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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3

       

       

       

       

       “설득이라…….”

         

         

       졸업식을 시작하기 전, 설소영은 그날 유연정과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리며 깊은 고민에 잠겨 있었다.

         

       유연정 국장님은 어째서 그 정도의 강수를 둔 걸까?

         

       927 작가님으로부터 무엇을 설득하기 위해 굳이 내 협력까지 필요한 거지?

         

       아마 그녀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927 작가님의 선택을 말릴 수 없기에 그런 판단을 내린 것 같은데…….

         

       설소영은 곰곰이 생각했다.

         

       도대체 927 작가가 어떤 선택을 내려야 유연정이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할 정도의 사태가 찾아올지에 대해서.

         

       예를 들면……

         

         

       “소영아! 졸업 축하해!”

         

         

       그때였다.

         

       같은 반의 한 여학생이 설소영에게 다가왔다.

         

       그 여생이 설소영에게 자신 있게 다가가자 눈치를 보고 있던 다른 학생들도 서서히 그녀의 주위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사실 설소영은 같은 반의 학우들에 대해서 그리 자세히 알고 있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드라마 촬영 탓에 학교의 출석을 자주 하지 못했다.

         

       특히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과 플라이 하이를 촬영했던 2학년 때는 특히 심했다.

         

       그럼에도 다른 학생들이 그녀의 주위로 몰려드는 것은 이유는 단순히 학생들에게 있어서 설소영이라는 존재 자체가 동경의 대상이어서 그렇다.

         

       세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드라마에 모두 주연으로 출연하고, 현재진행형으로 상이란 상은 다 싹쓸이 중인 인기 여배우.

         

       동년배에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일인데 심지어 같은 학교, 같은 반이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라도 더 나누고 싶은 게 당연한 마음이다. 애초에 이미 반 안뿐만 아니라 복도에도 그녀를 보기 위한 학생들로 가득했다.

         

         

       “앞으로 너가 출연하는 작품 꼭 다 챙겨볼 거야.”

       “야, 야. 그런 건 직접 말 안 해도 당연한 거 아니야? 이미 나는 하루에 한 번씩 소영이 작품 정독 중이라고.”

       “하하. 다들 고마워.”

         

         

       설소영은 싱긋 웃으며 그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녀의 입장에서도 자신을 향해 호의를 가지고 다가오는 친구들을 밀어낼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졸업식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대화가 오가던 그때, 문뜩 한 학생이 이렇게 말했다.

         

         

       “근데 혹시 다음 작품도 927 작가님 작품에 출연해?”

         

         

       이에 설소영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다음 작품 출연에 관해선 확정된 게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야, 너는 뜬금없게 그런 걸 왜 물어보니?”

       “아니, 요즘에 커뮤니티를 보면 927 작가님이 은퇴한다는 소문이 나돌아서.”

       “……927 작가님이 은퇴한다고? 왜? 한창 잘 나갈 때인데 그건 말이 안 되잖아.”

       “그래서 나도 혹시나 싶어서 물어본 거잖아. 소영이라면 이 소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테니까.”

         

         

       그 말을 끝으로 순간 학생들의 시선이 설소영에게 집중되었다.

         

       확실히.

         

       눈앞의 소녀는 927 작가의 모든 작품에 주연으로 출연한 유일한 배우.

         

       그들에 사이에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는 오직 두 사람밖에 모르는 일이지만, 확실한 것은 현재 전 세계에서 927 작가와 가장 가까운 배우는 설소영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

         

         

       하지만 그런 설소영 역시 마땅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927 작가와 누구보다 가장 가깝고 대화를 많이 나누는 배우는 맞지만, 은퇴 건에 대해선 그녀조차도 처음 듣는 얘기였다.

         

       애초에 927 작가는 자신에 관한 얘기를 잘 해주지 않는다. 아마 직접 물어보지 않는 이상 스스로의 속 사정을 먼저 얘기해줄 일은 없겠지.

         

       아마, 우리 사이에 무언가 엄청난 변화가 있지 않은 이상…….

