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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

       사람들이 왜 월요일을 싫어하고, 토요일을 좋아하겠는가?

         

       적어도 내가 토요일을 좋아하는 이유는 늦잠을 잘 수 있어서다.

         

       주말이 되면 자동으로 눈이 늦게 떠진다.

         

       아무리 전날 일찍 자도 거의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계속 잠을 잔다.

         

       이 버릇은 전생의 막내 PD 생활 때부터 어쩔 수 없이 생긴 것이다.

         

       낮에는 열심히 구르며 방송국 일을 해치웠고, 밤이 되면 늦은 시간까지 기계처럼 글을 적었다.

         

       솔직히 이건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는 생활 패턴이었다.

         

       그렇기에 살기 위해서라도 주말에는 부족한 수면을 채웠다. 원래 수면이 부족한 상태에서 늦잠을 자면 그것만큼 상쾌한 치유제는 없는 법이니.

         

         

       “엄마. 저 한빛예고 가려고요.”

         

         

       전날 은퇴 건과 진로에 대한 고민을 끝내고 여느 때처럼 상쾌한 토요일의 낮이었다.

         

       가족끼리 단란하게 식탁에 앉아 점심을 먹고 있었을 때, 내가 고등학교 진학 건에 관한 얘기를 꺼냈다.

         

       한빛예술고등학교.

         

       한국에서 제법 알아주는 예고이자, 이번 이태원 레볼루션의 ‘강철’ 역으로 출연했던 박하준이 재학 중인 학교.

         

       이름값 있는 예고답게 학비가 조금 비싸긴 하지만, 지금의 내겐 딱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

         

       927 작가라는 이름으로 벌어둔 돈이랑 그곳에는 장학금 시스템도 있으니까.

         

       장학금.

         

       한빛예고는 성적이 좋거나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학생에게 학비를 전액 지원해주는 장학금 제도가 있다.

         

       물론 전생의 삶은 장학금이랑 거리가 많이 멀었지만, 이번 생은 혹시 또 모르지.

         

         

       “한빛예술고등학교 말하는 거니?”

       “네. 영상제작과에 지원할 생각이에요.”

         

         

       왜 굳이 한빛예고를 선택했냐고 한다면 학교의 위치가 집이랑 비교적 가깝기도 하고, 그곳에는 한국에 몇 없는 영상제작과가 있기 때문이었다.

         

       영화, TV, CF, 뮤직비디오, 사진 등 다양한 영상매체를 다루며 전반적인 기초부터 기획/제작까지 모든 부분을 담당하며 배우게 되는 곳이 바로 한빛예고의 영상제작과.

         

       지금의 나는 딱 기획 부분만 제 몫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하나를 알면 열을 안다는 말이 있듯이 여기서 촬영, 제작과 관련된 전문 지식까지 쌓는다면 훨씬 더 다양한 관점에서 대본을 적을 수 있겠지.

         

       그리고 언젠가는 기획부터 촬영, 제작까지 내가 모두 직접 관여한 진짜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기도 했다.

         

       사실 지금까지 927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은 모두 반쪽짜리라고 생각한다.

         

       촬영 부분에서 고동빈 감독님의 의사가, 제작 부분에서 나 PD님의 의사가 섞였으니 오직 나만의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조금 애매하다.

         

       뭐… 당연히 모든 부분에 내가 관여하는 만큼 지금보다 할 일도 배는 많아지겠지만, 한 작품 정도는 욕심이 있긴 했다.

         

         

       “그래. 그렇구나.”

         

         

       그때 엄마가 작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허락해 주시는 거예요?”

       “그럼. 너가 무려 927 작가인데 당연히 그쪽 방면으로 갈 거라고 생각했지. 근데 아들아.”

       “네?”

       “그래서 다음 작품은 언제 방영되니? 엄마한테만 살짝 말해줄래?”

       “…….”

         

         

       어….

         

       생각해보니까 아직 가족들에게 은퇴 소식을 안 말했구나.

         

         

       “그… 이번에는 조금 오래 걸릴걸요?”

