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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

       “엄마. 저 가볼게요.”

        “그래. 내일 촬영도 잘하고.”

         

         

       제일전자가 운영하는 제일병원.

         

       그곳의 VIP 전용 입원실에서 설소영을 떠나보낸 이화영은 멍하니 딸이 나간 문 쪽을 쳐다봤다.

         

       어째서인지 딸은 첫 작품을 마무리하고, 곧바로 다음 작품 촬영에 들어갔다.

         

       솔직히 최근 들어서 소영이가 남편보다 더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내고 있었다.

         

       그래도 시간을 내서 꾸준히 병원에는 찾아오지만, 종종 대화 도중에 깜빡 졸 때도 있었다. 방금도 그랬고.

         

       조금 쉬엄쉬엄 하라고 말해봤는데 본인이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니 별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것보다 조금 신경 쓰이는 점이 있었다.

         

       이번에도 소영이가 주인공으로 출현하는 작품의 스토리가 작가가 바로 927 작가라는 것.

         

       이미 2화까지 방영된 ‘플라이 하이’는 그의 전작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에게 엄청난 호평을 듣고 있다,

         

       심지어 첫 작품으로 인지도까지 얻어놓은 상태라 1화의 최고 시청률만 무려 28프로.

         

       이대로라면 분명 마지막 화가 방영될 때쯤에는 또다시 이례적인 드라마 탄생할 예정이었다.

         

       다만 그녀가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은 소영이가 배역을 맡은 주인공 ‘보미’의 설정이었다.

         

       보미라는 캐릭터는 뭔가 소영이와 닮은 점이 많다.

         

       그녀가 스타가 되고 싶은 이유는 어릴 적 사고로 잃은 어머니의 영향이 컸고, 노래 실력은 압도적으로 뛰어나지만 춤 실력이 압도적으로 처참하다.

         

       그렇기에 이화영은 어느샌가 보미를 설소영과 겹쳐 보고 있었다. 물론 아직 2화밖에 방영하지 않아서 찰나의 기분 탓일지도 모른다.

         

       거기에다가…….

         

         

       <「플라이 하이」, 전멤버 춤 연습 메이킹 필름 4>

         

         

       이화영은 평소에 챙겨보지 않았던 너튜브를 설소영 때문에 챙겨보고 있었다.

         

       화면 속에는 이번 플라이 하이에 출현하는 아이돌들과 백진영, 설소영의 모습이 보였다.

         

       역시나 이화영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딸인 설소영 뿐이었다.

         

       딸의 춤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대충 알고 있었는데 첫 번째 메이킹 필름 속의 춤 실력은 예상보다 더 처참했다. 댓글도 딸을 비웃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필름 영상이 하나씩 추가로 올라올 때마다 소영이의 춤 실력은 확연하게 눈에 보일 정도로 늘어났다.

         

       항상 진지하게 최선을 다해 춤에 임하고, 꾸준하게 성장해가는 소영이의 모습을 보며 처음에 딸을 비웃던 댓글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응원과 격려의 말뿐이다.

         

       이건 당연히 소영이의 엄마로서 뿌듯한 상황이 맞다.

         

       근데 어째서일까…….

         

       마음 한구석이 계속 아픈 이유가.

         

         

       “도대체 뭐가 목적이려나.”

         

         

       이화영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그녀의 심경을 계속 복잡하게 만드는 원인인 대부분 927 작가가 저지르는 짓이다.

         

       왜 소영이와 비슷한 캐릭터를 만들고 너튜브에 그런 영상을 올리는지 그의 목적을 잘 모르겠다.

         

         

         

       ***

         

         

         

       “허… 참. 내 살다 살다 이런 식으로 촬영을 해볼 줄이야…”

         

         

       현장에 조명과 카메라가 세팅되고 있는 것을 보며 고동빈이 어이가 없는 듯 웃었다.

         

         

       “동감합니다. 음… 확실히 이번 촬영은 스케일이 많이 크군요.”

         

         

       나영진 역시 고동빈과 마찬가지인 반응을 보였다.

         

       현재 그들은 하나로백화점의 내부에서 중앙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저곳이 이번 플라이 하이 13화의 촬영 장소이기도 했다.

