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752

       752화 – 회의 종료, 302호 재진입

         

       – 김아리

         

       다시 302호로 들어가야 하는 오늘, 이른 아침부터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형?”

       “…”

       “왜… 왜 그러세요?”

       “…”

       “어, 계속 이러고 있어야 해요?”

       “가만히 있어.”

         

       아침부터 가인이가 승엽이를 붙잡고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한 것.

         

       명백히 통찰로 뭔가 보려는 행동이네.

       승엽이는 대단히 부담스러워했는데, 특이한 일은 아니다.

       가인이가 저럴 때면 모두가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가인이를 막는 사람은 없었다.

       필요하니까 하겠거니~ 할 뿐이지.

         

       별개로, 가인이의 다소 초췌한 모습을 보니 뭔가 알 것 같았다.

       간밤에 잠을 거의 못 잔 것 같은데?

         

       15분쯤 흐른 후, 가인이가 갑자기 손을 들었다.

         

       “오늘, 302호로 돌아가기 전에 아침 회의 한 번만 합시다. 짧게.”

         

       다들 어영부영 고개를 끄덕였다.

         

       “어… 할 말이 있냐? 그렇게 하자.”

       “그래요.”

       “오빠, 콜라라도 가져올까요?”

         

       가인이의 다음 말은 의외였다.

         

       “승엽이는 빠지고.”

       “예?”

       “105호로 돌아가서 쉬어. 30분 후에 나와.”

         

       제법 단호한 목소리.

       가인이가 이처럼 확고한 태도를 보이면, 우리 중 그 누구도 거부하기 어렵다.

         

       승엽이 역시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105호로 돌아갔다.

         

       “7시 20분쯤 나오면 되나요?”

       “그렇게 해. 이따가 보자.”

         

       살짝 재미있네.

       회의에 승엽이가 없어야 하는 상황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승엽이의 능력 특성상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승엽이를 회의에서 배제하는 건 과거에 몇 번 있었던 일이기도 하다.

         

       그나저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런 행동이라니?

         

       보아하니 가인이가 간밤에 뭔가 깨달은 것 같다.

       분명 조언을 썼을 테고, 여기에 더해 밤새 뭔가 생각했겠지.

         

       곧, 302호에 다시 들어가기 전 마지막 회의가 시작되었다.

         

       *

       모두의 시선이 가인이에게 모여들자 곧 본론이 시작되었다.

         

       “어제 이야기했지만, 승엽이는 최초의 소원을 자각하지 못했습니다. 왜? 호텔에 오기 전후가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고 녀석이 호텔에서 많이 사람 되긴 했거든!”

         

       묵성이의 맞장구에 가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어갔다.

         

       “승엽이의 자체 분석에 따르면, 과거의 모습을 흉내 내려 해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주변 애들이 승엽이를 대하는 태도가 과거와 완전히 달랐다고 하더군요.”

         

       이번엔 송이가 동의했다.

         

       “동물로 치면 토끼가 늑대로 변한 거죠. 늑대가 아무리 토끼처럼 행동해도, 주변의 여우들은 다르게 반응할 수밖에 없어요.”

         

       가인이가 모두에게 되물었다.

         

       “이 문제를 승엽이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잠시의 침묵이 흐른 후, 은솔이가 답했다.

         

       “승엽이 혼자서는 해결 못 한다고 보는 거야?”

       “불가능은 아니겠지만, 어렵다고 봅니다. 애초에 승엽이는 연기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닙니다.”

       “그건 그래…”

       “예전의 나는 어땠지? 하는 생각에 빠질수록 더 어긋날 겁니다.”

       “일리 있네. 네 이야기 듣다가 떠오른 생각인데, 사실 승엽이도 관점에 따라선 나이가 아주 많은 동료에 속해.”

       “포르투나로 보낸 삶을 합친다면 그렇지요. 물론, 포르투나의 인격은 거의 사라졌습니다만…”

         

       포르투나의 구체적인 인격 및 기억은 사라졌다.

       하지만, 고금 무쌍한 기량을 뽐냈던 흑기사, 교황청 최후의 검이 남긴 흔적은 승엽이에게 남아있으리라.

         

       그 흔적이 토끼를 늑대로 만든다.

         

       은솔이가 조심스럽게 반문했다.

         

       “태초의 인간을 쓰면 되는 것 아닐까? 일종의 시뮬레이션 인격을 만드는 힘이니까. 바로 이런 때를 위한 능력이라고 생각해. 어쩌면, 승엽이의 후원자가 여기까지 내다보고 주었을지도 – 에이, 이건 너무 나갔나.”

         

       일종의 유사 인격이 승엽이의 자아를 대체하게 만드는 힘, 태초의 인간.

       은솔이 말마따나 이런 상황을 위한 능력이라 할만하다.

         

       가인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쓰게 할 겁니다. 승엽이 본인도 짐작할 테고.”

       “그러면 되는 것 아냐?”

         

       여기서 날 포함한 몇몇 동료들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누나, 사람의 몸에서 풍기는 기세라는 건 이성보다 본능의 영역입니다.”

