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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1

       

       

       

       

       서은우의 입시 시험이 끝나고 그로부터 이틀 뒤, 이사장실에 홀로 앉아있던 송하율은 그날의 일을 떠올렸다.

         

       송하율은 다른 수험생들과 달리 서은우의 면접에선 일부로 그 어떤 질문도 하지 않았다.

         

       사실 할 필요를 전혀 못 느꼈다.

         

       애초에 면접시험이라는 것은 자격을 먼저 갖추고 있는 면접관 쪽이 지원자의 머리 위에 서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 자를 면접하는 것 자체가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래도 서로의 입장이 있으니 송하율은 최대한 그의 면접을 집중해서 지켜보기로 했다.

         

       가까이에서 마주한 927 작가는 너무나도 평범했다.

         

       면접에 임하는 자세도 지극히 평범했으며 질문에 대한 답변도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학생처럼 대답했다.

         

       그래.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면접에 임했다면 분명 그리 큰 인상을 받지 못했겠지.

         

       하지만 그의 정체에 대해 깨달은 상태에서 면접을 봤을 때, 서은우라는 학생의 모든 것이 새롭게 보였다.

         

       그의 평범함은 아마 자신의 정체를 감추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 그렇기에 송하율의 눈에는 그 평범함이 점점 무섭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마치 자기가 마음만 먹는다면 세상 그 자체를 속일 수 있다고 은연중에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차라리 작가가 아니라 배우를 해도 될 수준이다, 저건.

         

       이 때문에 유연정 그 뻔뻔한 인간에게는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었다.

         

       하마터면 자신도 927 작가의 그 연기에 깜빡 속아 넘어갈 뻔했으니까.

         

       아, 그리고 감사함을 표할 인물은 한 명 더 있었다.

         

       그건 바로 이상호 교사.

       

       사실 그가 그렇게 급발진한 것은 약간 돌발 상황이긴 했다.

         

       원래 그 정도로 멍청한 교사는 아닌데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인 ‘플라이 하이’가 나와서 약간 흥분한 모양.

         

         

       “쯧. 어쨌든 자기 스스로 무덤을 판 것이지.”

         

         

       송하율은 혀를 찼다.

         

       솔직히 상황을 지켜보며 조금 조마조마했다.

         

       거기서 계속 방관만 했다면 아마 서은우 학생의 머릿속에서 한빛예고에 대한 이미지가 계속 떨어지지 않을까 싶었다.

         

       그때 송하율은 927 작가의 입학이냐, 이상호 교사의 해고냐를 두고 마음속으로 저울질을 했다.

         

       뭐… 굳이 송하율이 아니고 누구에게나 저울질을 시켜봐도 전자를 택하겠지.

         

       이상호 정도의 교사쯤이야 어디서나 쉽게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서은우 정도의 학생은 이번 세기에 못 찾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그래도 이상호 교사의 돌발 행동 덕분에 어느 정도 그의 호감을 산 것 같긴 했다.

          

       이상호 교사를 면접실에서 바로 내쫓았을 때 그의 얼굴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얼굴이었으니까.

         

         

       “근데 한동훈 교사 쪽은 조금 의외군….”

         

         

       송하율은 자신에게 서은우 학생의 입학을 강력하게 주장했던 한동훈의 모습을 떠올리고 무언가 고민에 빠졌다.

        평소에는 평범하게 행동해도 작품과 관련된 것이라면 진지하게 임한다는 건가…….

         

       뭔가 파면 팔수록 의문만 계속 쌓이는 것 같았다.

         

       더군다나 그의 마지막 말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송하율은 물었다.

         

       927 작가 스스로에게 927 작가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본 이유는 순수한 호기심에서였다.

         

       송하율이 지금껏 만나본 천재는 크게 두 분류였다.

         

       자신이 잘난 줄 아는 천재와 자신이 잘난 줄 모르는 천재.

