’에 더 가까워진 신체 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전부 헤니시아의 초월이 깃든 무정란을 섭취했고, 그 힘을 버텨 내지 못한 까이다.

        필멸자의 신체가 무정란의 에너지를 버텨 내지 못했기에, 그 에너지를 잘 소화할 수 있는 ‘식물형’의 신체로 재구성한 것이다.

       

        “딱 가축으로 적당한 짐승들입니다.”

       

        “음.”

       

        자예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짐승들에게 줄 힘은 딱히 ‘헤니시아의 무정란’이 아니어도 되었다.

        그냥 내 힘이 담긴 용금을 주어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직접 ‘용금’을 사용해 ‘힘’을 준다는 것은, 그 대상을 나의 ‘권속’으로 삼는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나는 어중이떠중이를 내 권속으로 삼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헤니시아가 버린 무정란의 에너지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 이들이라니…….’

       

        나름 예상은 했지만, 그대로 아쉽다.

        입맛을 쩝쩝 다시고 있을 때였다.

       

        크르르르르…….

       

        쿵!

       

        “음?”

       

        식물형 몸체로 새롭게 탄생하는 짐승들의 사이.

        거대한 북극곰의 형태를 가진 짐승이, 온몸에 식물의 줄기를 주렁주렁 매단 채 신음을 흘리는 모습이 보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과연 드래곤님은 무엇을 하시려는 걸까요?

    내일 이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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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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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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