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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

       용사.

       

       어느날 인간계에 마계가 열린 것과 동시에 태어난 인간들. 정확히 말하면 여신의 성흔을 받은 존재였다.

       

       그들은 딱히 인간 종만 특정하진 않았다.

       

       엘프, 드워프, 수인.

       수많은 종족 중에서, 아주 극 소수의 인원들만이 여신의 성흔을 받아 용사가 되었다.

       

       그들은 여러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면 역시 종의 한계를 뛰어넘을 잠재력을 가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종이 가진 모든 한계가 박살나는 것이다.

       

       훈련을 한다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인간이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숨을 쉬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다.

       

       하지만 용사는 가능하다.

       물론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스스로를 부러뜨리려드는 시련들을 견딘다면, 대장장이의 망치질에 더욱 강하고 굳세지는 강철처럼 강해지는 것이다.

       

       물론 그것 외에도 여신이 내려준 성흔에는 고유한 특성이 있었다.

       

       그건 사람의 본성에 따라 정해지고, 어찌 본다면 용사를 대표하는 특성이라 볼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고결의 용사,

       아스가르드는 본인의 칭호에 무척이나 만족하고 있었다.

       

       고결이라니.

       마치 전설 속 고결하게 모두를 구하는 용사 같지 않은가?

       

       어릴 적 부터 용사가 되어 모두를 지키겠다는 꿈을 가진 아스가르드에게, 고결의 용사라는 칭호는 꿈결 같았다.

       

       그래서 매순간 노력했다.

       마수가 집어삼킨 마을에 잠입하여 한달에 걸쳐 모두를 구해내고 마수를 죽였으며, 마물에 의해 오염된 땅을 정화하고 사라진 영토를 되찾았다.

       

       모두가 그를 칭송했다.

       

       다만 그는 최강이 될 수는 없었다.

       최강이 되기엔 고대의 뛰어난 용사들이 너무나 많았고, 더군다나 그런 용사들과는 달리 자신은 파티를 만들지 않았으니까.

       

       파티를 만들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더 이상, 소중한 이들을 잃기 싫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는 언제나 혼자 다녔다.

       사람들은 그를 고독의 용사라고 부르기도 하였으나,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고독이라는 호칭이, 그들에게 있어 내게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 벽이 되었으니까.

       

       그에게 온 러브콜을 모두 거절했다.

       어떤 왕국에선 자신의 딸을 줄 테니 왕국에 와달라 하였으나, 역시나 거절했다.

       

       소중한 사람이 생기는 건 두려웠으니.

       

       겁쟁이라 불려도 할 말이 없었다.

       

       그는 과거의 트라우마에 붙잡혀, 끊임없이 누군가를 구해야만 한다는 강박에 시달려 있었으니까.

       

       그래서였다.

       지원을 해주겠다는 러브콜을 모두 거절한 것은.

       

       어딘가에 소속된다는 건, 내 발이 닿지 않는 곳의 사람들을 구할 수 없다는 뜻이니까.

       

       그는 방랑하는 모험가였다.

       그렇기에 세계를 돌아다니며 곤경에 처한 이들을 구했다.

       

       보상은 필요치 않았다.

       도움을 받아 고맙다며 내게 웃는 모습과, 다시금 활력이 생긴 마을이면 충분했다.

       

       그 따스한 온기로 그는 다시금 검을 들어올릴 수 있었다.

       

       그렇게 전세계를 돌아다니길 수 년.

       

       이번에 그의 발걸음이 닿은 곳은, 끝없이 마물이 나타나는 인외마경의 산 중 하나였다.

       

       이상하게도 마물이 없는 산.

       

       그렇기에 아스가르드는 이를 수상하게 여겼다. 마물이 끊임없이 번성하는 산에서 유일하게 마물의 수가 적다? 이는 곧 강력한 마수가 태어났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산을 올랐다.

       그리고 누가 봐도 수상하게 생긴 동굴을 발견한 순간, 그의 직감이 요란하게 소리쳤다.

       

       저곳에 들어가지 말라고.

       분명 들어갔다간 죽을 거라고.

       

       온 몸의 신경이 쭈뼛쭈뼛 솟아오르는 것만 같았다. 하여, 그는 발걸음을 돌리려 했다. 이런 산 속에서 그가 구해야 할 사람이 있을 리 만무했으며, 더군다나 그는 도박에 목숨을 거는 미련한 인간이 아니었으니까.

       

       “와! 이 과일…….”

       

       동굴 안에서 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지는.

       

       돌리려던 발을 멈췄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도 두려웠다.

       

       이런 감각은 난생 처음이었다.

       

       근육이 얼어붙는다.

       이 동굴 안에 있을 괴물을 경계한다.

       

       하지만.

       

       “…구해야 할 사람이 있다면.”

       

       나는 물러서지 않겠다.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가 마주한 것은, 한없이 포악하고 잔혹해 보이는 마수와.

       

       [다행이군.]

       

       꽃처럼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어라, 사람?”

       

       그 평화로운 분위기.

       원래라면 그가 오해할 일은 없을 터였다.

       

       그건 무척이나 평화롭고, 온건해 보이는 분위기였으니까.

       

       그러나.

       

       […….]

       

       말 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마수를 본 순간.

       

       머리를 미치도록 울리는 경종에 아스가르드는 이성을 잃었다. 그의 머리 속에서 떠오른 것은, 그날 그가 용사가 된 날이자, 모든 걸 잃어버리게 만든 원흉.

       

       드래곤.

       그와 매우 흡사하게 생긴 생김새였다.

       

       아스! 너라도 도망을…!

       네가 희망이다, 살아라.

       뒤 돌아보지 마! 그냥 도망가!

