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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

       

       

       

       

       스튜디오엔믹스 측이 사전에 준비한 모든 홍보과정이 끝나고 이제는 기자들 측의 질문 타임이 시작되었다.

         

       질문하기에 앞서 대부분의 기자들은 흥미로운 표정과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보통 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 작품을 중점으로 한 질문들이 주를 이루며 질문의 수위 역시 많이 약해진다.

         

       하지만 현재 반응이 영 탐탁지 않은 몇몇 기자들의 질문은 조금 다를 것이었다.

         

       그들은 이런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작품에 대한 설명이나 질문에 관한 답은 저기 앉아 있는 제작 총괄 PD가 아닌 스토리 작가 본인의 입으로 직접 설명해야 더 확실한 것 아닌가?

         

       애초에 스토리 작자라는 중요한 사람이 기자간담회에 참여하지 않은 것부터가 작품에 대한 애정이 별로 없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으며, 간담회에 손수 발걸음을 옮긴 기자 본인들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느껴졌다.

         

       그 때문에 나영진을 향해 이런 질문들이 쏟아졌다.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한 스토리 작가는 어떤 사람이냐. 본인이 구상한 첫 작품이면서 왜 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냐. 너무 책임감 없는 게 아니냐. 현재 그는 어디서 뭘 하고 있냐 등등.

         

       다만 기자들의 이런 날 선 질문에 나영진은 처음부터 예상이라도 한 듯 자연스럽게 대처했다.

         

       아무리 스토리 작가에 대해 파고들어 봤자 별다른 수확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들은 다른 방향으로 질문을 하기로 했다.

         

       그건 바로 캐스팅 부분.

         

       남궁환 배우가 남주인공 역을 맡는 건 이해되었다.

         

       평소 현장에서 인성 좋기로 소문나 있었고, 몇몇 작품의 주연을 맡으면서 연기력이 충분히 검증되었기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얼굴도 잘생겼으니까 뭐….

         

       다만 그들이 생각하기에는 이런 훌륭한 작품의 여주인공 역으로 설소영을 쓸 이유가 전혀 없어 보였다.

         

       나이도 어리고, 마땅히 출연한 작품도 없다. 그리고 그녀는 제일전자 설한용 사장의 딸이라는 구설수에 오르기 딱 좋은 위치에 있는 인물.

         

       짧은 예고편 하나만으로는 그녀가 현장에서 어떤 연기를 펼쳤는지 그들이 알 방법은 없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타겟을 스토리 작가에서 현장에 있는 설소영으로 정했다.

         

         

       ─질문하겠습니다. 왜 여주인공 역에 굳이 설소영 씨를 쓴 겁니까?

         

         

       한 기자가 이런 질문을 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답한 것은 설소영이 아닌 다급히 마이크를 켠 나영진이었다.

         

         

       “소영 양의 분위기가 여주인공인 겨울과 완벽하게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캐스팅했습니다. 아마 드라마가 정식으로 방영한다면 제 말이 무슨 뜻인지 단번에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질문을 한 기자는 나영진의 답변을 듣고 오히려 더 당황했다.

         

       방금 그가 내뱉은 말은 설소영을 왜 캐스팅했는지에 대한 답뿐만 아니라 그녀의 연기력 문제에 대한 대답도 은연중에 함께 들어 있었다.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이 정식 방영을 하면 우리가 왜 그녀를 뽑았는지 알 수 있을 거다.

         

       그러니 비난을 하고 싶으면 지금이 아니라 그때 가서 해라.

         

       물론 그때가 되어서 우리를 비난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건 제작사 측에서 답변할 수 있는 가장 자신감 넘치는 대답이었다.

         

       현장에 있던 기자 중에서 나영진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한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설소영을 왜 뽑았냐고 질문을 한 기자마저 조용히 다시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으니까.

         

       다만.

         

         

       ─제일전자가 설소영 씨의 캐스팅을 위해 스튜디오엔믹스 측에 뒷돈을 쥐여준 거 아닙니까?

         

         

       어딜 가나 눈치 없는 사람은 꼭 한 명씩 있다.

         

       한 기자가 뻔뻔한 표정으로 당당하게 손을 들며 그리 발언했다.

