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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

       

       

       

       

       현재 15화까지 방영 중인 플라이 하이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훌륭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15화의 최고 시청률만 해도 무려 38.8프로. 사실상 39프로에 육박하고 있는 플라이 하이는 한국 전역에 드라마 열풍을 불러오고 있었다.

         

       이미 전작의 최고 시청률을 넘어섰지만, 오히려 플라이 하이가 흥행하고 있는 덕분에 927 작가의 대작인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까지 추가로 재조명받는 중이었다.

         

       현재 그의 첫 작품은 일본에서도 K-드라마 열풍을 불러오고 있었으며, 순식간에 플라이 하이의 방영권에 대한 협상이 들어갔다고 한다.

         

       이제는 일본을 넘어 미국, 중국, 유럽에까지 첫 화의 방영이 시작되고 있으며, 조만간 세계 어디서든 볼 수 있도록 절차를 밟을 예정이었다.

         

       아마 플라이 하이의 마지막 화가 방영되어도 전작과 비슷한 절차를 밟게 되겠지.

         

       참고로 플라이 하이는 유독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고, 공감도 많이 받고 있었다. 또한 그들 사이에서 어떠한 논란까지 생길 정도로.

         

       이건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자라는 927 작가의 2번째 의도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한국의 학생들은 특히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건 OECD 국가 중에서도 심각한 수준.

         

       이런 문제점이 플라이 하이에 간접적으로 드러나면서 수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국가를 상대로 국민청원이 일어났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이번 국민청원에 대해 국가의 대응이 엄청 빨랐다는 것이다.

         

       현 한국의 23대 대통령, 최도진 대통령은 이번 국민청원에 대해 빠르게 사과를 건네고 현 교육부 장관과 서둘러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선언하며 나름 나쁘지 않은 대처를 했다.

         

       그리고 최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역시 927 작가가 만든 드라마의 애청자, 즉 팬이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한국 학생들의 경쟁이 유독 심한 것은 예전부터 계속 얘기가 많았던 문제였다. 이번 플라이 하이를 본 최 대통령은 어떻게든 그 문제에 대한 논란이 더욱 커질 것을 미리 예감하였다.

         

       덕분에 위기 상황을 손쉽게 대처한 최 대통령은 오히려 지지율이 상승하였고, 이에 그는 자신에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준 927 작가에게 감사함을 기사로 표했다.

         

         

       [최 대통령, “927 작가는 한국의 보물…. 그와 같은 세대에 태어날 수 있어 영광.”]

         

         

       물론 대통령의 국뽕까지 얻었다는 사실이 서은우에게 있어서 그저 부담밖에 안 되긴 했지만.

         

       어쨌든.

         

       그의 2번째 의도가 조금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긴 했지만, 1번째 의도는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

         

         

       창밖으로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이화영은 새삼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간다고 느끼고 있었다.

         

       오늘 이화영은 플라이 하이의 마지막 화를 설소영과 함께 시청하기로 약속했다.

         

       워낙 딸이 바쁜 걸 알아서 지금껏 혼자서 플라이 하이를 시청해왔는데 마지막 화만큼은 설소영이 함께 보고 싶다고 강하게 졸라왔다.

         

       뭐… 이화영의 입장에선 굳이 딸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잠시 뒤.

         

       두 모녀가 함께 광고방송을 지켜보고 있던 찰나에 3분기의 끝을 알리는 플라이 하이의 마지막 화 오프닝이 시작했다.

         

       1화부터 시작해서 15화까지 함께 웃고, 화내면서 볼 정도로 몰입하며 봤던 드라마. 주인공인 보미가 딸과 닮아 보여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벌써 마지막 화구나.’

         

         

       이화영은 티비에 시선을 두고 있는 설소영을 나지막하게 쳐다보았다.

         

       이제 이 드라마가 끝나게 된다면 슬슬 딸에게 진실을 고백할 시간이 찾아온다.

         

       며칠 뒤 퇴원을 하여 남은 시간 동안 가족과 함께 추억을 쌓기로, 생존 확률이 불투명한 수술을 받지 않겠다고 한 것을.

         

       아마 소영이의 성격상 자신의 선택을 최대한 존중해 줄 거다.

         

       그래……. 소영이는 상냥한 아이니까.

         

       잡생각은 여기까지 하고 이화영은 드라마에 집중하기로 했다.

         

       플라이 하이 16화의 내용은 각자의 약점을 극복하고 결국 꿈을 이룬 주연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강하늘이 맡았던 민재는 세계적인 스타가 되어 그래미 어워드를 휩쓸었고, 이다혜가 맡았던 ‘지원’은 자라나는 꿈들을 돕기 위해 청룡예고의 교사가 된다.

         

       백준영이 맡았던 ‘진덕춘’은 뛰어난 열정과 실적으로 청룡예고의 교장직에 올랐고, 설소영이 맡았던 주인공 ‘보미’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한국 최고의 가수가 된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 어느덧 드라마는 막바지에 달했다.

         

       가수로 활동 중인 보미는 자신의 40번째 콘서트를 열어 청룡예고의 친구들과 선생님을 초청해 당당히 그들의 앞에 섰다.