       

       떠오르는 것은 과거의 기억.

       화마에 휩싸인 마을과, 그 마을을 모두 태워버리며 웃는 드래곤.

       

       그리고… 모두가 살아남으라 소리치며 불에 타오르는 끔찍한 광경.

       

       그걸 떠올린 순간.

       아스가르드는 이성을 잃고 뛰쳐나갔다.

       

       동작은 크고 화려하게.

       최대한 저 드래곤의 시선을 끌 수 있게.

       

       조금이라도 저 여인이 도망갈 틈을 주기 위해 과한 동작으로 여인의 앞에 서서 드래곤을 올려다보았다.

       

       거대한 힘이 꿈틀거린다.

       그가 지닌 오러와, 여신님께서 내려주신 신성이 근육을 타고 꿈틀거린다.

       

       “왕국을 좀 먹는 드래곤! 네놈을 처단하러 이 용사, 아스가르드가 왔다!”

       

       검을 들어올린다.

       

       그가 지닌 특성은 고결.

       모든 부정한 이들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입히는 성흔이다.

       

       이 특성으로 피해를 입히지 못하는 마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설령 그게 드래곤이더라도. 더군다나 이 성흔은 격차가 클 수록, 더욱 강인한 마음을 지니고 누군가를 지키겠다 다짐할 수록 강해진다.

       

       파스스스스——!

       

       푸른 검강이 검을 휘감는다.

       

       놈의 시야를 가릴 목적으로, 최대한 크고 화려하게 검을 휘둘렀다.

       

       콰가가가가가각——!!

       

       동굴을 모두 갈아버리며 모든 걸 베어버리는 일검.

       

       푸른 검강이 녀석과 부딪치며 사방에 거대한 먼지를 만들었다.

       

       ‘이틈이다!’

       

       아스가르드는 여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꺅?! 이게 무슨 짓…….”

       

       “괜찮습니다! 제가 반드시 구해드리겠습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일어났는 지 모를 오해는, 그렇게 시작됐다.

       

       

       * * *

       

       

       […….]

       

       요르문간드는 멍하니 용사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았다.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이해는 되지 않았으나, 대충 예상이 가기는 했다.

       

       아마 그는 용사일 터였다.

       그리고 거대한 뱀과 함께 있는 여인을 구하기 위해, 사지로 뛰어든 거겠지.

       

       그 용맹함은 높게 칭송한다.

       

       비록 드래곤으로 착각했다지만, 그 드래곤을 보고도 감히 덤빌 생각을 했으니까.

       

       솔직히 말하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자신은 생물의 본질을 볼 수 있다.

       그렇게 바라본 용사의 본질은, 무척이나 고결하고 강인했다.

       

       적어도 그녀에게 상처를 입힐 일은 없겠지.

       

       하지만…….

       

       [불쾌하군.]

       

       이런 착각도 이제는 지긋지긋하다.

       용사에게 분노를 느끼는 건 아니었지만, 조금 괘씸하다고 해야 할까.

       

       갑자기 자신의 앞에 나타나 이쑤시개를 들이밀다가, 소중한 보금자리를 망가뜨렸으니 말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이 상황이 조금 흥미롭게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에게 이렇게 직접적으로 덤비는 인간은, 수천 년 전, 한 명을 제외하면 유일하기도 했으니까.

       

       조금은 골려줄까.

       

       용사의 유쾌한 연극에 어울려주기로 했다.

       

       이런 유희는 바라던 바였으니까.

       

       그는 이런저런 감정에 일희일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 증거로 어느새 불쾌감도 금방 승화되었다. 승화된 빈 자리를 채운 것은 오랜만에 인간과 어울린다는 순수한 즐거움.

       

       요르문간드는 답지 않게,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혀를 낼름거렸다.

       

       그리곤 거대한 거체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육체가 부드럽게 움직인다.

       그럴 때마다 그의 크기는 점점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너무 거대하게는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다간 산이 완전히 무너져버릴 테니까.

       

       흠, 그래.

       

       딱 지금 크기의 10배 정도.

       요르문간드는 비대해진 시야를 느끼며, 열심히 도망가는 용사를 지켜보았다.

       

       그런 시선을 느꼈을까.

       용사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멍하니 올려다보는 걸 느끼며, 요르문간드는 입을 벌렸다.

       

       

       * * *

       

       

       “이거, 놔요!”

       

       “진정하십시오! 아직 드래곤에게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용사는 여인의 손을 붙잡으며 더욱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래.

       드래곤은 마법의 대가였다.

       

       그렇기에 이런 간단한 세뇌마법 정도는 얼마든지 걸 수 있을 터.

       

       그렇다면 여인의 저항도 이해는 되었다.

       드래곤의 세뇌를 받은 인간은, 마법을 해제하기 전까지 온전히 스스로 사고를 할 수 없으니까.

       

       그건 전에 만난 드래곤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소꿉친구에게 마법을 걸어 자신을 유인하던 모습이 떠올라 입술을 짓씹었다.

       

       그렇게 도망갈 때였다.

       

       태양이, 구름에 가려졌다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환하던 사위가 순식간에 암흑으로 물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니었다.

       단순히 태양이 가려졌다기엔, 그의 반경 1km 만이 그림자가 져있었다.

       

       그가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마주한 것은.

       

       “……아.”

       

       하늘을 가득 메운 채.

       하찮다는 듯 자신을 바라보는 거대한 드래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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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Jormungandr in a Fantasy World

I Became Jormungandr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속 요르문간드가 되었다
Status: Ongoing Author:
"A d-dragon!!" "We must offer a sacrifice!" "A dragon devouring the kingdom! I, Asgard the hero, have come to slay you!" I'm not a dragon, you idi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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