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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

       

       

       

       

       흉기(?)를 손에 쥐고 있던 이다혜를 겨우 진정시키고, 우리는 연습실의 바닥에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그녀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요즘 무슨 고민이라도 있냐고.

         

       주말에 연습실을 사용한 대가로 그냥 솔직히 말하라고 했다.

         

       이다혜는 잠시 무언가 고민하더니 내게 속으로 담아두고 있던 것을 털기 시작했다.

         

         

       “저랑 동갑인데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시작은 설소영의 동경과 칭찬에 대한 것이었다.

         

       이다혜가 말하길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을 너무 재밌게 봐서 자연스레 그녀의 팬이 되었고, 그런 그녀와 드라마에 함께 출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처음에는 기뻤다고 한다.

         

       역시나 촬영 때 본 그녀의 연기 실력은 너무 압도적이었고, 노래마저도 연기에 비등할 정도로 재능 있다. 그리고 절실함을 원동력 삼아 그녀의 약점이었던 춤마저도 엄청 성장했다.

         

       ……솔직히 며칠 동안 바로 옆에서 그녀를 본 사람으로서 반하지 않는다면 그게 거짓말이었다.

         

       그리고 이다혜는 그런 동경과는 별개로 다른 감정을 품고 있었다.

         

       배우이면서 노래도 엄청 잘하고, 지금까지 자신이 해왔던 노력이 별거 아니라는 듯 엄청난 연습량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있자니 뭔가 가슴이 답답했다.

         

       막연하게 주말까지 본사에 와서 춤과 노래의 연습량을 늘린 것도 그 이유에서였다. 어떻게든 그 답답함을 해소하고 싶어서, 이대로 가만히 있다간 도태될 것 같은 압박감을 느껴서.

         

         

       “……저도 이 감정이 뭔지 알고 있어요.”

       

         

       이다혜는 조금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나 역시도 그녀의 얘기를 들어보니 그 감정이 뭔지 알 것 같았다.

         

       전생의 나도 그 감정을 달고 살았으니까.

         

       

       “열등감이군요.”

       “…….”

         

         

       이다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기서 침묵은 긍정의 의미였기에.

         

       아마 그녀는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낯선 감정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것 같았다. 동시에 본인이 그런 감정을 가진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고,

         

         

       “지금 제 모습이 꼴사납게 보이시죠?”

         

         

       그렇기에 내게 이런 질문을 해오는 것이겠지.

         

         

       “전혀요. 오히려 저는 열등감이라는 감정이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네?”

         

         

       다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전생의 세계에선 나는 내가 그럭저럭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나름 글 쓰는 소질이 있었고, 피나는 노력으로 단번에 시험에 합격해 막내 작가 생활을 시작했으니까.

         

       솔직히 이때까지 만해도 나도 내가 천재인 줄 알았다. 그리고 그런 나의 믿음이 깨진 것은 드라마 업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고, 진짜 천재들을 만나고 나서부터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겨우 살아남은 타고난 천재들만이 활동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전생의 드라마 업계.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들의 관심과 마음을 사로잡는 창의적인 스토리와 대사. 확실한 건 그들이 써 내려가는 대본과 마주할 때마다 그들과 나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재능의 벽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기에 이때의 나는 그들과의 차이를 깨닫고 이다혜와 마찬가지로 열등감이라는 감정을 달고 살았다.

         

       동시에 작가로서 성공하고 싶다는 열망도 아직 남아 있었다.

         

       그들처럼 나도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재밌는 드라마를 써내고 싶었다.

         

       그렇기에 바쁜 막내 작가 생활 속에서도 글을 쓰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잠을 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어떻게든 발악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열등감에 사로잡힌 참으로 어리석은 놈이었다.

         

       하지만…….

         

         

       “저도 그런 감정을 많이 느껴봤거든요. 근데 때로는 열등감도 좋은 에너지가 되더라고요.”

         

         

       그 녀석의 원동력이 된 것 역시 열등감이라는 감정 덕분이었다.

         

         

       “그게 너무 과하지만 않는다면 저는 좋다고 생각해요.”

         

         

       결국 암에 걸려 죽은 나만큼만 아니면 된다.

         

       만약 전생에 누군가가 이 사실을 내게 알려줬다면 그런 불상사가… 시바 어차피 그때의 나는 귀를 닫고 살았으니까 결과는 똑같았겠지.

         

         

       “왜 저한테 그런 말을 해주시는 거예요?”

         

         

       그때 내 말을 곰곰이 듣고 있던 이다혜가 물었다.

         

       왜냐고?

         

       그냥 전생의 나랑 같은 절차를 밟지 않았으면 해서가 솔직한 심정인데 그걸 대놓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

         

         

       음. 그냥 어영부영 질문을 넘기기에는 저쪽 눈빛이 너무 진지한데.

         

         

       “열등감에 계속 사로잡혀 있기에는 얼굴이 너무 아까워서요. 애초에 저는 다혜 씨가 다른 사람에게 열등감을 가지는 것부터가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에?”

         

         

       그래서 조금 직설적으로 대답해주기로 했다.

         

         

       “남들보다 훨씬 예쁘고, 목소리 좋고, 춤도 잘 추는 사람이 뭔 놈의 욕심이 그렇게 많아요? 저 같은 꼴뚜기들은 억울해서 이 험한 세상 살아가겠어요?”

