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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

       

       

       

       

       각자의 역할에 맡게 분주하게 움직이는 스텝들.

         

       전생이든 이곳이든 촬영 현장은 항상 시끌벅적하고 열정이 넘치는 곳이다.

         

       물론 촬영에 들어서면 아까의 시끌벅적함이 거짓이라도 된 듯 순식간에 주위가 고요해진다.

         

       ……그때부터 들려오는 건 오직 배우들의 특별한 힘이 실린 목소리뿐.

         

       자신이 맡은 배역에 완전히 몰입한 배우들은 현장에 있는 모두의 숨을 죽이며 드라마의 한 컷을 완성해나간다.

         

       이윽고, 촬영 감독의 완료 사인을 끝으로 현장의 공기와 분위기가 밝아진다.

         

       아마 이것이 이상적인 촬영 현장의 분위기일 것이다.

         

       그렇기에.

         

         

       “컷. 표정이랑 몸짓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써주세요. 다시.”

         

         

       잠깐동안 내가 지켜본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에’ 현장 분위기는 가히 최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스텝들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고, NG가 나올 때마다 구석에서 안타까움이 담긴 한숨 소리가 종종 들려왔다.

         

       배우들 쪽은 그보다 상황이 심각하면 더 심각했지 덜 하지는 않았다.

         

       남주인공 하온 역을 맡은 남궁환의 표정은 누가 봐도 지쳐있었다.

         

       솔직히 NG가 나고 바로 촬영에 들어갔는데도 불구하고 저 정도 연기력을 유지하는 게 용하게 느껴질 정도.

         

       그리고 그의 맞은편에서 연기를 이어나가고 있는 설소영 쪽은…….

         

         

       “아… 죄송합니다.”

         

         

       몇 번 대사를 읊지도 못하고 곧바로 실수를 해버렸다.

         

       이제는 그마저도 익숙해졌는지 거의 무표정한 얼굴로 다시 촬영에 들어섰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지금의 설소영에게서는 아무런 것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마음을 담아 대사를 말해야 하는지.

         

       누구를 연기하고 있는지조차도…….

         

       감정을 완벽하게 지배해야 하는 배우가 저 정도로 흔들리고 있는 건 그리 흔치 않은 경우였다.

         

       심지어 스텝들 오피셜로 지금까지 완벽하게 연기를 해왔다던 그녀였기에 더더욱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

         

         

       “은우 군.”

         

         

       촬영 현장의 구석에서 아무도 눈치 못 챌 정도로 조용히 설소영의 연기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어찌 아셨는지 나 PD님이 내게 슬그머니 다가오셨다.

         

         

       “언제 도착하셨습니까?”

       “아마 4번째 NG부터였을 걸요.”

       “…대충 30분 정도 전이군요.”

       “네. 근데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생각보다 아름다워서 놀랐어요.”

       “하하. 덕분에 애를 좀 먹었죠.”

          

         

       배우들의 주변으로 활짝 만개한 알록달록한 꽃과 자연 경관.

         

       이곳은 강원도 인근에 위치해 있는 하늘공원이란 곳으로 15화의 클라이맥스 부분을 촬영하기 위해 아예 통째로 대여한 장소라고 한다.

         

       물론 너무 외지라는 점 때문에 사람들이 방문이 적어서 대여비는 싸다고 들었다.

         

       ……뭐.

         

       그마저도 촬영 기간이 예상보다 훨씬 길어져서 예산에 지장을 주고 있겠지만.

         

       어쨌든.

         

       자연스레 내 옆에 선 나영진이 근심 가득한 얼굴로 설소영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자신 때문에 계속 일어나는 NG는 긴장감을 줬을 거고, 무거운 현장의 분위기는 되려 부담감으로 다가왔겠죠. 그런데 근본적인 이유가 도통 짐작이 안 가네요.”

         

         

       근본적인 이유.

         

       긴장감과 부담감이 그녀의 연기력에 지장을 줬다 해도, 아예 처음에 그녀가 NG를 낸 이유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하지만 은우 군. 일단 당장 급한 건 차선책에 대한 겁니다. 이제 예정된 기일 내까지 완성 시키려면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요. 어찌어찌 기일을 미룬다고 해도 지금 이 상태면 의미가 없을 겁니다.”

         

         

       나영진의 말은 정론이었다.

         

       일단 이유야 어찌 됐든 가장 급한 건 눈앞의 상황을 어떻게든 서둘러 해결해야 하는 것.

         

         

       “대본을 수정하는 것에 대해 아직도 같은 생각이십니까?”

       “그럼 하나만 물을게요. 나 PD님이 생각했을 때 이것보다 더 좋은 클라이맥스가 있나요?”

       “…가불기를 쓰시는군요.”

         

         

       지금 촬영하고 있는 부분은 15화의 거의 끝부분.

