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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

       3분기의 대 히트작인 플라이 하이의 방영이 모두 끝나고, 어느덧 추운 겨울이 들어섰다.

         

       그리고 그 추위를 날려버릴 만큼 요즘 세간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가 바로 청상예술대상의 대상을 누가 받을 것인가였다.

         

       여기서 청상예술대상은 TV 부분에선 가장 높은 권위를 자랑하는 시상식으로 사실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들을 위한 유일한 메이저급 시상식이었기에 청상예술대상의 중요도는 말이 필요 없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연말에 열리는 청상은 워낙 관계자들의 참석률이 95프로 이상으로 나올 정도로 높은지라 그 시기에 열리는 시상식은 청상을 피해 조금 앞당기거나 1월로 미룰 정도였다.

         

       특히 대상은 지상파, 케이블, 종합 방송의 드라마와 예능을 모두 통합하여 단 한 명에게만 주어지는 데다가, 매년 사람이 아닌 작품에 주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만큼 수상하기가 어렵다.

         

       참고로 세간에선 그런 청상의 대상 후보로 작품 2개와 배우 1명을 꼽고 있었다.

         

         

       -이번 대상 누가 봐도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 아님? 반박 안 받음 ㅅㄱ

       ㄴ인정합니다

       ㄴ전 세계에서 흥행 중인데 당연한 소리임

       ㄴ응~ 시청률은 플라이 하이가 더 높게 나왔어~

       ㄴ아오, 또 플라이 하이무새 떴네. 넌 그냥 나가라

       ㄴ아니 진지하게 성적으로만 보면 플라이 하이가 압승 아님?

       ㄴ근데 이것도 어느 정도 맞는 말인 게 너튜브나 아웃스타에 플래시 몹 대란 일어난 것 보면 여기도 파급력 장난 아님;;

       -난 다 필요 없고 그냥 설소영 대상 줬으면 좋겠다. 얘는 그냥 연기의 신임

       ㄴ낄 때 끼자. 그냥 이번에 신인상 주고 KDS 시상식에서 연기 대상 주면 되는 거 아님?

       ㄴ장난함? 설소영이 뭔 신인상이야. 최우수 연기상 줘도 모자랄 판에 ㅋㅋ

       ㄴ솔직히 최우수 연기상은 무조건 받을 듯? 당장 여배우 쪽에 걔 말고 눈에 띄는 여배우가 없음

       -대상 그런 건 모르겠고 그저 이 상황을 보며 웃고 있을 스튜디오엔믹스랑 927 작가면 개추

       ㄴㄱㅊ

       ㄴㄱㅊ

       ㄴ아, 아… 또 당신입니까 927 작가…. 그저 GOAT

         

         

       한편 서은우는 커뮤니티를 통해 여론은 살폈다.

         

       대충 둘러보니 자기들이 대상을 주는 것도 아닌데 치열하게 대상이 누구인가를 두고 싸우고 있었다.

         

       뭐… 확실히 이런 유의 논쟁은 재밌는 이야깃거리가 맞긴 하지.

         

         

       “야, 서은우. 듣고 있냐?”

         

         

       그때 서은우의 친구 차무식이 뚱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대충 게임 얘기하고 있던 거 아니었어?”

       “이 새끼 진짜 하나도 안 듣고 있었네. 지금 일본 난리 난 거 얘기하고 있었잖아.”

       “음? 거기가 갑자기 왜 난리가 났는데?”

       “후… 귀찮지만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줄게. 이건 아빠가 비밀리에 입수해온 정보인데…”

         

         

       사건의 시발점은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이 일본에 방영되고 나서부터였다.

         

       몇달 전, 일본의 드라마 시장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하향세를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이 두 나라 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서은우가 왜 이 드라마 속 세상의 영화나 드라마를 조사해보고 절망했겠는가?

         

       전 세계를 둘러봐도 그의 눈에는 영 만족스럽지 않은 작품들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그나마 영화 쪽으로는 미국이, 드라마 쪽으로는 한국이 그의 눈에는 선녀로 보일 정도였으니까.

         

       이게 얼마나 심각한 일이냐면 서은우가 최악으로 평가했던 「따스한 공주님」이라는 드라마가 해외에서도 제법 선방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런 한국에서 지금까지 없었던, 한 차원 높은 수준의 드라마가 불현듯 탄생했다.

         

       해외에서 이 이례적인 일에 가장 먼저 반응했던 것은 일본의 한 방송국이었다.

         

       그곳의 국장인 타다요시는 평소 친한으로 유명한 사람이었는데 한국에서 유행하는 대부분의 드라마를 챙겨볼 정도였다.

         

       그렇게 자연스레 한국에서 현재진행형으로 대 히트 중이었던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을 접하게 되었고, 그는 곧바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드라마, 우리 방송국이 무조건 방영권을 따내야 한다고. 될 수 있으면 무조건 독점으로!

         

       오랜 경력으로 다져진 타다요시 국장은 직감했다. 이 드라마라면 침체기에 들어갔던 일본 드라마 시장에 엄청난 이변을 불어올 거라는 것을.

         

       그런 생각이 든 순간 그는 자신의 인맥에 있던 스튜디오엔믹스 유연정 국장에게 곧바로 연락을 넣었다.

         

       그는 뭐든 스튜디오엔믹스 쪽의 조건에 맞춰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걸었다.

         

       당연히 유연정의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다만 조금 걸리는 점은 작중 후반부가 일제강점기 배경이라는 점이었다.

         

       아마 일본 정부 차원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나올 것은 정해진 수순.

         

       하지만 그 문제에 대해서 타다요시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어차피 그놈들이 이쪽에 제재를 가해봤자 손해는 되려 그쪽이 볼 거라고.

