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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

       

       

       

       

       모두의 감탄 속에서 유유히 청상예술대상 시상식장 안을 입성한 설소영.

         

       그녀는 안내에 따라 사전에 정해진 지정석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이다혜가 먼저 와 있었다.

         

         

       “어? 소영이다.”

         

         

       먼저 설소영을 발견한 이다혜가 그녀에게 친근하게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그녀가 아름답게 꾸미고 온 모습을 보며 이다혜가 생각했다.

         

       ‘이 기지배 오늘 힘 엄청 줬네.’ 라고.

         

       솔직히 이다혜가 설소영을 먼저 발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시상식장의 입구에서 우아하게 걸어오던 그녀의 빛나는 자태 덕분이었다.

         

       참고로 이다혜 역시 설소영에게 전혀 꿀리지 않게 꾸미고 오긴 했다.

         

       붉은 장미 하나가 달린 검은 드레스는 그녀의 백금발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매혹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으며, 그녀의 이색적인 푸른 눈동자는 보는 이의 시선을 자동으로 고정했다.

         

         

       “몇 시간 걸렸어?”

         

         

       그때 이다혜가 설소영에게 물었다.

         

       여기서 이다혜의 물음은 그렇게 공들여서 메이크업하는데 대충 몇 시간 걸렸냐는 뜻이었다.

         

         

       “한 4시간?”

       “와⋯ 대박. 그 시간 동안 가만히 앉아있기도 힘들었겠다.”

         

         

       누군가를 홀려버리겠다는 설소영의 굳은 의지에 질려버린 듯한 표정을 짓는 이다혜.

         

       그녀의 반응을 본 설소영이 피식 웃었다.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도 만만치 않은데? 드레스 진짜 예쁘다.”

       “아, 이거? 대표님이 구해주더라.”

         

         

       이다혜가 치맛자락을 붙잡으며 자신의 드레스를 이리저리 훑어본다.

         

       백준영은 시상식장에서 JYB의 얼굴을 대표할 이다혜에게 값비싼 드레스와 메이크업을 해주며 과감한 투자를 하였다.

         

       시상식이 시작하기 전에 그는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정도면 이변이 없는 이상 우리 다혜가 다 씹어 먹겠지. 흐흐흐.’

         

         

       뭐⋯ 백준영의 야심 찬 생각과는 다르게 결과적으론 작정하고 꾸미고 온 설소영이라는 자연재해 때문에 조금 밀려버리긴 했지만.

         

       어쨌든 현재 시상식장 내부의 시선은 흑과 백의 드레스.

         

       서로 대비되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그들에게 완벽하게 집중되어 있었다.

         

       다만, 절벽 위에 피어있는 꽃을 보듯 그 누구도 섣불리 그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 시상식이 시작되기 전이었기에 원래라면 배우나 감독끼리 서로를 소개하거나 인사를 건네러 오는 등 교류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이다혜는 지금 자신과 설소영이, 외딴섬에 놓여 있는 것 같은 이 분위기가 왜 일어났는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아마 자신의 옆에서 어딘가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신’인 여배우 때문이겠지.

         

       현재 배우들 사이에서도 설소영의 연기력은 독보적이고, 압도적이다.

         

       누구보다 대중들의 평가에 민감한 그들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겠지.

         

       어린 설소영과 자신들의 엄청난 차이를.

         

       다행히 그녀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보다는 대부분은 긍정적인 시선이었다.

         

       보는 이를 절로 몰입하게 만드는 설소영의 압도적인 연기력은 같은 배우들에게는 질투의 대상이자 동경이 대상이 되기에도 충분할 테니까.

         

       거기에다가 오늘 외모에 힘을 준 모습까지 합쳐지니 도저히 다가갈 수 없는 아우라를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그녀와 호흡을 맞춰보지 않은 사람들에 한해서였다.

         

         

       “소영아!”

         

         

       설소영을 발견한 어떤 남성이 그녀의 이름을 친근히 부르며 다가왔다.

