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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

       

       

       

       

       잠깐의 휴식 시간.

         

         

       “다혜야 괜찮아?”

         

         

       이다혜에게서 이상을 느낀 채린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아, 네. 아까 안무 실수 죄송해요. 어제 조금 늦게 자서 컨디션이 안 좋은 모양이에요.”

       “설마 드라마 때문이야?”

       “……어라?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에이, 어제 그 드라마가 본방 하는 날이었잖아. 나도 챙겨봤지. 아마 다른 애들도 다 볼걸?”

       “뭐야 뭐야. 지금 그거 얘기하는 거야?”

         

         

       옆에 있던 멤버들도 이 둘의 대화를 듣고 흥미가 생겼는지 바로 참전했다.

         

       여기서 이들이 말하고 있는 드라마는 당연히 최근 대히트를 치고 있는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이었다.

         

       여자들의 토크에서 최신 드라마의 얘기가 나오는 순간 그날 대화 시간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주어진 휴식 시간이 순식간에 삭제될 수도 있다는 의미.

         

         

       “잠깐만요! 일단 저 화장실에서 가서 세수라도 좀 하고 올게요.”

         

         

       이다혜 역시 그것을 느꼈는지 다급히 언니들에게서 벗어났다.

         

       사실 그녀가 연습실을 벗어나려는 이유에는 몰려오는 피곤을 없애기 위해 세수를 하러 간다는 것도 있었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아까 연습실로 향하고 있을 때 이다혜는 우연히 자기 또래의 낯선 남자아이를 한 명 발견했다.

         

       웬만해서는 JYB에 소속된 사람의 얼굴을 대부분 외우고 있었는데 심지어 그것이 자기 또래의 사람이라면 더더욱 모를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문뜩 홍련 멤버들의 대화가 귀에 들려왔다.

         

         

       ‘얘들아 그 소문 들었어? 대표님이 최근에 엄청난 거물을 만나고 있다던데?’

         

         

       이 말이 이다혜의 호기심을 크게 자극했다.

         

       왜냐하면 그 남자아이가 향하는 방향이 대표실 쪽의 방향이었으니까.

         

       그걸 깨달은 순간 이다혜는 이런 생각을 했다.

         

       저 남자아이가 최근 대표님과 만난다는 그 거물이 아닐까? 라고.

         

       이러한 결론에 도달한 순간부터 그녀의 신경은 온통 그곳으로 가 있었다.

         

       오늘따라 유독 안무 실수가 잦았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또한, 이다혜는 이 호기심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계속 본업에 집중하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이 점을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이라 생각하고 과감하게 행동을 옮겼다.

         

         

       “아주 잠깐이면 괜찮겠지?”

         

         

       그렇게 대표실의 문 앞에 도착한 이다혜는 조심스럽게 문에 귀를 붙였다.

         

       그녀는 속으로 타협을 했다.

         

       건너편 복도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면 자연스레 갈 길을 가던 사람처럼 행동하고, 적당한 정보를 얻으면 거기서 그냥 만족하고 끝내기로.

         

         

       ─하하. 이해…. 다혜… 보면… 들죠.

         

         

       이건 분명 대표님의 목소리.

         

       문의 두께 때문인지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이다혜는 더 자세한 내막을 듣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몸을 문쪽으로 바짝 붙어서 귀를 아예 문에 딱 붙였다.

         

         

       ─다혜요? 걔는 그냥 천성 아이돌이에요.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하는데 심지어 얼굴까지 예쁜 완벽한 삼위일체.

         

         

       오, 이제야 확실하게 들린다.

         

       근데 어째 시작부터 들려오는 것은 본인에 대한 칭찬.

         

       음… 대표님이 저런 말을 해주시니까 뭔가 부끄럽네.

         

         

       ─너무 극찬만 하시니까 오히려 단점 쪽을 더 듣고 싶어지는데요.

         

         

       단점…? 근데 이 목소리는 누구지?

         

       확실한 건 생전 처음 들어보는 남자의 목소리였다.

       

         

       ─굳이 뽑자면 애가 아직 어려서 그런지 호기심이 많고, 고집이 조금 쌥니다.

         

         

       아니, 대표님?!

         

       아무리 저 사람이 단점을 물어본다고 해서 그렇게 대놓고 대답하시면 안 되죠!

