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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

       

       

       

       

       927 작가.

         

       자신의 딸을 배우의 길로 순식간에 끌어들인 뭔가 수상한 사람.

         

       최근 입원실에 방문할 때마다 소영이가 첫사랑에 빠진 소녀마냥 신나게 얘기를 꺼내는 각본가로 상당히 수상한 점이 많아 보이는 인물이다.

         

       나이, 얼굴, 성별 그 무엇하나 제대로 알려진 게 없었으며 그런 수수께끼의 인물이 자신이 쓴 작품에 소영이가 출연하길 강하게 원한다.

         

       여기서부터 뭔가 이상한데 더욱 이상한 점은 소영이가 그 수상한 사람을 광적으로 신뢰하고 따른다는 것이다.

         

       이건 지극히 객관적인 평가인데 소영이가 그렇게 순진하고 만만한 아이는 아니다.

         

       근데 그런 소영이의 신뢰를 저 정도까지 얻어낼 인물이면 그리 평범한 사람은 아니라는 뜻.

         

       부모의 입장으로선 딸이 걱정되는 마음 반, 927 작가의 정체에 대해 궁금한 마음 반이었다.

         

         

       “윽!”

         

         

       그때였다.

         

       복부에 갑작스러운 통증을 느낀 이화영이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었다.

         

         

       “어, 엄마!”

         

         

       바로 앞에서 어머니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본 설소영이 다급히 그녀의 몸을 감쌌다.

         

         

       “괘, 괜찮아요?”

         

         

       설소영의 말이 꼬이고 있다는 것은 현재 그녀가 상당히 당황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다만.

         

         

       “…괜찮단다. 소영아 그래도 혹시 모르니 주치의를 좀 불러와 줄래?”

         

         

       이화영은 딸이 이 이상 자신을 걱정하지 않도록 얕은 미소를 지으며 그리 말할 뿐이었다.

         

       설소영은 어머니의 말을 따라 서둘러 주치의를 부르러 갔다.

         

       그렇게 방 안에 혼자 남은 이화영은 뭔가 쓸쓸한 눈빛으로 창문 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위암 2기입니다.’

       ‘정기적으로 검진은 계속 받았는데 어째서…….’

       ‘잠복하고 있다가 갑자기 커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다만 악성 종양의 크기와 위치를 보면 충분히 수술로 떼어낼 수 있는 위치이긴 합니다만…….’

         

         

         

       주치의의 말로는 몸이 약해 수술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한다.

         

       대충 성공 확률이 40프로 정도 된다고 하던가.

         

       선뜻 수술을 받기에는 너무나도 가혹한 확률이었고.

         

         

       “소영아… 엄마가 미안해.”

         

         

       수술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았을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을 때, 아직 어린 딸이 너무나도 걱정되었다.

         

         

         

       ***

         

         

         

       집으로 돌아온 설소영은 입원실에 있는 어머니를 떠올리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 덕분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최근 표정이 밝아지신 게 확연히 눈에 보였다.

         

       다행이라면 다행인데 문제는 몸의 상태도 급격하게 나빠지고 계셨다.

         

       솔직히 아빠를 통해 이미 상황의 심각성을 전해 들었다.

         

       수술 가능 기간까지 앞으로 남은 기간은 약 9개월.

         

       그마저도 지나게 된다면 그때는 아예 수술을 받지 못한다.

         

       ……말 그대로 시한부가 되시는 거였다.

         

       그렇기에 당장에라도 수술을 받으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것마저도 상황이 좋지 않았다.

         

       수술 성공 확률이 대략 40프로. 절반도 넘지 않은 확률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런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엄마는, 자신의 안에서 최선의 방법을 선택한 것 같았다.

         

       주치의의 말을 들어보니 갑자기 퇴원 절차를 알아보고 있다고 들었다.

         

       병원에 계속 있어도 시원찮으실 분이 왜 갑자기 퇴원 절차를 알아보고 있는 것일까?

         

       답은 간단했다.

         

       조금이라도 아빠와 나랑 함께 있고 싶어서, 더 이상 몸을 못 움직이기 전에 우리와 추억을 더 쌓고 싶어서.

         

       ……아직 어린 내가 너무 걱정돼서.