         

       잘 빠진 검은 정장을 입은 상태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이 남자의 이름은 남궁환.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에서 설소영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배우였다.

         

       그리고 현재, 남자 배우 쪽의 최우수연기상을 받을 가장 유력한 인물이기도 했다.

         

         

       “오랜만이에요.”

         

         

       설소영이 남궁환을 향해 약간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그녀의 행동에 남궁환은 깜짝 놀란 듯 눈이 커졌다.

         

         

       “야, 야. 그렇게 예의 차릴 것 없어 소영아. 이거 선배들이 보면 나 꼰대라고 오해해.”

       “음⋯ 그럼 그냥 모르는 척하는 쪽이 맞았을 것 같네요.”

       “아니, 그럴 거면 차라리 꼰대라고 듣는 쪽이 나을 것 같네. 하하.”

         

         

       싱긋 웃으며 농담을 내뱉는 설소영의 말에 세상 태평하게 웃는 남궁환. 그때 남궁환이 그녀의 옆에 서 있던 이다혜를 발견하며 눈을 크게 떴다.

         

         

       “와! 너 이다혜지?”

       “저를 아세요?”

       “플라이 하이를 봤는데 당연히 알지.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내가 홍련의 팬이거든. 이번 데뷔곡 진짜 좋더라.”

         

         

       참고로 남궁환이 좋다고 말한 데뷔곡의 제목은 헤이보이(HEY BOY)로 백준영이 홍련을 위해 이를 갈고 만든 타이틀 곡이었다.

         

       홍련은 플라이 하이에 출현한 이다혜가 속한 그룹이었기에 재조명을 받을 수 있었고, 그렇게 사람들의 엄청난 관심 속에서 성공적인 데뷔를 하였다.

         

       심지어 타이틀 곡인 헤이보이의 엄청난 중독성과 멤버들의 개성까지 합쳐지다 보니 짧은 기간 사이에 엄청난 인지도를 자랑하는 걸그룹이 되어버렸다.

         

         

       “아하하⋯ 다 대표님이 곡을 잘 만들어주신 덕분이죠.”

       “네! 그 자랑스러운 대표 여기 있습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자기의 칭찬 소리가 들리자 귀신같이 그들의 사이에 등장하는 백준영.

         

       이윽고, 스튜디오엔믹스의 나영진과 고동빈까지 합세하면서 어느샌가 설소영과 이다혜의 주변으로 소리가 점점 번지기 시작했다.

         

       그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이다혜는 계속 이상함을 느꼈다.

         

       정확하게는 아까부터 어딘가를 계속 쳐다보고 있는 설소영 쪽이.

         

       혹시 저쪽에 누군가가 있나?

         

       이다혜는 호기심에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설소영의 이름이 표시된 지정석이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녀의 지정석 바로 옆에 붙어있는 공석 쪽인가⋯.

         

       이다혜는 설소영이 보고 있는 시선의 끝에서 어떤 사람의 이름을 보았다.

         

         

       [927 작가]

         

         

       ⋯⋯또 저 사람이구나.

         

       이다혜는 927 작가의 이름을 보며 생각했다.

         

       저번에 싸인 문자 때도 그렇고, 친구는 어지간히도 저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것도 남자 쪽이 매달리는 게 아니라 수상할 정도로 친구 쪽이 그에게 푹 빠져있었다.

         

       솔직히 이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동경하는 저 완벽한 소녀를 저런 상태로 만들다니⋯⋯

         

       진짜 전생에 나라라도 구했나?

         

       어쨌든.

         

       이다혜는 자신이 처한 상황과 설소영이 처한 상황이 뭔가 비슷해서 공감되었다.

         

       그렇게 잠시 뒤, 본 시상식의 시간이 다가오자 관계자들은 서서히 지정석에 착석하기 시작했다.

         

       설소영이 앉은 원탁에는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의 촬영을 함께한 남궁환과 927 작가의 공석을 대신하고 있는 나영진, 그리고 촬영 감독인 고동빈이 있었다.

