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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

       

       

       

       

       이른 아침부터 검은 양복을 입은 여성에게서 무언가를 건네받는 이화영.

         

         

       “여사님. 부탁하신 서은우 학생에 대한 정보입니다.”

       “역시 김 실장이네요. 이걸 하루 만에 구해오다니.”

         

         

       이화영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파일을 건네받았다.

         

         

       “아닙니다. 어디 대기업 회장님의 아드님도 아니고, 평범한 중학생의 인적 사항 정도야 누워서 떡 먹기입니다.”

       “오케이. 일단 수고했어요. 나중에 필요하면 또 부를게요.”

         

         

       김 실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여성은 예의상 고개를 숙이며 그대로 입원실 밖으로 나갔다.

         

       입원실 안에 혼자 남은 이화영은 그녀에게서 건네받은 파일을 읽었다.

         

       이름 서은우.

         

       나이 15살.

         

       평범한 가정, 평범한 학교. 꽤나 높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지만 3등 안으로 들어가 본 적은 없음.

         

       다른 것들을 대충 둘러봐도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중학생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의 정체를 알고 있는 이화영은 오히려 그 점이 소름 돋았다.

         

       이 평범함이야말로 자신의 진짜 정체를 감추기 위한 말 그대로 위장.

         

       도대체 얼마나 철두철미한 사람이기에…….

         

       그리고 동시에 이화영은 뿌듯한 감정도 들었다.

         

       그런 사람이 딸을 위해 직접 정체를 밝힐 정도면 사실상 거의 넘어왔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아, 물론 본인은 아직 그 사실을 전혀 인지하고 못 하는 것 같지만.

         

       딸의 인생을 책임져 달라고 말했을 때 지었던 표정을 그가 직접 거울로 봤으면 좋았을 거다.

         

       뭐… 하긴.

         

       그의 눈에도 소영이는 이상적인 여자겠지. 남자라면 안 넘어오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다. 물론 그 아이가 마음만 먹는다면 더더욱.

         

         

       “수술을 받겠다고?!”

         

         

       잠시 뒤, 점심시간에 맞춰 그녀의 입원실에 설한용과 설소영이 들이닥쳤다.

         

       그 이유는 이화영이 수술을 받겠다고 주치의와 얘기한 소식이 그들의 귀에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설한용은 이화영의 손을 붙잡고 다행이라며 안심했다.

         

       하지만 어째 아내의 표정이 영 좋지 않다.

         

         

       “여보.”

       “응, 왜?”

       “정신 사나우니까 잠시만 나가 있어요.”

       “…….”

         

         

       아내의 말에 설한용은 슬픈 표정을 지으며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밖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아빠이지만, 가족의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시는 사람.

         

       그 모습을 보며 설소영이 피식 웃었다.

         

       그때였다.

         

         

       “소영아. 잠시만 엄마 옆에 와서 앉아볼래?”

         

         

       이화영이 자신이 앉아 있는 침대를 두드렸다.

         

       설소영은 군말 없이 그녀가 가리킨 곳에 앉았다.

         

       그리고 갑자기 이화영이 설소영을 와락 껴안았다.

         

         

       “엄마…?”

         

         

       이에 설소영이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하지만 저항할 생각은 없었다.

         

         

       “엄마가 미안해.”

         

         

       자신을 향해 계속 사과를 건네오는 말과 함께 뭔가 오늘따라 엄마의 품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기에.

         

       사실 엄마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다. 수술을 받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도 자신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니까.

         

       딸의 마음을 이해한 이화영은 그녀에게 사과를 건넸지만, 동시에 엄마의 마음을 이해한 설소영은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서로를 닮은 두 모녀는 한동안 서로를 꼭 껴안았고, 방안에는 잠깐의 정적이 들어섰다.

         

       그리고 그 정적을 깬 것은 설소영의 의문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심각하게 수술 문제로 고민하던 엄마가 무엇을 계기로 하루 만에 이렇게 결단을 내리셨을지.

