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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

       

       

       

       

       “그래서? 갑자기 대본 얘기를 하다가 여기는 왜 오고 싶다고 한 건데? 본사에서 30분 거리여서 딱히 상관은 없긴 한데.”

       “음… 그냥 오랜만에 와보고 싶어서요.”

       “……?”

         

         

       현재 나는 용석이 형과 함께 이태원의 거리를 걷고 있었다.

         

       이곳에 방문한 이유는 그냥 잠시 옛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서였다.

         

       전생에 몸을 담고 있었던 드라마 제작사가 이태원에 있었거든.

         

       이곳은 내게 상당히 익숙한 곳이다.

         

       다만, 역설적으로 익숙하지만 항상 새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다양한 인종과 자유로운 사람들, 마치 세계를 압축해 놓은 듯한 이 거리를 걷다 보면 자연스레 그런 기분이 들겠지.

         

       그렇기에 전생의 나는 이 자유로운 곳을 배경으로 하는 대본을 쓰고 싶었고, 그렇게 탄생한 대본이 바로 ‘이태원 레볼루션’이었다.

         

         

       [이태원 레볼루션]

       자신의 가치관을 쫓는 주인공 ‘강철’이 뜻이 맞는 동료들과 함께 이태원 골목에서 창업을 시작한다. 이태원 레볼루션은 그들의 창업 신화를 그린 청춘 드라마다.

         

         

       전생에 이 대본은 정말 우연히 드라마화가 되었다.

         

       아마 그때 김진철 PD님이라는 사람이 온종일 방송국 안을 뛰어다니며 윗분들을 설득해주시지 않았더라면 세상에 탄생할 수 없었던 드라마였겠지.

         

       참고로 이 대본의 주인공인 ‘강철’은 되고자 하는 ‘나’를 그렸다.

         

       필연 같이 찾아오는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절대 멈추지도 굽히지 않고 앞으로만 나아가 결국 원하는 바를 이룬다.

         

       하지만 강철은 주인공에 걸맞지 않게 그리 똑똑하지도, 특출나게 어떠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독종이다.

         

       이름처럼 단단한 독종.

         

       그런 강철의 초반부 서사를 떠올리니 뭔가 쓴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아마 이런 장면도 있었지…….

         

       불의를 참지 못하고 학교에서 주먹을 휘두른 강철은 학교에서 퇴학 선고를 받게 된다. 하지만 그날 밤 그의 아버지인 ‘강백우’는 괜찮다며, 내 아들이지만 멋있었다고 말하며 아들을 응원해주었다.

         

       그리고 강철은 생에 처음 아버지에게서 소주 한잔을 건네받게 된다. 강철은 호기심 반, 억울함 반을 가지며 그것을 들이켰고, 깜짝 놀라 눈이 커지게 된다.

         

       그때 강철은 생에 처음으로 맛본 술의 맛을 이렇게 표현했다.

         

         

       “아마 달았다고 말했던가…….”

         

         

       마시기만 하면 인상이 절로 찌푸려지는 소주가 달다니 참으로 웃기는 일이다.

         

       다만, 이건 내 경험담이다.

         

       나 역시 막내 작가 생활을 시작하면서 좋았던 순간보다 힘들었던 순간이 훨씬 많았다.

         

       강철과 마찬가지로 억울한 일도, 부조리한 내리 갈굼도 많았다.

         

       솔직히 그러한 일을 계속 겪으면서 1년 차에는 아예 부정적인 감정을 달고 살았을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표정이 어두운 나를 이끌고 어느 골목 식당에 데려가셨다.

         

       거기서 아버지는 ‘이태원 레볼루션’의 강백우와 비슷한 말을 해주시며 나를 위로해주셨다.

         

       그리고 처음으로 소주 한잔을 내게 따라주셨는데 어째서인지 그것은 참으로 달았다. 평소의 쓴맛은 느껴지지 않았을 정도로.

         

       아버지는 술맛이 뭔가 이상하다고 표현한 나를 보며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씀해주셨다.

         

         

       ‘그만큼 오늘 너가 힘든 하루를 잘 견뎌낸 거야. 넌 잘하고 있으니까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만 해.’

         

         

       ……좋은 아버지셨다.

         

       주말에도 일을 나가셨을 정도로 매일 바쁘셨지만, 그 이유에는 가정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드라마 작가의 길을 걷는다고 했을 때에도 아버지는 흔쾌히 응원해주셨으니까.

         

       어쨌든.

         

       ‘이태원 레볼루션’은 내게 제법 의미 있는 드라마다.

         

       전생에서도 1화의 방영밖에 보지 못했으나 여기에서라면 마지막 화의 방영까지 볼 수 있겠지.

         

       그때였다.

         

         

       “뭐가 그렇게 달았는데?”

         

         

       문뜩 옆에 있던 용석이 형이 내게 의아한 듯 물었다.

         

       아마 내게 작게 중얼거리던 목소리를 들은 모양이다.

         

       나는 씨익 웃으며 그 물음에 대답했다.

         

         

       “그냥 오랜만에 소주나 한잔하고 싶어서요.”

       “……? 뭐래 너 아직 중학생이잖아.”

       “아.”

         

         

       뼈를 관통하는 용석이 형의 말에 잔혹한 현실을 깨닫게 되었다.

         

       성인이 되기까지 아직 3년하고 반년이 더 남았다는 것을…….

         

         

         

       ***

         

         

         

       원래 한번 만들었던 대본이라 새로 작성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음, 대충 한 5일 정도 걸렸으려나?

         

       일단 대본을 완성하고 곧바로 나 PD님에게 메일로 사본을 보냈다.

