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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

       [쉽게 말해 소영 씨는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었던 거죠. 우선 소영 씨는 자신에게 맞는 옷이 뭔지부터 알아야 해요.]

         

         

       “…….”

         

       문자를 본 설소영은 오디션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녀는 심사위원들의 요구로 두 번의 오디션을 모두 밝고 긍정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다.

         

       심사위원들의 생각은 만약 저 얼굴로 사랑스러운 소녀의 연기가 가능하다면 시청자들의 혼을 완전히 빼놓을 수 있을 거라는 취지에서 그런 선택을 했지만…….

         

         

       ─오, 오빠. 나 띠드버거 먹고……. 하…… 죄송합니다. 혹시 한 번만 다시 해봐도 될까요?

         

         

       애교도 해본 사람만 안다고 그런 경험이 전혀 없었던 설소영은 결국 어색한 연기와 함께 끝까지 대사를 잊지 못한 이유로 떨어지게 되었다.

         

         

       “…….”

         

         

       다시 한번 문자를 읽은 설소영은 쥐고 있던 휴대폰을 더욱 강하게 쥐었다. 그녀는 상대방이 무슨 말을 전하고 싶은지 대충 알 수 있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매우 자연스러운 연기가 가능한 배역만 골라서 연기해라.

         

       간단한 얘기였지만 일류배우가 목표인 설소영으로서는 납득하기 힘든 소리기도 했다.

         

       일류배우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든 배역을 소화할 수 있는 뛰어난 연기력을 지녔다. 그렇기에 그들이 일류배우라고 불리는 것이고 배우들의 목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작가님 말씀대로라면 맡을 수 있는 배역의 폭이 제한되잖아요.]

       [엥? 저는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하는데요?]

         

         

       ‘……반대라고?’

         

         

       상대방의 답장을 읽은 설소영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쉽게 말해서 소영 씨가 최상의 연기력을 뽐낼 수 있는 배역을 맡게 되었는데 만약 그 작품이 대박을 친다면 그때는 어떻게 될까요?]

         

         

       설소영은 상대방의 물음에 대한 답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언가 깨달은 듯 그녀의 눈동자가 커졌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소영 씨의 가능성을 알아봐 주고 관심을 가지겠죠.]

         

         

       아. 쟤는 저런 캐릭터를 저 정도로 연기할 수 있는데 다른 캐릭터를 맡게 된다면 어떨까? 라는 사람들의 호기심과 기대감.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그 생각이 자리 잡은 순간 그녀는 훨씬 다양한 배역을 맡을 기회가 생길 것이다.

         

       정말 그렇다면…….

         

         

       [작가님이 제게 맡기시고 싶은 배역을 연기한다면 그때는 제가 최상의 연기력을 뽐낼 수 있을까요?]

         

         

       메시지를 전송하면서도 약간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키는 설소영.

         

       이번 답장이 오는데에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네.]

         

         

       “…….”

         

         

       이 한 단어가 문자 내용의 전부였다.

       처음 받았던 문자보다 짧아지고 누군가는 성의 없게 느낄 수도 있을 정도로 짧은 한 문장.

       허나, 설소영은 그 한 문장에서 알 수 없는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다.

         

         

       지이이이잉-

         

         

       그때였다.

       어째서인지 그녀의 휴대폰이 한 번 더 진동했다.

       설소영은 깜짝 놀란 눈으로 다급히 휴대폰을 확인했다.

         

         

       [아! 그래도 연기 연습은 열심히 해주셔야 해요. 소영 씨의 연기력을 전적으로 믿는 입장이긴 하지만 조금 걱정되는 점이 있거든요.]

         

         

       ……조금 걱정되는 점?

         

       오히려 반가운 소리였다.

         

       설소영에게 있어서 이번 작품은 처음이라는 꽤나 뜻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에게 향하는 따끔한 소리는 언제든지 귀를 열고 고칠 생각이었다. 특히 그것이 자신을 추천하고 엄청난 신뢰를 보내오는 스토리 작가의 말이라면 더더욱.

         

         

       [소영 씨는 얼굴이 넘사벽으로 예쁘니까 혹시라도 연기가 미모에 묻힐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솔직히 이 부분이 조금 걱정되긴 하네요.]

