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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2

        얼음낚시를 계획한 우리는 생각지 못한 복병과 마주쳤다.

       

        “없음. 호수. 낚시. 불가.”

       

        “음…….”

       

        근처를 정찰하고 돌아온 권속의 보고에,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내가 캠핑장을 건설한 이곳 근처에 얼음낚시를 할 수 있는 적당한 공간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좀 더 멀리 나가면 되겠지.”

       

        물론 저 ‘근처’라는 범위는, 어디까지나 ‘인간’의 기준일 때의 ‘근처’였다.

        드래곤인 나와 인간이 아닌 내 권속들의 기준의 ‘근처’는 좀 더 범위가 넓다.

       

        그러면 왜 인간 기준으로 캠핑장의 근처를 확인했는지 궁금할 수 있겠다.

        그것은 이 캠핑장은 언젠가 방송 콘텐츠로 활용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시간 여유가 생긴 김에 충동적으로 만들게 된 캠핑장이지만, 이렇게 잘 만들어진(?) 캠핑장을 그냥 즐기는 데에만 사용하기엔 무언가가 아쉬웠다.

        그러니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내가 만들어낸 이 캠핑장을 활용한 콘텐츠를 만들어볼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당장 떠오르는 것이라면…… 역시 인간들을 내 캠핑장에 초대하는 것이겠지.

       

        ‘다들 감탄하려나?’

       

        놀라는 시청자들의 모습이 상상된다.

       

        어쨌든 그런 계획을 구상 중이었기에, 캠핑장 주변을 정찰하는 권속들에겐 ‘인간’ 기준의 범위를 먼저 정찰하라고 지시했다.

        만약 인간들을 내 캠핑장에 초대하는 콘텐츠를 진행했을 때, 이곳에 놀러 온 인간들이 즐길 수 있는 유흥거리도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내가 알기로, ‘낚시’는 인간들도 즐기는 유흥거리라고 알고 있었고 말이다.

       

        ‘낚시랑 사냥이랑 무슨 차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지…….’

       

        그냥 단순히 사냥감을 살려서 잡는 것을 제외하면, 크게 차이가 없지 않나?

        사냥을 즐기지 않는 나로서는, 사냥을 즐기는 동물의 심리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마치 인간이 가축들의 심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생각해 보니, 고양이라는 동물도 사냥을 즐기지 않던가?’

       

        그렇다면 인간은 고양이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내가 그런 잡생각을 떠올리고 있을 때.

        각자가 만든 낚싯대를 높이 치켜든 내 권속들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낚시다!”

       

        = 동고레의 시간이다!

       

        “아이피셔의 의식을 치르자!!”

       

        “……하! 그래. 그냥 니들 마음대로 불러라.”

       

        간만에 행하는 ‘외부 나들이’에 흥분했는지, 권속들의 사기가 매우 높았다.

        마나는 사기가 높아진 권속들을 데리고 캠핑장을 나섰다.

       

        “캠핑장 경계는 맡기마.”

       

        크우우~!

       

        가축들에게 캠핑장 경비를 맡긴 우리는 빠르게 숲속을 달리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지성체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시베리아의 눈 덮인 숲속.

        간간이 짐승들이 다니며 생겨난 길 이외엔 길 다운 길이 보이지 않는 곳.

        인간들이라면 이런 숲속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이 아니다.

       

        쾅!

       

        콰직!

       

        쿠과광!

       

        = 낚시다!!

       

        “낚시! 기대! 전진!”

       

        더군다나 내 권속들은 간만의 유흥에 사기가 드높은 상태이기까지 했다.

        겨우 나무와 눈 정도로 이런 권속들의 전진을 막을 수는 없었다.

       

        힘이 센 권속들이 앞장서서 길을 만드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내 옆에서 달리고 있는 자예에게 물었다.

       

        “자예야.”

       

        “네.”

       

        “너는 낚싯대가 필요 없더냐?”

       

        다른 이들은 낚시를 기대하며 낚싯대를 하나씩 만들었는데, 자예는 낚싯대를 만들지 않았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제 의무는 주인님을 보필하는 것입니다.”

       

        “음…….”

       

        자예의 대답에, 나는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려던 의문을 집어넣었다.