       “그… 적어도 제 눈에는 꼴뚜기는 아니신 것 같은데…”

         

         

       위로의 말은 정말 고마운데 그게 이다혜랑 설소영이 말한다면 전혀 위로 안 된다.

         

         

       “어쨌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다혜 씨는 다혜 씨, 그 사람은 그 사람이라는 거에요. 열등감에 사로잡히지 않아도 다혜 씨는 충분히 빛나는 사람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

         

         

       어째 대답이 안 돌아오네.

         

       그래 뭐….

         

       그녀에게도 혼자서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겠지.

         

       나는 다시 한번 그녀에게 연습실 사용에 대한 주의를 주고 그녀와 헤어졌다.

         

       근데 마지막에 본 이다혜의 상태가 조금 마음에 걸렸다.

         

       어째 얼굴이 조금 붉던데… 설마 열이라도 있는 건가?

         

       가만 생각해보면 안무 연습 때문에 땀을 많은 흘린 상태에서 너무 오랫동안 얘기를 나눈 것 같긴 했다.

         

       쓰으읍…….

         

       감기라도 걸렸으면 이쪽이 미안해지는데.

         

         

         

       ***

         

         

         

       한편…….

         

       JYB 기숙사 방안.

         

       침대에 누워 잔뜩 흐트러져있는 이다혜는 조금 전에 있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열등감도 좋은 에너지가 되더라고요. 그게 너무 과하지만 않는다면 저는 좋다고 생각해요.’

         

         

       ……이상한 일이었다.

         

       이다혜는 그 말을 듣자마자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까지 낯설고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던 감정이 자신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다혜 씨는 충분히 빛나는 사람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순간 이다혜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

         

       한마디, 조금 더 이어지는 그의 거짓 없는 말이 그녀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다혜는 자신을 이렇게 만든 사람을 떠올렸다.

         

       서은우.

         

       대표님이 JYB의 후계자라고 못 박아둔 사람.

         

       처음에는 약간의 오해가 있었지만, 오늘 있었던 일 덕분에 이다혜는 그가 너무나도 자상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 맞다. 감사하다는 말도 못 드렸구나.”

         

         

       문뜩 마지막에 헤어질 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때는 너무 부끄러워서 차마 입이 열리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니 다음에 만났을 때는 꼭 감사의 인사를 먼저 전하고 싶었다.

         

       아, 덤으로 좀 더 다양한 얘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이왕이면 서로 말도 놓고 친해지고 싶다… 랄까나?

         

       그래도 이건 그리 급한 건 일은 아니었다.

         

       어차피 JYB의 후계자면 앞으로 자신과 만날 일이 더 많을 테니까.

         

       그리고…….

         

       이다혜는 어떠한 희망 사항을 품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렇게 별다른 고민 없이.

         

       그녀는 오랜만에 편안한 잠에 빠져들었다.

         

         

       .

       .

       .

         

         

       그날 이후로 플라이 하이의 촬영 현장에는 새로운 기류가 불었다.

         

       그건 바로 이다혜와 설소영이 부쩍 친해졌다는 것.

         

       처음에는 서로 조금 어색한 분위기였지만, 3화의 촬영을 시작으로 그녀들은 서로 말을 놓을 정도로 친해졌다.

         

       동갑이라는 점과 의외로 말이 잘 통한다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중요한 건 이다혜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문뜩 마주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이다혜를 보며 설소영이 물었다.

         

       설소영은 의문이 들었다.

         

       촬영에 들어서기만 하면 안 하던 실수를 만발하는 것, 뭔가 낯빛이 어두운 것, 종종 자신을 복잡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 등등.

         

       다만 이다혜는 어느 날을 기점으로 하루아침에 사람이 달라졌다.

         

       이제 촬영 도중에 실수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고, 처음에 봤을 때보다 사람이 훨씬 밝아지고 에너지가 넘쳐 보였다. 심지어 사소한 일이든 계속 먼저 말을 걸어 와줘서 어느샌가 친해져 있었다.

         

       설소영은 그녀의 달라진 모습을 보며 이렇게 생각했다.

         

       어쩌면 이게 저 아이의 본 모습이 아닐까? 라고.

         

         

       “무슨 일이 있었냐고?”

       “응. 내가 처음에 봤던 이다혜라는 사람과는 이미지가 많이 달라져서.”

       “그거 다 너 때문이잖아. 이 완벽녀야.”

       “???”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하는 설소영.

         

       그 모습을 보며 이다혜는 피식 웃었다.

         

         

       “그냥… 그때 많이 방황하고 있었는데 누가 나한테 이렇게 말해주더라. 설소영은 설소영, 이다혜는 이다혜라고.”

       “음? 그게 무슨 뜻이야?”

       “그 사람의 눈에는 나도 너만큼이나 잘난 여자라는 뜻이지.”

       “나 별로 안 잘났는데?”

       “…….”

         

         

       정말 순수한 얼굴로 그리 말하는 설소영을 보며 이다혜는 차마 할 말을 잃었다.

         

       그때 그 사람이 왜 내가 열등감을 가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열폭한 이유를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너를 위로해준 그 사람이 누군데?”

         

         

       설소영의 질문에 이다혜는 누군가를 떠올리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있어. 상냥하고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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