         

       그런 생각이 든 순간부터 설소영의 안에 스멀스멀 불안한 감정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서 학생들에게 둘러싸이기 전에 생각하고 있었던 문제와 방금의 대화가 겹쳐졌다.

         

       만약…….

         

       정말 만약에…….

         

       927 작가님이 이대로 은퇴를 한다면, 어쩌면 그것은 유연정 국장님이 말한 최악의 상황에 가장 가깝지 않을까?

         

       지금 927 작가님의 위상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헌데 그런 그가 정당한 이유를 대고 은퇴 의사를 밝힌다면 그 누구도 그것을 막을 명분도, 방도도 사라진다.

         

       다만, 지금 설소영이 걱정하고 있는 것은 조금 다른 부분이었다.

         

       자신이 아는 927 작가님은 그 누구보다 드라마를 좋아하고 사랑하시는 분이다.

         

       허나, 그런 그가 그것을 포기하고 은퇴를 결심했을 정도면…….

         

         

       ‘그래. 아직 확실하지는 않으니까.’

         

         

       학생들이 졸업식을 위해 슬슬 대강당으로 움직이기 시작하고, 그렇게 마지막으로 교실을 나서게 된 설소영.

         

       속으로는 계속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설소영은 약간의 불안감을 안고 졸업식에 임했다.

         

       하지만 결국 그녀의 불안감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점점 커졌고, 고민 끝에 927 작가에게 어떠한 문자 하나를 보내게 되었다.

       

         

         

       ***

       

         

         

       쓰으읍…….

         

       시간은 빠르게 흘러, 벌써 내일이 한빛예고의 입학식인데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진짜 뭐라고 보내지.”

         

         

       졸업식이 끝나고 지금까지 계속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은퇴 건에 대해서 어떻게 먼저 문자를 보내야 할지 도통 감이 안 잡힌다.

         

       사실 이건 지금까지의 대화 방식이 너무 일방적이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항상 저쪽에서 먼저 문자를 보내오고 자연스레 대화가 이어지는 느낌인데 여기서 내가 다짜고짜 은퇴한다고 급발진을 밟아버린다?

         

       그건 그거대로 미친놈 소리 듣기 딱 좋은 대화법이다.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한동안 문자를 쓰고 지우기를 계속 반복하였다.

         

         

       지이이이잉-

         

         

       그때 붙잡고 있던 휴대폰이 진동했다.

         

         

       [작가님 은퇴하신다는 소문이 있던데…… 정말 사실이에요?]

       

       

       언제나 그랬듯 오늘도 어김없이 먼저 연락 온 메시지.

         

       중학생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내 첫 작품의 여주인공 역으로 데뷔해 신들린 연기력을 보여주며 그 해에 상이란 상을 모두 다 휩쓸었던, 지금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기 여배우이자 내가 빙의한 드라마 속 세상의 주연 인물.

         

       어디선가 내 은퇴 소문을 듣고 온 설소영이었다.

         

       하긴, 요즘 커뮤니티만 뒤져봐도 내 얘기로 가득 차 있었다.

         

       왜 또 작품 안 내주냐 같은 말은 이제 질릴 정도로 보이고, 슬슬 은퇴 소문까지 나돌아 댕기기 시작했다.

         

       분명 작년에도 저런 소문이 돌아다녔는데 이태원 레볼루션 때문에 완전히 묻히긴 했다.

         

       뭐… 이제는 단순한 소문으로는 안 끝나겠지만.

         

       어쨌든.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설소영과 드라마 작가와 배우의 관계로 교류가 잦아지면서 사적인 연락을 할 정도로 친해졌다.

       

       솔직히 내가 쓴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항상 그녀였으니 어찌 보면 교류가 잦아질 수밖에 없었다.

       

       음?

       근데 왜 여주인공 역에 설소영만 갖다 썼냐고?

       

       그야 이태원 레볼루션을 제외한 앞선 두 작품은 모두 그녀 덕분에 탄생한 드라마니까.

       

       흔히들 뮤즈라고 불리는 존재라 표현해야 하나?

         

       쓰으읍…….

         

       근데 이 부끄러운 사실을 그녀에게 만약 들키게 된다면…….

       

       오우…….

         

       진심으로 자살 마려울 것 같은데.