         

       어쨌든 둘 다 똑같은 천재이긴 하지만, 이들의 결말에는 큰 차이가 있다.

         

       보통 후자의 경우에는 끝이 긍정적인 경우가 거의 대다수다. 항상 스스로에 대한 겸손과 부족함을 깨닫고 계속 정진하려고 하니까.

         

       하지만 그와 반대로 전자의 경우에는 끝이 대부분 부정적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그들은 노력을 잘 안 한다. 왜냐고? 자기가 다른 사람보다 훨씬 잘난 걸 이미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오만과 게으름은 결국 큰 화를 불러오길 마련이다.

         

       그렇기에 송하율은 눈앞의 천재가 어떤 부류인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세간에서 모두가 927 작가를 천재라고 떠받들고 있는데 본인이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과연 927 작가 스스로는 그 사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송하율의 물음에 서은우는 멈춰 섰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더니 그녀에게 다가와 작은 귓속말로 이렇게 대답했다.

         

       시대를 잘 타고난, 아마……

         

         

       “운이 좋은 사람.”

         

         

       송하율은 그의 마지막 대답을 그대로 읊으며 피식 웃었다.

         

       그의 정체를 모르는 사람이 만약 그 대답을 들었다면 927 작가를 싫어하는 한 학생의 가벼운 비판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다만, 그 말을 자기 스스로에게 하는 것을 송하율은 알고 있었기에 오히려 전혀 다른 의미로 들렸다.

         

       그는 운이 좋은 사람 앞에 왜 굳이 시대를 잘 타고났다는 말을 추가로 덧붙였을까?

         

       이건 조금만 생각해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아마 이 시대의 모든 영화나 드라마가 자신의 기준에서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거겠지.

         

       그리고 다른 의미로는 이 시대의 영화나 드라마가 몇 단계 높은 수준이었다면 자신의 작품은 전혀 뜨지 못했을 아주 평범한 작품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결국 그런 세상이 아니었기에 자신의 작품이 성공할 수 있었고, 그는 자신을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정의한 거다.

         

       참으로 모순이지 않은가?

         

       이 세상의 영화랑 드라마를 깔볼 때로 깔보고 있으면서 동시에 그는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의 수준이 높아진 곳에서 자신이 작가로서 절대 살아남지 못할 것을…….

         

       송하율이 서은우를 향해 오만하고 겸손한 천재라고 말한 것도 모두 이 때문이었다.

         

         

       “재밌구만… 재밌어.”

         

         

       그렇기에 송하율은 새로운 유형을 가진 천재의 등장에 엄청난 흥미가 생겼다.

         

       어찌 보면 앞서 말한 두 가지 유형에 모두 포함될 수도,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는 이질적인 천재.

         

       그녀는 그런 천재가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내년 1학년은 여러 의미로 전설이 되겠군.”

         

         

       송하율의 입장에선 당연히 서은우의 활약상이 가장 기대되지만, 서은우뿐만 아니라 다른 신입생들의 활약상도 기대하고 있었다.

         

       특히 오늘 실용무용과에 실기 시험을 치러온 그 ‘아이돌’이 계속 기억에 남았다. 그녀는 927 작가 다음으로 가장 인상 깊은 학생이었다.

         

       하긴… 그 정도로 스스로가 빛날 줄 아는 학생은 웬만해서 보기 힘들 것이다. 그러니 요즘 가장 핫한 아이돌 그룹에서 활약하고 있는 거겠지.

         

       지이이잉-

         

       그때였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송하율의 휴대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더 뻔뻔한 년]

         

       곧바로 휴대폰 화면을 확인하니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쯧.”

         

         

       또 이 여잔가.

         

       그래도 송하율은 이번에 유연정에게서 온 통화를 제법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서은우의 정체에 대해 알려준 것에 진심으로 감사 인사나 표할 겸 말이다.

         

         

       ─어머, 하율아! 927 작가님이랑 면접 재밌었어?

