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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

       

       

       

       

       TV 부문 시상식의 처음은 연출·감독상이었다.

         

       이 상은 당연히 플라이 하이와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의 촬영 현장을 책임졌던 고동빈에게 떨어졌다.

         

       그리고 다음으로 이어지는 상은 배우 부문 조연상.

         

       남녀 각각 1명에게 주어지는 이 상은 모두 플라이 하이에서 나오게 되었다.

         

         

       [예! 남자 부문 조연상은 플라이 하이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 준 진덕춘 교사 역의 백준영입니다!]

         

         

       자기의 이름이 호명되자 얼떨떨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백준영.

         

       옆에 있던 강하늘이 시원하게 등을 떠밀고 나서야 무대 위에 올라섰다.

         

       사회자에게서 트로피를 건네받은 백준영은 수상 소감을 말하기 위해 무대 중앙에 있는 마이크 앞에 섰다.

         

         

       “어⋯ 조금 실감이 안 나네요.”

         

         

       백준영은 쓴 미소를 지었다.

         

       원래라면 이 상은 한 해 동안 주연들의 옆에서 최선을 다한 진정한 배우들에게 주어져야 한다.

         

       배우와는 전혀 관계없는, 연예 엔터테인먼트에서 활동하는 자신이 받을만한 상은 절대 아니라는 뜻이었다.

         

       다만.

         

       이 상을 받을 수 있게 기회를 준 사람이 만약 이 생각을 듣는다면 바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을 거다.

         

         

       ‘사람들이 대표님의 노력을 인정해서 준 상인데 또 기만하시네.’

         

         

       라는 느낌으로 뻔뻔하게 말하겠지.

         

       ⋯⋯알고 있다.

         

       이 상을 빼앗아서 미안하다라는 느낌의 수상 소감은 누가 들어도 최악.

         

       그렇기에 백준영은 그냥 순수하게 자신의 소감을 말하고자 하였다.

         

         

       “우선 제게 플라이 하이라는 엄청난 드라마에 함께할 기회를 주신 927 작가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결과적으로만 보면 이번 플라이 하이의 참여한 게 백준영의 입장에서 엄청난 득이 되었지만, 그 과정이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OST 작곡, 안무 구성과 연습, 생전 안 해보던 연기까지. 누가 봐도 정신없이 달려왔고 몸이든 정신이든 어느 쪽이든 많이 힘들었다.

         

       심지어 어떤 망할 놈이 옆에서 계속 채찍질(?)도 해왔으니까.

         

       하지만 백준영은 이번 플라이 하이의 제작을 그 망할 놈과 함께하면서 오랜만에 초심으로 돌아가는 느낌을 받았다.

         

       곡이 하나씩 만들어질 때마다 속으로 환호를 하였고, 자신이 만든 춤과 노래가 절묘하게 스토리에 녹아들어 촬영하는 모든 순간이 순수하게 기뻤다.

         

       오랜만에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플래시 몹을 드라마의 한 장면으로 구상해줘서 너무나도 고마웠을 정도로.

         

       그러니.

         

         

       “지금 이 방송 보고 계신 것 압니다. 저를 많이 부려 먹고, 굴렸던 분이셨지만 함께 일할 수 있었던 모든 순간이 제겐 영광이었습니다. 앞으로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927 작가님.”

         

         

       백준영은 진심을 담아 927 작가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한편 티비로 그의 수상 소감을 듣고 있던 서은우는 피식 웃었다.

         

       웬일로 저런 기특한 소리를 하신데.

         

       그때 백준영 대표님이 다시 마이크에 입을 가져다 대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아마 이번 말이 마지막 수상 소감인 것 같았다.

         

         

       “그리고 JYB 방문 한 번만 더 하고 가라고 이 망할 작자야!”

         

         

       ⋯⋯?

         

       백준영의 울분이 담긴 말에 그저 고개를 절로 갸웃거리는 서은우.

