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지니님]
[아크: 언니라고 불러줄 때까지 숨 참는다 흡]
[아크: ……예나야?]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폐활량이 좋으시네요 😅]
[아크: 너무하자너…… 😭]
[아크: 팬보다 진전했다며 😭]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그래도]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1라운드 탈락하신 분한테 언니는 조금……]
[아크: 😭]
[아크: 왜 악플을 디코로 보내?]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
[아크: 아무튼!!]
[아크: 무슨 일이야?]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지니님 저번에 1라운드 탈락 기념 코스프레 하셨잖아요]
[아크: 벌칙]
[아크: 기념이 아니라]
[아크: 너 진짜 일부러 이러지]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잘 어울려서]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벌칙이라고 생각 못했어요]
(아크 님이 메시지를 작성 중입니다……)
[아크: 진짜 일부러 이러지]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네?]
(아크 님이 메시지를 작성 중입니다……)
[아크: 그래………………]
[아크: 아무튼……코스프레……하게?]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음]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그럴리가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끔찍한 얘기네요 😟]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시킬 거예요]
[아크: ??누구한테]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레반씨랑 먼저 떨어지는 사람이 벌칙 받기로 해서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나무꾼 코스프레하고 더 로그2 켠왕하게 할 생각이에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2는 VR이라 직접 하는 건 안 땡겨서…….]
(아크 님이 메시지를 작성 중입니다……)
[아크: 예나야]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네]
[아크: 혹시 있잖아]
(아크 님이 메시지를 작성 중입니다……)
[아크: 아니야]
[아크: 옷 대여하는 곳 소개해달란 거지?]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역시 지니님]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완전 마법의 램프]
(아크 님이 메시지를 작성 중입니다……)
(아크 님이 메시지를 작성 중입니다……)
[아크: 톡으로 연락처랑 주소 보내줄게]
(아크 님이 메시지를 작성 중입니다……)
[아크: 근데 혹시 너가 지면]
[아크: 너도 코스프레 하는 거야?]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글쎄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레반씨는 별말 없었어서……]
[아크: 응원해야겠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감사합니다 😄]
* * * *
솔직히 말하면, 제법 의외였다.
친구 보정을 적용해줘도 최소 다섯 단계는 차이가 나는 실력이다. ELO레이팅으로 치면 400점 정도는 벌어져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10번 붙으면 9번은 무난하게 패배했을 격차다.
그 확률을 보란듯이 뚫어냈다.
물론……정정당당한 승부였냐고 묻는다면……조금, 조금 애매하긴 한데.
그러나 누가 뭐라 하더라도, 승리다. 진흙탕을 기어가며 쟁취했다고 하여 승리의 빛이 바래지는 않는 법이니.
《자, 여기 리플레이에서 보면- 여기서, 단검이 나타나네요. 이야,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요.》
공식 방송의 해설들이 애써 포장을 위해 말을 이어나가는 사이. 채팅창에는 버그 아니냐, 추하다, 무효처리 안 되냐 따위의 채팅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물론, 그냥 파골을 신나게 놀리는 사람들도 제법 있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레반은 덤덤한 표정으로 다음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깜짝 카드로 숨겨두었던 도적은, 제법 뛰어난 한 수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 입장에서 머리가 한없이 복잡해졌을 터이니. 광전사, 기사에 도적까지 모두 염두에 두고 기사 빌드를 짜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게다가-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센세 도적 권위자로서 저거 버급니까 스끼립니까】
“……스킬이긴 해요.”
변칙적인 스킬……까지 쓴다면, 더더욱 그렇고.
그런데……도적은 언제 연습한 거지. 얼마 전에 가위바위보 얘기를 할 때만 해도 딱히 생각 없어 보였는데.
아무리 빌드깎는노인이라고 해도, 도발캔슬기까지 숙달되려면 연습 꽤나 해야 했을 거다. 방송 켜고 할 수도 없었을 거고.
……제법 이를 악문 것 같네.
보고 있자니, 조금 반성하게 되는 것이. 저건 일종의 직업의식 아닐까. 어떻게든 승리하고, 팬들을 열광케 하겠다는.
내기……도 내기지만. 나도 조금 더 진지해질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랬다.
사실 생각해보면, 대회라는 건 프로게이머들의 전장 아닌가.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는 건 실례일 터였다. 조금 전까지는 승부를 우습게 여기는 건 용납할 수 없니, 뭐니……그런 생각을 해놓고, 정작 내가 경기를 장난스레 뛰는 건 안 될 말이다.
3세트 결과가 궁금하긴 하지만……나중에 볼 기회가 있을 테니까.
이제부터라도, 내 경기에 온전히 집중해야지.
“그러면……저도 몸 풀러 가볼게요. 다들 공식방송에서 봐요.”
『??』
『?』
『아니』
『니 방송 두고 왜』
『센세?』
『아 또 지랄을』
방송이 켜져있으면, 자꾸 채팅창이 보고싶어지니까.
“이따 봐요.”
아쉽지만, 잠시 접어두고-
진짜로……최선을 다해보기로, 결심했다.
* * * *
설산.