         

         

       “……?”

         

         

       나름 따끔한 소리를 들을 각오로 문자를 읽었건만……

       마지막 문자를 무슨 뜻으로 보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설소영이었다.

         

         

         

       ***

         

         

         

       그로부터 얼마 뒤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은 순탄하게 촬영단계에 접어들었다.

         

       처음 관계자들의 걱정과는 다르게 설소영은 신인답지 않은 엄청난 연기력을 선보이며 촬영을 이어나갔고 덕분에 중반 화의 촬영까지 모두 손쉽게 끝마칠 수가 있었다.

         

       뭐…… 아직 분량이 절반이나 더 남아 있었기에 제작사나 배우들이나 지금도 한창 바쁠 때긴 하지만.

         

       그에 비해서 나는 나 PD님이나 조용석 형에게 대충 드라마 제작 현황에 관한 정보나 전해 들으면서 평온하게 일상생활을 지내고 있었다.

         

       아, 그리고 최근 조용석 형과는 말을 놓을 정도로 교류가 잦은 편인데 그 이유는 매일 밤마다 땀내나는 헬스장으로 끌려다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연히 나보고 헬스나 한번 해보지 않을래? 라는 용석이 형의 말이 계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처음에는 중학생이 뭔 근스냐, 키 크는데 방해된다 등등 온갖 변명으로 빠져 나가보려고 했지만. 오히려 성장기 때 운동을 하면 성장호르몬이 분비된다면서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걸 강추하더라.

         

       뭔가 들으면 들을수록 논리적이어서 눈 한 번만 딱 감고 같이 헬스를 시작했건만…….

         

         

       “스쿼트! 오, 자세 좋고. 은우야 이대로 3번만 더 하자. 최소 10번은 채워야지.”

       “이, 이거 진짜 마지막 세트 맞죠?”

       “그래. 그러니까 일단 이것부터 끝내자. 여덟! 아홉! 아홉! 아홉! 아홉! 아홉……”

         

       

       음.

         

       아무래도 제대로 물린 것 같다.

         

       분명 너무 과한 운동은 성장기에 안 좋다고 들었는데 이게 맞나……?

         

       그래도 용석의 형의 말대로 성장호르몬이 꾸준하게 분비되어서인지 키는 잘 크고 있었고 나름 근육도 붙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형 숨이 잘 안 쉬어져요.”

       “좋은 현상이야. 그거야말로 무산소지.”

       “하하. 진짜 미치겠네. 무산소 한 번 더했다간 그때는 진짜 골로 가겠는데요.”

       “오, 그래? 한 번 확인해볼까? 하체는 불태울 만큼 태웠으니 어깨로 확인해보자꾸나.”

         

         

       젠장.

         

       오늘도 눕자마자 잠들겠네.

         

       그렇게 속으로 눈물을 흘리며 어깨까지 조진 다음에서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참고로 집으로 돌아갈 때는 항상 용석 형이 차로 직접 데려다 준다.

         

         

       “흐음…….”

         

         

       그렇게 나는 여느 때처럼 용석 형이 운전하는 차 뒷좌석에 앉아 휴대폰을 쳐다봤다. 그 모습을 백미러로 확인한 용석 형이 씨익 웃으며 물었다.

         

         

       “누구랑 연락하길래 그렇게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거냐? 설마 여자친구?”

       “하하. 저도 그런 환상의 동물이 있다면 한번 만나보고 싶긴 하네요.”

         

         

       나는 다시 휴대폰을 바라봤다.

         

       최근 내게 생긴 가장 큰 변화라고 한다면 헬스보단 이 휴대폰이었다.

       그날 나 PD님을 통해 전해 받았던 내 두 번째 휴대폰.

       이 휴대폰에 저장되어있는 번호는 여전히 3개였다.

         

       나영진 PD, 박용오 국장, 그리고 설소영.

         

       뭐…….

       

       어차피 그중에서도 매일 문자를 주고받는 건 한 사람밖에 없지만.

         

         

       [작가님 저녁 드셨어요?]

         

         

       헬스가 끝나는 시간에 딱 맞춰 날아온 문자 메시지.

         

       처음에 문자를 주고받았을 때만 해도 감회가 새로웠는데 이제는 익숙하다 못해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설소영.

