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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

       

       

       

       

       설소영은 고작 두 작품만으로 한국 최고의 배우 반열에 올랐다.

         

       작년에 수상받은 상만 봐도 그 사실을 입증하고 있고, 제일전자와 화장 브랜드 등 수많은 광고에 출현하는 것.

         

       그리고 그 광고 계약금의 절반을 불우 이웃이나 어린이 재단에 기부하는 등 선량한 마음씨까지 보여 그녀의 인기는 가히 엄청나다.

         

       하긴… 예쁘고, 연기 잘하고, 심지어 마음씨까지 고운데 인기가 없으면 그게 이상한 거겠지.

         

       그렇기에 오히려 드라마든 영화든 캐스팅 제안이 빗발치는 쪽이 당연한 소리라는 뜻이다.

         

       사실 나는 그녀가 다른 작품에 출현하는 것에 딱히 별 불만은 없었다.

         

       솔직히 생각해봐라.

         

       만약 내가 그녀에게 다른 작품의 출현을 제한하고, 내 작품에만 출현해 달라고 말한다?

         

       그건 그거대로 저쪽의 입장에선 무서운 얘기가 된다.

         

       나야 물론 설소영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지만, 저쪽은 나에 대해 거의 모른다고 봐도 무방하다.

         

       근데 면식도 없는 웬 작가 놈이 무명 시절부터 곧바로 자신을 주연으로 캐스팅한 것도 뭔가 수상한데, 이제는 하다 하다 작품 출현의 제한까지 둔다라…….

         

       이건 그냥 대놓고 너한테 흑심이 있다고 선언하는 꼴 아닌가?

         

       어쨌든.

         

       내가 공장마냥 계속 대본을 찍어낼 수 있는 기계도 아니고, 내 입장에서도 그녀가 다른 작품에 출현하는 것을 제한할 이유가 없다는 소리다.

         

       다만, 내 머릿속에 불현듯이 떠오르는 그 드라마라면 그녀의 캐스팅 건에 대해 조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은우 군도 들어보셨을 겁니다. 화이트박스라고 국내에선 톱 클라스 수준의 유명한 드라마 제작사입니다. 뭐… 작년에는 저희에게 완전히 밀려서 조금 힘든 시기를 보냈겠지만요.”

       “쓰으읍… 화이트박스에서 캐스팅 제안이 왔다라…. 혹시 소영 씨가 캐스팅 제의를 받았다던 드라마의 제목이 ‘악마의 유혹’은 아니죠?”

       “어라? 알고 계셨습니까? 아직 기획 단계여서 나름 극비 정보인 텐데.”

         

         

       내가 그 드라마의 제목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 놀란 듯 눈이 커진 나 PD님.

         

       ……알다마다.

         

       그 드라마는 아마 설소영에게 있어서 최악의 드라마가 될 테니까.

         

         

       「악마의 유혹」

         

       장르는 액션, 범죄 스릴러.

         

       주인공인 ‘오하림’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잡기 위해 국가 비밀기관에 입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오하림은 그곳에서 자신의 파트너인 ‘김예림’을 만나 여러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며 최고의 콤비가 된다. 이윽고 이 드라마의 최종 흑막 ‘변요한’이 그들의 앞을 막아서고 오하림은 그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여기까지가 내가 알고 있는 악마의 유혹이라는 드라마의 시놉시스.

         

       화이트박스가 이를 갈고 만든 만큼 제작 단계부터 엄청난 관심을 받는다.

         

       거기에다가 최종 흑막, ‘변요한’ 역을 맡은 배우가 무려 일류 배우의 반열에 드는……

         

         

       “이미 악역 연기로 정평이 나 있는 ‘유병민’ 배우의 캐스팅도 끝났다고 하더군요.”

         

         

       유병민.

         

       20대 중반부터 30대 초중반의 나이까지 많은 작품을 거쳐오며 일류 배우에 반열에 드는 실력파 배우.

         

       약이라도 한 것 같은 미친 눈빛과 보는 이의 호흡을 멈추게 하는 살인적인 미소는 독보적인 그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 독보적인 아이덴티티는 진짜 마약을 했기에 비로소 나온다는 것을…….

         

       그렇다.

         

       화이트박스가 야심 차게 내놓은 ‘악마의 유혹’은 유병민이 마약 혐의로 조사받으면서 시원하게 망하게 된다.

         

       거기에다가 배우들의 회식 자리에서 유병민은 평소 고민이 많아 보이던 설소영에게 피는 순간 잡생각이 싹 하고 사라진다며 담배 하나를 건네게 된다.

         

       청소년에게 담배를 건넨 것도 미친 짓인데 심지어 그 담배마저도 대마초. 드라마 속 세상의 설정답게 참 어이가 없는 얘기다.

         

       물론 설소영이 주는 걸 그대로 받아 필 위인은 아니었다.

         

       다만 그때의 설소영은 지금과 다르게 심리적으로 많이 몰려 있던 상태였다.

         

       자신의 연기력 문제나 아직 해결되지 않은 엄마의 병세 등등.

         

       그렇기에 그것을 버리지 않고 일단은 가지고 있기로 결정한 설소영은 유병민이 마약 혐의로 조사를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그것의 정체를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유병민이 모든 자백을 마친 상태였다. 혼자 나락으로 가기 싫었던 그는 설소영에게 대마초를 건네준 사실까지도 시원하게 증언했다.

         

       결국 설소영은 대마초 흡입 여부를 확인받기 위해 경찰 조사를 받게 되었다.

