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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6

       

       

       

       

       설소영의 개인 운전기사 차민석은 조심스럽게 백미러를 힐끔 쳐다봤다.

         

       그곳에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소영 아가씨가 멍하니 자신의 휴대폰을 쳐다보고 있었다.

         

       차민석이 봐도 현재 설소영의 상태는 그닥 좋아 보이진 않았다.

         

       아침부터 물 한 모금조차 안 마신 것과 밤을 새우신 듯 안색이 나쁘신 것. 그냥 전체적으로 오늘의 소영 아가씨는 우울함 MAX 상태였다.

         

       무려 오늘이 한빛예고의 입학식이자 첫 등교일인데 잔뜩 흐트러진 설소영의 모습을 보니 차민석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근데 도대체 언제였더라……

       저런 상태의 소영 아가씨를 본 것이.

         

       아마도 2년 전.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의 15화 촬영을 할 때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물론 이번이 그때보다 상태가 훨씬 심각한 것 같긴 하다만…….

         

       그래도 그때를 떠올리면 그나마 걱정이 조금 줄어들긴 했다.

         

       원래 뛰어난 사람에게는 그만한 시련이 주어지는 법.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아는 소영 아가씨라면 언제나 그랬듯 다시 돌아올 거다.

         

       그래. 지금처럼.

         

         

       “……?”

         

         

       뭣?

         

       차민석은 순간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방금까지 백미러에 비친 소영 아가씨는 누가 봐도 우울함 MAX 상태였는데 어째선지 한순간에 분위기가 달라졌다.

         

       일단 소영 아가씨의 휴대폰이 한번 진동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누군가에게서 문자라도 온 듯 다급히 휴대폰 화면을 쳐다보던 소영 아가씨. 그리고 어째서인지 곧바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얕은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은 덤이었다.

         

         

       ‘분명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차민석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어느샌가 한빛예고에 도착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것을 확인한 설소영은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다녀올게요.”

         

         

       그런 말만을 남기고 유유히 한빛예고의 정문에 들어섰다.

         

         

       -미, 미친! 쟤 설소영 아니야?

       -헐. 심지어 우리랑 같은 교복인데? 진짜 한빛예고에 입학했다고?

         

         

       한편.

         

       차에서 내린 설소영은 다른 학생들의 수많은 시선 속에서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그런 시선이 익숙하다는 듯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소영아!”

         

         

       그때였다.

         

       저 멀리서 찬란한 금발을 흩날리며 누군가가 다가왔다.

         

       이다혜.

         

       조금 전 서은우와의 가벼운(?) 추격전을 끝내고 온 그녀가 밝은 얼굴로 설소영에게 다가온 것이다.

         

       참고로 그들은 플라이 하이의 촬영이 끝나고도 종종 연락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한 사이다.

         

       그렇기에 서로가 한빛예고에 입학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지금처럼 입학식이 시작하기 전에 잠깐 만나자는 얘기도 나누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설소영의 얼굴을 확인한 이다혜는 깜짝 놀라 눈이 커졌다.

         

         

       “소, 소영아! 안색이 왜 그래?!”

         

         

       원래 새하얗던 피부는 잠을 못 자서 그런지 더더욱 새하얗게 보였고, 어째 눈꺼풀은 부어있었다.

         

       ……마치 눈물이라도 펑펑 흘린 사람처럼.

         

       이다혜의 눈에는 항상 완벽하게만 보였던 친구의 상태가 오늘따라 뭔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어제 잠을 조금 설쳐서… 이제는 괜찮아.”

         

         

       이에 설소영은 이다혜를 향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평소와 다름없는, 그녀의 한결같은 미소를 본 이다혜는 어이가 없었다.

         

       당장 피곤 때문에 걷는 것도 힘들어 보이는데 저 미소엔 거짓은 없다.

         

       진심으로 설소영은 현재 자신의 상태가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많이 피곤해 보이는데 입학식 괜찮겠어?”

         

         

       그렇기에 이다혜는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무슨 소리야 다혜야. 나 지금 되게 신나는데.”

         

         

       그녀의 걱정과는 반대로 설소영은 피곤함을 느낄 새도 없이, 순수하게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당장 어젯밤부터 오늘 새벽까지만 해도 역대급으로 최악의 기분을 달리고 있었지만, 방금 그에게서 온 장문의 문자 하나 덕분에 순식간에 기분이 풀리는 것 같았다.

         

       그에게 답장을 보낸 것처럼.

         

       단순히 자신의 착각으로만 끝나서.

         

       ……정말 다행이었다.

         

       참고로 그것과는 별개로 설소영이 이다혜를 향해 신난다고 말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신입생 선언을 위해 단상 앞에 선 설소영은 무대 밑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자신이 입을 열기만을 기다리는 수많은 신입생들과 한빛예고 교사진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설소영은 그들의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며 생각했다.

         

       

       ‘그래. 어쩌면 이 중에 섞여 계실지도 모르겠네.’

         

       

       뭐… 아직 그가 학생인지 교사인지조차도 확실하진 않지만 분명한 건 그의 바로 근처까지 다가왔다는 것이다.

         

       설소영이 피곤을 잊어가며 신난다고 표현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머지않아.

         

       그와 만날 일이 그리 멀지 않았음을 직감하였기에…….