       “으음…”

       “영혼의 격이라고도 말할 수 있죠. 이런 건 태초의 인간으로도 완전히 지우기 어렵다고 봅니다.”

         

       엘레나가 슬쩍 손을 들어 과거의 기억을 언급했다.

         

       “203호였나요? 그때 승엽이가 태초의 인간을 쓰는 걸 봤던 기억이 나요. 소심한 소년 같은 모습은 전혀 아니었어요. 물론, 소심해지라는 지령을 내리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이어서 진철이가 같은 의견을 냈다.

         

       “더 최근에도 있었지. 301호 첫 시도 때, 종말 이후 세계에서 백작들하고 싸울 때였을 겁니다. 분위기가 절대 소심한 소년이 아닙니다.”

         

       다시 가인이 차례.

         

       “이해하셨습니까? 생각보다 쉬운 상황이 아닙니다.”

       “그렇네. 으으, 은근히 까다롭구나.”

       “도우미가 필요합니다.”

       “도우미?”

         

       묵성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승엽이 녀석은 현실이 아니라 멋진 신세계에 있는데 어떻게 돕냐? 설마 꿈의 왕국?”

         

       가인이 즉각 고개를 저었다.

         

       “꿈의 왕국으로 멋진 신세계에 침입할 수 있는지부터 미지수고, 가능해도 절대 하면 안 됩니다. 잊지 마시길. 멋진 신세계는 관리국의 통제하에 있습니다.”

         

       승엽이의 말에 따르면, 죽기 전 정체불명의 힘이 감염된 아이들을 문자 그대로 ‘삭제’했다고 한다.

       현실이 그림이라면, 보이지 않는 지우개가 사람을 지우는 것 같았다나?

         

       지금 생각하면, 당연히 멋진 신세계를 관리하던 직원들이 한 짓이네.

         

       따라서 꿈의 왕국으로 멋진 신세계에 몰래 침입한다거나 하는 건 절대 금물이야.

       가능한지부터가 불확실하고, 성공한다 해도 즉각 관리국에 의해 삭제당할테니까.

         

       이쯤에서 은솔이가 살짝 벙쪘다.

         

       “아니… 승엽이 상황은 왜 이리 어려워? 뭘 어떻게 해야 해?”

         

       이래서 가인이가 밤을 새웠구나.

       승엽이 상황이 너무 까다로우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나오지 않아서야.

         

       — 탁!

         

       다행히도, 그는 지혜의 선택을 받은 참가자 답게 그럴듯한 답을 얻어낸 것 같았다.

         

       “여기서부터는 추측입니다. 만약, 10명 전원이 입실 파티에 가면 어떻게 될까요? 몇 명은 멋진 신세계의 주민이라는 설정으로 시작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꿈의 왕국으로 침입할 필요가 없다? 우리 중 몇 명은 애초부터 멋진 신세계 주민이라는 설정일 테니까?”

       “그렇죠. 첫 시도에서 승엽이가 혼자였던 이유? 입실 파티에 셋만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우리 중 몇 명은 멋진 신세계 주민이라는 설정이 있을 것 같다는 가설.

         

       명확한 근거는 없지만, 굉장히 일리 있게 느껴졌다.

         

       생각해 봐.

       302호의 무대는 상현이가 있는 현실과 승엽이가 있는 멋진 신세계잖아?

       

       아무렴, 호텔이 멤버를 배분할 때 9:1로 배분했겠어?   

       승엽이 쪽에 배분된 동료도 몇 명 있을 거야.

       

       단지, 첫 시도 때는 그 사람이 입실하지 않아서 승엽이 혼자 진행했을 뿐이지.

         

       송이가 살짝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러면 누가 입실해야 해요? 우리 중 누가 멋진 신세계에서 시작할지 모르잖아요.”

         

       가인이가 차근차근 답했다.

         

       “첫째, 누구인지 정확히 모르니까 여러 사람을 입실 파티에 투입하면 돼. 생각해 보면, 302호의 경우 종말 이후 세계에 많은 사람을 넣는 게 의미가 없으니까.”

         

       302호의 종말 이후 세계는 여명의 아들이 천지창조를 일으킨 이후 시점이다.

         

       “… 경험해 봐서 알겠지만, 아주 강한 소수 말고는 극초반에 전부 죽을 거야.”

         

       시작하자마자 여명의 아들이 준비한 함정 속에서 깨어난다.

       각자 시작 위치가 다르니 동료의 도움을 받을 틈도 없다.

         

       즉, 천사들 수십과 혈투를 벌일 전투력이 없다면 순식간에 죽는다는 것.

         

       “으에… 그렇네요. 가인 오빠를 비롯한 몇몇 말고는 다 시작하자마자 죽으니, 들어가봐야 의미가 없구나…”

         

       따라서 전투력이 떨어지는 동료는 그냥 입실 파티에 가야 한다.

       종말 이후 파티에 가봐야 의미가 없으니까.

         

       “둘째, 멋진 신세계에서 시작하는 사람. 정확히 누구인지는 몰라도 짐작은 가능하지.”

       “짐작?”

       “잊지 마. 배경이 중학교야.”

