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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

       

       

       

       

       “소영 씨라면 분명 그 상처를 극복해낼 거예요.”

         

         

       한 치의 거짓 없는 대답.

         

       이화영은 의문이 들었다.

         

       이 소년은 엄마인 자신조차 어찌 될 줄 모르는 딸의 미래에 대해 어째서…….

         

       저렇게까지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거지?

         

       다만.

         

       그녀의 의문에 소년은 그저 자신의 생각을 이어서 말할 뿐이었다.

         

         

       “물론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받아들이기는 힘들겠죠. 하지만 그녀라면 분명 이겨낼 거예요.”

         

         

       꽃같은 커플.

         

       이 드라마를 시청한 기억이 있는 서은우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설소영에게 있어서 불의의 사고라도 표현할 수 있는 이화영 여사의 죽음이 그녀에게 어떤 상처를 남기는지를.

         

       그러나 상처라는 것은 결국 언젠가는 아물기 마련이다.

         

       이화영이 죽음을 맞이한 세계선에서 설소영이 어떤 여인이 되었는지 알았기에, 서은우는 그녀가 그 상처도 극복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저번에 있었던 NG 사태나, 약점이었던 춤을 극복했던 것처럼.

         

       왜냐하면, 서은우에게 있어서 설소영이라는 소녀는…….

         

         

       “제가 아는 소영 씨는 그 누구보다 강인하고 멋진 사람이니까요. 그러니 여사님도 자신의 딸을 좀 더 믿어주셨으면 좋겠어요.”

       “…….”

         

         

       서은우의 말이 끝나고, 입원실 안은 잠깐의 침묵이 들어섰다.

         

       하지만 소년의 진심을 들은 이화영은 어째서인지 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미소엔 반성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렇구나.

         

       엄마인 자신보다 눈앞의 소년이.

         

       한 명의 드라마 작가가 딸을 더 믿어주고 응원해주고 있었구나…….

         

       이화영은 깨달았다.

         

       이제야 소영이가 왜 927 작가를 광적으로 신뢰하고 따르는지 알 것 같았다.

         

       눈앞의 소년은 무서울 정도로 딸에게 무언가를 주기만 한다. 거기에는 어떠한 흑심도 없고, 대가도 필요 없다.

         

       그렇다면 왜……?

         

       그는 소영이를 위해 그렇게까지 하는 걸까.

         

       자신이 만든 드라마의 주연으로 캐스팅하고, 플라이 하이를 기획하고, 오늘 자신을 찾아온 것까지.

         

       이 모든 것이 단순히 딸을 돕기 위해서라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었다.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요? 음…”

         

         

       서은우는 머리를 긁적였다.

         

       오늘 이곳에 방문한 이유는 단순히 자신이 벌인 일을 책임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앞서 말한 캐스팅이나 플라이 하이를 기획한 것은 그걸로는 설명이 안 되었다.

         

       음. 문제는 자신조차도 딱히 그것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것일까나.

         

       물론 이 사실을 그대로 말한다면 이화영 쪽에서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렇기에…….

         

         

       “제가 그녀의 팬이니까요.”

         

         

       이것 하나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니까 말해도 상관없겠지.

         

       소년의 진심을 들은 이화영은 잠시 벙찐 표정을 지었다.

         

         

       “어… 이걸로 안 될까요?”

         

         

       그녀의 얼굴을 본 서은우는 무언가 실수를 했나 싶어서 곧바로 그녀에게 물었다.

         

       하지만.

         

         

       “하하하!”

         

         

       그녀는 어째서인지 크게 웃었다.

         

       고상한 그녀가 남의 앞에서 이렇게나 크게 웃는 것이 이례적인 일인 것을 알았기에 반대로 서은우 쪽이 벙찐 얼굴이 되었다.

         

       이화영이 서은우의 대답을 듣고 그렇게 크게 웃은 이유는 간단했다.

         

       그저 너무 어이가 없어서였다.