         

       설소영은 혹시라도 상대방이 단상에 선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최대한 품위를 유지했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상 ‘연기’에 가까워서,

         

       설소영의 상태가 안 좋은 것을 알고 있는 이다혜마저도 그 순간만큼은 그녀가 괜찮다고 착각할 정도였다.

         

       다만……

         

         

       ‘쓰으읍…. 근데 저거 아무리 봐도 일부러 괜찮은 척 연기하는 것 같은데.’

         

         

       예외는 있었다.

         

         

         

       ***

         

         

         

       설소영이 왜 한빛예고에 입학했는가.

         

       시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유를 모르겠다.

         

       설마 박하준이 자신의 학교로 오라고 꼬신 건가?

         

       지금으로서는 이게 가장 유력한 가설이다.

         

       작년에 함께 이태원 레볼루션의 촬영을 했으니 충분히 설명이 가능한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이젠 나도 모르겠다.’

         

         

       이다혜부터 시작해 원래라면 영광고등학교에 입학했어야 할 설소영까지.

         

       뭔가 상황이 점점 어지러워지는 것 같긴 한데 딱히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없긴 했다.

         

       슬프게도.

         

       지금의 나는 927 작가가 아닌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학생, 서은우니까.

         

       나는 그냥 단순하게 자연재해를 연달아 맞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반대로 지금쯤 송하율 이사장님은 행복에 빠지지 않았을까 싶다.

         

       음.

         

       설소영을 바라보며 꿀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은 저 눈빛만 봐도 대충 느낌이 온다.

         

       솔직히 한 학교에 인기 연예인인 설소영과 이다혜, 거기에다가 박하준까지 있다고?

       

       그냥 말도 안 되는 이름값을 자랑하는 라인업.

         

       그것만으로도 학교에 관한 홍보는 아예 필요 없는 수준이지 않을까.

         

       거기에 927 작가까지 합류한다면 대한민국 최고의 귀족 학교인 영광고등학교랑 비빌지도 모르겠는데.

         

       뭐… 당연히 그럴 일은 없고, 그냥 단순한 가정이다.

         

         

       [선서.]

         

         

       그때 설소영이 차분한 목소리로 선언문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와… 실물로 보니까 미쳤네.”

         

         

       일단 내 바로 앞에 있던 차무식을 포함해 이미 주위에서 외모와 관련된 극찬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시선이 고정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리고 목소리.

         

       그 백준영 대표님이 인정했을 정도로 설소영은 노래를 잘 부른다.

         

       여기서 노래를 잘 부른다는 것은 사람들의 귀에 듣기 편한 목소리라는 뜻이기도 한데 현재 강당 안에 울려 퍼지는 그녀의 목소리만 들어봐도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솔직히 저 정도면 라디오를 했어도 충분히 성공했을 수준이다. 애초에 설소영 정도면 뭘 해도 먹고 살 만할 사기캐이긴 하지만.

         

         

       ‘쓰으읍…. 근데 저거 아무리 봐도 일부로 괜찮은 척 연기하는 것 같은데.’

         

         

       현재 그녀의 선언문 낭독에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항상 자신감 넘치는 그녀다운, 품위 있는 말투와 자세가 섞인 완벽한 낭독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나는 약간의 위화감을 느꼈다.

         

       생각해보면 그녀는 날밤을 새웠다. 즉, 지금 보이는 모습만큼 컨디션이 그리 좋을 리가 없다는 뜻.

         

       진짜 저러다가 갑자기 쓰러지는 거 아니야?

         

       가뜩이나 피곤한 상태에서 저런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당연히 독이 된다. 천하의 설소영이라도 아마 힘들 텐데…….

         

       그런 걱정 속에서 어느덧 입학식은 끝나갔다.

         

       신입생 선언 다음에는 각 반의 담임 교사 발표가 있었는데 1학년 2반의 담임은 언젠가 한 번 얼굴을 마주했던 인물이었다.

         

         

       [1학년 2반의 담임을 맡아주실 분은 영상제작과 전공 담당을 맡고 계신 한동훈 선생님이십니다.]

         

         

       그는 분명 이야기 구성 실기 시험 때 감독을 맡아주신 분이었다.

         

       그때는 분명 내게 이상한 말을 건네셨는데… 솔직히 아직도 그게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입학식이 끝나고 신입생들은 교사들의 안내에 따라 저마다 사전에 배정된 각자의 반으로 향했다.

         

       나랑 차무식 같은 경우에는 1학년 2반에 배정되었기에 함께 교실에 들어섰고, 아침에 소식을 들었던 것처럼 이다혜 역시 교실 한쪽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

         

         

       그런 이다혜의 옆에는 어떤 여학생이 조용히 함께 앉아있었다.

         

       ……이제는 별로 놀랍지도 않다.

         

         

       “야, 서은우. 나 한빛예고에 오길 잘한 것 같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옆에서 차무식이 같은 반 학생들의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는 듯 실실 웃었다.

         

       연예계 인맥을 쌓기 위해 이 학교에 입학한 녀석의 입장에선 당연히 청신호다.

         

       그야 같은 반에 이다혜랑 설소영이 함께 있는데 이것보다 이상적인 그림은 없겠지.

       

       쓰으읍…….

       

       여러가지 의미에서.

       

       이번 1학년 2반은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했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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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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