         

         

       보미: 오늘 저의 40번째 콘서트에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콘서트를 축하해주기 위해 친구들과 저를 가르치셨던 선생님이 와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대의 중앙에서 마이크를 손에 쥔 보미는 지난날의 추억을 떠올리며, 여운에 가득 찬 눈빛으로 관람석을 향해 말했다.

         

         

       보미: 여러모로 문제가 많았던 저랑 함께 웃고, 경쟁하고, 서로를 도우면서 저를 성장시켜주신 분들이에요. 그렇기에 너무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었어요.

         

         

       마이크를 잠시 입에서 뗀 보미는 누군가를 떠올리며 눈을 감았다. 이윽고,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이어서 말했다.

         

       

       보미: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제게 스타의 꿈을 꾸게 했던, 어쩌면 저를 가장 사랑하시던 분이에요. 이 자리에 있는 친구들과 선생님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지금의 저를 있게 해주신 그분에게 첫 곡을 바치려고 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무수한 박수 소리와 함께 무대의 조명이 보미에게 집중되었다.

         

       감미로운 피아노 멜로디를 시작으로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은 보미의 입이 열린다.

         

         

       -우연히 보았어. 엄마와 내가 함께 있던 사진을.

         

         

       보미가 부르는 이 노래는 ‘아름다운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라는 제목의 곡이다. 이것은 그녀가 사고로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며 만든 곡이었다.

         

       스타가 된 보미는 우연히 앨범을 보다 자신과 엄마가 함께 웃고 있는 옛 사진을 보았다.

         

       겨울에 태어난 엄마는 어렸을 적부터 몸이 약하셨다. 언제나 병과 아픔을 지니고 사셨고, 그 때문에 입원도 많이 하셨다. 하지만 보미의 눈에 엄마는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았던 강인함 사람이었다. 그리고 딸의 재능을 항상 칭찬해주고, 꿈을 응원해주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엄마라는 존재는 마음의 안식처와도 같았다.

         

       보미는 그런 엄마를 위해 스타가 되고 싶었다. 병과 아픔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는 그녀의 마음을 위로해줄 만한 노래를 부르고 싶었고, 엄청난 수술비를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큰돈을 벌고 싶었다. 하지만 보미의 엄마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게 되었다. 너무나도 안타까운 이별이었다.

         

       순식간에 마음의 안식처를 잃은 보미는 잠시 방황하였지만, 자신의 꿈을 응원해주던 엄마의 말을 떠올리며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여기까지가 1절 가사에 담긴 스토리였고, 2절의 가사는 홀로 남게 된 그녀가 청룡예고에 입학해 다양한 인연을 얻고, 이제는 그들과 함께 아무런 걱정 고민 없이 꿈을 향해서만 달려가겠다는, 그녀의 성장이 담긴 내용이다.

         

       그리고…….

         

       서서히 노래의 멜로디가 끝나면서 시점은 콘서트 무대에서 전혀 다른 곳으로 바뀌게 된다.

         

       바람을 타고 풍기는 풀냄새가 공기 중에 남아 뭔가 씁쓸하게나마 느껴지는 장소.

         

       그곳은 보미의 엄마가 잠들어 있는 무덤이었다.

         

       엄마의 무덤 앞에 다가선 보미는 무릎을 꿇으며 그리운 얼굴을 떠올렸다.

         

       눈가가 붉어진 그녀는 필사적으로 감정을 억눌렀다.

         

       그녀에게 있어서 엄마란 늘 미안한 사람이었다.

         

       몸이 아픈 엄마는 항상 자신을 걱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 눈빛에는 만약 자신이 이 세상에 없어지면 이 험한 세상에서 누가 딸의 편을 들어주고, 기대줄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담겨 있었다. 심지어 사고로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다만, 지금이라면 분명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마 엄마가 이 말을 듣는다면 분명 쓴 미소를 지으시겠지.

         

       이제 당신이 없는 세상에서도 믿을 수 있는 사람들로 넘쳐났고, 아무런 대가 없이 무조건 내 편을 들어주는 이상한 사람까지 생겼다고.

         

       그리고 결국 그들 덕분에 꿈을 이룰 수 있었다고…….

         

       그러니…….

         

       보미의 독백이 끝났다.

         

       화면에 천천히 엔딩크레딧이 올라온다.

         

       보미의 마지막 독백을 들을 수 있을 리가 없다. 플라이 하이라는 드라마는 거기서 완전히 끝이니까.

         

       다만, 이화영은 들었다.

         

         

       “저를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확실하게 딸의 목소리를 들었다.

         

       어느샌가 설소영의 한쪽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도저히 억제할 자신이 없었기에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저 자신의 엄마인 이화영 여사를 나지막하게 바라보고 있을 뿐.

         

       설소영은 생각했다.

         

       나의 마음이 전해졌을까. 엄마에게 가지고 있는 내 감정이 전해졌을까. 상냥하고 착한 딸이 되고 싶다는 이유로 표현하지 못했던 내 뜻을 눈치채셨을까.

         

       속으로 그런 걱정을 하고 있던 찰나, 설소영은 엄마를 보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아아, 그렇구나.

         

       다행히 전해졌구나.

         

       이화영 여사는 어째서인지 자신과 똑 닮은 딸을 보며 웃고 있었다.

         

       다만 그 웃음은 너무나도 아름다웠고.

         

       설소영에게는 그저 따스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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