         

       설소영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래. 엄마는 원래 그런 사람이다.

         

       확실하지 않은 확률에 목숨을 거는 것보다 아마 남은 시간 동안 엄마로서의 역할을 다 하고 싶으실 테지.

         

       성격상 이미 고통 같은 건 안중에도 없을 것이다.

         

       고집도 워낙 쌘 사람이니까 속으로 그런 결정을 해버린 순간 아빠랑 자신의 말도 들으려고 하지 않으시겠지.

         

         

       “내가 엄마의 족쇄라는 건가…….”

         

         

       잔뜩 흐트러진 채, 침대에 누운 설소영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사실 그녀는 이화영 여사가 자신 때문에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더군다나 오늘 입원실에서 고통스러워하시는 모습을 봤을 때는 정말 가슴이 철렁했다.

         

       만약 엄마가 병원에서 퇴원한다면 과연 오늘 같은 일이 앞으로 몇 번 더 일어날까?

         

         

       “그럼 나는……”

         

         

       힘들어하시는 그 모습을 계속 지켜만 봐야 한다는 건가.

         

       그건…….

         

         

       “싫어.”

         

         

       그래, 싫다.

         

       엄마에게도 자신에게도 그건 너무나도 가혹한 일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방법을 생각해내야만 했다.

         

       반드시.

         

       설소영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호흡을 크게 내쉬었다. 일단 방법을 찾으려면 가열된 머리를 조금 식혀야 할 것 같았다.

         

         

       “어라?”

         

         

       문뜩 그렇게 숨을 크게 내쉬며 호흡을 가다듬다 보니 이런 비슷한 상황이 최근에도 있었던 것 같았다.

         

       분명히…….

         

       설소영은 주위를 둘러보며 무언가를 찾았다.

         

       그녀가 다급히 찾아 손에 쥔 것은 그녀의 스마트폰이었다.

         

         

       “그래. 고민 상담을 해보자.”

         

         

       순간 설소영의 눈동자에 희망이 깃들었다. 연갈색 홍채가 맑게 빛나기 시작했다.

         

       애초에 설소영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쉽게 내비치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고민 상담이란 것은 그녀랑 거리가 먼 얘기였다.

         

       다만.

         

         

       [927 작가]

         

         

       아무런 대가 없이 누구보다 자신을 신뢰해주는 이 사람의 이름이 나온다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아마 그라면 자신의 고민 상담에 진지하게 응해줄 거다.

         

       그리고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마치 그때처럼…….

         

         

       [소영 씨 괜찮은 생각이 났는데 한번 들어볼래요?]

         

         

       나의 희망이 되어 주었다.

         

         

         

       ***

         

         

         

       “흠… 차기작이라….”

         

         

       유연정 국장님과 대화를 나눠보고 슬슬 차기작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할 때가 온 것 같긴 하다.

         

       근데 진짜 애매하네.

         

       어디 하늘에서 좋은 영감이라도 뚝 안 떨어지나?

         

       뭐… 침대에서 배짱이 마냥 뒹굴거리고 있으면서 그런 걸 바라는 게 조금 이기적인 생각이긴 한데…….

         

       솔직히 지금 생각해보면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이 특이 케이스였던 것 같다.

         

       그때는 설소영의 실물을 처음 범접했을 때의 임팩트가 워낙 컸으니까.

         

       어쨌든.

         

         

       지이이잉─

         

         

       문뜩 휴대폰에서 진동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음.

         

       뭔가 요즘 따라 나 찾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스튜디오엔믹스 법인용 휴대폰이 울린 것을 봐선 아마 설소영에게서 연락이 왔을 확률이 가장 높지 않을까?

         

         

       [혹시 작가님 지금 시간 되세요?]

         

         

       역시나.

         

         

       [왜요?]

       [고민 상담을 조금 하고 싶어요.]

         

         

       어라?

         

       문자를 읽고 잠시 뇌 정지가 왔다.

         

       그 설소영이 나한테?

         

       고민 상담을?

         

       이거 몰래 카메라냐?

         

         

       [고민 상담이요? 뭐 때문에 그러는데요?]

       [그게 사실은 어머니가……]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는데 상담 내용을 듣고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곧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설소영의 고민은 자신의 어머니인 이화영 여사에 관한 것.