         

       이번에는 어째서인지 나영진의 대처가 느렸다.

         

       저런 질문이 이런 자리에서 나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유도 있었고, 그냥 어이가 없어서였다.

         

       당사자가 바로 앞에 있는데 저런 식의 선을 넘는 질문을 하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가?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이 당연히 나영진만은 아니었다.

         

         

       “아니, 저 기자 미친 거 아니야?”

         

         

       설소영의 옆에 앉아 있던 남궁환이 처음으로 인상을 꾸겼다.

         

       아무리 기자간담회라고는 하지만 아까부터 공격적인 질문이 조금 많았다.

         

       심지어 그 대상이 주로 어린 설소영이라는 점이 남궁환의 심기를 계속 건드리고 있었다.

         

       그 역시도 처음에 설소영에게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던 부류였다.

         

       그냥 첫인상은 단순히 얼굴이 예쁘고, 예의가 바르다는 것 정도.

         

       하지만 그녀와 함께 연기를 맞춰보고, 클라이맥스 씬의 촬영을 모두 마쳤을 때 그의 생각은 변해있었다.

         

       처음 촬영을 했을 때는 솔직히 조금 감탄했다.

         

       그녀는 첫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자신의 배역에 녹아들었으니까.

         

       원래 상대 역이 연기에 몰입해 주면 함께 연기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그것만큼 편한 게 없다.

         

       뭐… 경력자인 자신이 오히려 신인에게 리드 당하고 있다는 점이 조금 아이러니한 상황이긴 했지만, 딱히 상관없었다.

         

       남궁환은 상당히 열린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었다. 특히 연기에 한해서는 더욱 그런 성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그렇기에 연기를 하고 싶게끔 만드는 재밌는 스토리와 신인인데도 불구하고 수상할 정도로 연기를 잘하는 상대역.

         

       이 두 가지의 참신한 요소 덕분에 남궁환은 어느샌가 촬영을 즐기고 있었다.

         

       물론 그런 그에게도 촬영 기간 동안 힘든 시기가 있었다.

         

       그건 바로 문제의 15화, 클라이맥스 씬의 촬영이었다.

         

       그때는 설소영 본인이 제일 힘들었겠지만, 그녀의 상대역인 남궁환 역시 만만치 않게 힘들다고 느꼈다.

         

       계속되는 NG는 그의 연기력마저 조금씩 흔들리게 만들었으며, 어느샌가 항상 즐거웠던 촬영장의 분위기가 점점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남궁환은 최선을 다했다.

         

       신인이면 당연히 그럴 수 있다며 설소영을 계속 다독였으며, 이번에는 경험자인 자신이 그녀를 이끌어주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가 그리 좋지는 않았다.

         

       그 시점에서 남궁환은 제작사 측과 마찬가지로 속으로 차선책을 원하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계속 흘러가게 된다면 앞으로도 상황이 변하지 않을 거라고 직감하였기 때문이다.

         

       다만.

         

         

       ‘하마터면 실수할 뻔했다.’

         

         

       다시 촬영에 들어갈 때마다 포기하지 않는 설소영을 보며 남궁환은 그런 생각을 곧바로 접을 수 있었다.

         

       같은 배우로서 지금 그녀에게 닥친 상황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다.

         

       하지만 자신보다 나이도 훨씬 어리고, 이제 갓 배우의 길에 들어선 소녀가 그 상황을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 꺾이지 않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보니까 오히려 존경심이 절로 들 정도였다.

         

       그렇기에 남궁환은 그녀가 이겨낼 때까지, 스스로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 응원해주고 어울려 주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설소영은 결국 해냈다.

         

       남궁환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엄청난 연기력을 당당하게 선보이면서 말이다.

         

       그 시점에서 남궁환은 자연스레 그녀의 팬이 되어있었다.

         

       그가 방금 기자의 무례한 질문에 화를 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남궁환은 자신의 앞에 놓인 스탠딩 마이크를 작동하기 위해 손을 가져다 댔다.

         

       하지만 그가 마이크에 대고 소리를 지를 일은 없었다.

         

         

       “소영아…?”

