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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

       

       

       

       

       오늘은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 첫 방영일.

         

       설소영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스튜디오엔믹스에 방문했다. 배우들끼리 함께 1화를 시청하자는 약속을 나누어서였다.

         

         

       ‘인터넷이라도 할까.’

         

         

       가장 먼저 휴게실에 도착한 그녀는 심심함이라도 달랠 겸 휴대폰을 쳐다봤다.

         

       현재 드라마 커뮤니티에서는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에 엄청난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KDS 방송국의 황금시간대 편성을 사수한 것.

       하락장을 찍고 있는 스튜디오엔믹스의 라스트 댄스.

       심지어 그 라스트 댄스를 집도하는 게 이름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신인 작가와 첫 데뷔작을 찍은 설소영?

         

       대부분의 시청자는 흥미로운 반응을 보였다. 스튜디오엔믹스가 무슨 호구도 아니고, 특별한 전략이라도 가져왔을 거라고 다들 기대컨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뉴스 메인에 뜬 기사가 자연스레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드디어 방영되는 화제의 신작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 최근 마른 사막과도 같은 드라마 시장에 과연 한 줄기의 오아시스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스튜디오엔믹스의 라스트 댄스가…>

         

         

       음… 타이틀 제목치고는 많이 구린 것 같은데.

         

         

       “와, 그 기사 제목 뭐야? 흥미진진한데?”

         

         

       이어서 휴게실을 방문한 남궁환이 설소영의 휴대폰에 적힌 기사를 읽으며 감탄했다.

         

       다른 배우분들의 반응도 마찬가지.

         

       혹시 몰라 댓글 창도 살펴보니까 대부분 기사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이거 나만 그렇게 느껴지는 건가?

         

       설마 싶어서 설소영은 누군가에게 다급히 문자를 작성해 보냈다.

         

         

       삑-

         

         

       휴게실의 빔 프로젝트에서 화면이 나오기 시작했다.

       1화의 본방 시간은 오후 9시.

       앞으로 약 5분 남았다.

         

         

       지이이잉-

         

         

       그때 휴대폰의 진동 소리도 함께 들렸다.

         

       설소영은 설레는 미소로 휴대폰을 확인하였다.

         

         

       [(뉴스 메인 기사 링크)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빔 프로젝트가 작동하기 전.

         

       그녀는 927 작가에게 이렇게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상대방으로부터 온 답장은…….

         

         

       [음… 다른 건 모르겠고 일단 제목은 구린 것 같은데요?]

         

         

       그것을 본 설소영은 피식 웃었다.

         

       역시.

         

       이 사람하고는 여러 의미로 잘 맞는 것 같다.

         

         

         

       ***

         

         

         

       스튜디오엔믹스의 국장실.

         

       나영진 PD는 박용오 국장과 함께 TV를 시청했다. KDS 채널에서 광고가 흘러나오고, 드라마가 막 시작하려던 찰나였다.

         

         

       “영진아 시청률 몇 프로 정도 나올 것 같냐?”

         

         

       박용오 국장이 나영진에게 물었다.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은 특히나 이런저런 말들이 많이 나왔다.

         

       설소영을 여주인공 역으로 썼다는 것도 사건이라면 사건이지만, 박용오가 생각하기에 전무후무한 사건은 따로 있었다.

         

       927 작가.

         

       얼굴도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말 그대로 듀라한 작가의 데뷔.

         

       이제 이 드라마가 정상 방영되면 세간의 집중이 어디로 향할지는 대충 예상이 되었다.

         

         

       “글쎄요. 마땅한 경쟁자가 없으니 제법 높게 나올 것 같긴 합니다.”

       “한 5프로는 나오려나.”

       “에이, 홍보를 그렇게 했는데 절대 5프로는 아닐 겁니다. 아, 이제 시작하는군요.”

         

         

       몇 가지 광고 영상을 끝으로 이내, KDS 채널에서 드라마의 오프닝이 흘러나왔다.

         

       카페 분위기가 물씬 흐르는 오프닝을 시작으로.

         

         

       똑딱- 똑딱-

         

         

       방 안에 있는 시계 소리와 함께 주인공이 천천히 눈을 떴다. 방안을 둘러보면 침대를 포함한 정말 필요한 생필품밖에 보이지 않았다.