         

         

       “자, 잠깐만요! 아직 안 끝났어요!”

         

         

       갑작스러운 그의 급발진에 가드들이 서둘러 그를 무대 밑으로 끌고 내려갔다.

         

       음⋯⋯.

         

       방금 기특하다는 그 말 취소.

         

         

       [하하⋯ 잠깐의 방송사고가 있었지만, 진덕춘 교사를 생각나게 하는 파이팅 넘치는 수상 소감이었네요.]

       [마, 맞습니다! 자, 서둘러 여자 부문의 조연상을 만나 볼까요?]

         

         

       여자 부문의 조연상은 플라이 하이에서 주인공 보미의 라이벌인 ‘하지원’ 역을 연기한 이다혜가 받게 되었다.

         

       축하 공연을 끝마치고 엄청난 속도로 드레스를 갈아입고 온 이다혜는 당당한 발걸음으로 무대 위에 섰다.

         

       백준영과 다르게 진짜 만약을 대비해서 수상 소감까지 준비해왔던 이다혜였기에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수상 소감에 임할 수 있었다.

         

         

       “우선 촬영 현장에서 저를 많이 도와줬던 소영이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근데 사실은 제가 소영이에게 질투심을 진짜 많이 가졌거든요. 연기든, 노래든, 춤이든.”

         

         

       순간 카메라의 시점이 무대 중앙에 서 있는 이다혜에서 설소영으로 바뀐다.

         

       이다혜의 속마음을 듣게 된 설소영은 어째서인지 작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하지원이라는 캐릭터도 저랑 많이 닮았어요. 주인공을 향한 질투심과 열등감을 에너지 삼아 성장하는 사람⋯⋯”

         

         

       수상 소감을 이어가던 이다혜는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었던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런 자신에게 그 사람은 분명 이렇게 말해주었지⋯⋯.

         

         

       “저 역시 이번 플라이 하이의 촬영을 하면서 때로는 열등감도 제게 좋은 에너지가 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조연상 주셔서 진짜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다혜의 진지한 수상 소감이 끝나자 시상식장 안에 무수한 박수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확실히 급발진으로 가드에게 끌려갔던 백준영과는 많이 다른 반응이었다.

         

       수상 소감이 끝난 이다혜는 고개를 얕게 숙이고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지정석으로 돌아가던 와중 자신에게 박수를 쳐주고 있던 설소영과 자연스레 눈이 마주쳤다.

         

       이다혜는 천천히 입을 열며 그녀에게 무언가를 전했다.

         

         

       ‘수상 소감 기대할게.’

         

         

       시상식장 안의 소음이 워낙 커서 이다혜의 말이 전혀 들리지 않았지만, 설소영은 그녀의 입 모양으로 어렴풋이 무슨 말을 했는지 이해했다.

         

       조연상 다음으로 이어지는 시상은 극본·시나리오상이었다.

         

       이번만큼은 사전에 후보자도 사회자의 대사도 들을 필요가 없었다.

         

       이미 시상식장 안에 있던 사람들이나 지금 청상예술대상을 시청하고 있는 모든 시청자들도 누가 이 상을 받을지 정도는 알고 있으니까.

         

       고작 한 해에 전대 없던 드라마를 무려 2개나 탄생시킨 괴물 신인 작가.

         

         

       [바로 927 작가님입니다!]

         

         

       시상자의 호명과 함께 원탁에서 무대를 향해 걸어가는 나영진.

         

         

       [참고로 927 작가님은 오늘 청상예술대상에 참석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대리인으로 스튜디오엔믹스의 나영진 PD님이 대리 수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927 작가에게 수여된 트로피를 대신 받은 나영진이 무대 중앙의 마이크 앞에 섰다.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과 플라이 하이의 제작총괄을 맡은 나영진 PD입니다. 다들 제가 927 작가님이 아니라 크게 실망하셨을 텐데요. 일단 저를 향한 욕은 잠시만 멈춰 주시길 바랍니다.”