         

         

       남궁환은 깜짝 놀란 듯 커진 눈으로 설소영을 쳐다봤다.

         

       마이크에 손을 뻗는 그의 손목을 설소영이 붙잡았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여기서 남궁환이 놀란 이유는 설소영의 갑작스러운 행동 때문이 아니었다.

         

       정확하게는 설소영이 짓고 있는 표정 때문이었다.

         

       NG 사태 때도 표정은 어두웠지만……

         

       저렇게까지 차갑게 정색하고 있는 얼굴은 처음 봤다.

         

       뭔가 분위기에 압도당하는 건 이럴 때 쓰는 게 아닐까?

         

       저 얼굴에 저런 표정까지 짓고 있으니 되려 이쪽이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남궁환은 그녀의 얼굴에서 또 다른 감정을 엿볼 수 있었다.

         

         

       ‘…화난 건가?’

         

         

       그렇다.

         

       남궁환의 생각대로 그녀는 화를 내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을 공격하는 선 넘는 질문 때문이 아닌, 다른 사람을 공격해서였다.

         

       설소영은 간담회 중간부터 그 기자의 얼굴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조금 전, 그 기자가 927 작가를 향해 본인 작품에 대한 책임감이 너무 없는 거 아니냐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그 사람이 본인 작품에 대한 책임감이 없다고?

         

       설소영은 그 말을 듣자마자 육성으로 욕이 튀어나올 뻔했다.

         

       자신이 아는 927 작가는 대외선상에서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뿐이지 누구보다 본인의 작품에 책임감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이건 그와 작품에 관한 얘기만 나눠봐도 대충 알 수 있다.

         

       일상적인 얘기는 설렁설렁 대답하면서 대화가 짧게 이어지는데 작품에 관해 궁금한 것을 물으면 그때는 분 단위가 아닌 시간 단위로 대화가 이어진다.

         

       뭔가 마트 장난감 코너에 간 어린아이 같다고 해야 하나?

         

       그만큼 자신의 작품에 관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신이 난 게 눈에 훤히 보일 정도였다.

         

       뭐… 언제는 이 점을 노리고 일부로 작품에 관해서 물어볼 적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애초에 그가 책임감이 없었다면 NG 사태 때 촬영을 보러 오지도, 자신에게 통화조차 걸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뭣도 모르면서 함부로 입을 놀리는 기자에겐.

         

         

       “기자님. 방금 했던 그 발언. 책임질 수 있겠어요?”

         

         

       ……약간의 벌이 필요하겠지.

         

         

         

         

         

       “야, 야. 서은우. 결국 그 기자 잘렸다던데?”

       “상식 아니야? 한국에서 대놓고 제일전자를 건드렸는데 살아남는 게 말이 안 되지.”

       “그럼 그 기자는 왜 설소영을 건드린 건데?”

       “아직 어리니까 그 사람의 눈에는 만만하게 보였겠지. 원래 부잣집 따님일수록 머릿속이 꽃밭인 경우가 많으니까.”

         

         

       다만 이번에는 상대가 너무 나빴다.

         

       천하의 설소영을 평범한 부잣집 따님들과 같은 선에 두면 안 되지.

         

       그리고 조금 소름 돋았다.

         

       만약 내가 설소영의 앞에서 그녀의 신경에 거슬리는 망언을 내뱉었다면…….

         

       오우…….

         

       그냥 상상만 했는데 어딘가가 떨리네.

         

         

       “근데 잠깐만. 너가 기자간담회에 있었던 일을 어떻게 아는데?”

         

         

       문뜩 그런 의문이 들었다.

         

       내가 알기로 어세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의 기자간담회 소식은 이틀 뒤에 공개된다.

         

       근데 내 쪽을 향해 뒤돌아 앉아 있는 저 망할 친구 놈은 도대체 그 사실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음? 그야 우리 아버지가 무한신문에서 일하시니까.”

       “오, 그래? 혹시 아버지 직책이 어떻게 되시는데?”

       “부사장.”

       “……?”

       “어라? 내가 말 안 했던가? 하하.”

         

         

       천진난만하게 웃는 친구 놈의 얼굴을 보니 헛웃음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시바… 이 금수저 새끼 공부 안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구나.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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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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