VR기술에 새삼스럽게 감탄하게 되는 풍경이었다. 흩날리는 눈송이가 식별 가능할 정도였고- 끝없이 이어지는 새하얀 눈밭과 깎아지르는 절벽은 그야말로 절경이었으니.
그러나, 그러한 경치를 감상할 여유는 없었던 고로.
광전사는 천천히,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한 상대를 향해 걸어나갔다.
방어를 도외시한 차림새. 한 손에만 장착한 판금 건틀릿. 그리고, 어깨에 걸치고 있는 대검까지.
첫 시즌, 세기말에 나타났던 자연재해. 아따먹이다.
물론, 솔로랭크는 솔로랭크일 뿐이다. 최근에 어떤 전프로가 솔랭은 솔랭이고 프로는 프로라고 염불을 외다가 처참하게 찢겨나간 탓에, 입 밖으로 내기는 조금 우스운 말이 되었지만- 그래도. 솔로 랭크에서 조금 두각을 드러내는 정도로는 프로를 상대할 수 없다. 상식이었다.
다만-
‘침착하자.’
저 기사는 예외였다. 프로들의 틈바구니에서 모두를 찢어 발기며 정상에 등반했으니.
우습게 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첫 세트에는 도적을 가져올 줄 알았는데. 그래도, 범용성 있는 빌드다. 괜찮아.’
기분 좋을 정도의 긴장감이 광전사의 몸을 휘감았다. 평소의 팀전과 달리, 눈앞의 적에만 집중하면 된다. 주변의 소리에도, 반짝이는 지도에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다만, 순수하게 기량을 겨루면 될 뿐.
그런 면에선, 오히려 이 격돌이 더 마음에 들었다. 격돌 리그가 따로 신설된다면, 진지하게 이전을 고민해볼 정도로.
‘집중하자.’
기사가 느긋한 움직임으로 대검을 들어 올렸다. 정석적인 중단 자세. 그러나, 저러다가도 대검을 집어 던지는 놈이다. 무슨 짓을 할지 예측할 수 없는, 변칙 덩어리.
‘시간 주지 말자.’
-부웅!
크게 발을 뻗으며 휘두른 도끼가 눈발을 가르며 기사를 향해 쇄도했다. 피하겠지. 거리재기에 유독 능한 상대였다.
‘저스트 회피를 노려주면 좋을 텐데.’
갑옷 채로 베어 넘기겠다는 듯이 흉포한 기세의 횡베기가, 허공에서 거짓말처럼 멈춘다. 페인트. 첫 미끼다. 혹여 패링이나 저스트회피를 노렸다면, 그 빈틈을 파고들어서 일격을 넣을 수 있는.
그러나, 기사는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걸 끝까지 봤다고? 아니, 말이 안 되는데. 페인트를 읽은 거겠지?’
어느 쪽이든, 대단한 담력이었다. 아마추어가 수 만명에게 생중계되는 무대에서 보일 수 있는 수준의 대담함이 아니다. 광전사는 머릿속에서 상대방의 레벨을 한 단계 격상하며, 다시 달려들었다.
이미 호흡을, 스태미나를 투자한 마당이다. 지금 물러서면 다음 기회엔 더 높은 벽을 넘어야 할 뿐이다.
-콰앙!
재차 휘둘러진 도끼가, 대검의 검신과 충돌했다.
피할 수 있을 법한 공격이었는데. 회피가 아닌 방어를 선택한 건 무슨 의미일지. 머리로 수싸움을 계산하는 와중, 광전사의 몸은 본능에 따라 움직였다.
-부웅!
높은 횡베기. 광전사의 허리가 뒤로 한껏 젖혀지고- 직전까지 그 머리가 있던 자리를 대검이 훑고 지나간다.
조금이지만, 균형이 흔들렸다. 연계공격에 취약한- 옆으로 움직이기 어려운 자세다.
두 번째 미끼다.
분명, 시야의 사각. 하단에서 들어오겠지. 눈으로 보이지 않음에도, 광전사의 머릿속에선 기사의 움직임이 그려지고 있었다.
벌어진 간격. 대검의 크기. 기사의 시선. 움직이는 어깨까지, 모든 걸 확인하고-
‘지금-!’
오히려, 한 걸음 크게 파고들며 도끼를 부드럽게 휘둘렀다. 카운터 타이밍. 대검의 뿌리에 도끼를 걸면서 타점을 흐트러트리고, 교착상태를 만들 수 있다면 끝이다. 박투로 몰고 가면, 저리 가벼운 갑옷을 걸친 기사 정도야 피떡으로 만들 수 있으니.
그리 생각하던 광전사의 도끼가, 허공을 갈랐다.
‘어?’
멈춰 있던 기사의 대검이 회수되는 모습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바닥, 기사의 디딤발은 눈 속 깊이 파고든 상태다. 회전하던 몸을 온 힘을 다해 급제동한 흔적.
카운터가 완벽하게 읽혔다.
아니, 보다 정확히는-
‘……카운터를 유도……미쳤네.’
시야를 가득 메우며 떨어지는 대검을 바라보며, 광전사는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렸다.
‘이게 주캐도 아니라는 거지. 씨발, 대진운 좆같네 진짜.’
익명성이 유지되는 단계에서 미리 탈락한 동료가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