         

       어째선지 나와 그녀는 그날 이후로 매일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다.

         

         

       [작가님 이때는 표정이랑 손짓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원피스 사진), (블라우스와 치마 사진) 코디 분께서 4화 때 입을 옷을 두 가지 추천해주셨는데 어느 쪽이 더 좋아 보이세요?]

       [애드리브를 하나 추가하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분명 처음에는 드라마와 관련된 일 적인 얘기가 주를 이루었는데 어느샌가 사적인 얘기를 나눌 정도로 가까워져 버렸다.

         

       물론 지금처럼 그녀가 먼저 문자를 보내오지 않았다면 진작에 끊겼을 관계였을 테지만…….

         

       나는 쓴 미소를 지으며 답장을 전송했다.

         

         

       [아직 안 먹었어요. 소영 씨는 먹었어요?]

       [저는 가족이랑 식당에서 외식했어요. (사진)]

         

         

       답장과 함께 온 음식 사진은 딱 봐도 고급스러운 양식의 사진이었다.

       하긴 한국에서도 손꼽히는 부잣집 가족의 외식인데 그리 평범한 식당은 아니겠지.

       아마 가게 간판에 별 몇 개 정도는 기본으로 달려 있지 않을까?

         

         

       [맛있어 보이네요.]

       [그죠? 언제 한 번 같이 가요. 제가 살게요. 일단 날짜부터 먼저 잡을까요?]

         

         

       비싼 밥. 그리고 공짜.

         

       남자라면 안 넘어가기가 힘든 단어들.

         

       당장 내일이라도 약속을 잡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저 말이 그냥 밥이나 같이 먹자는 뜻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설소영 정도 되는 여자가 얼굴도 나이도 성별도 모르는 나랑 갑자기 왜 함께 밥을 먹고 싶겠는가?

         

       그것도 자기 돈까지 모두 지불해서 말이다.

         

         

       ‘원작을 봤던 사람인데 그건 말이 안 되지…….’

         

         

       그녀가 얼음공주같이 차가운 이미지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어 보였다.

       굳이 예를 들어보자면 베일에 싸인 내 정체가 궁금해서 얼굴이나 한번 보려고?

       근데 고작 내 얼굴 한번 보는데 비싼 밥을 사는 것도 조금 말이 안 되는데…….

         

       쓰으읍…….

         

       일단 문자를 읽었기에 답장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럴 때는 역시 그 방법뿐인가…….

       

         

       [그러고 보니 소영 씨가 신입답지 않게 연기를 너무 잘한다는 칭찬이 자자하더라고요.]

         

         

       바로 뻔뻔하게 화제 돌려버리기.

         

       대답하기 곤란한 상황일 때는 역시 이게 최고긴 하지.

         

         

       [……글쎄요. 작가님 귀에 들리실 정도로 잘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음, 겸손하시네요. 그럼 소영 씨 말대로 연기 못 하는 거로 하죠.]

       [(고양이 캐릭터가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이모티콘)]

         

         

       한번 장난을 쳐봤는데 반응이 제법 귀여웠다.

         

       이렇게 보면 새삼 평범한 여자아이라고 해야 하나?

         

       평소에 얼굴이랑 연기하는 모습만 보면 제대로 눈도 못 마주칠 것 같은데 이렇게 평범하게 문자를 주고받아보니 설소영 역시 나랑 같은 또래의 학생처럼 느껴졌다.

         

       ……근데 잠깐만.

         

       생각해보면 나 학생 아니잖아.

         

         

       “…….”

         

         

       어쨌든.

         

       몸만은 중학생이니까 이 부분은 대충 넘어가자.

         

         

       [소영 씨.]

         

         

       나는 다시 설소영에게 보낼 문자를 작성했다.

         

       아까는 장난식으로 보내서 혹시 마음이 상했을 수도 있으니 이번에는 최대한 진심을 담아서 보냈다.

         

         

       [항상 기대하고 있어요. 앞으로 남은 우리 겨울이 연기 잘 부탁드릴게요.]

         

         

       대충 이 정도면 되겠지?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허나…….

         

         

         

         

         

       이 문자를 보낸 뒤, 촬영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설소영의 연기력이 급격하게 떨어질 줄은.

         

       그때의 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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