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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

       

       

       

       

       설소영이 하고 싶은 말은 이화영에게 분명 전해졌다.

         

       덕분에 이화영의 결심이 뒤흔들리고 있을 정도로.

         

       이화영은 딸에게 생각할 시간을 조금만 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입원실에 홀로 남게 된 이화영.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녀는 조금 전 설소영의 진지한 말과 표정을 떠올리며 쓴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그건 딸의 소심한 첫 반항이 아니었을까. 물론 어떤 놈이 딸에게 바람을 잔뜩 불어넣어 첫 반항의 스케일이 엄청나게 커진 것 같았지만.

         

       어쨌든.

         

       알고 있었나 보네…….

         

       자신의 몸 상태가 어떤지, 어떤 선택을 내렸는지도.

         

       그것도 꽤 예전부터.

         

       적어도 저 드라마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소리겠지.

         

       그리고 그 시기에 그걸 알고 있던 사람은 자신의 남편인 설한용밖에 없다.

         

       대충 그림이 그려진다.

         

       남편은 딸의 앞에선 한없이 작아지는 위인이니 곧이곧대로 자신의 상태가 어떤지에 대해 설명했을 것이다.

         

         

       “후… 어렵네.”

         

         

       이화영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소영이를 너무 어린아이처럼만 보고 있었나 보다.

         

       아픔을 참고 함께 있는 게,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소영의 성장을 조금이라도 더 지켜보려고 했던 것이, 그저 자신의 이기적인 생각에 불과했던 모양.

         

       그래. 소영이는 하루라도 빨리 자신이 수술을 받길 원하고 있었다.

         

       이 이상 엄마가 고통받지 않기를, 설령 수술이 잘못되더라도 엄마의 딸이라면 충분히 잘 이겨 낼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다만, 딸이 전하고 싶은 말을 깨달아도 이화영은 여전히 불안했다.

         

       원래 부모라는 존재는 그런 것이다. 자식 문제면 자동으로 눈이 돌아가고, 늘 걱정스럽다.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걱정스러움은 배가 된다.

         

         

       똑- 똑-

         

         

       그때였다.

         

         

       ─사모님. 전해드릴 말이 있습니다.

         

         

       이화영이 사용하고 있는 입원실의 문을 그녀의 담당 간호사 두드렸다.

         

       뭔가 이상했다.

         

       진통제는 이미 투여받았고… 딱히 오늘은 더 남아 있는 일정이 없을 텐데?

         

         

       “왜 그러시죠?”

       ─아, 사모님을 만나고 싶다는 분이 있다고 전화가 와서요.

         

         

       나를 만나고 싶은 사람?

         

       가족이었다면 자주 오가는 사람이었으니 그냥 프리 패스였을 것이다.

         

       즉, 외부인이라는 뜻.

         

       다만 이화영은 최근 가족을 제외한 모든 면담을 거절하고 있었다.

         

       일 적인 얘기를 하기에는 그녀의 정신과 몸이 너무 지쳐있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오늘은 한차례의 폭풍이 지나갔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이화영은 일 적인 면담이라면 단칼에 거절할 생각으로 문 너머에 있는 간호사에게 그게 누구냐고 물었다.

         

       하지만…….

         

         

       ─그게… 스튜디오엔믹스 측에서 병원으로 전화가 왔는데 통화를 사모님 쪽으로 바꿔주실 수 있냐고 물어보십니다. 누군지는 전화를 바꿔보면 바로 아실 거라고…….

         

         

       스튜디오엔믹스?

         

       딸이 촬영한 두 번의 작품을 모두 저곳에서 제작했는데 어찌 모를 수가 있을까.

         

       심지어 저곳에 속한 몇몇 인물들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굳이 예를 들어보면 나영진 PD였다. 그와는 딸의 촬영과 캐스팅과 관련된 내용으로 몇 번 통화도 나누었다.

         

       그렇다면 아마 그일 확률이 높을 것이었다. 애초에 스튜디오엔믹스 측에서 이쪽으로 오는 통화는 나영진 PD 담당이라고 들었으니까.

         

         

       ─안녕하십니까 이화영 여사님. 일전에 얘기 나눴던 나영진 PD입니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지금 통화 가능하십니까?

         

         

       역시나…….

         

       그녀의 예상은 딱 들어맞았다.

         

       

       “어쩐 일이시죠?”

         

         

       이화영이 물었다.