         

       타다요시가 처음 예상했던 대로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은 일본에서 엄청난 성적을 거두었다.

         

       그리고 문제의 15화와 16화가 방영되고 일본 정부는 심의 규정에 어긋난다며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의 일본 방영을 전면 금지할 것을 타다요시 국장에게 강력히 요구했다.

         

       다만, 이런 뻔뻔한 통보에 타다요시는 그저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대신 일본 정부가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의 방영을 금지하는 어이없는 통보를 해왔다는 것을 매스컴에 시원하게 퍼트리고 나서.

         

       일본 정부는 한 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현대에서 미디어의 통제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더군다나 엄청난 파급력을 자랑하고 있는 드라마라면 시청자들이 과연 어떻게 반응할까?

         

       결과는 일본 국민들의 거대한 분노로 이어졌다.

         

       거기에다가 일본 정부의 만행을 들은 927 작가의 발언이 결정타였다.

         

       괘씸한데 저쪽 정부가 원하는 대로 그냥 플라이 하이의 수출도 아예 금지해 버리죠? 라고.

         

         

       “덕분에 지금 일본 분위기 진짜 살벌하데. 국민들이 아예 정부를 상대로 돌아섰다고 하더라. 이 추세면 얼마 못 가서 백기를 들걸?”

       “뭐… 나름 상황이 재밌게 흘러가고 있긴 하네.”

         

         

       서은우가 쓴 미소를 지었다.

         

       저런 상황이 일어난 것 자체가 자신이 드라마가 그만큼 재밌고,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뜻이겠지.

         

       분명 좋은 신호다.

         

         

       “재미고 뭐고 솔직히 이대로 계속 가면 927 작가 노벨 평화상이라도 받는 거 아니냐?”

         

         

       음, 저건 그냥 개소리고.

         

       

       “그나저나 서은우. 아까부터 휴대폰으로 계속 뭐 보고 있냐? 설마 연락 주고받는다는 그 여자야?”

       “친구야 잠깐만 쉿.”

       “뭐야. 갑자기 기분 나쁘게 왜 웃어.”

         

         

       차무식의 말대로 서은우는 어째서인지 씨익 웃고 있었다.

         

       설소영에게서 온 문자의 내용 때문이었다.

         

         

       [작가님! 수술 무사히 끝났어요!]

         

         

       여기서 수술은 당연히 이화영 여사의 얘기였다.

         

       아무래도 40프로의 확률을 뚫고 수술에 성공하신 모양.

         

       뭔가 그녀의 기쁨이 여기까지 느껴지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플라이 하이.

       

       지금 생각해보면 만들길 잘한 것 같다.

       

         

       

       ***

         

       

         

       그로부터 며칠 뒤.

         

       나는 나 PD님으로부터 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아, 은우 군. 청상예술대상 건 때문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927 작가님의 앞으로 초대장이 왔거든요.

       “저야 당연히 거절이죠 뭐.”

       ─알겠습니다. 만약 작가님이 수상을 받게 된다면 제가 대리자로 받을 테니 걱정하지 마십쇼.

         

         

       마인드는 이미 내가 수상을 받는다고 확신하시는 것 같은데?

         

       아마 내가 수상을 받는다면 극본·시나리오상 쪽이겠지.

         

       그리고 나 PD님 말고도 다른 사람에게서 또 연락이 왔다.

         

         

       [작가님 혹시 청상예술대상 참여 안 하시죠…?]

         

         

       이번에는 설소영이었다.

         

       그녀가 내게 시상식의 참석 여부를 물어왔다.

         

         

       [네. 저는 그냥 집에서 티비로 보려고요.]

       [그럼 계속 시상식을 지켜보시겠다는 뜻이죠?]

       [아마 그렇겠죠?]

       [그럼 기대하세요.]

       [???]

         

         

       뭐야. 갑자기 뭘 기대하라는 거야.

         

       그런 의문 속에서 어느덧 청상예술대상의 날이 밝았다.

         

       나는 거실에서 가족과 함께 티비로 청상예술대상을 시청했다.

         

       방송의 첫 시작 부분은 레드카펫을 걸으며 시상식장 안으로 들어가는 배우들의 화면을 잡아주었으며,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가 그들을 감쌌다.

         

       그리고.

         

       설소영의 차례가 되었을 때 나는 그녀가 전에 말했던 ‘기대하세요.’의 뜻을 곧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또각- 또각-

         

         

       어두운 배경 속에서, 새하얀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미소녀가 치맛자락을 붙잡으며 레드카펫에 사뿐히 발을 디딘다.

         

       맑은 연갈색 눈동자와 흑백의 머리카락. 그녀의 하이힐 소리가 울릴 때마다 어째서인지 카메라의 셔터 소리가 현저히 줄어든다.

         

       ……그 시점부터 이번 시상식의 주인공은 정해졌다고 봐도 무방했다.

         

       도대체 메이크업에 얼마나 공을 들인 것일까…….

         

       가뜩이나 예쁜 사람이 저런 식으로 꾸미고 오는 거는 그냥 반칙 수준이다.

         

       나는 입을 살짝 벌리며 그녀의 아름다운 자태를 눈에 담았다.

         

       그때 카메라를 발견한 그녀가 손짓을 흔들며 살며시 미소 지었다.

         

       마치 지금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을 누군가에게 친근하게 인사를 건네는 것 같았다.

         

       아마 지금쯤 전국에서 이 방송을 보고 있을 남자들은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겠지.

         

       하지만 착각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저 인사 나한테 하는 거니까.

         

       ……아마도?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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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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