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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

       

       

       

       

       한빛예술고등학교의 이사장, 송하율은 바쁜 일과를 마치고 자신의 차 옆에서 서 있었다.

         

       송하율은 자신의 차에 몸을 기댄 상태로 담배를 태웠다. 피곤에 찌든 눈은 덤이었다.

         

         

       “쯧. 요즘 매스컴들은 다들 제정신이 아니군.”

         

         

       그녀는 오늘도 한빛예고에 들이닥친 기자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기자들이 한빛예고를 찾아온 이유는 하나였다.

         

       이제 곧 2학년에 올라가는 박하준이라는 학생의 취재를 따내기 위해서였다.

         

       ‘이태원 레볼루션’으로 단번에 인기 배우의 반열에 올라가 버린 박하준.

         

       이미 올해의 남자 부문 최우수연기상은 박하준이라고 확신하고 있을 정도였으니.

         

       솔직히 이태원 레볼루션에 출연하기 전에도 송하율은 박하준의 재능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박하준의 연기에는 ‘순수함’이라는 것이 묻어 있다.

         

       연기를 하는 순간에 모든 잡생각은 사라진다. 대사를 떠올리며 캐릭터가 처한 상황에 자연스레 몰입한다. 그렇게 자신의 연기에 빠져든다. 점점 깊게. 연기를 하고 있는 순간에는 자신이 박하준이라는 사실을 망각할 정도로…….

         

       송하율은 실기 시험 면접 때부터 그런 박하준을 상당히 인상 깊게 보고 있었다.

         

       저기서 조금만 더 갈고 닦으면 언젠가는 일류 배우의 반열에 들어갈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문제는 이 정도로 박하준이 빠르게 유명해질지는 그녀조차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에는 927 작가가 있었다.

         

       927 작가는 자신의 3번째 작품의 주인공으로 어째서인지 박하준을 선택했다.

         

       정확한 이유까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자신과 마찬가지로 수면 밑에 있던 박하준의 재능을 단번에 알아본 것이겠지.

         

       사람들은 한 차원 높은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점이 927 작가의 재능이라고 생각하지만, 송하율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스토리와 더불어 927 작가의 진짜 무서운 점은 사람을 보는 안목이 매우 뛰어난 자라는 것이다.

         

       이건 완전 무명 시절의 설소영을 다짜고짜 주인공 역으로 배정했을 때부터 이미 끝난 사실이었다.

         

       송하율 역시 처음에는 설소영의 연기 실력을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다.

         

       설소영이 그 드라마를 찍기 이전에 오디션을 다녔던 곳의 관계자들 말만 들어봐도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의 흥행은 솔직히 장담하기 힘들었다.

         

       다만.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의 모든 화를 시청하고, 송하율은 그것이 안일한 생각이었다는 것을 단번에 깨달았다.

         

       1화부터 마지막 화까지, 설소영의 연기력은 일류 배우의 반열에 들어도 손색이 없었다.

         

       특히 15화의 클라이맥스 씬의 연기를 보고 송하율은 전율했다. 과장이 아니라 그 순간만큼은 일류 배우라는 명함으로도 그녀의 연기력을 다 담을 수가 없다.

         

       그래. 박하준이 스스로의 연기에 빠져들어 그 캐릭터 자체가 되어간다면 설소영은 아마 그와 정반대겠지.

         

       설소영의 연기는 보는 이를 몰입시킨다. 얼굴, 대사, 목소리, 그녀 특유의 분위기가 섞인 연기를 보고 있으면 뭔가 혼이 쏙 빠지는 기분이다. 숨을 쉬는 것을 잊을 정도로.

         

       그 나이에 그 정도 경지에 있다는 것 자체가 진짜 말도 안 되는 사기캐다.

         

       만약 드라마 속 주인공이 이 세상에 있다면 아마 그녀겠지.

         

       그렇기에 송하율은 설소영이 한빛예고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지속적으로 러브콜은 계속 보내곤 있지만, 저쪽에서는 별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하긴, 그녀의 집안만 생각해본다면 영광고등학교로 갈 확률이 높겠지.

         

       그렇다고 해서 송하율은 쉽게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생각해봐라.

         

       이번 이태원 레볼루션의 두 주인공, 설소영과 박하준이 함께 축제 무대에 서기라도 한다?

         

       그것 자체가 엄청난 관심과 재미, 화제를 불러올 것이다.

         

       개인적으로 송하율 본인이 보고 싶은 광경이기도 하고.

         

       그리고 학교에 계속 찾아오는 기자들 문제 때문도 있었다.

         

       듣기로는 기자 회견 때 설소영에게 공격적으로 발언했던 한 기자를 아예 매장(?)해버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것이 나름 좋은 초기 대응이 된 것 같았다.

         

       안타깝게도 박하준 쪽은 그런 강단이 없기에 불가능한 얘기였고, 설소영만 한빛예고에 와준다면 이 문제가 자연스레 해결되지 않을까 싶은데…….

         

       아직 2차 모집까지 2주라는 시간이 남아 있으니 충분히 기회는 있다.

         

         

       지이이이잉-

         

         

       그때였다.

         

       송하율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누군가에게 전화가 온 것 같아 번호를 확인해 보니……

         

       [뻔뻔한 년]

         

       그다지 전화를 받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

         

       작년부터 927 작가의 덕으로 최고의 제작사로 추앙받고 있는 스튜디오엔믹스의 경영 사업국장, 유연정.

       

         

       ‘한 2년 만인가…….’

         

         

       별로 성격이 맞지 않은 대학 동기의 갑작스러운 전화에 송하율은 벌써부터 피곤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네가 웬일이냐.”

       ─어머, 하율아 오랜만이다! 그동안 잘 지냈어?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발랄한 목소리. 송하율이 들었을 때는 그냥 억지로 내는 억양 같았다.