         

       보통 자리의 배정은 지금처럼 함께 작품을 찍은 사람들끼리 앉게 된다.

         

       플라이 하이 쪽은 워낙 JYB의 사람들이 많이 출연한 관계로 그들끼리 함께 앉게 조치를 하였다.

         

       하지만 설소영은 플라이 하이 쪽 원탁을 보고 뭔가 의아함을 느꼈다.

         

       아까 백준영에게 짜증을 내며 다급히 어디론가 사라진 이다혜가 계속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때였다.

         

         

       [자! 드디어 청상예술대상의 본 시간이 왔습니다.]

       [네. 올해는 정말 엄청난 일들이 많았죠? 신동민 MC께서 보기에는 어떤 일이 제일 인상 깊으셨나요?]

         

         

       사회자들의 자연스러운 진행과 함께 시작된 청상예술대상의 시상식.

         

       행사의 가장 처음은 청상예술대상을 축하하는 축하 공연이었다.

         

         

       [네. 올해 축하 공연은 엄청난 분들이 와주셨는데요! 다들 오래 기다리셨으니까 바로 만나 보시죠!]

         

         

       MC를 맡은 신동민의 말이 끝나자 시상식 무대에 익숙한 용모의 한 남자가 올라섰다.

         

       JYB의 대표 백준영이었다.

         

       그는 플라이 하이의 주제가인 fly high의 안무를 홀로 무대에서 선보이며 축하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원래 청상예술대상의 참여한 배우들과 관계자들은 축하 공연의 호응이 없기로 유명하다.

         

       참석한 사람들의 나이대도 다 다르고, 청상예술대상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플라이 하이와 플래시 몹 대란으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만한 노래인 fly high는 의외로 좋은 반응을 얻었던 공연이었다.

         

       누구는 자연스레 노래를 따라부르거나, 나이가 젊은 몇몇 배우들은 앉은 상태로 춤 동작을 따라 할 정도였으니.

         

       그리고 축하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한 홍련의 무대 또한 비슷한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헤이~ 보이~”

         

         

       설소영은 옆자리에서 들려오는 의문의 노랫소리를 듣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가만 보니 스스로가 홍련의 팬이라고 밝혔던 남궁환이 춤과 노래를 신나게 따라 하고 있었다.

         

       심지어 카메라까지 그런 남궁환을 잡고 있었다.

         

         

       “⋯⋯.”

         

         

       설소영은 애써 표정 관리를 하며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홍련에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홍련의 막내, 급히 무대 복장으로 옷을 갈아입은 듯한 이다혜 역시 함께 하고 있었다.

         

       아까 이다혜가 백준영에게 짜증을 낸 것도 축하 공연이 예정되어 있는데 그가 시작 전에 억지로 비싼 드레스를 입히고 시상식장 안으로 내보내서였다.

         

       옷을 무려 두 번이나 갈아입어야 하는데 당연히 짜증 낼 상황이긴 했다.

         

       홍련의 무대를 계속 지켜보고 있던 설소영은 조금 놀랐다.

         

       정확하게는 멤버들 중에서 가장 눈에 띄고, 무대에서 밝은 에너지를 뽐내며 날아다니는 이다혜 때문이었다.

         

       생각해보니까 다혜는 아이돌이었지⋯⋯.

         

       촬영 현장에서 친해져서 잊고 있었는데 그녀의 본업은 배우가 아니라 아이돌.

         

       오늘 축하 무대를 보고 설소영은 확실하게 깨달았다.

         

       이다혜라는 사람은 연기를 할 때도 충분히 빛나는 사람이지만, 무대에서만큼은 그 누구도 넘볼 수 없을 정도로 빛나는 사람이라고.

         

       아마 설소영 자신조차도⋯⋯.

         

       그렇게 배우들의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축하 공연의 무대는 모두 끝났다.

         

       이제 청상예술대상의 정해진 일정은 시상 부문밖에 남지 않았으며,

       

       설소영이 927 작가에게 ‘기대하세요.’라고 보냈던 문자는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이었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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