         

       그것이 너무나도 궁금했다.

       

       그녀의 의문에 이화영은 쓴 미소를 지었다.

         

       분명 어제 있었던 모든 일들을 비밀로 하겠다고 했는데…….

         

       호기심에 가득 찬 얼굴로 뚫어지게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딸을 보니 뭔가 마음이 약해지는 것 같았다.

         

       그래…….

         

       아주 약간 정도는 그도 이해해 주지 않을까?

         

       양심에 조금 찔리긴 하지만 이화영은 어디까지나 딸의 편이었다.

         

         

       “사실 어제 927 작가님이 병문안을 와주셨거든.”

       “…927 작가님이요?”

         

         

       927 작가의 이름이 나오자 순간 설소영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분이 엄마를 왜….”

        “소영이 너를 믿어 달래. 너가 그 누구보다 멋지고 강인한 사람이라며… 그분이 너를 많이 아끼는 게 엄마도 느껴지더라.”

         

         

       927 작가의 얘기를 꺼내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이화영을 보며 설소영은 순수하게 놀랐다.

         

       저 얼굴은 어느 정도 그가 마음에 들었다는 의미였으니까.

         

       그리고 뭔가 조금 부끄러웠다.

         

         

       ‘그 누구보다 멋지고 강인한 사람.’

         

         

       ……그가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설소영은 발그레 붉어진 얼굴로 이어서 물었다.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어요?”

       “글쎄……”

         

         

       이화영은 약간 끝말을 흐렸다.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그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수한 소녀의 얼굴을 하고 있는 딸을 보니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너랑 잘 어울리는 사람. 엄마는 진심으로 응원하는 쪽이란다.”

         

         

       잘 어울린다. 응원한다.

         

       이화영이 내뱉은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녀의 딸이 모를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설소영은……

         

         

       “그래요? 다행이네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아까의 붉어진 얼굴은 이제 없다.

         

       그곳에는 아름답고, 매혹적인 평소의 설소영만 있을 뿐.

         

       순식간에 달라진 딸의 얼굴을 본 이화영은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누구 딸 아니랄까 봐.

         

       방금이 순수한 소녀의 얼굴이었다면 지금은 거의 뭐 먹잇감을 노리는 포식자의 얼굴이다.

         

       그리고 딸의 그 얼굴을 보니 어젯밤, 927 작가와 마지막에 나누었던 어떤 대화가 떠올랐다.

         

         

       ‘대신 지금부터 3년만 상황을 지켜볼게요. 그때가 되어서도 소영 씨의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면 여사님이 하신 제안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겠죠.’

         

         

       뭔가 그는 몇 년 뒤면 소영이의 마음이 변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근데 과연 지금 소영이의 저 얼굴을 보고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자기 딸이 한번 정해놓은 사람을 놓칠 리도 놓아줄 리도 없었다.

         

       그는 분명 3년만 상황을 지켜본다고 했지만 글쎄…….

         

       희미하게 미소 짓고 있는 딸의 얼굴을 보니 그렇게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았다.

         

         

         

       ***

         

         

         

       한편…….

         

       JYB 엔터테인먼트의 본사.

         

       플라이 하이 덕분에 JYB의 위상 역시 덩달아 하늘로 치솟았다.

         

       이제는 5대 기획사가 아니라 2대 기획사로 좁혀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올 정도로.

         

       특히 이다혜와 강하늘을 포함해 주연으로 출연한 4명의 아이돌, 그들의 인지도가 상승한 덕분에 그들이 포함된 그룹마저도 엄청난 수혜를 보고 있었다.

         

       아마 이대로 입지를 굳히기만 하면 JYB는 분명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연예엔터테인먼트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다만.

         

       회사의 떡상에 엄청난 행복함을 느끼고 있어야 할 백준영은 차마 웃을 수가 없었다.

         

       당연히 그도 입을 떡 벌리며 마음껏 웃고 싶었다.

         

       문제는 매일 대표실을 방문하는 어떤 연습생 때문이었다.