       “어…”

         

       잠시의 침묵이 흐른 후, 동료들의 시선이 몇몇 사람에게 향하기 시작했다.

       중학교라는 배경에 자연스레 녹아들 수 있는 사람들 말이다.

         

       … 설마 나야?

       

       “아리야.”

         

       …

         

       회의가 끝날 무렵, 승엽이가 돌아왔다.

       이후, 간단한 아침 식사를 끝내자마자 302호로 향했다.

         

       이번에는 회의에 따라 입실 파티에 더욱 많은 사람이 포함되었다.

         

       *

       – 박승엽

         

       .

       ..

       …

         

       302호, 멋진 신세계 내부.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이른 시간에 눈을 떴다.

         

       깨어나자마자 해야 하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후우…”

         

       [태초의 인간, 사용하시겠습니까?]

         

       태초의 인간을 발동하는 순간, 의식이 몸을 벗어나 새하얀 공간에 도착했다.

         

       이미 몇 차례 경험한 영역.

       지극히 신비롭지만, 아무것도 모르겠어.

         

       이해할 수 없는 문자들이 사방에 날아다녔고, 새까만 불꽃 같은 형체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나는 이곳에서 명령어를 만들어야 한다.

       이제부터 깨어날 또 다른 내가 영혼 깊숙한 곳에 새길 지령을 내려야 한다!

         

       「어디서?」

       「언제까지?」

       「무엇을?」

       「어떻게?」

         

       …

         

       명령어가 완성되었다.

       이제 나는 호텔에서의 모든 기억을 망각하며, 동료들을 보아도 알아보지 못한다.

       

       곧, 의식이 까마득히 멀어지기 시작했다.

         

       다시 깨어나는 순간을 기다리며 잠들기 직전, 한 가지 의문을 품었다.

       정말 태초의 인간으로 최초의 소원을 각성할 수 있을까?

         

       뭔가, 이것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은데…

       

         

       *

       – 박승엽(태초의 인간)

       

         

       — 승엽아!

         

       “…”

         

       — 승엽아! 학교 가야지!

         

       “… 끄으응!”

         

       늘어지게 하품하며 엄마 목소리를 들으며 기상.

       

       이후의 일은 언제나와 같은 평범한 아침이다.   

       대충 씻고, 옷 갈아입고, 식탁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았다는 이야기야.

         

       언제나 그렇듯, 부모님은 잔소리가 많았다.

         

       “어머머! 제대로 씻긴 한 거니?”

       “아이고! 승엽아, 마이 상의 다 구겨지겠다.”

       “왜 이리 졸아? 설마, 어제도 밤새 게임한 것 아니지?”

         

       굳이 대답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애초에, 내가 학교에 가야 한다는 건 어른들이 만든 이상한 규칙 같은 거야.

         

       학교를 왜 가는 거야?

       나중에 돈 버는 기술 배우려고?

         

       하! 난 이미 밤마다 훈련 중이야.

       장담하는데, 나보다 열심히 사는 중학생은 세상에 없어.

         

       물론, 이런 말을 굳이 꺼내진 않았다.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으니, 말해봐야 의미가 없으니까.

         

       “갈게요.”

       “얘, 책은 다 챙겼지?”

       “예?”

       “예는 무슨 예! 저번처럼 국사책 빼먹었다고 점심시간에 몰래 집으로 오면 안 돼! 알겠지?”

       “… 네.”

       “그리고 -”

       “지, 진짜 출발할게요.”

         

       아침만 해도 몰랐다.

       오늘이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끔찍한 날이 될 줄은!

         

       *

         

       ‘아니… 다들 나보고 뭘 어쩌라는 거야? 애초에 내가 멋진 신세계에서 시작한다는 보장도 없는데!’

       ‘승엽이가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게 도와주면 된다니까?’

       ‘그니까, 뭘 어쩌라는 건데!’

       ‘음… 방배중 서열 1위는 어때?’

       ‘…’

       ‘방배중 1인자 일진녀 -’

       ‘조, 조용히 좀 해!’

       ‘아리야, 아리야! 나도 좋은 생각 떠올랐어! 위이잉 어때 위이잉?’

       ‘위이잉이 대체 뭔데?’

       ‘방배중 여왕벌!’

       ‘…’

       ‘승엽이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하루를 선물해 줘. 본인 스스로는 만들 수 없는, 진짜보다 더 진짜같은 각본.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기억에 남는 하루.’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관리국이 멋진 신세계를 통제하는 장면 묘사 : 731화

    +

    하루 휴식하니 목과 오른팔 상태가 회복되었습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재미있는 내용으로 보답하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Escaping the Mystery Hotel

Escaping the Mystery Hotel

EMH 괴담 호텔 탈출기
Score 4.5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When Han Kain woke up, he and several other people were inside a mysterious hotel with different rules and different expectations.

Going into each hotel room threw them into other worlds and scenarios where they must brace death at times to escape or lift the curse of the individual rooms for a chance to bring everyone that died during the process back to life.

Using their blessings that were given at the time of entry, they have to weave their way through the rooms while sometimes sacrificing themselves for a higher likelihood of success.

* Very little horror; more of a thriller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