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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

       

       

       

       

       우선 설소영은 스튜디오엔믹스의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항상 편의를 봐준 나영진 PD부터, 자신의 연기 실력을 인정해준 고동빈 감독. 그리고 촬영 현장에서 항상 최선을 다해주는 모든 스텝들에게.

         

       이어서 부모님에게 감사함을 표한 그녀는 촬영을 함께한 배우들에게도 감사함을 표했다.

         

       특히 이다혜가 자신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던 얘기를 듣고 놀랐다며 그녀가 ‘나도 너만큼 잘난 여자지.’라고 말한 것을 폭로해 시상식장 안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참고로 이다혜의 붉어진 얼굴은 덤이었다. ‘이런 식의 수상 소감을 기대한 건 아닌데.’라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이윽고 설소영에게 주어진 시간이 슬슬 끝나간다.

         

         

       “올해는 제 첫 데뷔이기도 한데요. 사실 많은 고민과 두려움과 괴로움 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제게 좋은 방향성과 아무런 대가 없이 도움을 주었던 분이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녀는 마지막으로.

         

       지금 이 순간 가장 생각나는 그 사람에게 감사함을 전하기로 했다.

         

         

       “이 자리를 빌려서 그분께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는데……”

         

         

       설소영은 잠시 끝말을 흐렸다.

         

       그녀는 봄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지난 몇 달 사이에 있었던 많은 일들을 떠올리며 여운에 잠겨 있었다.

       

       돌이켜보면 무서울 정도로 좋은 일투성이였다.

         

       그중에서도 설소영은 어떤 사람과 만난 것을 인생 최대의 행운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항상 멋있고, 의지 되고, 존경스러운 사람.

         

       ……당신은 알까?

         

       당신과 만났기에 그 모든 좋은 일들이 내게 일어났고,

         

       이렇게 무대 위에서 환하게 미소 짓고 있을 수 있는 거라고.

         

       언제가 이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플라이 하이의 마지막 촬영에 들어가기 전, 만약 당신의 말대로 모든 게 흘러간다면.

         

       그때의 자신은 그 큰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하며, 그에게 어떤 마음을 가지며 살아가야 할지를.

         

       그리고 그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어리석은 고민이었다.

         

       ……애초에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으니까.

         

       사실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하게 모르겠다.

         

       처음 그에게 실력을 인정받아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부터였을지도 모르고, NG 사태 때 전화로 응원받았을 때일 수도 있다.

         

       자신의 고민 상담을 듣고 플라이 하이라는 엄청난 드라마를 기획해줬을 때나, 엄마의 입원실에 들려 자신을 강인하고 멋있는 사람이라며 믿어달라고 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일 수도 있다.

         

       그래…….

         

       어쩌면 지금 일 수도 있고.

       

       설소영의 눈시울이 천천히 붉어진다.

         

       자신이 품은 감정이 무엇인지 제대로 깨달았기에 주체가 안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 역시 한 사람의 배우였기에 감정을 억제했다.

         

       눈물을 흘리기 싫었기에 최대한 노력했다.

         

       왜냐하면 이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지금이 아니라 다가올 언젠가, 당신과 마주했을 때를 위해 아끼고 싶었으니까.

         

       이렇게 떠올리기만 해도 평소의 자신이 아니게 되는데 만약 눈앞에서 당신을 마주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다행이다.

         

       당신은 상냥한 사람이니까.

         

       눈앞에서 자신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본다면 어떤 반응을 할지 대충 상상이 되어서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아마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지으며 많이 당황하겠지. 그리고 어떻게든 나를 위로해주기 위해 천천히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그 상냥한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그조차도 전혀 예상하지 못할 테지.

         

       어쨌든.

         

       설소영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것이 그녀의 마지막 수상 소감이자 특별한 그에게 전하고자 하는 말이었다.

         

         

       “제가 많이, 아주 많이 당신을 좋아한다고. 그리고 항상 고맙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설소영은 그 말을 끝으로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그렇게 그녀는 수상 소감은 그걸로 모두 끝이 났다.

         

       하지만 시상식 안의 반응은 어째 조용했다.