         

       이다혜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그때였다.

         

         

       “어?!”

         

         

       대화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이다혜는 대표실의 문이 살짝 덜 닫혀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결국 문에 몸을 딱 붙인 탓에 미는 힘을 받아 문이 자연스레 열리기 시작했고, 무게 중심이 완전히 한쪽으로 쏠린 그녀는 갑자기 열린 문에 전혀 반응하지 못하고 넘어지게 되었다.

         

         

       “다, 다혜야! 너가 왜 거기서 나오는 거야?!”

         

         

       넘어져 있는 이다혜를 보며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서는 백준영 대표.

         

       전혀 생각지도 못한 그녀의 등장에 눈이 엄청 커져 있는 것은 덤이었다.

         

       백준영 대표의 도움을 받아 겨우 자리에서 일어난 이다혜는 멋쩍은 웃음소리를 내었다.

         

         

       “하하…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에휴, 이 기지배 또 호기심이 발동된 모양이네.”

       “죄송합니다…. 근데 대표님! 제가 고집이 세다는 건 도대체 무슨 소리예요!”

       “어, 어? 그걸 들었어?”

         

         

       순식간에 상황이 역전된 것을 의미하는 듯 말을 더듬기 시작하는 백준영 대표.

         

       그녀는 씨믹 미소를 지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어쩌면 좋은 게 좋은 거 아닐까?’라고.

         

       나중에 혼은 나겠지만 그 덕분에 호기심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다혜는 조심스럽게 대표실의 안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방금까지 백준영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던 사람과 자연스레 눈이 마주쳤다.

         

       이윽고 1시간 전에 본 남자아이가 맞다는 것을 확인한 이다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의문이 가득 찬 눈빛으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아름다운 벽안.

         

       음, 그와 중에 확실히 예쁘긴 하네.

         

       티비나 사진으로만 봐서 실물은 오늘 처음 보는데 앞서 백준영 대표님이 말한 대로 천성 아이돌이라는 게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어쨌든.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이다혜의 빛나는 외모가 아니라 그녀가 나랑 백준영 대표님이 나눈 대화를 엿들었다는 것.

         

       아마 지금쯤 그녀와 직접 대화를 나눠본 백준영 대표님도 이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러니 저렇게 안절부절못하시고 계신 거겠지.

       

       그때 이다혜가 입을 열었다.

         

       어째서인지 내가 아니라 백준영 대표님을 바라보며.

         

         

       “대표님~”

       “어~ 그래 다혜야? 무슨 일이니?”

       “저기 앉아 계신 분은 누구세요?”

       “으, 음?”

         

         

       순진한 표정을 지으며 내가 누군지에 관해 물어보는 이다혜.

         

       이거…….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한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왜 그녀가 구태여 백준영 대표에게 내가 누군지를 물었을까?

         

       아마 경우의 수는 두 가지.

         

       하나는 내 정체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백준영 대표에게서 얻어내기 위해서.

         

       또 하나는 뒷부분의 얘기만 들어서 내 정체에 대해 아예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거나.

         

       일단 이 두 가지 가정의 공통점은 그녀가 내 정체에 대해 어떠한 확신이 없는 상태라는 거다.

         

       다만 이것 역시 지극히 개인적인 추측으로 그녀의 정확한 속마음을 내가 알 도리는 없다.

         

         

       “어… 이분이 누구냐면…”

         

         

       하지만 그녀와 직접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백준영 대표님은 그럴 생각조차 하기 힘들어 보였다.

         

         

       ‘이러다가 진짜 대놓고 927 작가라고 말하겠네.’

         

         

       그러니 저 대표님이 눈앞의 압박에 못 이겨 일을 내기 전에 일단 도박수라도 던져보기로 했다.

         

         

       “다혜 씨 만나서 반가워요. 삼촌에게서 얘기 많이 들었어요.”

         

         

       최대한 어색하지 않도록.

         

       나는 최대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에? 삼촌… 이요?”

       “이런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서은우라고 해요. 백준영 대표님의 조카이기도 하고요. 그죠 삼촌?”

       “???”

         

         

       아니, 지금 그 표정 뭡니까?

         

       도와주러 왔는데 눈치껏 좀 어울려 달라고요!

         

         

       “아.”