         

       참고로 촬영 장소가 이곳으로 발탁된 이유는 927 작가가 하나로백화점을 PPL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사전에 얘기한 대로 진짜 사람들 통제 안 하고 찍습니까?”

       “예. 그분께서는 최대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원하시더군요.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도, 관심을 가지며 촬영을 지켜보는 것도 모두 드라마의 일부라고 생각하시는 모양입니다.”

       “그걸 무조건 원큐에 하라는 게 문제겠죠.”

         

         

       고동빈이 쓴 미소를 지었다.

         

       배우들이 안무 실수를 하든, 표정이 어색하든 상관없이 이번 촬영은 무조건 한 번만.

         

       이것이 927 작가에게서 내려온 오더였다.

         

       플래시 몹인지 뭔지 때문에 촬영 구도를 잡기도 여간 힘든 게 아닌데 거기에다가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동선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덕분에 촬영 감독인 그의 입장에선 머리가 터질 지경이다.

         

         

       “부르셨어요?”

         

         

       그때 조향 감독과 백준영 대표가 함께 다가왔다.

         

       고동빈이 백준영에게 다급히 물었다.

         

         

       “촬영 구도를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싶어서 불렀습니다. 대표님을 중심으로 하늘 씨와 용훈 씨가 합류하고, 그다음으로 다혜 씨와 소영 씨가 맞나요?”

       “예. 그리고 이어서 저희 쪽 친구들까지 차례대로 합세하겠죠.”

       “그럼 JYB에서 온 인력이 총 몇 명입니까?”

       “음, 대충 40명 정도?”

       “후… 알겠습니다. 그럼 중앙 광장의 자리가 생각보다 제법 넓으니 그분들은 양옆으로 이 위치에…”

         

         

       그렇게 막간의 회의를 거치고 촬영의 스타트를 끊을 백준영이 중앙 광장에 거만한 걸음걸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백준영은 세련된 중앙 광장의 모습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입고 있었다. 요리를 업으로 삼는 요리사들의 새하얀 작업복.

         

       이윽고, 중앙 광장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중심에 홀로 선 그는 어떤 상자를 한 손에 들고 있었다.

         

       그 상자에는 ‘플라이 하이’라는 글자가 대문짝만 하게 적혀 있었다.

         

       백준영은 손에 쥐고 있던 상자를 높이 들어 올려 모두에게 플라이 하이라는 이름을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다시 상자를 내려놓고 그 속에서 그가 꺼낸 것은…….

         

       어떠한 음악을 재생시키기 위한 카세트 플레이어였다.

         

       백준영은 그 카세트 플레이어의 재생 버튼을 눌렀고, 동시에 어떤 음악의 전조가 거대한 광장 전체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나는 백화점 2층의 테라스에서 중앙 광장을 몰래 내려다보았다.

         

       나 역시도 이번 촬영이 어떻게 흘러갈지 확인하기 위해 이곳에 있었다.

         

       그리고 백준영 대표님을 등장으로 씬 71의 촬영이 시작되었다.

         

         

       #71. 플래시 몹(Flash mob)

         

         

       보미와 친구들은 진학을 위해 가점이라는 것이 추가로 필요했다. 그렇기에 학교 외부에서 주체하는 유명한 댄스 경연 대회에 팀으로서 함께 지원하게 된다.

         

       하지만 댄스 경영 대회에 참여할 수 있는 팀은 홍보 영상에서 합격한 6팀뿐.

         

       심사위원들을 현혹할 만한 홍보 영상을 찍기 위해 머리를 맞대며 아이디어를 생각하던 도중 그들의 담임교사인 ‘진덕춘’이 과거에 유행했던 자신의 춤 영상을 보며 플래시 몹을 제안하게 된다.

         

       문제는 플래시 몹을 재현하기 위해선 꽤나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다행히 그들의 주변에는 어려운 안무도 쉽게 소화해낼 수 있는 청룡예고의 학생들이 있었다.

         

       그렇기에 함께 학교를 다니면서 우연히 알게 된 그들의 약점을 협박 삼아 플래시 몹에 끌어들이게 된다.