         

       1화의 운명적인 만남을 시작해서 하온의 적극적인 방문으로 겨울과 하온은 하루도 빠짐없이 교류를 나누게 되었다.

         

       어느 날은 하온의 사진작가라는 직업을 활용하여 SNS에 카페 사진을 올려 홍보를 하기도 하고, 둘이서 함께 색다른 메뉴를 연구하기 위해 인기 카페 탐방을 다니기도 했다.

         

       또, 어느 날은 카페에 방문한 진상을 속 시원하게 참교육하기도 했고, 항상 무표정인 겨울에게 알 수 없는 이끌림을 느끼고 있던 하온이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게 고작 몇 달 사이의 일이었지만, 겨울에게는 환생으로 인한 수백 년의 시간보다 그 몇 달이 더욱 값지게 느껴졌다.

         

       그렇기에 그것은 삶에 대한 미련으로 이어졌고 세상과의 이별이 아닌 하온과 앞으로를 함께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겨울은 환생을 끊어낼 방법을 알려준 신비로운 무당을 하온과 함께 다급히 다시 찾아갔다.

         

       하지만.

         

       무당은 그 둘을 향해 그저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아가야, 너가 살 수 있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단다. 그냥 23살 이후로 운명의 상대 옆에 계속 있으렴. 그렇게만 한다면 너의 저주는 자연스레 그 사람이 짊어질 거란다. 아마…’

         

         

       [영원히.]

         

         

       무당의 말을 들은 겨울은 절망했다.

         

       자신이 살기 위해선 하온에게 환생의 저주를 짊어지게 하라는 소리였다.

         

       그것이 얼마나 무거운 운명인지 뼈저리게 깨닫고 있었기에 겨울은 단호히 환생의 저주는 자신으로 완전히 끝을 내겠다고 말했다.

         

       다만.

         

         

       하온: (겨울의 손을 꽉 붙잡으며) 당신의 짐을 제가 나눠 가질게요.

         

       그러니 앞으로 계속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세월이 흘러 신이 당신의 영혼을 거둔 후.

         

       다음 생이 찾아온다면.

         

       설령 모든 것을 잊고 나를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당신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이번에는 내가 당신을 기다릴게.

         

         

       하온의 굳은 각오를 들은 겨울은 못 이기겠다는 듯 그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이제는 아무런 걱정 없이 행복한 나날만을 보내는 것 같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겨울이 불현듯이 모습을 감추었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불길한 생각이 든 하온은 겨울이 갈 만한 곳을 미친 듯이 찾아다녔고, 무당의 도움으로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 결국 겨울이 있는 약속의 장소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 하온은 때에 맞추지 못했다.

         

       여기까지가 대충 클라이맥스 바로 전의 상황.

         

       클라이맥스를 위해 지금까지 빌드업을 열심히 해왔는데 이걸 갑자기 수정한다?

         

       그것이 설령 차선책이라고 하더라도 당연히 극의 흐름이 이상해질뿐더러 작품의 퀄리티도 상당히 떨어지게 될 것이다.

         

       심지어 지금 설소영의 상태로 수정한 대본의 연기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

         

       그리고 이 사실을 나 PD님을 포함한 제작사 측이 모를 리가 없다.

         

       그럼에도 대본을 수정하자는 얘기가 계속 나온다는 건 무슨 뜻일까?

         

       지금까지 완벽하게 잘 해왔으니까 한 번 정도는 그럴 수 있다, 지금 촬영하고 있는 장면이 연기하기 어려운 것 같기도 하다, 좀 더 쉬운 대본으로 바꾼다면 분명히 잘해낼 거다 등등.

         

       아마 이런 느낌으로 다들 아직 그녀에게 희망을 품고 있다는 뜻이겠지.

         

         

       ‘……글쎄.’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대본을 수정하자는 건 이제 그녀의 연기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은 은연중에 표현한 것과 마찬가지다.

         

       당연히 배우의 연기력 부족으로 계속되는 NG는 제작사 측의 신뢰가 떨어질 만한 사항인 것은 이해한다.

         

       다만.

         

       그럼에도 설소영은 계속 연기를 이어가고 있다.

         

       자신 때문에 계속 늘어나는 NG.

         

       처음에는 신뢰가 가득 차 있던 현장 사람들의 눈빛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그녀는 어째선지 계속 연기를 하고 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단순하게 생각해봐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는 거다.

         

       그녀는 아직 꺾이지 않았다.

         

       NG가 계속되면 가장 힘든 건 당연히 당사자인 배우 쪽이다.

         

       특히 이번이 첫 배우 활동을 하는 설소영이라면 더더욱.