         

       마치, 곧 어디론가 떠날 사람의 방처럼.

         

       그곳에서 표정이 없는 여자.

         

       겨울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이거 참…….’

         

         

       박용오는 주인공의 연기를 보고 순수하게 감탄했다.

         

       저렇게 무표정한 얼굴로 몸짓 하나하나를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건 절대 쉬운 연기가 아니다. 솔직히 저 연기를 다른 배우가 했다고 상상하면 어색하게만 느껴질 것 같았다.

         

         

       ‘도대체 어떻게 눈치채셨을까.’

         

         

       그녀를 캐스팅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던 소년의 모습을 떠올리며 박용오는 쓴 미소를 지었다.

         

       연출도 좋고, 배우들의 연기력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

         

       덕분에 그는 드라마에 깊이 몰입해 있었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까지 몰입할 수 있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따로 있었다.

         

       앞서 말했다시피 연출도 좋고, 배우들의 연기력도 좋은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었다.

         

       다만.

         

         

       ‘정말 저게 중학생 머리에서 나올 수 있는 대사인 건가?’

         

         

       극의 흐름과 대화의 자연스러운 조화. 과연 이 드라마를 시청자 하는 사람들이 어색함이라는 걸 단 한 번이라도 느낄 수가 있을까?

         

       동시에 다른 작가들이 지금쯤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박용오는 너무나도 궁금했다.

         

       아마 큰 충격을 받고 있겠지.

         

       도대체 저 대사를 위해 몇 년이나 연구했을지 상상하며.

         

       하지만 그들은 절대 믿지도, 긍정하지도 못할 것이다.

         

       저 대사와 스토리가 중학생의 머리에서 고작 3주 만에 탄생했다는 것을.

         

       만약 이 사실을 세간이 알게 된다면……

         

       음, 큰 파란이 일어날 거다.

         

       무조건.

         

         

       “국장님……”

       “왜?”

         

         

       그때 나영진이 자신의 휴대폰을 확인하며 다급히 박용오를 불렀다.

         

         

       “저희 지금 시청률이……!”

       “시청률이 왜?”

         

         

       박용오는 답답했다.

         

       아니, 시청률이 얼마나 나오길래 계속 뜸을 들여!

         

         

       “십─”

       “오, 10프로? 그 정도면 첫 화치곤 많이 선방했네.”

       “팔.”

       “…하?”

         

         

       뭐, 십팔?

         

       박용오는 순간 나영진이 드디어 미친 줄 알았다.

         

       이게 어디 하늘 같은 국장님을 향해 욕을 해!?

         

         

       “영진아 드디어 미친 거냐?”

       “아니, 그게 아니라 18프로입니다. 저희 드라마 현재 시청률.”

         

         

       순간 박용오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18프로……?

       어라 이상하다?

       아직 엔딩크레딧도 안 나왔는데?

         

         

       ‘요즘 내가 영진이한테 일을 너무 많이 시켰나…….’

         

         

       박용오는 미심쩍은 눈으로 나영진이 건넨 휴대폰을 쳐다봤다.

         

       그리고 거기에 적힌 숫자는…….

         

         

       [18.8%]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18.8

       18.9

       19.0

         

       ……

         

         

       이제는 무섭게 느껴질 정도로 숫자가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기획: 박용오

       ─제작총괄: 나영진

       ─연출, 촬영: 고동빈

       ─극본: 927

         

         

       그리고 마침내 1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왔을 때.

         

         

       [20.2%]

         

         

       무려 첫 작품.

       심지어 첫 화부터 최고 시청률 20프로대.

       괴물 작가의 탄생을 알리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음, 아버지 차나 한 대 바꿔드려야 하나?’

         

         

       한편…….

         

       집에서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을 가족들과 함께 시청하고 있던 서은우의 입가에 얕은 미소가 걸렸다.

         

       솔직히 기대는 어느 정도 했다. 작품에 대한 자신감도 어느 정도 있었고.

         

       근데 평균 시청률 19프로, 최고 시청률 20.2프로는 조금 예상 밖이었다.

         

       전생에 있던 곳에서는 1화 평균 시청률이 4프로 정도 찍혔는데.