         

       왜냐하면 방금 소년이 내뱉은 말에는 한 치의 거짓 없이, 오직 진실밖에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거짓 없는 진실에서 이화영은 어떠한 희망을 보았다.

         

       설소영은 아직 중학생이다. 이화영은 자기 앞가림을 하기도 힘든 나이인 딸에게 상처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생존 확률이 불투명한 수술을 받지 않는다는 결심을 했고, 조금이라도 더 오래 딸을 지켜보는 쪽을 선택했다.

         

       그러나 설소영은 이번 플라이 하이를 통해 이화영의 선택을 부정했다.

         

       설사 수술이 잘못되어 당신이 없는 세상이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최대한 노력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그러니 이 이상 고통받지 말고 꼭 수술을 받았으면 좋겠다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딸의 진심을 들은 이화영은 그것이 기특하면서도 동시에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무엇이 옳은 판단인지 저울질할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때 한 소년이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고,

         

       그 덕분에 균등했던 저울이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이화영은 눈앞의 소년을 보며 이렇게 생각했다.

         

       만약 자신이 없는 세상에서, 상처받은 소영이에게……

         

       그 누구보다 딸을 믿어주고 도와주는 저 소년이 곁에 있어 준다면 아마 괜찮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은 단순한 생각으로 그치지 않고, 이화영의 안에서 어떠한 확신으로 바뀌었다.

         

         

       “927 작가님. 당신이 소영이의 배우 인생을 책임져 준다고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이화영은 서은우에게 물었다.

         

       서은우는 갑자기 무슨 소리라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네? 분명 소영 씨에게 그렇게 말하긴 했죠?”

       “그래요? 그럼 이왕 책임지시는 김에 소영이의 인생도 같이 책임져 주시면 되겠네요.”

       “???”

         

         

       순간 서은우는 멀쩡했던 자신의 두 귀를 의심했다.

         

         

       “이, 인생이요? 갑자기 그게 무슨……”

         

         

       그리고 입원실에 들어서고 처음으로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말을 버벅거릴 정도로.

         

       지금까지 중학생답지 않게 행동하고 말하던 소년이 겨우 말 한마디에 흐트러지자 이화영이 피식 웃었다.

         

         

       “제게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소영이를 부탁드린다는 뜻이에요.”

       “여사님. 그거 누가 들으면 진짜 아무런 가망도 없는 줄 알겠어요.”

       “세상에 절대라는 건 없어요. 제 몸에 갑작스럽게 암이 생긴 것처럼. 그러니 저는 딸을 위해서라도 믿을만한 보험을 하나 들려고요.”

         

         

       믿을만한 보험.

         

       지금 상황에서 그것이 누굴 의미하는지 서은우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아니… 저 말고 설한용 사장님도 계시잖아요.”

         

         

       하지만 서은우는 굳이 말을 돌렸다.

         

       내 인생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갑자기 자기 딸의 인생을 책임지라니…….

         

       자칫 잘못하다간 엄청난 난제를 짊어질 수도 있었기에 본능적인 회피였다.

         

         

       “아니요. 남편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었다면 제가 진작에 수술을 받았겠죠. 그이는 소영이 앞에서는 표현을 잘 못하는 답답한 아버지이니까요.”

         

         

       이화영이 한숨을 내쉬며 서은우의 말을 강하게 부정했다.

         

       애초에 이미 그녀의 머릿속에서 다른 사람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았다.

         

       바로 눈앞에 소영이를 지탱해주기에 제격인 인물이 있는데 굳이?

         

       나이도 동갑에 어쩌면 자신보다 딸을 믿어주고 위해주는 인물이고, 그의 진짜 정체마저도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천재 작가.

         

       심지어 소영이는 그런 그에게 이미 푹 빠져있다.

         

       처음에는 그게 정말 마음에 안 들었는데 그와 오늘 처음 마주하고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소영이가 바라기만 한다면 둘을 이어주고 싶을 정도로…….

         

         

       “그럼 만약 제가 소영 씨의 인생을 책임지기 힘들다고 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그때였다.

