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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

       

       

       

       

       나영진 PD의 부름을 받고 나는 오랜만에 스튜디오엔믹스 본사에 방문했다. 정확한 이유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아마 드라마와 관련된 일이겠지 싶었다.

         

       아, 참고로 이미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에]의 캐스팅 단계는 끝이 난 모양이었다.

         

       대본을 판지 대략 일주일 정도 지난 것을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진행 속도. 이 정도면 진짜 여름 안에 첫 화가 방영될 수도……?

         

       일단 여기까지만 보면 제법 순조로워 보였지만 어제 설소영을 여주인공 역으로 캐스팅한 소식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인터넷과 뉴스를 뜨겁게 달구긴 했다.

         

       음, 당연히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낙하산이다, 제일전자에서 뒷돈을 쥐여줬다 등등 이미 많은 루머가 탄생해서 세상을 떠돌고 있었다.

         

       그래도 뭐…….

         

       원작에서도 인기 배우의 반열에 올랐던 설소영의 연기력이라면 그 인식을 충분히 뒤바꿔 줄 거라고 믿고 있으니까 아마 괜찮을 거다.

         

       심지어 이번에는 그녀의 연기 성향과 딱 맞는 옷까지 입혔으니까 어쩌면 원작보다 훨씬 빠르게 인정받을 수도 있겠지.

         

       원래 그녀가 원작에서 출연하는 첫 번째 드라마는 그녀의 이미지와 성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배역을 연기했다. 캐스팅 과정에 감독이 그냥 얼굴만 보고 뽑은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덕분에 설소영은 촬영 때마다 NG를 달고 살았으며 그 일로 약간의 트라우마가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

         

       ……적어도 내 드라마에서 내가 정해준 배역을 연기한다면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겠지.

         

         

       “아! 오셨군요. 여깁니다 은우 군.”

         

         

       정문에 들어서자 나를 반겨준 것은 이전에 나영진 PD와 함께 차를 탔을 때 운전을 했던 기획제작 1팀의 막내 조용석이었다.

         

       그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것은 기획제작 1팀의 사무실이었다.

         

       사무실 안에는 제법 많은 사무용 공간이 있었으며, 그와 반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기획제작 1팀과 2팀이 함께 은우 군의 드라마를 담당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다들 자리가 비운 겁니다.”

         

         

       조용석의 말에 따르면 다들 이틀 전까지는 캐스팅 때문에 분주하게 뛰어다니고 어제부터는 촬영 장소를 섭외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한다.

         

       하긴…….

         

       어찌 보면 촬영보다 촬영 전에 더 바쁜 게 드라마의 구조니까 뭐…….

         

       나도 막내 시절에는 저렇게 미친 듯이 현장을 뛰어다녔는데…….

         

       ……?

         

       근데 여기 막내는 선배들이 뛰어다니고 있을 때 안 뛰어다니고 느긋하게 나를 안내하고 있는 거지?

         

         

       “하하. 저는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역할인 은우 군의 안내를 하지 않습니까.”

       

         

       조용석에게 물어보니 돌아오는 대답은 저랬다.

         

       흐음……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대충 꿀 빨아서 행복한 얼굴로 보였다.

         

         

       “음? 은우 군?”

         

         

       그때 때마침 사무실 안으로 들어온 나영진 PD와 자연스레 눈이 마주쳤다.

         

         

       “이런 제가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습니까?”

       “아니요. 저도 방금 막 도착했어요.”

       “다행이군요. 아, 혹시 커피는 드실 수 있습니까?”

         

         

       자세히 보니 나영진의 손에는 검은 봉투가 들려있었다.

       그가 봉투에 손을 넣어 꺼낸 것은 전생에서 질리도록 마셨던 캔 커피였다.

         

       원래 사무직이든 현장직이든 커피는 인생의 동반자인 법이다. 봉투가 저리 두둑한 것을 보니 이쪽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은 모양.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자연스럽게 커피를 건네주었다.

         

         

       “은우 군. 아쉽게도 저는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때 함께 커피를 건네받은 조용석이 말했다.

         

       이에 나영진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같이 들어도 상관없기는 한데.”

       “다들 밀린 일이 많지 않습니까. 그리고 저도 되도록 야근은 피하고 싶으니까요.”

         

         

       조용석의 말에 뭔가 질린 듯한 표정을 짓는 나영진.

         

         

       “사실은 오늘도 헬스를 가야 해서 그런 건 아니고?”

       “육체가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하지 않겠습니까. 이참에 나 PD님도 헬스 시작하시죠.”

