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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

       

       

       

       

       한빛예고의 연예과에 재학 중인 박하준은 학교 내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자랑한다.

         

       그도 그럴 것이 신인 배우로서 나름의 입지를 다지고 있었고, 항상 웃는 그의 얼굴은 보는 이를 기분 좋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덤으로 밝고 긍정적인 성격까지 합쳐지니 그의 주위는 항상 사람들이 넘쳐났다.

         

       하지만 그런 박하준은 어째서인지 창문을 통해 높디높은 푸른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최근에 그는 고민이 하나 있었다.

         

         

       ‘어떻게 하면 그분의 눈에 들어갈 수 있을까?’

         

         

       여기서 박하준이 생각하고 있는 그분은 당연히 927 작가였다.

         

       어찌 보면 이건 한 사람의 배우로서 당연한 열망이었다.

         

       작년 한 해, 불현듯 등장해 상이란 상은 다 싹쓸이하고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고 있는 의문의 천재 작가.

         

       솔직히 그 사람의 만든 드라마를 보고, 그 사람의 작품에 출연하고 싶지 않은 배우가 과연 있을까?

         

       적어도 박하준은 아니었다.

         

       평소 인성이 좋은 것과는 별개로 그는 연기와 관련된 것이라면 눈빛부터가 달라진다.

         

       그리고 박하준은 며칠 전, 신경 쓰이는 어떤 소문을 하나 듣게 되었다.

         

       그건 바로 927 작가가 새로운 대본 구상에 들어갔다는 것.

         

       이것이 과열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시간을 끄는 것인지, 아니면 진실인지는 스튜디오엔믹스의 최고 관계자들과 아마 그 ‘여배우’밖에 모르겠지.

         

       그래. 그 여배우…….

         

       927 작가의 총애를 받으며 그의 모든 작품에 주연으로 고정 출연하고, 그의 총애에 부응하듯 매화마다 엄청난 연기력을 선보이며 레전드를 갱신하는 여배우.

         

       설소영.

         

       솔직히 그녀의 연기 실력은 박하준도 인정한다.

         

       아름다운 외모와 더불어 자신보다 어린 그녀의 압도적인 연기력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감탄사가 나올 정도였으니까.

         

       어쨌든 천재 작가와 천재 여배우의 만남이 운명처럼 작년에 갑자기 일어났다.

         

       이 운명의 조합은 누가 봐도 실패할 수 없는 조합이다.

         

       그렇기에…….

         

         

       “아, 아. 부러워라.”

         

         

       박하준은 의자에 몸을 축- 늘인 채로 한숨을 내쉬었다.

         

       내심 그는 927 작가의 눈에 들어간 설소영을 진심으로 부러워하고 있었다.

         

       만약 그분의 작품에 자신이 출연한다면 분명 기대에 부응하는 연기력을 선보일 수 있을 텐데…….

         

       물론 아직 때가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몇 작품도 안 찍었는데 그분이 자신의 존재를 알 리가 없을뿐더러 혹시 그분이 자신의 연기를 봤더라도 아마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시겠지.

         

       그래. 벌써부터 욕심을 피워봤자 별 의미가 없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묵묵히, 열심히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 연기 실력을 늘리고, 그분의 귀에 들어갈 정도로 인지도를 높이는 것뿐.

         

       박하준은 그날 자신의 소속사인 어빌리티에 연락을 하여 다음 작품의 출연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다음 날, 그는 자신의 소속사 매니저에게서 매우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

         

         

       “아니! 기훈이 형! 저한테 거짓말한 거 아니죠?!”

         

         

       박하준의 담당 매니저인 성기훈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 역시도 스튜디오엔믹스에 온 연락을 받고 조금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려 927 작가가 박하준을 주연 배우로 쓰고 싶다고 말했다니…….

         

       성기훈은 쓴 미소를 지었다.

         

       확실한 건 지금의 박하준에게 이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그래. 너 인생 핀 거야 쨔샤.”

         

         

         

       ***

         

         

         

       이번 이태원 레볼루션에 박하준과 설소영의 캐스팅 확정 소식이 전해지고 나는 커뮤니티의 반응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박하준이 누구임? 진심으로 모름

       ㄴ재작년에 신인상 받았던 배우인데 이걸 모름? 이 새끼 그냥 드라마 안 보는데 927 유입인 듯

       ㄴ야 근데 솔직히 927 작가 거 말고 다른 드라마 볼 필요가 있냐? 차라리 그 시간에 927 작가 작품 정주행이나 한번 더 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음

       ㄴ맞긴해 ㅋㅋ

       -얘들아 지금 박하준이 중요한 게 아니다. 드디어 1년 만에 그 조합 떴다.

       ㄴ어느샌가 자동으로 외워짐. 927 + 설소영 = 대작

       ㄴ올해도 이 둘이 다 해 먹을 것 같은데 나 너무 기대돼……

       -그나저나 927 이 새끼 작품 주기 너무 늦음. 분기별로 한 작품씩 내야 생각하면 ㄱㅊ

       ㄴ개추요

       ㄴ진심으로 어디 가둬두고 대본만 쓰게 하면 안 되나?

         

         

       음. 어지럽네.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마지막 댓글이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뭐 분기별로 한 작품씩?

         

       그냥 과로로 죽기 딱 좋은 작업량이네.

         

       만약 저랬다간 전생보다 더 빠르게 삶을 연명할 거다.