        “으음… 아쉽네.”

         

         

       내 말에 조금이 아니라 많이, 실망감을 감추기 힘든 듯한 표정을 보이는 엄마. 물론 옆에 있던 아버지와 누나도 똑같은 반응이었다.

         

       쓰으읍…….

         

       뭔가 가족들의 반응을 보니 제대로 오피셜이 날 때까지 은퇴 소식은 안 밝히는 게 좋을지도?

         

         

         

       ***

         

         

         

       며칠 뒤, 나는 유연정 국장님의 집무실에 방문했다.

         

       원래 정말 중요한 일이 아닌 이상 이곳은 잘 방문하지 않는다.

         

       사소한 일이라면 나 PD님이나 용석이 형 선에서 끝낼 수 있으니까.

         

       다만 이번 안건은 유연정 국장님과 반드시 얘기를 나눠야 할 것 같았다.

         

       그야 내 은퇴 건에 관한 얘기니까…….

         

         

       “사유는 대충 대중들의 관심과 압박이 심리적 부담감으로 다가왔다고 해두죠.”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내가 은퇴의 의사를 밝히자 유연정은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 쓴 미소를 지었다.

         

       이윽고 그녀가 내게 물었다.

         

         

       “그럼 공표는 언제 해드리면 될까요? 제 생각에 지금은 조금 이른 것 같은데.”

       “네. 확실히 국장님의 말대로 지금은 이른 감이 조금 있는 것 같아요.”

         

         

       아직 이태원 레볼루션의 방영이 끝난 지 1달조차 안 지났고, 조금 뒤에는 청상예술대상도 겹치니까 지금은 사람들의 불만이 비교적 적은 편이었다.

         

       이번 연도 초부터 심해졌던 것처럼 아마 내년 초부터 사람들의 원성이 높아지기 시작할 거다.

         

       나는 대충 내년 3, 4월쯤에 그것이 심해질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그때가 아마 은퇴 공표를 하기에 최적의 타이밍이겠지…….

         

         

       “아, 그리고 여쭤보고 싶은 게 몇 가지 더 있는데 혹시 시간 괜찮으세요?”

       “네. 저야 물론 환영이죠.”

         

         

       유연정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오늘 이곳에 방문한 이유는 은퇴 건뿐만 아니라 다른 이유도 있었다.

         

         

       “신문에서 봤는데 4년 전에 스튜디오엔믹스랑 한빛예고랑 예학협력을 잠깐 맺었더라고요. 그래서 혹시 한빛예고의 송하율 이사장에 대해 뭔가 알고 계신 게 있는가 해서요.”

         

         

       여기서 예학협력은 문화예술분야의 기반조성과 전문인력을 양성하여 문화예술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상호 협력을 맺는 것이다.

         

       즉, 한빛예고의 입장에선 현장실습 장소의 제공과 수준 높은 교육과정을 제공받고, 스튜디오엔믹스의 입장에선 전문가의 출강과 기업의 홍보가 될 수 있으니 결과적으론 서로에게 이득인 셈이다.

         

         

       “근데 갑자기 그 여자는 왜요?”

       “사실 제가 한빛예고 영상제작과에 지원했거든요. 근데 듣기론 입시 실기에 면접이 있는데 면접관으로 송하율 이사장이 있다고 해서요.”

         

         

       모든 면접이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보통은 면접관의 성향에 따라 합격과 불합격이 나뉘기도 한다.

         

       그렇기에 사전에 면접관의 성향이 어떤지에 대해 파악만 한다면 난이도는 확연하게 내려간다.

         

       솔직히 내가 그녀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단순히 입시 실기가 조금 걱정돼서였다.

         

       한빛예고는 특이하게도 내신을 전혀 보지 않고 오직 실기 100프로를 반영한다.

         

       뛰어난 실력과 재능만을 보겠다는 의사가 여기서부터 느껴지는데 문제는 한빛예고는 다른 예고에 비해 경쟁률이 조금이 아니라 많이 높은 편이다.