       

        ‘나는 보살핌이 필요 없다고 하면…… 삐지겠지?’

       

        예전에 이렇게 대답했다가 삐진 자예를 여러 번 달래준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난 진짜 보필이 필요 없는데?

       

        ‘뭐, 그렇게 따지면 기사단도…….’

       

        애초에 ‘멸천’의 초월을 이룬 내가 위험할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냉정히 말해서, 내 기사단들은 위기 상황이 벌어지면 나를 지키는 것이 아닌, 나에게 살려달라고 외쳐야 하는 이들이다.

        마찬가지로, 애초에 무리를 짓지 않는 나에겐 그 어떤 보필이 필요 없다.

       

        ‘……생각만 하자.’

       

        아이들이 삐지면 달래기가 너무 어려우니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나를 어깨에 지고 움직이던 권속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우어어어어엉!!!

       

        “??”

       

        머리를 쓰다듬으니, 날 태운 권속의 사기가 더욱 상승했다.

        뭐지?

       

       

        *            *            *

       

       

        콰드득!

       

        허공에 나 있는 균열이 벌어진다.

        그리고 그 벌어진 균열 안에서부터 새하얀 손뼈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 크흐흐……. 드디어 중간계로 나왔구나…….

       

        카드득!

       

        끼릭!

       

        그것은 죽음의 힘을 흩뿌리는 존재.

        인간의 마법사가 죽음을 거스른 존재.

        이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에서 건너온 사악하고 강력한 마법사.

       

        전신이 백골이 된 마법사가 새하얀 숲 한가운데에 발을 내디뎠다.

       

        = 가증스러운 신의 힘이 느껴지지 않는구나.

       

        그는 게이트에서 나오자마자 이 세상에 ‘신’의 존재가 없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이렇게 ‘신성’이 느껴지지 않는데, 어떻게 이 세상에 신이 존재할 수 있겠는가?

       

        = 큭큭큭. 좋아. 아~주 좋아.

       

        스스스스…….

       

        그의 백골에서부터 죽음의 힘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와 계약한 ‘마신’에게서 받은 ‘죽은 자의 힘’이었다.

        그 힘의 영향을 받은 땅이 검에 죽어 가기 시작했고, 이어서 땅속 깊은 곳에 묻혀 있던 유골이 거짓된 생명을 얻어 일어나기 시작했다.

       

        팍!

       

        키기기긱!

       

        캬르르륵!

       

        = 이곳에서, 나만을 위한 죽음의 왕국을 세우겠다!

       

        그는 한 세상을 멸망으로 이끌 ‘뻔’했던 리치.

        신들의 방해만 없었다면, 정말로 하나의 대륙을 언데드로 가득 채울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자.

       

        = 죽음의 군주, 리펠리온의 이름이 세상에 울려 퍼지리라!!

       

        리치 리펠리온이 크게 광소했다.

        ……아주 잠깐만 말이다.

       

        = ……뭐야.

       

        리치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자신이 만들어낸 ‘언데드 군세’를 확인하곤 얼굴을 찌푸…… 릴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그에겐 표정을 지을 ‘얼굴’이 없으니까!

       

        어쨌든 마음속으로 얼굴을 찌푸린 그가 주위를 휙휙 둘러보았다.

       

        = 뭐야. 진짜로 이게 전부라고?!

       

        달깍?

       

        키르륵!

       

        그의 마법에 의해 몸을 일으킨 언데드는 겨우 스켈레톤 30여 마리.

        심지어 그것들도 ‘짐승’이 전부였고, 그 상태도 매우 좋지 않았다.

        거의 화석이 되다 만 느낌이랄까?

       

        = 이, 이게 무슨?!

       

        강력한 죽음의 군세를 기대했었던 리치였으나, 안타깝게도 그의 바람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

        그가 모습을 드러낸 곳은 지구상에서도 극한지로 취급받는 ‘시베리아의 한복판’이었다.

        게이트가 나타나기 전에도 툭하면 조난자가 발생하는 곳이 바로 시베리아 숲이었는데, 시베리아 횡단 열차도 끊긴 현재의 시베리아 지역은 그야말로 불모지 중의 불모지였다.

        그리고 이런 장소에서 제대로 된 시체를 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 아이 씨.