       “쯧. 일을 끝마치고 헬스를 하는 건 너처럼 젊은 청춘들이나 헬창들만 가능하잖냐. 일이 많으면 얼른 가봐라.”

         

         

       그렇게 그 둘의 대화가 끝나고 이제 사무실 안에 남아 있는 사람은 나와 나영진뿐이었다.

         

         

       “크흠! 작가님 일단 이걸 받아 주십쇼.”

         

         

       본론에 들어가기 위해 자연스레 마주 앉은 그가 갑자기 헛기침을 하더니 내게 무언가를 건넸다.

         

       그건 누가 봐도 캔 커피보다는 훨씬 비싼 물건처럼 보였다.

         

         

       “……이건?”

         

         

       나영진이 내게 건넨 것은 최신식 휴대폰이었다.

         

       ……근데 이걸 왜 내게 주는 거지?

         

       설마 나한테 막 자랑하려고 꺼내신 건 아니겠지?

         

       나는 해명을 요구하기 위해 나영진을 바라봤다.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자초지종 사정을 설명했다.

         

         

       “……사실 작가님이 원하시던 설소영 양 캐스팅 단계에서 약간의 착오가 있었습니다.”

       “착오요?”

         

         

       나영진의 설명은 이러했다.

         

       겨울 역의 캐스팅 제안을 거부한 설소영이 나 때와 마찬가지로 갑자기 제안을 하나 걸어왔고, 그 제안을 받아들이면 겨울 역의 배역을 맡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녀가 원한 제안의 내용이었는데…….

         

         

       “네? 제 연락처요?”

         

         

       설소영이 원한 것은 927 작가의 연락처.

         

       즉, 내 휴대폰 번호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는데 나 PD님의 진지한 표정을 보니 실화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왜 내 연락처를 원한 것일까?

         

         

       “설소영 양께서 직접적인 이유를 밝히시지 않으셨기에 저도 자세한 이유는 모릅니다. 다만 작가님은 익명을 원하시고 설소영 양은 작가님의 신상을 대충이나마 알고 싶어 하는 눈치이니 최대한 방법을 생각해 봤습니다.”

         

         

       아하.

         

       그래서 내게 이걸 준 거구나?

         

       나영진의 말로는 이 휴대폰은 스튜디오엔믹스의 법인용으로 개통된 휴대폰이라고 한다.

         

       확실히 이걸로 연락을 주고받는다면 이름이나 사는 곳 등을 조사하고 특정하는 것은 제법 힘들 것이다.

         

         

       “설소영 양의 캐스팅을 원한 것은 다름 아닌 작가님이시니 조금만 양해 부탁 드리겠습니다. 저희로서는 이게 최선이었습니다.”

       “아! 아니에요. 대충 얘기만 들어봐도 얼마나 고심하셨는지 느껴져요. 저는 진짜 상관없어요.”

       “후…… 그렇게 말해주시니 한시름 놓겠군요.”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나영진.

         

       내 생각만 하고 덕지덕지 조건을 붙였는데 고생한 나 PD님을 보니 조금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아, 그럼 설소영 양에게 약속했던 작가님의 번호를 지금 넘기겠습니다.”

       “네, 네? 지금이요?”

       “예. 그쪽도 제법 진심인 것 같아서요. 저는 당장이라도 그 지옥에서 탈출하고 싶습니다.”

         

         

       ……갑자기 웬 지옥?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경찰에게 쫓기는 도둑 마냥 빛의 속도로 문자를 작성하고 있는 나 PD님의 손놀림을 보니 입이 저절로 다물어졌다.

         

         

       “휴~ 다 보냈습니다.”

         

         

       나는 문자를 전송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뱉은 나 PD님에게 물었다.

         

         

       “그래서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지옥이라고 표현한 거예요? 무슨 협박이라도 당하셨어요?”

       “하하…… 별일 아닙니다. 그저……”

         

         

       ─며칠 사이에 설소영 양이 얼마나 집요하고 냉혹한 사람인지 깨달을 수 있었죠.

         

         

       지금까지 있었던 무언가(?)를 떠올리며 조용하게 중얼거리는 나 PD님.

       어딘가 숙연해 보이는 나 PD님의 얼굴을 보니 괜히 없던 불안감도 생길 것 같았다.

         

         

       지이이이잉─

       

         

       그때였다.

         

       나 PD님에게 건네받았던 휴대폰이 강하게 한번 진동했다.

         

       누가 봐도 문자가 온 것 같은데……

         

       뭔가 싸한데?

         

       지금 이 법인용 휴대폰의 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은 박용오 국장과 나영진 PD, 그리고 방금 번호를 받았던 설소영.