         

       그에 나영진은 뭔가 큰 결심이라도 한 듯 잠시 심호흡을 하더니, 이윽고 전화를 건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오늘 이화영은 딸의 진심을 듣고 한 번 크게 놀랐다.

       

       다만…….

         

         

       ─927 작가님께서 부탁하셨습니다. 여사님과 잠시 면담을 하고 싶으니 일정을 잡고 싶으시다고요. 혹시… 수락하실 의향이 있으십니까?

         

         

       이번 건 그보다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

         

         

         

       해가 지고, 어둠이 들어선 적막함.

         

       뚜벅- 뚜벅-

         

       현재 서은우는 제일병원의 복도를 걷고 있었다.

         

       이화영 여사의 입원실에 찾아가 그녀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

         

       플라이 하이의 마지막 화가 방영된 날, 서은우는 설소영에게 어머니랑 어떻게 됐냐라고 문자를 보냈다.

         

       이에 그녀는 이런 답장을 보내왔다.

         

         

       […잘 모르겠어요. 아직 고민 중이신 것 같아요.]

         

         

       서은우에게 있어서 조금 예상 밖의 대답이었다.

         

       솔직히 그는 일이 쉽게 풀릴 줄 알았다.

         

       16화 마지막 화에 담긴 메시지와 함께 설소영이 진심을 전한다면 이화영 여사도 어쩔 수 없이 백기를 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뭐…

         

       하긴.

         

       서은우는 인정했다.

         

       애초에 그렇게 쉽게 백기를 들 사람이었다면, 수술을 포기하고 남은 시간 동안 가족과 함께한다는 극단적인 선택지를 고르시지도 않았을 거다.

         

       확실히 이번 건 조금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

         

       아, 근데 그거랑 이화영 여사랑 만나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

         

       왜 상관이 없겠는가.

         

       이화영 여사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 플라이 하이를 만들어보자는 계획을 설소영에게 제안했고, 그녀는 자신을 믿고 기꺼이 시간을 투자했다. 그리고 촬영을 위해 설소영은 조금 정도가 아니라 많이 굴렸다.

         

       일은 자신이 다 벌려 놨는데 결과가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근데 이대로 에라 모르겠다 하고 빤스런을 친다?

         

       그거 아마 설소영이 칼 들고 나를 찾아와도 합법일걸.

         

       생각해보면 요즘 들어 너무 오만했다.

         

       하는 일마다 잘되니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솔직히 드라마 속 세상의 드라마가 수준이 워낙 낮아서 운 좋게 빈집털이를 한 것뿐인데…….

         

       어쨌든.

         

       그는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있었고, 어떻게든 자신만의 방식대로 해결해볼 생각이었다.

         

         

       [이화영]

         

         

       서은우는 이 이름의 주인이 사용하고 있는 입원실의 문을 조심스럽게 노크했다.

         

         

       ─들어오세요.

         

         

       허락의 목소리와 함께 그는 문을 열고 입원실 안으로 들어갔다.

         

       입원실 가운데에 있는 침상에는 이화영이 고상하게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서은우를 보고 조금 놀란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저 정도면 그의 정체를 깨달은 사람치곤 확연하게 약한 반응에 속하긴 했다.

         

       이건 나영진이 사전에 그녀에게 해준 말 덕분이었다.

         

       면담을 허락한 이화영 여사에게 나영진은 이렇게 말했다.

         

         

       ‘그… 이건 면담이 성사되어서 미리 말씀드리는 겁니다. 처음 작가님을 마주하신다면 너무 놀라거나 의심하진 말아 주세요. 나이로 따지면 그분은 확실하게 따님이신 소영 양과 동갑이니까요.’

         

         

       처음에 이화영은 이 말을 듣고 ‘이게 무슨 개소리지?’라고 생각했지만, 문을 열고 들어온 한 소년을 보고 곧바로 나영진의 말을 이해했다.

         

       설마 드라마 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천재 작가가 딸과 동갑인 중학생이었을 줄이야…….

         

       감히 누가 이것을 상상이나 하겠는가?

         

       소년이 왜 신비주의 컨셉을 잡았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늦은 시간에 만나달라고 요구해서 죄송해요. 사정상 보는 눈이 적은 편이 움직이기 편해서 …….”

         

         

       서은우가 고개를 숙여 사과부터 먼저 건넸다.