       

         

       [잠정 은퇴긴 하지만 사정상 그렇게 됐네요 ㅠㅠ. 당분간은 드라마 일에서 완전히 손을 뗄 것 같아요.]

       [……무슨 사정인데요? 힘든 일이 있으시다면 제게 꼭 말해주세요. 어떻게든 도와드릴게요.]

         

         

       지이이이잉-

       

       

       답장을 보내자마자 순식간에 진동음이 울리는 휴대폰.

       

       대충 내용을 읽어 보니 얼굴 한번 안 본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도와줄 생각으로 만땅인 듯하다.

       

       하긴 글로벌 대기업인 제일전자 사장의 딸이자 이제는 인기 여배우의 반열에 들어가는 그녀의 재력은 상상 그 이상이겠지.

       

       다만.

         

       돈 문제 때문이 아니었기에 나는 단호하게 답장을 보냈다.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소영 씨도 저 말고 다른 작가님들 작품에 출연해봐야죠. 분명 좋은 경험이 될 거예요.]

         

         

       문자를 보내면서도 순간 아차 싶었다. 생각해보면 그녀는 지금까지 오직 내 작품에만 출연했었다.

       

       아.

       

       언제는 다른 작품에 출현하고 싶다고 의사를 내보인 적이 있었는데 절대 안 된다고 협박(?)한 적도 있었지.

       

       그때는 진심으로 그녀를 위하는 마음에 그런 짓을 저질렀지만 아마 꽤나 응어리가 남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음…….

       

       지금이라도 사과를 건네는 것도 너무 염치없어 보이고…….

         

       애초에 드라마 작가와 배우라는 큰 연결고리가 사라져버린 이상 앞으로 그녀나 나나 지금처럼 문자를 주고받을 이유가 딱히 없긴 했다.

         

       그래. 적어도 내가 다시 927로 복귀하기 전까지는…….

       

       애초에 설소영은 이제 ‘꽃같은 커플’의 주 배경인 영광고등학교에 입학한다.

         

       당분간은 나 같은 건 생각날 겨를이 없이 엄청나게 바빠지겠지.

         

       그렇다면…….

         

         

       “드디어 끝이라는 거구나. 이 관계가.”

         

         

       나는 쓴 미소를 지으며 휴대폰의 키패드를 신중하게 두드렸다.

       사정상 사과는 못 할지언정 응원의 말 정도는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었다.

         

       

       [첫 작품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제가 쓴 드라마에 출연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앞으로 927 작가가 아닌 한 명의 팬으로서 소영 씨를 응원할게요. 그럼 이만.]

         

         

       대충 이 정도면 되겠지?

       

       그렇게 메시지를 전송하고 곧바로 휴대폰 화면을 껐다. 곧바로 답장이 온 듯 진동이 울리기는 했지만 무시하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후우…….”

       

       

       현재 시간은 오후 10시 30분.

       잠을 자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최대한 빨리 잠에 들 생각이었다.

       드디어 내일이 고등학교 입학식이니까.

       

       

       그렇게 순식간에 잠에 들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새벽 6시였다. 역시 일찍 잠든 보람이 있었네.

       

       ……뭐야.

       

       하지만 눈을 떠보니 묘하게 방 안이 밝았다.

       

       그 이유는 어제 설소영과 문자를 주고받았던 휴대폰의 화면이 계속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혹시 몰라서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이런 알림이 먼저 보였다.

       

       

       ————————

       

       부재중 전화 13건.

       

       설소영 (오후 11시 : 02분)

       설소영 (오후 11시 : 28분)

       설소영 (오전 00시 : 05분)

       .

       .

       .

       .

       

       설소영 (오전 5 : 58분)

       

       읽지 않은 메시지 32개.

       

       ————————

       

       

       “……하?”

       

       

       졸음이 순식간에 달아날 정도로 엄청난 양의 문자와 부재중 전화가 수신되어 있었다.

       

       그것도 모두 설소영 한 명에게서 밤새도록 온……

       

       

       

       

       뭐야.

       

       생전 전화 한 번 안 걸어오던 여자가 갑자기 무섭게 왜 이래.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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