         

       이 세 사람밖에 없었다.

         

       당연히 나랑 대화를 나누고 있던 나 PD님은 아닐 테고, 나 PD님을 통해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는 박용오 국장님 역시 메시지를 보내실만한 이유는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나는 조심스럽게 휴대폰 화면을 밀어 메시지의 내용을 확인했다. 나 PD님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떠올리신 듯 침을 꿀꺽 삼키셨다.

         

       메시지를 보낸 사람의 번호는 생전 처음 보는 번호가 찍혀있었다. 당연히 이것만 본다면 이 번호의 주인이 누구인지 모를 수밖에 없지만…….

         

         

       [안녕하세요. 설소영이라고 합니다. 혹시 이 번호가 927 작가님의 번호가 맞나요?]

         

         

       메시지에 이름을 저렇게 떡 하니 적어서 보내왔는데 어떻게 모르겠냐고.

         

         

         

       ***

         

         

         

       한편…….

         

       설소영은 자신이 보낸 메시지 옆에 표시된 1이라는 숫자로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읽었다.”

         

         

       메시지를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숫자가 지워졌기 때문이었다. 숫자 1이 지워졌다는 것은 상대방이 자신의 메시지를 읽었다는 뜻.

         

         

       지이이이잉-

         

         

       그리고 메시지 알림과 함께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이 한번 진동했다. 이번에는 설소영이 상대방이 보낸 답장을 확인할 차례였다.

         

       하지만 문자의 내용을 확인한 설소영은 의미심장한 눈빛을 지었다. 메시지의 내용은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간결했기 때문이었다.

         

         

       [맞습니다.]

         

         

       이게 끝이었다.

         

       …….

         

       그 이후로 아무리 기다려봐도 추가로 오는 문자는 없었다.

         

       간단한 자기소개나 인사말도, 왜 번호를 달라는 것을 캐스팅 조건에 걸었는지 같은 궁금증이 담긴 질문조차 없었다.

         

       그렇게 여주인공의 배역을 자신으로 해달라고 강조했다던 사람이 이렇게 무관심할 태도를 보일 줄은 조금 예상 밖이었다.

         

         

       “……흠.”

         

         

       어쨌든 설소영은 새로운 문자 메시지를 작성해가기 시작했다. 왜 자신이 겨울 역의 배역이 아니면 안 되는지에 대한 이유를 묻는 내용이었다.

         

       이것이 그녀가 캐스팅 조건에 927 작가의 번호를 내건 이유기도 했다. 설소영은 단순히 927이라는 작가가 자신의 무엇을 보고 그런 결단을 내렸는지 궁금했다.

         

         

       지이이이잉-

         

         

       ‘벌써?’

         

         

       문자를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느껴지는 진동에 눈을 크게 떴다. 조금 시간이 걸릴 거로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칼답이었다.

         

       ……이번 건 아까처럼 간결한 내용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다행히 처음과는 다르게 조금 길어진 글이 적혀 있었다.

         

         

       [겨울이라는 캐릭터랑 소영 씨가 느낌이 많이 닮아서요. 그리고 단순하게 소영 씨의 연기력이라면 누구보다 잘 소화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상대방이 보낸 문자를 다 읽은 설소영은 잠시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연기력.

         

       그는 어떻게 자신의 연기력에 대해 저렇게 확신을 가지고 있는 거지?

         

       마땅한 출연 작품도 없고 사람들 앞에서 선보인 연기라곤 2번의 드라마 오디션 때 보인 것이 다였다.

         

       그럼 설마 927 작가가 그때 오디션 심사를 했던 사람 중 한 명이라는 건가?

         

       순간 머릿속에 온갖 가정이 떠오르기 시작했지만, 일단은 조금 진정하고 대화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작가님께선 제 연기를 보신 적이 있는 건가요?]

       [네.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조금?

       뭔가 상당히 애매한 대답인데…….

       일단 자신의 연기력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하니 다음 문자를 빠르게 작성했다.

         

         

       [그럼 제가 오디션에서 두 번이나 떨어진 이유도 잘 알고 계시겠네요.]

         

         

       문자를 보내면서도 설소영은 입술을 깨물었다.

         

       오디션에서 떨어진 이유는 단순히 연기력 부족이었다. 솔직히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그날의 연기는 최악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거 소영 씨랑 전혀 어울리는 않는 배역이었잖아요.]

         

         

       상대방의 생각은 자신과 완전히 다른 모양이었다.

         

       ……?

         

       어울리지 않았다니 그게 무슨 소리지?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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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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