         

         

       내가 눈치를 주자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백준영 대표님.

         

         

       “하하. 은우가 내 대사를 뺏어버렸네. 다혜야, 아까 들었던 것처럼 이 아이가 내 조카란다.”

         

         

       오? 눈치는 더럽게 없으신데 연기는 제법 자연스럽게 잘하시네?

         

       백준영 대표님이 영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다혜를 보며 이어서 말했다.

       

         

       “근데 다혜야.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거니. 혹시 우리 사이를 의심하는 거야?”

       “네. 분명 서로 극한의 존댓말을 쓰는 걸 들었단 말이에요!”

       “엥? 내가 얘한테 존댓말을? 조카인데 왜? 은우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

       “맞고 아니고를 떠나서 당연히 저는 삼촌에게 존댓말을 해야 하는데요? 제 생각엔 다혜 씨가 문 너머로 들으셔서 제대로 못 들으신 것 같아요.”

       “음, 그게 무조건 맞는 것 같다. 역시 우리 조카야.”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

         

         

       물 흐르듯 이어지는 우리의 연기에 정신을 못 차리는 이다혜.

         

       원래 과반수가 이렇게 뻔뻔하게 대화를 이어나가면 반대편은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

         

         

       “잠깐만요! 그럼 왜 조카한테 제 단점을 얘기해 준 건데요?!”

         

         

       그 와중에 제법 날카로운 질문이 튀어나왔다.

         

       이번 건 아까보다 신중하게 대답해야만 했다.

         

         

       “아, 그거?”

         

         

       그때 백준영 대표님이 뭔가 좋은 생각이라도 난 듯 씨익 웃었다.

         

         

       “혹시 몰라서 후계자 수업을 미리 해준 거야. 미래에 JYB의 대표 자리를 이어줄지도 모르는 애니까 소속사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는 대충 알고 있어야지.”

       “???”

         

         

       순간 너무 당황해서 육성으로 욕을 내뱉을 뻔했다.

         

       뭐지?

         

       설마 이 사람……

         

       연기에 너무 몰입해서 진짜 나를 조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니겠지?

         

       이번 건 내가 생각해봐도 조금 무리수인 것 같은데.

         

         

       “미래의 JYB 대표?!”

         

         

       쓰으읍…….

         

       근데 저 놀란 반응을 보니 의외로 먹힌 것 같기도 하다.

         

       심지어 백준영 대표님은 거기서 한술 더 뜨셨다.

         

         

       “봐봐. 다혜 너도 이렇게 놀라는데 우리 식구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 그러니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은우의 정체에 대해서 최대한 비밀로 지켜줄래?”

       “음… 대충 무슨 소리인지 알았어요.”

       “알았으면 됐다. 아, 참고로 얘한테 미리 잘 보여야 할걸?”

         

         

       이다혜의 앞에서 내 어깨에 양손을 올리시며 친근함을 강조하는 백준영 대표님.

         

       그렇게 나는 이다혜에게 있어서 공식적으로 JYB 엔터테인먼트의 후계자이자 그의 가 족 같은 관계로 낙인찍혀 버렸다.

         

         

       “후… 진짜 심장 떨려서 죽을 뻔했네.”

         

         

       잠시 뒤.

         

       호기심이 모두 풀린 이다혜는 다시 한번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고 방을 나갔다. 그제서야 박준영 대표님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 역시도 대표님과 마찬가지로 기진맥진 상태였다.

         

       다만 힘들어도 아직 대표님에게 전해야 할 소식이 남아 있었다.

         

         

       “대표님. 혹시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뭐부터 들으실래요?”

       “음, 개인적으로 좋은 소식부터 듣고 싶네요. 뭔가 나쁜 소식을 먼저 들으면 꺾일 것 같아서.”

       “좋은 판단이네요. 일단 좋은 소식은 다혜 씨를 ‘지원’ 역으로 캐스팅하면 될 것 같아요.”

       “오케이. 그 아이라면 연기도 잘 소화해내겠죠. 그럼 나쁜 소식은 뭡니까?”

       “저희 아직 캐스팅할 인원 2명 더 남으신 거 아시죠?”

       “…….”

         

         

       은우의 말이 모두 끝나고……

         

       방안에는 잠시동안 정적이 이어졌다고 한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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