         

       그런 그녀가 약한 소리도 한번 안 내고, 지금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연기를 시도하는데 오히려 이건 칭찬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근데 저렇게 노력하고 있는 애한테 다가가서 칭찬을 해주지 못할망정 갑자기 대본을 수정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다고?

         

       이런 건 그녀 역시 용납하지 못할뿐더러 그전에 내가 절대 인정 못 한다.

         

         

       “나 PD님. 저한테 시간을 조금만 주세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그녀랑 대화를 조금 나눠보려고요.”

       “……대화요?”

         

         

       순간 나영진의 얼굴에 의문이 들어섰다.

         

       그러곤 그 의문은 곧 걱정으로 바뀌었다.

         

         

       “아, 그…”

       

         

       얼떨결에 대인기피증이라고 못 박아버렸는데 설마 직접 만나기라도 할 생각은 아니시겠지?

         

       

         

       

       ***

         

         

       촬영에 진전이 없자, 현장은 잠시 휴식시간 30분을 가지기로 하였고.

         

         

       “……하.”

         

         

       촬영 세트 근처에 구비되어있는 휴게실에서 설소영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 넓은 공간은 아니었지만, 현재 이곳을 그녀 혼자 사용하고 있었다.

         

       눈치 보지 말고 편안하게 쉬라는 스텝들 나름의 배려였다.

         

       그래, 배려.

         

       사실 설소영 역시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이제 현장의 사람들은 자신이 클라이맥스 씬을 해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

         

       당연한 결과였다.

         

       나 같아도 이렇게 촬영을 망치는 배우가 그리 좋게 보이지는 않을 거다.

         

       그렇기에.

         

         

         

       “지금 나, 뭐 하고 있는 거지…….”

         

         

       설소영은 스스로에게 크게 실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촬영이 시작되기만 하면 호흡이 빨라지고, 열심히 외웠던 대사는 어느샌가 머릿속에서 사라져 있었다.

         

       몸의 떨림과 목소리도 뜻대로 제어되지 않았으며 이제는 현장의 공기가 너무나도 무겁고, 차갑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분명 잘했으면서 도대체 왜…….

         

       이유를 알 방도가 없었던 그녀는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

         

       차라리 무슨 병에라도 걸렸다면 마음이 편했을 거다.

         

       병은 의사가 낫게 하는 방법을 친절히 알려주니까.

         

       하지만 지금처럼 NG가 나는 건 오로지 배우의 연기력 부족 때문이다.

         

       즉, 누군가의 도움 없이 배우 스스로가 이겨내야 한다는 소리.

         

       ……다만.

         

       설소영은 반사적으로 휴대폰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리고 절대 연락이 먼저 오지 않는 사람으로부터 온 문자를 다시 읽었다.

         

       촬영에 지장을 계속 주고, 집으로 돌아가면 표정이 어두운 자신을 가족들이 걱정한다.

         

       이제 현장의 사람들 역시 자신이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솔직히 이런 상황에서 마음이 약해지지 않는다는 건 당연히 거짓말이다.

         

       그럼에도.

         

         

       [항상 기대하고 있어요. 앞으로 남은 우리 겨울이 연기 잘 부탁드릴게요.]

         

         

       내게 기회를 준 사람이 절대적으로 자신을 신뢰하고 있다.

         

         

       ‘이거면 충분해.’

         

         

       설소영은 문자를 보며 다시 마음을 안정시켰다.

         

       그 사람이 대가 없이 보내오는 무한한 신뢰만이 지금의 그녀에겐 유일한 이정표이자 동아줄이었다.

         

       허나, 만약 그것마저 끊어져 버린다면…….

         

         

       짝-!

         

         

       설소영이 갑자기 자신의 양 뺨을 두 손으로 강하게 때렸다.

         

       생각했던 것보다 파워가 조금 강했는지 옅은 화장 위로 뺨이 붉게 물든 것이 보일 정도였다.

         

         

       ‘잡생각은 그만하자. 이제는 진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얼른 정신을 차리자는 의미에서 스스로의 뺨을 때렸지만, 그녀는 뺨에서 오는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을 느낄 새도 없을 정도로 코너에 몰려 있다는 뜻이었다.

         

       ……지금 이 상태로 다시 촬영에 들어가 봤자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후…….”

         

         

       설소영은 조금이라도 긴장을 풀기 위해 호흡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쉰 뒤 휴게실을 나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였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지이이잉-

         

         

       휴게실의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익숙한 휴대폰.

         

       전화라도 온 듯 계속 진동하는 그 소리를 듣고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멈췄다.

         

       ……누구지?

         

       평소 자신의 휴대폰에 전화를 거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

         

       주로 가족과 운전기사인 민석 아저씨 정도.

         

       호기심이 생긴 그녀는 서둘러 휴대폰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927 작가님]

         

         

       전화를 걸어온 사람이 누구인지 깨닫고 눈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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