         

       덕분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만약 진짜 이번 이태원 레볼루션이 끝나고도 대중들의 반응이 계속 저러면 그냥 잠정 은퇴를 때리든가 해야지 뭐.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신상을 밝히지 않고 활동을 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아마 내가 이대로 지나친 관심 때문에 지친다, 대중들의 반응이 너무 무섭다 등을 말하고 은퇴를 한다면 대중들도 별다른 수가 없겠지.

         

       그리고 얼굴이 알려지지도 않았기에 매스컴도 무용지물이다.

         

       그래. 나도 드라마 쪽으로 신경 안 쓰고 온전히 학업에 집중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그림이냐.

         

       참고로 박하준과 설소영을 중심으로 주연 캐스팅 섭외가 끝나고, 이태원 레볼루션은 엄청난 속도로 촬영단계에 들어섰다.

         

       사실 그사이에 흔히 ‘헌팅’이라고 표현하는 현장 답사 단계가 있는데 이번 드라마 제작에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고 있는 스튜디오엔믹스였기에 그것마저도 얼마 걸리지 않았다.

         

       본업에 즐겁게 임하고 있는 수준이면 아무래도 전 국민 민원 센터가 됐을 때 진짜 많이 시달렸던 모양.

         

       그러니까 괜히 또 미안해지네.

         

       아마 내가 잠정 은퇴를 선언하면 또 스튜디오엔믹스 쪽으로 연락이 폭주할 텐데…….

         

       쓰으읍…….

         

       뭐…

         

       아직 확정은 아니니까 이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나는 나 PD님에게 연락해 드라마 제작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상황을 물었다.

         

         

       “지금 촬영 일정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대로라면 5일 뒤에 첫 촬영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연기자분들은 이미 대본 연습에 들어갔고요.”

       “그럼 혹시 나 PD님도 대본 연습 현장을 가신 적이 있나요?”

       “그야 당연하죠. 워낙 다양한 나잇대가 섞였는데도 현장의 분위기가 상당히 좋았습니다.”

         

         

       주위를 밝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 박하준, 뛰어난 연기력과 몰입력으로 상대방의 연기를 자연스레 리드 해줄 수 있는 설소영.

         

       드라마 업계의 미래를 이끌 이 두 젊은 배우가 함께 있는데 현장의 분위기가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겠지.

         

         

       “근데 그건 왜 물어보십니까?”

       “그냥 궁금해서요. 제가 뽑은 주인공들의 호흡이 어떤지.”

       “음… 아시다시피 대본상 2화부터 접점이 생겨 어제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습니다.”

         

         

       1화는 강철, 사실상 박하준의 원맨쇼다.

         

       강철은 17살의 나이에 학교에서 일으킨 폭행 때문에 중졸자가 되고, 강철의 아버지는 누군가에게 살해를 당하게 된다.

         

       물론 아버지의 죽음에 눈이 돌아간 강철은 의심되는 범인을 찾아내 거의 죽기 직전까지 팼지만 한 형사의 중재로 결국 끝이 났다. 물론 그가 때린 범인은 진짜 범인이 아니었고 결국 강철은 살인미수 전과자로 소년 교도소를 들어가게 되었다.

         

       그렇게 1년 뒤, 소년 교도소에 모범 수형자로 출소하게 된 강철은 자신을 중재해주었던 형사에게서 충격적인 진상을 듣게 되었다.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17살에 불의를 참지 못하고 주먹을 휘둘렀던 그 대상의 보복 살인이라는 것을.

         

       그 순간 18살의 강철에게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나락으로 떨어트리자고.

         

       여기까지가 1화의 간략한 스토리고, 2화는 강철과 유아라의 첫 만남을 그렸다.

         

       고작 5년 사이에 궂은일과 막노동으로 돈을 벌어 이태원에 자신만의 가게를 당당하게 차린 강철.

         

       어느 날 그의 번듯한 가게에 불청객이 들어선다.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인 ‘유아라’가 친구들과 함께 민증을 조작하고 그곳에서 술을 마신 것.

         

       덕분에 가게 순찰 중이던 경찰에게 그 사실을 발각되고 강철의 가게는 2주 동안 영업 정지를 당하게 된다.

         

       그렇게 경찰서에 나와 서로를 마주하게 된 강철과 유아라.

         

       유아라는 강철이 불같이 화를 낼 줄 알고 긴장했다. 하지만 그는 어른답게 자신의 잘못이라고 말하며 앞으로 그녀에게 그런 짓은 최대한 자중하라는 말과 함께 사라진다.

         

       어른에 대한 시선이 부정적으로만 새겨져 있었던 유아라에게 강철이라는 어른은 말 그대로 모순덩어리였다.

         

       그렇기에 유아라는 그 사실을 부정하기 위해서라도 그를 옆에서 지켜보기로 한다.

         

       뭐… 처음에는 부정해도 결국 유아라는 강철의 올곧음에 반해 그의 가게를 부흥시킨 핵심 멤버가 되지만.

         

       어쨌든.

         

         

       “이건 지극히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둘 다 이미 작품 출연 경험이 여럿 있어서 호흡을 맞추는 데에는 별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 서로 웃으며 잡담을 나누는 것만 봐도 이미 친해진 것 같고요.”

       “예… 뭐. 둘이 나이 차이도 별로 안 나니까요. 아, 그리고 바쁘신데 통화해서 죄송해요.”

       “……작가님?”

         

         

       나는 그대로 나 PD님과의 통화를 끊었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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