         

       아, 이제는 연습생이 아닌가.

         

       백준영은 방 중앙에 있는 소파에 앉아 있는 금발의 소녀를 쳐다봤다.

         

       정식 데뷔를 앞둔 그녀는 해맑게 웃으며 타이틀 곡의 가사를 외우고 있었다.

         

       하지만 백준영의 입장에서 저 해맑은 웃음이 그저 무섭게만 느껴졌다.

         

         

       “크흠!”

         

         

       백준영이 불청객에게 눈치를 주기 위해 헛기침을 한번 하였다.

         

       그에 이다혜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음, 정확하게는 그냥 무시했다.

         

       ……이놈의 회사는 뭔 놈의 상하관계가 없는 것 같냐.

         

       백준영은 그런 생각을 하며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그… 다혜야. 언제까지 여기 있을 거니?”

       “그분 오실 때까지 계속 있으려고요.”

         

         

       음, X 됐네.

         

       이다혜의 뻔뻔한 언행에 백준영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서 그분은 당연히 이다혜에게 JYB의 후계자라고 소개한 서은우였다.

         

       대충 상상이 간다.

         

       사람을 가지고 노는데 타고 난 말빨과 나쁜 남자의 정석과도 같은 뻔뻔한 태도로 순진한 우리 다혜를 홀렸겠지.

         

       문제는 이제 그가 특별한 일이 있지 않은 이상 JYB에 오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

         

       물론 이다혜는 아직까지 그 진실을 모르고 있었다.

         

       요즘 대표실에 계속 방문하는 이유도 최근 그의 모습이 JYB 내에서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이다혜는 후회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번호라도 미리 교환해 둘걸.’이라고.

         

       번호도 없고, 마땅한 연락처도 없으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와 가장 연관이 있는 백준영을 계속 찾아갔다.

         

       하지만 대표실에 방문해 백준영에게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봐도 계속 딴청을 피우니 이다혜도 장기전에 돌입한 것.

         

         

       “하하. 다혜야 내가 졌다.”

         

         

       이제는 백준영도 이 숨 막히는 신경전을 끝내고 싶었다. 그렇기에 결단을 내렸다.

         

         

       “하… 드디어요?”

       “그래. 이제 진실을 말해주마. 너의 끈기는 JYB의 대표로서 자랑……”

       “동작 그만. 어디서 계속 뜸을 들여요? 그냥 빨리 말하세요.”

       “크흠! ……유학 갔다. 우리 후계자님.”

         

         

       그 말이 끝나자마자 소파에서 일어난 이다혜는 어째서인지 천천히 백준영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자기 얼굴을 들이밀더니…….

         

         

       “컥!”

         

         

       다짜고짜 자기 대표의 멱살을 잡아 끌어당기며 크게 소리쳤다.

         

         

       “아니! 그 중요한 걸 왜 이제 말해요!!!”

         

         

       백준영은 빵긋 웃었다.

         

       그야 방금 생각해낸 변명이었으니까.

       

       그나저나 이 기지배 뭔 놈의 힘이 이렇게 장사야?

         

       뭔가 슬슬 숨쉬기가…….

         

         

       “어디요?!”

       “자, 잠깐!”

       “어디로 갔는데요?! 왜 대답을 못 해요!”

         

         

       백준영은 차마 그 물음에 대답할 수 없었다.

         

       조여오는 옷 때문에 진짜 숨이 막혀서 입을 못 여는 거였으니까.

         

         

       “천국……”

       “거길 후계자님이 어떻게 가요. 불길하게 멀쩡한 사람 죽이지 마세요!”

         

         

       갑자기 뜬금없는 장소가 튀어나오자 더 격렬하게 멱살을 흔드는 이다혜.

         

       아니, 멀쩡한 사람은 너가 죽이고 있잖아…….

         

       그렇게 천국의 문턱까지 갔다가 혼신의 탭을 쳐서 겨우 살아남은 백준영 대표였다고 한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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