         

       청상예술대상이라는 큰 무대를 빌려, 마치 첫사랑에게 고백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것 같은 설소영의 대사와 얼굴.

         

       그 광경을 지켜보며 그들도 어렴풋이나마 느끼고 있는 것이다.

         

       방금 설소영의 마지막 말이 연기가 아닌 진심이라는 것 정도는.

         

       누가 봐도 대담하고, 풋풋한 고백이었다.

         

       물론 이다혜와 나영진을 제외하고 시상식장 안에 있던 사람들은 그 대상이 누군지 몰랐다.

         

       다만.

         

       티비로 그녀의 수상 소감을 듣고 있던 서은우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번에는 진짜 난 것 같은데……?’

         

         

       라고.

         

         

       [자, 이제 대망의 대상만 남았는데요!]

         

         

       서은우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찰나, 드디어 청상예술대상의 끝이 찾아왔다.

         

       사람들이 예상했던 대로 TV 부문의 대상 후보에 작품으로는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과 플라이 하이, 그리고 조금 전 최우수연기상을 받았던 설소영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아직 후보가 한 명 더 남아 있었다.

         

         

       [청상예술대상의 대상은 바로……!]

         

         

       .

       .

       .

         

         

       “은우 군.”

       

         

       문뜩 들려오는 나 PD님의 목소리에 사고가 돌아왔다.

         

         

       “네?”

       “아까부터 계속 불러도 대답을 안 하시길래요.”

       “아, 잠깐 멍을 때렸나 보네요.”

         

         

       나는 오랜만에 스튜디오엔믹스 본사에 방문했다.

         

       이유는 별거 없다.

         

       그냥 박용오 국장님이 올해의 방향성에 대해 대충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셔서.

         

       사실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긴 했다.

         

       벌써 3월. 어느덧 꽃이 만개하기 시작하는 봄이 찾아왔으니까.

         

       그날 청상예술대상이 끝나고 순식간에 3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잠깐 조금 과거의 얘기를 해보자면 그날 청상예술대상의 대상은 927 작가, 각본가 최초로 내가 받게 되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전 세계에 한류 드라마 열풍을 불어오게 하고, 이례적인 드라마를 한 해에 두 개나 탄생시킨 대작가라나 뭐라나…….

         

       커뮤니티에서도 각본가가 대상을 받는 경우가 한 번도 없어서 아예 배제한 것 같은데 결과를 듣고 다들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분수에 맞지 않은 상 같지만 뭐 어쩌겠나. 이젠 진짜 옛날 얘기가 되어버렸는데.

         

       어쨌든 그날 이후로 내 이름값은 더욱 높아졌으며, 청상예술대상에서 최우수연기상에 그쳤던 설소영 역시 연말 KDS 방송국 시상식에서 당당히 대상을 차지하였다.

         

       아, 설소영의 이름이 튀어나와서 하는 얘기인데 어째 대상을 받았던 나보다 더 화제가 되었던 것이 그녀였다.

         

       그날 최우수연기상을 받으며 했던 수상 소감.

         

       고백에 가까웠던 마지막 말이 과연 누구를 향한 것인가? 라는 주제로 무려 1달 동안 세간을 뜨겁게 달구었다.

         

       국내 최고의 연예 매체이자 연예인들의 열애설을 퍼트리기로 유명한 이스패치는 지금도 그녀가 좋아한다고 발언했던 사람을 눈에 불을 밝히며 찾아다니고 있다고 한다.

         

       몇 달 동안 잠잠한 걸 보니 성과는 전혀 없어 보이지만.

         

       사실 나도 그날 그녀가 했던 말이 아직까지 잊히지 않는다.

         

       뭔가 소거법을 사용해보면 정황상 나인 것 같긴 한데…….

         

       근데 상식적으로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고, 나이도 모르는 나를 다짜고짜 그 큰 자리에서 좋아한다고 말하는 게 말이 되나?

         

       더더욱 설소영이라면 그런 부분까지 상정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쓰으읍…….

         

       문자 내용도 이전처럼 평범하고, 애초에 직접 얼굴을 보고 대화해본 적이 없으니까 아직도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뭐… 어차피 이렇게 고민해봤자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건 상황을 지켜보는 것밖에 없지만.