         

       그렇게 진덕춘, 아니 백준영 대표님을 시작으로 광장 전체에 음악이 울려 퍼진다.

         

       플라이 하이의 주제곡, Fly High.

         

       나는 백준영 대표님에게 이 곡을 만들 때 이런 부탁을 했다.

         

       드라마 플라이 하이를 관통하는 주제곡인 만큼 듣는 사람이 가슴이 뛰는, 밝고 희망찬 곡을 만들고 싶다고.

         

       그에 보답하듯 여러 대의 웅장한 바이올린 사운드가 공명하는 듯한 도입부 소리가 들렸다.

         

         

       -I fly high~ 저 하늘 위로~

         

         

       시작은 꿈이 가득 찬 가사와 함께 설소영의 시원한 고음으로 시작됐다.

         

       그 가사에 맞춰 광장에 홀로 선 백준영 대표님의 화려한 안무 역시 시작됐다.

         

       그리고 그런 그를 중심으로 서서히 플래시 몹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누군가는 검은 비지니스 정장을, 누군가는 군복을, 누군가는 경찰복을, 또 누군가는…….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노래의 주제에 맞게 개성 있는, 각자의 꿈을 표현하는 옷을 입고 있었다.

         

         

       ─저기 뭐 하는 거지?

         

         

       광장에 모인 수십 명이 fly high의 안무를 함께 추자 서서히 주변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의 발걸음이 멈춰 선다.

         

       어느샌가 안무를 추고 있는 주연과 조연들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흥미로운 얼굴로 광장을 에워싸며 구경하고 있었다.

         

       나는 그 기이한 광경을 지켜보며 씨익 웃었다.

         

         

       ‘좋은데?’

         

         

       뭔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그림이 훨씬 잘 나왔다.

         

       저 멀리서 몰입한 표정으로 촬영을 지도하고 있는 고동빈 감독도 아마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여기 계셨네요.”

         

         

       그때였다.

         

       내가 있던 테라스 쪽으로 유연정 국장님이 천천히 걸어왔다.

       

         

       “유연정 국장님? 당신이 왜 여기에 있어요?”

       “저도 작가님과 마찬가지로 구경이요. 그래서 광장 전체를 보기 좋은 장소를 찾았는데 마음이 통했나 보네요.”

         

         

       쓰으읍…….

         

       조금 무서운 소리를 하시네.

         

         

       “그나저나 작가님은 대단하세요.”

       “뭐가요?”

       “공짜로 JYB의 인력을 저 정도로 움직인 거요. 확실히 백준영 대표의 입장에서도 이번 플래시 몹에 저들을 투입하는 건 JYB의 홍보 차원에서 나쁘지 않을 제안이었겠죠.”

       “…?”

       “거기에다가 PPL 자체를 촬영 장소로 활용한다는 방법으로 최대한의 효율로 뽑아냈어요. 심지어 이렇게 사람들이 자주 지나다니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통제 없이 촬영을 진행하였기에 드라마 홍보 효과까지 끌어냈죠.”

       “……?”

       “후후. 저기 보세요.”

         

         

       유연정 국장님은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안무를 추고 있는 주 조연들을 휴대폰으로 열심히 촬영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아마 저 영상이 커뮤니티에 퍼지게 된다면 엄청난 홍보 역할과 더불어 파급력까지 불러오겠죠.”

       “어…”

       “조금 소름 돋았어요. 작가님은 도대체 몇 수 앞까지 내다보고 있는 거예요?”

       “아니……”

       “설마 플라이 하이를 처음 기획했을 때부터 여기까지 내다보고 계셨던 건가? 이런, 방금 제가 했던 말은 잊어주세요. 이 이상 제가 떠들어봤자 927 작가님이 그리신 큰 그림에 방해가 될 테니까요.”

         

         

       유연정이 여우 같은 미소를 지었다.

         

       음. 무슨 말을 못 꺼내겠네.

         

       어쨌든.

         

       그래….

         

       나 몰래 그 정도로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구나. 굉장하다, 927 작가.

         

       ……?

         

       근데 그 새끼 그 정도로 안 똑똑할 텐데?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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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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