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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7

       

       

       

       

       이건 입학식으로부터 조금 과거의 이야기…….

         

         

       “자, 그럼 이제 1학년 담임교사를 한번 정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빛예고의 정규 교사 회의 시간.

         

       이번 안건은 올해 1학년 각반의 담임을 누가 맡을지에 관한 것이었다.

         

       이미 신입생의 반배정은 입시 시험의 성적순으로 이미 편성이 완료되었다.

         

       보통 과별로 남학생은 남학생끼리, 여학생들은 여학생들끼리만 성적을 비교해서 가른다.

         

       만약 남녀 학생 구별 없이 가르게 되면 어떤 반은 남자만 가득한 반이 될 수도 있고, 또 어떤 반은 여자만 가득한 반이 될 수 있었기에 성비를 균등하게 맞추기 위해 남학생과 여학생을 분리해서 가르는 것이다.

         

       과거부터 한빛예고는 1반에 주로 실용음악과와 영상제작과의 남학생 1등을 배정하고, 2반에는 연예과와 실용무용과의 여학생 1등을 배정했다.

         

       똑같이 3반에는 실용음악과와 영상제작과의 여학생 1등을 배정하고, 4반에는 연예과와 실용무용과의 남학생 1등을 배정한다.

         

       계속 이런 방식으로 정원이 채워질 때까지 반복하면 모든 과가 고르게 섞여 각반 24명씩 총 8개의 반이 순식간에 구성된다.

         

       참고로 한빛예고는 전공과목의 수업을 들을 때만 과별로 흩어지는 구조였기에 한 반에 다양한 과의 학생들이 섞여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예고의 취지에 맞게 다양성을 넓힐 수도 있었고, 각각 다른 분야의 미래를 담당하는 원석들의 교류는 학생들에게도 분명 좋은 영향을 줄 것이었다.

         

       그렇기에 반 배정을 할 때 모든 과를 섞어서 배정하는 것은 송하율을 포함한 모든 교사들이 동의한 사실이다.

         

       다만, 교사들의 입장에선 운이 나쁘면 한 해 동안 개고생을 할 수도 있는 방식이긴 했다.

         

       성향이 다른 학생들을 한 반에 모아두는 것은 그만큼 충돌이 많이 일어나는 뜻이기도 했다.

         

       특히 한빛예고의 가장 중요한 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축제시즌의 반 안 분위기는 거의 전쟁터와 다름없다.

         

       이건 과마다 추구하는 방향성이 모두 다르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그림이었다.

         

       물론 연예과, 실용음악과, 실용무용과.

       자신들만의 색이 강한 이 세 개의 과만 피 터지게 싸우고 비교적 다른 과에 비해 얌전한 영상제작과는 슬프게도 별다른 발언권이 없다.

         

       그저 싸움에서 이긴 쪽의 의견을 수용해 묵묵히 축제 준비를 서포팅 할 뿐…….

         

       슬프게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들이 주도해서 축제시즌을 이끌어간 적이 없었다.

         

       어쨌든.

         

         

       “혹시 1학년 2반의 담임을 맡아주실 분 계십니까?”

         

         

       이사장 겸 교장의 위치로 회의에 참석한 송하율이 이어서 입을 열었다.

         

       왜 굳이 1반을 건너뛰고 2반으로 넘어갔냐고 묻는다면 그건 학생의 구성 때문이었다.

         

       앞서 말했다시피 현재 1학년 2반에는 연예과와 실용무용과에서 1등을 차지한 여학생이 함께 배정되어 있다.

         

       문제는 그 두 명의 이름값이 학생치고는 지나치게 화려하다는 점이었다.

         

         

       ─…….

         

         

       송하율의 물음에 이번 1학년의 담임을 맡아야 하는 교사들은 단체로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그들이 2반을 꺼리는 이유는 두 여학생의 화려한 이름값과 연계하여 작년에 한 재학생에게 벌어졌던 어떠한 일 때문이었다.

         

       작년에 한빛예고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인물은 누구였겠는가?

         

       학생이든 교사든 가릴 것 없이 모두가 입을 모아 만장일치로 그 남학생을 꼽을 것이다.

         

       927 작가의 3번째 작품 ‘이태원 레볼루션’.

         

       그곳의 남자 주인공 역으로 출연해 단번에 엄청난 화제성과 인기를 얻게 된 배우.

         

       박하준.

         

       이제 곧 2학년으로 진학하는 박하준은 연기력도 연기력이지만 927 작가의 작품에 주연으로 출연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매스컴에게 엄청 시달렸다.

         

       다짜고짜 학교에 쳐들어와서 인터뷰까지 요청하고, 담당 교사의 연락처를 알아내 인적 사항까지 물어가며 말이다.

         

       당연히 송하율은 이 문제에 관해 교권 침해 등을 내세우며 강경하게 대응했고, 이태원 레볼루션의 방영이 끝난 지 시간이 꽤나 흐른 지금은 처음보다 많이 잠잠해지긴 했다.

         

       하지만 말이다.

         

       이번 1학년에 박하준과 비슷하거나 그것보다 더한 화제성과 인기를 가진 학생이 입학했다.

         

       그것도 무려 둘이나.

         

       바로 여학생 입시 성적 기준으로 연예과 1등을 차지한 설소영과 실용무용과 1등을 차지한 이다혜였다.

         

       솔직히 말해서 동나이대 기준으로 이 둘만큼이나 세간에 파급력을 자랑하는 인물은 극히 드물다.

         

       그중에서 설소영은 한빛예고 교사들을 공포에 떨게 할 특이 이력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그건 바로 그녀가 출연한 3개의 작품이 모두 927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

         

       그렇다면 다음 작품 역시 누구의 작품에 출연할 가능성이 높을까?