         

       다행히 그것을 입에 대지도 않았고 유병민에게서 건네받았다는 점을 미뤄 무혐의로 끝났지만, 이미 세간에서 그녀의 인식은 유병민과 마찬가지로 바닥으로 떨어져 있었다.

         

       이것이 원작의 그녀에게 일어나는 또 다른 불의의 사건이자 사고.

         

       여기서 이상한 점은 악마의 유혹은 원래라면 이번 연도 하반기에 기획에 들어가고 정상 방영은 내년 1월쯤에 한다.

         

       즉, 원작보다 시기가 많이 앞당겨졌다. 그리고 이 이유는 방금 나 PD님이 했던 말에서 대충 예상해볼 수 있었다.

         

         

       [뭐… 작년에는 저희에게 완전히 밀려서 조금 힘든 시기를 보냈겠지만요.]

         

         

       이마 저쪽도 드라마 업계에서 1인자의 입지를 굳히고 있는 스튜디오엔믹스를 보며 나름대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거겠지.

         

       이건 분명 드라마 시장이 활성화되는 좋은 경쟁 현상이긴 한데……

         

       왜 하필 그 사이에 유병민이라는 지뢰가 껴 있을까.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다.

         

       일단은 아직 설소영이 캐스팅 제안을 수락할지도 확실하지 않고, 설령 수락한다고 하더라도 원작처럼 심리적으로 그렇게 몰려 있는 것도 아니어서 흐름이 어떻게 흘러갈지 도통 갈피를 못 잡겠다.

         

       음. 그래도 만약에 있을 최악을 한번 가정해본다면…….

         

       

        “나 PD님. 만약 지금의 소영 씨에게 안 좋은 사건이 하나 터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 작가님과의 열애설 정도면 별 타격이 없을 겁니다. 선남선녀끼리 만난다고 다들 응원해주지 않겠습니까? 스튜디오엔믹스 내부에서도 그쪽 코인에 거는 사람들이 제법 많거든요.”

       “???”

         

         

       나를 보며 태평하게 웃는 나 PD님.

         

       갑자기 이건 또 뭔 개소리야.

         

         

       “죄송합니다. 표정을 보아하니 그쪽은 아닌 것 같군요. 배우에게 안 좋은 사건이라면 대충 인성 쪽 논란이 많죠. 하지만 소영 양이 그럴 사람은 아니고… 정 최악을 가정한다면 운 나쁘게 범죄 쪽으로 연관된 거겠군요.”

         

         

       순간 나 PD님이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설마 짐작 가시는 일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아, 아니요. 그냥 요즘 세상이 조금 흉흉하잖아요. 지금의 소영 씨라면 한창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흠, 맞는 말입니다. 저희 스튜디오엔믹스에서도 최대한 그녀를 보호하겠지만, 언제나 만약이라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나 PD님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윽고 내 처음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으셨다.

         

         

       “작가님. 만약 공들여 쌓은 모래성에 갑자기 파도가 들이닥친다면 어떻게 될 것 같겠습니까?”

       “……무너지겠죠.”

       “예. 아무리 지금의 소영 양이 세간에서 인식이 좋다고 하더라도 연예계는 거대한 파도 한 번이면 처참히 무너지는 곳입니다. 되도록 소영 양의 주변에서 그런 일이 안 일어나도록 기도하는 게 최선이겠죠. 아니면……”

         

         

       파도가 그녀를 휩쓸지 못하도록 사전에 방지하거나.

         

       집으로 다시 돌아왔는데 뭔가 나 PD님이 내게 해준 마지막 말이 계속 머릿속에서 울리는 것 같았다.

         

       설소영에게 일어나는 불의의 사건을 방지한다.

         

       이건 애초에 이전에도 내가 한 번 저질렀던 짓이다.

         

       그녀의 어머니인 이화영 여사, 따지고 보면 그녀가 수술을 받은 이유는 나 때문이었으니까.

         

       그때는 설소영이 먼저 도움을 요청하였기에 나는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행동을 옮겼다.

         

       그렇다면 지금은……?

         

       나는 왜 그녀의 문제로 이렇게 고민하는 것일까.

         

       그녀의 배우 인생을 책임지겠다고 당당하게 선언해서? 단순히 마약 사건에 얽힌 그녀가 걱정되어서?

         

       어차피 이번 마약 사건에 얽히게 되더라도 설소영은 원작에서처럼 금세 다시 일어날 것이다.

         

       이제는 그녀의 어머니도 함께 있으니 더더욱 쉽겠지.

         

       ……사실은 어렴풋이 알고 있다.

         

       예전도, 지금도.

         

       내가 이렇게 설소영에 대해 고민하는 것 자체가 모순.

         

       그 시점부터 이미 그녀를 드라마 속의 인물이 아닌 한 사람의 여자로서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다.

         

       쓴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그리고 청상예술대상 때, 무대 위에서 누군가를 떠올리며 작은 미소를 짓고 있었던 설소영을 떠올렸다.

         

       그래. 아직 이 마음이 무엇인지 확신을 내리지는 못하겠지만, 지금은 그저……

         

       그녀의 그 작은 미소와 행복을 계속 지켜 보고 싶다는 이유로 충분하지 않을까?

         

       나는 서둘러 휴대폰을 집어 들어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물론…….

         

         

       [소영 씨. 화이트박스에서 온 드라마 캐스팅 제안 거절해주세요.]

         

         

       이번 건 그녀에게 약간의 미움을 살지도 모르겠지만.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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