         

         

       “바쁘니까 용건만 간단히 말해.”

       ─퇴근 시간인 거 뻔히 아는데 바쁘긴 개뿔. 그냥 별건 아니고 이번 신입생 지원자 중에 서은우라는 학생을 유심하게 잘 지켜봐. 분명 네 마음에 들 거야.

         

         

       송하율은 유연정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금 그녀의 말은 그냥 저 서은우라는 학생의 면접을 잘 봐 달라고 부탁하는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자신이 어떤 성격을 가졌는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대충 알고 있을 것인데 천하의 유연정이 저런 식으로 말한다?

         

       

       ‘이 여우 같은 여자가 또 무슨 꿍꿍이지…….’

         

         

       송하율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무슨 꿍꿍이인지는 상관없다. 애초에 자신이 유연정의 말을 들어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으니까.

         

         

       “갑자기 통화를 걸어온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나. 미안하지만 네가 그렇게 말해도 나는……”

         

         

       그렇기에 송하율은 당당하게 거절의 의사를 밝히려고 했다.

         

       다만, 유연정이 송하율의 말을 끊었고 송하율은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그 사람 927 작가야.

         

         

       정확하게는 차마 입을 열 수가 없던 것이다.

         

       서은우라는 학생이 927 작가라는 말에 순간 송하율의 사고가 멈췄다.

         

       지금 유연정은 자신이 무슨 말을 내뱉고 있는지 알고나 있을까?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천재 작가가 이제 한빛예고에 입시 지원을 하는 중학생이란다.

         

       이건 다른 의미로 설소영의 연기 실력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이다.

         

       솔직히 상식적으로 믿을 수가 없는 말이지만, 그것이 유연정의 입에서 나온다면 무게감이 확 달라진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927 작가는 모든 작품을 스튜디오엔믹스와 함께 했다. 유연정과 927 작가는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게 당연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유연정은 신비주의를 고수하는 927 작가의 정체를 자신에게 직접 밝힌 거지?

         

         

       ─뭐… 그래도 너가 이사장으로 있는 한빛예고면 믿을만하고 스튜디오엔믹스랑 접근성이 좋잖아? 그래도 그분 성격상 비리를 저지르는 건 싫어하실 테니 최대한 공평한 시선에서 면접을 해줬으면 좋겠네.

       “…….”

         

         

       송하율은 유연정의 저 말이 얼마나 뻔뻔한 소리인 줄 알고 있었다.

         

       애초에 서은우라는 학생이 927 작가라고 알게 된 순간 그 누구라도 공평한 시선으로는 면접을 볼 수가 없게 된다.

         

       당연히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저런 말을 내뱉은 거겠지.

         

       하지만 송하율은 어째서인지 씨익 웃었다.

       

       분명 처음에 그녀에게 통화가 왔을 때는 뭔가 피곤한 일이 일어날 것 같았는데 듣고 나니 뭔가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며칠 뒤에 있을 실기 면접 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 맞다. 깜빡하고 말 안 했는데 그분 말고도 네가 엄청 좋아할 만한 지원자가 한 명 더 있을 수도 있어.

         

         

       이어지는 유연정의 말에 송하율은 눈을 크게 떴다.

         

       아니, 927 작가 말고도 거물이 또 있다고?

         

         

       “그게 누군데.”

       ─아직 확정은 아니어서 비밀.

         

         

       뚝-

         

       그 물음과 함께 상대방은 다짜고짜 통화가 끊겼다.

         

         

       “……쯧. 뻔뻔한 년에서 싸가지 없는 년으로 이름을 바꿔야 하나.”

         

         

       송하율은 그것이 익숙하다는 듯 혀를 차며 피고 있던 담뱃불을 껐다.

         

         

         

       ***

         

         

         

       한빛예술고등학교의 학과는 총 4개로 연예과, 실용음악과, 실용무용과, 영상제작과가 있다.

         

       참고로 반 배정 시에는 4개의 학과에 있는 학생들을 모두 통합하여 고르게 나뉘게 되는데 이는 축제 때 반 단위로 하게 되는 무대 공연의 다양성을 두려고 일부러 그런 것 같다.

         

       음… 근데 아직 합격한 것도 아닌데 반 배정은 너무 앞서 나갔나?

         

       어쨌든 한빛예고는 워낙 지원자가 많기 때문에 1차 모집과 2차 모집을 나눠서 진행하고 있으며, 1차 모집은 끝났고 2차 모집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리고 오늘은 1차 모집자의 실기 시험이 있는 날이기도 했다.

         

       5개의 과가 있는 만큼 한 과씩, 하루를 날 잡고 실기 시험을 보게 되는 오늘은 영상제작과의 차례였다.

         

       한빛예고에 도착한 나는 곧바로 시험 장소로 배정받은 반으로 향했다.

         

       역시 입시 시험답게 도착한 반 안의 공기는 무거웠다.

         

       다들 실기 시험 중 하나인 이야기 구성을 앞두고 긴장을 하고 있는 모양.

         

       영상제작과의 실기 시험은 총 2가지로 이야기 구성과 구술면접이 있다. 각각 50점의 배점을 가지고 있기에 하나라도 망치면 거의 떨어졌다고 봐도 무방했다.

         

       여기서 영상제작과에 지원하는 수험생들은 보통 구술면접보다는 이야기 구성에서 진입 장벽을 느끼게 된다.

         

       제시되는 단어나 문장 혹은 사진 가지고 A4 한 장에서 두 장 분량의 이야기를 구성해야 하는데 이게 익숙하지 않으면 난감할 수밖에 없다.

         

       뭐……

       

       그래.

         

       나는 딱히 상관없으려나.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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