       

        생각지도 못한 사태에 리치가 머리를 부여잡았다.

        설마 시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나타날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 시체. 신선한 시체가 필요해…….

       

        그가 두 눈을 번뜩였다.

       

        = 신선한 시체를, 강인한 생명체를 찾아라! 찾아서 나에게 알려라!

       

        키르륵!

       

        캬륵!

       

        리치의 명령에, 그가 만들어낸 30여 구의 스켈레톤들이 눈 덮인 숲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 세계의 몬스터들이 얼마나 강할지는 모르겠으나, 제대로 된 전력이 되지 않더라도 정찰 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만들었던 모든 스켈레톤들을 정찰 보내고.

        리치는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 설원인가?

       

        하필이면 이런 곳이라니.

        만약 신들이 존재하는 무시무시한 세상이었다면 나쁘지 않았겠으나, 신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는 거추장스럽기만 한 장소였다.

        왜냐하면 신선한 시체를 구하기 힘든 장소니까.

       

        = 신이 없는 세상 따위, 나에겐 별것도 아니지.

       

        사악한 미소를 짓던 리치가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스켈레톤들에게 정찰을 맡겼으나, 그 허접한 스켈레톤들에게만 모든 것을 맡길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리치 역시 주변을 둘러보기로 한 것이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지나가고.

        발이 푹푹 빠지는 눈 위를 지나가길 한참.

       

        = 어두워졌군.

       

        밤하늘에서 유일하게 빛을 내뿜는 하나의 달을 올려다보던 리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 여긴 어디야…….

       

        웅성웅성!

       

        = ……응?

       

        그 순간 어디선가 인기척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많은 인원들이 떠드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던 것이다.

       

        가까운 곳에서 들리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먼 곳에서 들리는 것도 아니었다.

        서둘러 움직인다면, 이 소리의 진원지를 확인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 하하하! 이곳에서 인간들을 발견한 것인가?

       

        설마 이런 오지 한가운데에서 인간들의 마을을 발견할 줄은 몰랐지만…… 아무렴 어떤가?

        아직 ‘인간들의 마을’이라고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많은 숫자의 인간들이 웅성대는 곳은 ‘마을’, 아니면 ‘군대’뿐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면서 인간들끼리 싸우는 흔적은 본 적이 없으니, 십중팔구 인간들의 마을이 분명하겠지.

       

        = 운이 좋군!

       

        리치가 희희낙락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머릿속에선, 인간들의 마을을 습격해 인간들을 죽이고, 그 시체로 강력한 언데드를 만드는 상상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 우선 좀비를? 아니야. 그보다는 몬스터의 시체까지 구해서…….

       

        김칫국을 항아리째로 퍼마시는 리치.

        마침내 그는 인기척이 울려 퍼지는 곳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리고…….

       

        = 으하하하하하!! 인간들이여! 죽어 줘야겠…….

       

        양손에 죽음 마법을 시전하며 뛰쳐나온 리치의 몸이 우뚝 굳어졌다.

       

        = 앙?

       

        “내가 잡은 물고기가 더 큰…… 뭐야?

       

        “읭? 저건 뭐지?”

       

        도대체 왜 몰랐을까 싶을 정도로, 하나 같이 흉악한 존재감을 가진 이들이 얼음 호숫가의 근처에 모여 있었다.

        얼음낚시를 즐기고 있었던 듯, 모두가 낚싯대를 든 채 구멍 뚫린 얼음의 위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로 뛰쳐나간 X신이 여기 있고 말이다.

       

        = ……딸꾹!

       

        순식간에 자신이 X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리치.

        그의 시선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쭈~욱 돌아가고…….

       

        = ……아이고! 실례했습니다! 계속 하던 일 하십시오!

       

        리치는 빠르게 고개를 박은 후 뒤로 돌았다.

        ……그리고 냅다 뛰기 시작했다.

       

        = 끼에에에에엑!!!

       

        비명을 지르며 달리기 시작한 리치.

        그리고 막 첫발을 뗀 그의 시야 옆으로 황금 어금니가 인상적인 오크가 나타났다.

       

        콰직!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들어올 때는 네 마음대로였지만, 나갈 때는 아니란다 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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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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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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