         

       쓰으읍…… 20프로가 누구 개집 이름도 아니고 이렇게 쉬운 거였나?

         

       전생의 성적과 비교해서 조금 허탈한 기분이 들기도 하는데……

       어쨌든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뭐.

       일단 주머니는 두둑해지겠네.

         

         

       “어머, 진짜 재밌다. 아들 저 둘이 이어지는 거 맞지?”

       “은우야 나 소영 씨 싸인 좀 구해줘!”

         

         

       음, 생각해보니까 좋지 않은 점도 있긴 하네.

         

       가족들의 관심에 서은우는 방긋 웃으며 자신의 방으로 도피했다.

         

         

         

       ***

         

         

         

       무한신문의 부사장 아들인 차무식과 세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드라마 작가 서은우는 오랜 친구 관계다.

         

       학교에서도 거의 종일 붙어 다닐 정도로 친했기에 서로가 서로에 대해 비교적 잘 아는 편이다.

         

       이건 그런 차무식의 시점에서 본 서은우에 대한 평가다.

         

       일단 녀석은 더럽게 공부를 잘한다.

         

       뭐… 자신도 학원 빨로 성적을 열심히 유지하고는 있지만, 저놈은 그냥 교과서 위주로 공부를 하는데 성적이 잘 나온다.

         

       불공평하다면 불공평할 수 있는데 저 녀석이 공부하는 양을 보면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최근에는 아는 형에게 이끌려 밤마다 강제 헬스를 하고 있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덕분인지 옛날에 비해서 몸이 더럽게 좋아졌다.

         

       정작 본인은 날마다 돌아가며 상체 하체 지옥이라며 하소연을 하지만, 저건 사실 행복한 기만이 아닐까?

         

       음, 사실 녀석이 몸이 좋아지는 건 같이 다니는 입장에선 개꿀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느 학교든 불량한 학생들이 있는 편인데 서은우와 자신이 다니는 학교도 그건 마찬가지다.

         

       근데 그놈들도 서은우는 못 건든다.

         

       왜냐고?

         

       178cm을 넘어가는 중학생치곤 큰 키에 저 정도 근육이면…… 음, 나 같아도 절대 못 건든다.

         

       아, 그리고 이게 제일 중요하다.

         

       아무래도 녀석이 최근 연락하는 사람이 생긴 것 같다.

         

       심심하면 휴대폰을 쳐다보며 문자를 주고받고 있고, 정작 본인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한 대 쥐어 박아주고 싶을 정도로 실실 웃고 있다.

         

       그래서 한 번 물어봤다.

         

         

       “혹시 지금 연락하는 사람 여친이냐?”

       “하하. 내가 이 사람이랑? 나 같은 놈이 그게 가능할 리가 없어.”

       “아니 그 사람이 누군지 내가 알아야 가능한지 아닌지 판단해주지 이 새갸.”

       “됐어. 그냥 멋있는 사람이야.”

         

         

       일단 반응을 보아하니 여자친구는 아닌 것 같았지만, 여자는 맞는 것 같았다.

         

       하… 이 새끼가 또 기만하네?

         

         

       “은우야!”

         

         

       그때 학교에서 여신이라고 불리는 최은정이 총총걸음으로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음? 갑자기 왜 불러?”

       “아니 그게…….”

         

         

       서은우의 물음에 고개를 숙이며 묘하게 얼굴을 붉히는 최은정.

         

       녀석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순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바, 또 지랄 났네.

         

         

       “과학 선생님이 실험 도구 준비를 도와달라고 하셔서… 근데 나 혼자는 조금 힘들 것 같아.”

       “아, 도와달라고? 진작 말을 하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떠나는 친구 놈.

         

       최은정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친구 놈을 따라갔다. 그리고 은근슬쩍 팔에 팔짱을 끼는 건 덤이었다.

         

         

       “그… 팔은 갑자기 왜….”

       “와! 은우야, 너 팔 진짜 단단하다. 한번 만져봐도 돼?”

       

         

       그냥 멘트까지 아주 여우네 여우야.

         

       다만.

       

       그들의 풋풋한 뒷모습을 보며 차무식은 속으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은우야.’

         

         

       오늘부터 내 꿈은 너야. 은우야.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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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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