         

         

       “그래서 작가님. 올해 계획은 어떻게 되십니까?”

         

         

       회의실에 함께 앉아있던 박용오 국장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물었다.

         

       올해 계획?

         

       그 정도야 당연히 정해져 있었다.

         

         

       “딱히 거창한 건 없고요. 그냥 학업에 집중하기, 공부 열심히 하기, 잠 많이 자기요.”

       “야, 야. 은우야. 벤치 프레스 110kg 들기는 왜 빼냐?”

       “아오, 용석이 형! 깔끔하게 100kg으로 합의 보시죠. 10kg 증량이면 진짜 높게 쳤다.”

       “쩝… 더 많이 칠 수 있으면서 엄살은.”

       “……용석아 잠깐만 나가 있어.”

         

         

       나 PD님이 용석이 형을 다급히 회의실에서 내쫓아내고, 회의실에는 익숙한 3명이 남게 되었다.

         

       그때 박용오 국장님이 식은땀을 흘리며 다시 내게 물어왔다.

         

         

       “그, 그럼 드라마 쪽으로 별다른 계획은 없으신지?”

       “네! 작년에 무려 두 작품이나 했으니까 올해는 쉬어가야죠.”

         

         

       나는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대충 박용오 국장님의 얼굴을 보니 그의 생각이 보인다.

         

       아마 내 3번째 작품을 언제쯤 선보일지 궁금하신 모양.

         

       작년에 완벽하게 스튜디오엔믹스의 해였으면서 욕심도 많으시네.

         

         

       “허허. 작가님. 혹시 그거 아십니까? 요즘 스튜디오엔믹스를 향해 엄청난 질책과 분노에 가득 찬 문의가 빗발치고 있는 것을요.”

       “???”

         

         

       이건 또 뭔 개소리래?

         

       박용오 국장님의 설명은 이러했다.

         

       한 해에 연달아 이례적인 드라마를 탄생시킨 스튜디오엔믹스와 927 작가.

         

       세간에선 플라이 하이의 방영이 끝난 시점부터 이들의 다음 행보를 엄청 기대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몇 달 동안 드라마와 관련된 아무런 소식도 들려오지 않자 사람들이 점점 미치기 시작한 것.

         

       이대로 계속 가다간 조만간 스튜디오엔믹스 본사에 많은 사람들이 들이닥칠 거라고 한다.

         

       음, 마지막 말은 조금 과장인 것 같은데.

         

         

       “작가님의 작품이 사람들의 눈을 너무 높여놓으셨습니다.”

         

         

       박용오 국장님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슨 소리인지는 대충 알겠다.

         

       내 드라마를 맛본 이상 다른 작품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는 뜻이겠지.

         

       내가 이쪽 세상에 떨어졌을 때 딱 저런 기분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럼 사람들에게 전해주세요. 이왕 기다리는 김에 더 오래 기다리라고.”

       “…예?”

       

         

       어차피 저들이 원하는 대본을 쓰는 건 난데 뭘 어쩔 수 있을까.

         

       저쪽이 간절한 거지 이쪽이 간절한 건 아니라는 뜻이다.

         

       아님 ‘있을 때 잘할걸.’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이참에 확 은퇴해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내 완강한 의사에 박용오 국장은 절망했다.

         

       확실히 중간에 끼어있는 스튜디오엔믹스 측은 머리가 아프겠지.

         

       그러니 힘내시고.

         

         

       “아, 은우 군. 혹시 소영 양에게서 그 소식 들으셨습니까?”

         

         

       절망하고 있는 박용오 국장님을 뒤로하고 나 PD님이 내게 물었다.

       

         

       “아니요? 딱히 들은 건 없는데요.”

       “그럼 아직 고민하고 있나 보군요. 업계에서는 이미 소식이 전해져서 말입니다.”

       “무슨 소식인데요?”

       “소영 양에게 제법 큰 캐스팅 제안이 왔거든요.”

         

         

       캐스팅 제안이라고?

       

       설마…?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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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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