         

       서은우가 약간 긴장한 얼굴로 이화영에게 물었다.

         

       그 물음에 이화영은 잠시 고민했다.

         

       927 작가, 그가 자신을 직접 만나러 온 이유가 딸을 위해서라는 전제가 깔려있다고 한다면…….

         

         

       “수술 안 받으려고요.”

         

         

       ……아마 이거면 충분하겠지.

         

         

         

       ***

         

         

         

       이화영 여사의 폭탄과도 같은 발언.

         

       문뜩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뭔가 상황이 단단히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아무래도 호랑이 굴에 제 발로 들어온 것 같다고.

         

       여기서 무서운 건 저쪽은 장난이 아니라 진심이라는 거다.

         

       진짜 내가 설소영을 책임지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대로 수술을 포기하고 퇴원 절차를 밟으실 것 같았다.

         

         

       “그… 여사님. 제 생각에는 너무 극단적이신 것 같은데요.”

       “딸의 미래가 걸려있는데 극단적일 수밖에요. 엄마로서 당연한 것 아닌가요?”

         

         

       심지어 뻔뻔하다.

         

       나는 그녀의 뻔뻔함에 차마 할 말을 잃었다.

         

         

       “애초에 저는 지금 작가님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되는 입장이에요.”

       “그게 무슨……”

       “딱 말해보세요. 작가님의 눈에는 소영이가 어떻게 보이죠?”

         

         

       어….

         

       그냥 예쁘지.

         

       솔직히 살면서 본 사람 중에서 최고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맞아요. 제 딸이지만 누가 봐도 예쁘잖아요. 심지어 얼굴 말고도 모든 게 완벽하죠. 성격, 몸매, 재력 기타 등등.”

       “……그래서요?”

       “소영이의 인생을 책임져 달라는 거. 당연히 구미가 당겨야 하는 제안 아닌가요?”

         

       

       음. 나름 일리 있는 말이다.

         

       그녀의 말대로 구미가 안 당긴다면 그게 이상한 거겠지.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녀와 평생을 함께할 사람이 적어도 내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이 세상의 배경이 되는 드라마의 이름이 왜 ‘꽃같은 커플’ 이겠는가?

         

       그곳의 주연 인물인 설소영에게는 이미 정해진 운명의 짝이 있다는 소리다.

         

       그러니 이 얘기를 이화영 여사와 내가 백날 해봤자 별 의미가 없다는 뜻.

         

         

       “여사님. 일단 당사자의 의견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니겠어요?”

       “어머? 그 말은 마치 소영이만 허락한다면 별 상관없다는 뜻처럼 들리네요.”

         

         

       그렇다면 이 얘기는 이미 끝났다는 듯 회심의 미소를 짓은 이화영 여사.

         

       왜 저런 미소를 지으시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직 그녀에게 할 말이 남아 있었다.

         

         

       “대신 지금부터 3년만 상황을 지켜볼게요. 그때가 되어서도 소영 씨의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면 여사님이 하신 제안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겠죠.”

       “근데 왜 굳이 3년이죠?”

         

         

       왜긴 왜겠어요.

         

       2년 뒤에 설소영은 고등학교에 입학한다. 아마 원작대로 그곳에서 정해진 운명을 짝을 만나겠지.

         

       거기서 1년의 시간이 더 흐른다면 이화영 여사와 나눈 이 얘기는 더 이상 의미가 없을 것이다.

         

         

       “좋아요. 그 대신 제가 수술에 성공해도 이 얘기는 계속 유효인 걸로 합시다. 저는 작가님이 딸이랑 제법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거든요.”

       “…….”

       “물론 수술에 성공하면 오늘 있었던 모든 일과 작가님의 정체에 관해서 소영이에게 비밀로 해드린다는 조건으로. 어떠세요?”

         

         

       쓰으읍…….

         

       뭐 어떻고 자시고 그녀의 페이스에 제대로 말려든 것 같은데.

         

       슬슬 머리가 아파져 오는 것 같았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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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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