         

       아마 927 작가의 작품에 출연할 확률이 매우 높겠지.

         

       즉, 박하준 때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매스컴들이 날뛸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했다.

         

       거기에다가 똑같이 927 작가의 작품에 출연한 전적이 있는 대세 아이돌, 이다혜까지 함께 있으니 담임을 맡기에는 당연히 부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송하율 역시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딱히 누군가에게 그 직책을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

         

       정 지금처럼 계속 지원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과거부터 이어져 온 전통을 처음으로 깨고 이다혜와 설소영을 떨어뜨려 놓을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저…….”

         

         

       그때였다.

         

       영상제작과의 담당 전공 교사.

         

         

         

       “제가 맡아도 되겠습니까?”

         

         

       유심하게 1학년 2반의 학생 명단을 훑어보고 있던 한동훈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며 입을 열었다.

         

       이에 송하율은 흥미로운 미소를 지었고, 회의가 모두 끝난 후 그에게 잠깐의 면담을 요청하였다.

         

         

       “굳이 2반을 선택한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나?”

         

         

       송하율이 마주 앉은 한동훈에게 다짜고짜 이유부터 물었다.

         

         

       “상관없습니다. 단순히 전에 제가 말했던 학생이 2반에 있어서요.”

       “아, 이름이 분명 서은우였던가?”

       “예. 꼭 곁에서 성장을 지켜보고 싶은 학생입니다. 추가로 설소영 학생과 이다혜 학생이 함께 있는 점도 상당히 긍정적인 쪽으로 생각하고 있고요.”

       “음…? 그게 무슨 뜻이지?”

         

         

       송하율이 의아한 눈빛으로 한동훈을 바라보았다.

         

       한동훈은 씨익 웃으며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냥 단순히 927 작가의 작품에 출연했던 그 두 명이 서은우 학생을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해서요.”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서은우라는 학생의 재능을 그 정도로 높이 평가하고 있을 줄은 몰랐군.”

       “하하. 혹시 모르는 일이지 않습니까? 언젠가는 927 작가의 독재를 그 학생이 끊어줄지도 모르는 일이죠.”

         

         

       그의 희망찬 말을 들은 송하율은 쓴 미소를 지었다.

         

       사실 서은우 학생이 927 작가의 독재를 끊는다면, 그것은 끊는다고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잇는다고 표현하는 게 아마 맞지 않을까 싶은데…….

         

         

       “뭐…. 그건 그거 나름대로 재밌는 상황이겠군.”

       “……?”

         

         

       당연히 한동훈의 입장에선 송하율이 쓴 미소를 지은 의미를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시점은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드르륵-

         

         

       한동훈이 앞문을 열고 1학년 2반의 교실에 들어섰다.

         

       이윽고, 교실의 단상 앞에 선 그는 천천히 교실 내부를 살펴보았다.

         

       사이 좋게 나란히 붙어 앉아있는 설소영과 이다혜부터 자신이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서은우, 그리고 앞으로 1년간 함께할 다른 학생들까지.

         

       음.

       역시나 학기 초인만큼 어색한 기류가 맴돌고 있었다.

       하긴 대부분 처음 얼굴을 보는 사이인데 어색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거긴 했다.

         

       일단 한동훈은 목을 풀기 위해 헛기침을 한번 내뱉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올해 1학년 2반의 담임을 맡게 된 한동훈이라고 한다. 앞으로 2교시 동안 나랑 계속 함께 교실에 있으면 되고, 1교시는 모두가 예상하듯이 그걸 할 거야.”

         

         

       바로 입학날의 국룰이라고 할 수 있는 자기소개 시간.

         

       앞으로 1년 동안 함께 지낼 사이인데 적어도 서로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전에…….

         

         

       “아, 맞다. 우선 자기소개 시간을 갖기 전에 자리부터 바꿀까?”

         

         

       한동훈의 눈에는 현재 학생들의 자리 배치 상태가 상당히 마음에 안 들었다.

         

       처음에는 서로 어색해서 보통 같은 성별끼리 앉게 되는데 지금 1학년 2반이 딱 그런 성향을 띄고 있었다.

         

       근데 이왕 남녀공학에 합반을 추구하는 한빛예고에 입학했는데 아무래도 그건 조금 재미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지금 이대로라면 서로 어색해지는 기간만 더욱 늘어날 게 분명했다.

         

       그리고 담임교사 생활을 몇 년 동안 해온 한동훈은 이런 상황에서 가장 무난한 자리 배정 방법을 알고 있다.

         

         

       “앞자리부터 한번 번호순으로 차례대로 앉아보렴.”

         

         

         

       ***

         

         

         

       번호순으로 앉아라.

         

       한동훈 선생님의 그 불호령이 떨어지자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각자의 자리를 찾아갔다.

         

       여기서 성이 ‘서’ 씨인 나는 꽤나 뒷번호인 19번이었다.

         

       덕분에 1열의 가장 뒷자리인 창가 바로 옆을 먹을 수 있었다. 확실히 여기는 지리적(?)으로 상당히 괜찮은 곳이긴 하지.

         

       이제 남은 건 내 바로 옆자리에 앉게 될 사람이 누구냐였는데…….

         

         

       또각- 또각-

         

         

       때마침 누군가가 내 옆자리를 향해 걸어왔다.

         

       나는 자연스레 그쪽을 쳐다보았고, 속으로 헛웃음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

         

       생각해보면 그녀는 나랑 가장 가까운 ‘설’이라는 성을 가지고 있었다.

         

         

       “안녕?”

         

         

       그때 앞으로 최소 몇 달간은 내 짝꿍이 될 여학생.

         

       마치 새로운 인연을 반갑게 맞이하듯이…….

       

       설소영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먼저 인사를 건네왔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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