         

         

       나영진은 가벼운 농담과 함께 품에서 다급히 무언가를 꺼냈다.

         

       검은 글씨가 적혀있는 종이 한 장이었다.

         

         

       “여기에는 927 작가님의 수상 소감이 적혀있습니다. 혹시 몰라서 제가 요청했는데 쓸 일이 있어서 다행이네요.”

         

         

       나영진은 헛기침을 한번 하며 종이에 적힌 글을 읽었다.

         

       시상식장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그 927 작가의 수상 소감이라는 소리에 곧바로 자세를 고쳐 앉았다.

         

       비범한 스토리를 지어낸 것처럼 수상 소감도 뭔가 남다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내용은 평범했다.

         

       대충 자신이 구상한 드라마가 많은 관심을 받게 되어서 놀라웠고, 많이 사랑해주신 시청자들에게 고마웠다.

         

       그리고 한 해 동안 스튜디오엔믹스도 진짜 고생 많았고, JYB도 플라이 하이의 촬영을 도와줘서 고마웠다.

         

       마지막으로⋯⋯.

         

       927 작가는 설소영에게 크게 감사함을 표했다. 덕분에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며, 열심히 자신의 작품에 임해줘서 고맙다고.

         

       다만, 그의 수상 소감을 들은 설소영은 어째서인지 피식 웃었다.

         

       ⋯⋯참 그 사람답다고 해야 할지.

         

       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지금 그의 수상 소감을 평범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설소영은 알 수 있었다.

         

       저 정도면 그의 입장에선 제법 성의가 담긴 수상 소감이라는 것을.

         

       하지만 말이다.

         

       만약 자신이 어떠한 상을 받아 무대 중앙에 있는 마이크 앞에 서게 된다면⋯⋯

         

         

       [자, 이번에는 대망의 최우수연기상입니다!]

         

         

       다혜가 기대한다고 말했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그 사람도.

         

       그리 평범하지 않은 수상 소감이라고 느낄 것이다.

         

       공로상은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이 수상받았고, 인기상은 플라이 하이가 수상 되었다.

         

       그리고 이제 남은 상은 TV 부문 최우수연기상과 대망의 대상뿐.

         

       남자 부문 최우수연기상은 역시나 이변이 전혀 없었다.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에서 설소영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남궁환이 최우수연기상을 수상받게 되었으니까.

         

       여자 부문 최우수연기상도 어찌 보면 이변은 없었다.

         

       청상예술대상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로 최우수연기상을 수상받게 된 소녀.

         

         

       [여자 부문 최우수연기상은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의 ‘겨울’ 역을 맡았던 설소영 배우입니다! 모두 축하의 박수 부탁드립니다!]

         

         

       수많은 박수와 함께 설소영이 무대로 향했다.

         

       사회자에게서 최우수연기상 트로피를 받은 설소영은 천천히 무대의 중앙으로 걸어갔다.

         

         

       또각- 또각-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녀의 구두 소리가 시상식장 안을 울릴 때마다 박수 소리는 점차 줄어든다.

         

       이윽고 무대의 중앙에 홀로 서게 된 설소영.

         

       설소영에게 있어 올해는 특별한 일투성이었다.

         

       갑작스럽게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이라는 드라마의 주연 배우가 되었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플라이 하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평소 자신이 없었던 춤 실력을 늘리고, 무대에서 누구보다 빛나는 멋진 친구를 알게 되었다.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고, 수술에 성공한 엄마와 앞으로도 계속 함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모두의 인정을 받아 데뷔부터 최우수연기상을 수상받을 수 있었다.

         

       ……맞아.

         

       이 모든 특별한 일은 당신이라는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했어.

         

       설소영은 카메라를 한번 쳐다봤다.

         

       마치 지금 이 방송을 보고 있을 누군가와 시선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침묵이 찾아온 시상식장을 둘러보며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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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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