         

       그리고 메일을 보낸 바로 다음 날, 학교를 끝마치고 스튜디오엔믹스 본사에 방문했는데……

         

         

       “고작 5일 만에 할 수 있었으면서……”

         

         

       어째서인지 방 한쪽 구석에서 눈물을 흘리고 계시는 나 PD님.

         

       나는 조심스럽게 박용오 국장님에게 귓속말로 이유를 물었다.

         

         

       “이태원 레볼루션이라는 엄청난 대본을 순식간에 만드실 수 있으면서 왜 이제야 내보이냐고 작가님을 원망하는 것 같은데… 음, 그냥 무시하시죠.”

         

         

       어… 나도 사태가 이렇게 심각해질 줄 몰랐는데 뭐 어쩌겠습니까. 하하.

         

         

       “그래서 본론입니다. 오늘 작가님을 부른 이유는 캐스팅 건 때문입니다.”

       “바로 제작 단계로 넘어가시게요?”

       “예.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죠. 일단 여주인공인 ‘유아라’인데 혹시 제가 생각하고 있는 그 배우입니까?”

         

         

       나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강철’이 평범한 범인이라면 ‘유아라’는 그와 대비되는 완벽한 천재다.

         

       감성적이고 열정적인 그와 성격도 완전 정반대. 소시오패스 성향이 강한 유아라는 이성적이고 차가운 인간이다. 물론 서로가 상극이기에 서로에게 끌리는 거겠지만.

         

       어쨌든 유아라라는 배역에 어울리는 배우는 내 머릿속에 딱 한 명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소영 씨가 캐스팅 제안을 수락한다면 그녀로 확정 짓죠.”

       “저도 그분이 유아라의 배역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작가님은 그분을 되게 좋아하시는 것 같군요.”

       “…?”

       “그도 그럴 것이 무려 작가님의 세 개의 작품에 모두 주연으로 출현하는 유일한 인물이니까요. 그것도 작품마다 수상할 정도로 그분에게 어울리는 배역만 있으니 의심이 생길 수밖에요.”

       “……어.”

         

         

       근데 이번 건 진짜 순전히 우연인데?

         

       애초에 ‘이태원 레볼루션’은 전생에 만들었던 대본이었기에 당연한 얘기였다.

         

       그저 ‘유아라’라는 캐릭터랑 어울리는 배우가 이 시대에 그녀밖에 떠오르지 않았을 뿐.

         

         

       “뭘 그리 당황한 표정을 짓고 계십니까. 농담이었습니다. 하하하.”

       “그, 그렇죠?”

         

         

       뭔가 호탕하게 웃은 박용오 국장님을 보니 느낌이 조금 싸했다.

         

       쓰으읍…….

         

       적어도 내가 아는 박용오 국장님은 이런 유의 농담을 나한테 하실 분이 아닌데 이상하네…….

         

         

       “근데 이번 드라마는 유독 남주인공인 ‘강철’의 비중이 많이 커 보이는데 혹시 누구를 생각하고 계십니까? 딱히 원하시는 분이 없다면 저희가 최대한 수색해보겠습니다.”

       “아니요. 사실 지금 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배우가 한 명 있긴 해요.”

       “오? 누구입니까?”

       “그게……”

         

         

       나는 잠시 고민했다.

         

       마치 ‘강철’의 모습을 연상하게 만드는 그는 누구보다 올곧고, 열정적인 사람이다. 덤으로 더럽게 잘생기기도 했고.

         

       그리고 연기력으로만 따져봐도 여자 배우 쪽으로는 설소영, 남자 배우 쪽으로는 아마 ‘그’겠지.

         

       그는 이 드라마 속 세상의 배경이 되는 꽃같은 커플 속의 주연 인물 중 한 명.

         

         

       “혹시 박하준이라고 혹시 아세요?”

       “아! 그 친구요? 드라마 업계에서 일하는데 그 이름을 모를 수가 없죠. 재작년부터 활동을 시작해 나름 입지를 다지고 있는 대형 신인 배우니까요.”

         

         

       현재 나이 기준으로 17살.

         

       나보다 한 살 많은 그는 15살 때부터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아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아마 그는 지금쯤 대한민국 최고의 예고인 한빛예고 연예과에 재학 중일 것이다.

         

       물론 원작 시점에서는 설소영 때문에 영광고등학교로 전학을 가겠지만.

         

       ……그렇다.

         

       사실 박하준은 미래에 그녀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최고의 배우이자 그녀의 운명의 짝이 될 사람이기도 했다.

         

         

       “그럼 한번 연락을 넣어볼까요? 927 작가님의 작품이라면 아마 캐스팅 제안을 거절할 일도 없을 겁니다.”

       “네… 뭐. 일단 넣어보고 수락하면 확정 짓죠.”

         

         

       작품의 완성도 측면만 본다면 박하준은 놓칠 수 없는 인재였다.

         

       그리고 솔직히 궁금하기도 했다.

         

       과연 지금의 설소영과 박하준이 만난다면 어떤 결과가 탄생할지…….

         

       원래라면 그들은 1년 뒤에 함께 드라마 작품에 출연하며 우연히 접점이 생긴다.

         

       다만, 그때의 설소영은 연달아 터진 불의의 사건에 대한 후유증을 겪고 있던 상태였다.

         

       겉으로는 절대 드러내진 않지만, 속으로는 끙끙 알고 있던 설소영.

         

       박하준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그녀에게 힘이 되어주었고, 은연중에 그들은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지금의 설소영은 나 때문에 불의의 사건을 하나도 겪지 않은 상태다.

         

       그러니, 이왕 기회를 만든 김에 꼭 확인해 봐야겠지.

         

       내가 개입한 상태에서 그들의 운명이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를…….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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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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