         

         

       수화기 너머로 또다시 들려오는 발랄한 목소리. 이번에도 저번과 마찬가지로 그냥 억지로 내는 억양 같았다.

         

         

       “덕분에 서은우 학생의 진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감사를 표하지.”

       ─에이, 우리 사이에 무슨 감사 인사야. 어쨌든 합격이라는 소리지?

       “그래. 그것보다 무슨 일이냐. 네가 겨우 이런 일 가지고 통화를 걸어올 위인은 아닐 텐데.”

       ─흠, 너무 예리해서 재미없는데~

         

         

       유연정 특유의 능글맞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송하율은 귀찮은 표정을 지었다.

         

         

       ─그냥 이번 한빛예고 2차 모집에 어떤 학생이 지원했거든.

       “전에 내가 엄청 좋아할 거라고 말한 그 학생인가?”

       ─빙고~ 연예과에 지원했어.

       “흠, 분명 그때는 아직 확정이 아니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얘기가 잘 끝났거든. 아마 무조건 합격할 것 같은데 합격하면 되도록 그 사실은 입학식 날까지 비밀로 해줘. 아, 어쨌든 내년에 힘내고.

         

         

       ……갑자기 힘내라고?

         

       뚝-

         

       무엇을 의미하는지 물어보려고 했지만 유연정은 그대로 통화를 끊어 버렸다.

         

       송하율은 익숙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천하의 유연정이 저 정도로 말하는 거면 927 작가 때와 마찬가지로 분명 예사로운 인물이 아닐 것이다.

         

       혹시 모르니 이번 연예과에 지원한 학생들의 목록이나 한번 살펴볼까…….

         

         

       “이, 이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송하율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갑자기 이사장실에 한 남성이 다급히 들이닥쳤다.

         

       그는 분명 한빛예고 행정처 처장, 송태식 교사였다.

         

         

       “송태식 선생. 설마 노크 한번을 안 하고 이사장실에 다짜고짜 들어온 겁니까?”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급히 알려 드릴 소식이 있어서 어쩔 수가…….”

       “후… 얼마나 대단한 소식이길래 그러는 건지 어디 들어나 봅시다.”

         

         

       송태식은 뻘쭘한 자세로 이사장실에 다급히 방문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연예과에 지원한 어떤 여학생 때문이었다.

         

       그리고 송하율은 그 여학생의 이름을 들은 순간 갑자기 눈이 커지더니 어째서인지 크게 웃었다.

         

         

       “하하하! 유연정 그 여자가 말한 학생이 설마 ‘그녀’였나……. 정말이지 요즘 따라 마음에 드는 짓만 골라서 해주는군.”

         

         

       그렇게 송하율에게 그 소식이 전해지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연예과 2차 모집생들의 실기 시험 날짜가 찾아왔다.

         

       연예과의 실기 시험은 2분 이내의 자유 연기와 3분의 면접을 동시에 진행한다.

         

         

       끼이이이익-

         

         

       그리고 어떤 여학생이 연예과의 실기 시험을 보기 위해 방문을 열고 천천히 방안에 들어섰다.

         

         

       또각- 또각-

         

         

       방안에 고요하게 울려 퍼지는 여학생의 발걸음 소리.

         

       그녀가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어째 면접을 보는 교사들 쪽이 그녀를 계속 멍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그녀의 아름다움에 저절로 홀린 사람처럼…….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덧 여학생은 그들의 앞에 서 있었다.

         

       교사들의 중앙에 앉아있던 송하율은 자신의 정면에 선 여학생을 보며 흐릿한 미소를 지었다.

         

       ……서은우의 생각대로라면 분명 영광고등학교에 진학할 예정이었던 설소영.

         

         

       “환영해요. 소영 학생.”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어째서인지 그녀는 한빛예고 연예과의 실기 시험 현장에 당당히 서 있었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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