         

       원작의 내용에 따르면 이화영 여사는 결국 수술을 포기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이것은 설소영에게 일어나는 불의의 사건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반드시 일어나는 그 일을 어떻게 해도 되는 것일까?

         

       솔직히 그거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애초에 이미 원작과 많이 틀어지기도 했고.

         

       다만 중요한 건 설소영이 내게 진지하게 고민 상담을 해왔다는 것이다.

         

       지금도 그녀는 머리를 싸매며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이화영 여사 스스로가 내린 선택을 그저 따라야 할지, 아니면 40프로의 확률에 기대 수술을 받자고 강하게 말해야 할지.

         

       ……이건 지금의 설소영에게 너무나도 가혹한 선택지뿐이다.

         

       그렇기에 프라이드를 잠시 접어두고 내게 도움을 요청한 거겠지.

         

       덕분에 간절함은 충분히 느껴졌다.

         

       그러니.

         

       그녀를 배우의 길로 끌어들인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지는.

         

         

       [저도 방법을 한번 생각해볼게요.]

         

       

       

       

       도와준다는 선택지 말고는 없다.

         

         

         

       ***

         

         

         

       “쩝. 결론적으론 문제가 두 배가 됐네.”

         

         

       정작 설소영에게 도와준다고 자신 있게 말했지만, 차기작과 마찬가지로 마땅한 방법이 생각나질 않았다.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부엌으로 가 냉장고를 열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은 어째 용석이 형이 선물로 준 닭가슴살 팩뿐.

         

       쓰으읍…….

         

       역시 머리가 아플 땐 단백질 최고지.

         

         

       ─노래가 뭔가 붕- 하고 뜨는 것 같아요.

         

         

       그때였다.

         

       누나가 앉아 있는 거실 쪽에서 티비 소리가 들려왔다.

         

         

       “누나. 지금 뭐 봐?”

       “이거? 요즘 유행하는 초이스 30이라는 음악 프로. 아마 지금 네 드라마 다음으로 화제성이 높을걸?”

         

         

       초이스 30.

         

       현재 유행하고 있다는 걸그룹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국내외에 있는 30여 개의 기획사에서 아직 데뷔하지 않은 걸그룹을 모아 서로 경쟁을 하는 프로인 것 같았다.

         

         

       “근데 이걸 사람들이 왜 많이 보냐고? 음, 아이돌의 서사랑 감동이 담겨 있으니까?”

         

         

       본인이 응원하는 아이돌의 춤과 노래 실력이 성장하는 재미. 그룹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다툼, 서로 간의 탈락과 이별을 겪으며 점점 성숙해지는 것이 눈에 보여 흥미진진하다고 한다.

         

         

       ─노래할 때는 무조건 공기반 소리반이 나와야 해요!

         

         

       어라?

         

       이건 분명 처음에 들었던 사람의 목소리.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는 사람이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자 무대에 서 있는 아이돌 한 명의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와, 백준영. 또 애 울렸네.”

       “…백준영?”

       “한국 연애 엔터테인먼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JYB 소속사의 대표. 이런 유의 음악 프로에 심사위원으로 자주 출현하는데 독설가로 유명해. 근데 본인이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는 실력파라 그렇게 말해도 딱히 욕을 안 먹어.”

       “음. 지금 짓고 있는 표정을 보면 완전 호감 상인데?”

         

         

       다음 걸그룹의 무대를 보며 흠뻑 취한 듯한 그의 표정을 보니 뭔가 웃음이 절로 나왔다.

         

         

       “심사 대상이 잘하면 지금처럼 특유의 흐느끼는 표정이 나와. 근데 웃긴 건 지금 심사하는 그룹이 JYB 소속이라는 점이야.”

       “뭐야, 그럼 자기가 키우는 걸그룹이어서 저러는 거야?”

       “그건 아마 아닐걸? 홍련(紅蓮)이라는 걸그룹인데 저기도 나름 우승 후보로 뽑히는 실력파거든.”

         

         

       확실히 노래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들어도 깔끔한 노래 실력과 칼 같은 안무를 선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눈에 띄는 것은.

         

         

       “누나 방금 카메라에 잡힌 여자아이… 이름이 뭔지 알아?”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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