         

       이화영은 고개를 저으며 괜찮다는 의사를 표했다. 지금 그녀에게 있어서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이 소년이 왜 꼭꼭 숨겨왔던 정체를 드러내면서까지 자신을 찾아왔냐였다.

         

       그 의문에 소년은 작은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답했다.

         

         

       “그냥 저한테 궁금하실 게 많으실 것 같아서요.”

         

         

       이화영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건 마치 제가 묻는 질문에 뭐든 다 대답하겠다는 뜻으로 들리는군요.”

       “맞아요. 저는 그럴 생각으로 이 자리에 온 거예요. 애초에 플라이 하이는 여사님과 소영 씨를 위한 드라마니까요.”

         

         

       이 말에 거짓은 없었다.

         

       서은우의 말대로 플라이 하이는 설소영과 이화영에게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드라마. 그는 눈앞의 여인이 모든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의 뜻을 이해한 이화영은 잠시 고민하더니, 그동안 궁금했던 것에 관해 물었다.

         

         

       “춤 연습 메이킹 필름은 왜 만든 거죠?”

         

         

       딸의 춤 실력이 늘어나는 것을 볼 때마다 뿌듯하면서도 뭔가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메이킹 필름.

         

       단순한 드라마 홍보를 위한다는 이유일 수도 있었지만, 눈앞의 소년이라면 분명 다른 목적이 있을 것 같았다.

         

         

       “아, 그거 봐주셨군요! 다행이에요.”

       “……?”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 서은우를 보며 이화영이 고개를 갸웃한다.

         

         

       “사실 소영 씨의 춤 실력은 냉정하게 말해서 최악이라고 표현할 수 있죠. 근데 지금은 처음이랑 달라요. 엄청 많이 성장했어요. 그건 인정하시죠?”

         

         

       이화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에도 딸의 춤 실력은 눈부시게 성장했다. 엄마로서 조금 부끄러운 일이기도 했지만, 사실 춤 쪽으로 아예 기대 안 했을 정도니까.

         

         

       “소영 씨의 춤이 점점 느는 걸 보니까 저도 뭔가 뿌듯해지더라고요. 댓글 반응을 보면 저만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건 또 아닌 것 같고….”

         

         

       서은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이화영을 쳐다봤다.

         

       남들이 봐도 그 정도의 뿌듯함을 느끼는데 설소영의 어머니인 이화영 여사 쪽은 더 하면 더 했지, 적어도 덜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조금 잔인한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여사님께 ‘미련’이라는 감정을 알려 드리고 싶었거든요.”

         

         

       딸이 약점을 극복하고 눈부신 성장을 이룬 것을 두 눈으로 목격한 순간, 그녀는 이런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점점 앞으로 나아가는 설소영의 모습을 엄마로서 옆에서 더 지켜보고 싶다고.

         

       잠깐이 아니라, 계속.

         

       그녀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 원인은 스스로가 그 소중한 권리를 포기하였기 때문이었다.

         

       

       “뭐… 소영 씨는 워낙 다 잘해서 조금 찾기 힘들겠지만, 아마 춤 말고도 미숙한 점이 있을 거예요. 그걸 여사님과 함께 알아가고 극복해내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소년이 순수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다만, 지금의 이화영에겐 너무나도 무섭게 다가오는 말이었다.

         

       저건 수술을 받지 않는다는 선택지를 고른다면 포기해야 하는 미래니까.

         

       그녀는 슬픈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저는 불안해요. 만약 수술이 잘못되어서 갑자기 제가 죽음을 맞이한다면 분명 소영이게 엄청난 상처로 남을 거예요. 소영이가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도 그건 아직 상처를 겪지 않았을 때 한 얘기에 불과해요.”

         

       

       어느 정도 맞는 말이었다.

         

       사실 이건 당사자인 설소영 조차 확신할 수는 없는 일.

         

       만약 수술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그 충격이 얼마나 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허나…….

         

         

       “아니요.”

         

         

       서은우는 이화영의 말을 강하게 부정했다.

         

       이화영은 소년의 부정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 이유를 물으려고 했다.

         

         

       “어째서……”

         

         

       그러나 소년과 자연스레 눈이 마주친 이화영은 차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 눈빛에는 한 치의 거짓 없이, 오직 어떠한 확신만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은우는 굳게 믿고 있었다.

         

       그녀라면…….

         

         

       “소영 씨라면 분명 그 상처를 극복해낼 거예요.”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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