         

       작년 기준 가장 경쟁률이 높은 연예과의 경우에는 무려 15:1, 가장 경쟁률이 낮은 영상제작과만 해도 7:1이다.

         

       그냥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채 맨땅에 헤딩한다면 쉽게 합격하기 힘든 수준이라는 뜻.

         

       

       “아하. 무슨 뜻인지 이해했어요.”

         

         

       그때 유연정 국장님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셨다.

         

       역시 오늘 그녀를 찾아온 건 정답이었나…….

         

       워낙 이쪽 방면으로 발이 넓은 사람이었기에 송하율 이사장이 어떤 사람인지 정도는 대충 알고 있는 모양이다.

         

         

       “가능하면 한빛예고에 꽂아달라는 뜻이죠?”

         

         

       ……아무래도 내 말의 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신 것 같다.

         

         

       “농담이에요. 애초에 하율이 성격상 제가 작가님을 꽂아달라고 부탁해도 바로 거절할걸요.”

       “그 정도로 자세히 아시는 걸 보니 제법 친하신 모양이네요?”

       “네… 뭐. 걔랑 저는 같은 대학 동기이기도 하니까요. 그래도 작가님이 생각하신 것처럼 그렇게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에요.”

         

         

       유연정 국장님이 이어서 말하길 송하율 이사장과는 단순한 비즈니스 관계라고 한다.

         

         

       “하율이는 쉽게 말해 재능이 넘치는 사람을 좋아해요. 그래서 입시 규정을 실기 100프로로 바꾸고 면접도 자기가 직접 볼 정도죠.”

       “음… 그것 가지고 면접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감이 잘 안 잡히네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분명 다 잘될 거에요.”

       “……?”

         

         

       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을 때 유연정 국장님은 어째서인지 씨익 웃고 계셨다.

         

         

       .

       .

       .

         

         

       서은우가 집무실을 나가고 시간이 조금 더 흐른 뒤, 홀로 방안에 남은 유연정은 자신의 휴대폰 연락부에 어떠한 이름을 검색했다.

         

       [무뚝뚝한 년]

         

       유연정은 곧바로 그 이름을 눌러 상대방에게 통화를 걸었다.

         

         

       ─네가 웬일이냐.

         

         

       이윽고, 연결음이 사라지고 그곳에서 어떤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뭔가 상대방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어머, 하율아 오랜만이다! 그동안 잘 지냈어?”

         

         

       유연정 역시 전혀 반갑지 않지만 밝은 목소리로 상대방의 안부를 물었다. 그녀가 통화를 건 상대는 바로 한빛예술고등학교의 이사장, 송하율.

         

       비록 그들은 대학 동기지만 원래부터 성격이 잘 안 맞는 사이였다. 마치 섞일 수가 없는 물과 기름 같다고 해야 하나…….

         

         

       ─바쁘니까 용건만 간단히 말해.

       “퇴근 시간인 거 뻔히 아는데 바쁘긴 개뿔. 그냥 별건 아니고 이번 신입생 지원자 중에 서은우라는 학생을 유심하게 잘 지켜봐. 분명 네 마음에 들 거야.”

       ─허, 갑자기 통화를 걸어온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나. 미안하지만 네가 그렇게 말해도 나는……

       “그 사람 927 작가야.”

         

         

       자신이 알고 있는 송하율은 재능이 있는 학생을 아끼고 편애한다.

         

       그렇다면 만약 그 학생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천재 작가라면 어떨까?

         

       ……적어도 이 사실을 남들에게 막 발설하고 다닐 위인은 아니겠지.

         

       그것을 알고 있기에 유연정은 과감하게 927 작가의 정체를 밝혀도 된다는 판단이 들었다.

         

         

       ─……뭐?

         

         

       그리고 그리 쉽게 볼 수 없는 송하율의 얼떨떨한 반응에 유연정은 씨익 미소가 지어졌다.

         

       아무래도 이 정도면 그의 합격에 꽤나 영향을 줬지 않았을까 싶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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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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