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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9

       

       

       

       

       학교에서 설소영은 보통 어떤 학생일까?

       

       모범생.

         

       그래. 이 한마디로 모든 게 설명이 가능하다.

         

       비록 잦은 촬영 때문에 학교에서 얼굴을 자주 비추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설소영은 모범생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용모 단정, 품행 우수, 성적 매우 우수, 심지어 교우 관계까지 원만.

         

       사실상 모범생의 필요조건을 다 갖추고 있으니 누구도 이에 대해 반박하기는 힘들겠지.

         

       하지만…….

         

         

       “…….”

         

         

       그런 설소영이 고개를 언제 책상에 처박을지도 모를 수준으로 위태롭게 졸고 있었다.

         

       물론 호들갑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건 나로서는 조금 상상하기 힘든 그림이었다.

         

       기본적으로 설소영은 어디든지 간에 자신의 흐트러진 모습을 남에게 절대 내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그녀 스스로가 자신의 위치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그런 것이고, 애초에 배우가 되기 전부터 계속 이어져 온 행동방식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아버지인 설한용은 국내 최고의 기업인 제일전자의 사장, 어머니인 이화영는 국내 최정상 특1급 호텔인 백제호텔을 운영하는 기업인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자녀인 설소영은 자연스레 언행에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원래 사소한 것 하나라도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곳이 바로 기업이라는 곳.

         

       특히 기업인 자제들의 언행에 관한 논란은 예로부터 계속 이어져 온 문제점 중 하나였다.

         

       태어날 때부터 원하는 건 뭐든지 다 가질 수 있고, 누구도 자신에게 대들지 못하는 것을 알기에 자연스레 오만해지고 거만해진다.

         

       매스컴 역시 이 점을 알고 있기에 이미 노련한 기업인들 대신 그들의 자제들을 노리는 것이다.

         

       하지만 설소영은 단, 한 번도 매스컴의 노림수에 걸린 적이 없다.

         

       심지어 그녀의 품행이 워낙 좋아 건드려봤자 아무것도 안 나오는 것쯤은 이미 매스컴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설소영은 부모님에게 피해를 주기 싫다는 이유로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자신의 언행에 최대한 주의를 기울인다.

         

       오죽하면 그녀의 아버지인 설한용이 ‘하고 싶은 말이나 행동이 있으면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해라.’라고 누누이 말할 정도로.

         

       어쨌든.

         

         

       ‘……신경 쓰이네.’

         

         

       생각해보면 지금 그녀가 위태롭게 졸고 있는 이유에는 어느 정도 내가 관여하고 있긴 한데…….

         

       솔직히 이 부분에 관해선 조금 억울한 입장이긴 하다.

         

       고작 평소보다 1시간 정도 일찍 잔 것 가지고 이 정도로 눈덩이가 크게 굴러갈 줄 내가 어떻게 알았겠는가?

         

       거기에다가 이렇게 같은 학교, 같은 반, 심지어 우연히 이름까지 가까워서 옆자리.

         

         

       “후…….”

         

         

       나는 오늘 하루 동안 들이닥친 상황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곁눈질로 설소영 쪽을 조심스럽게 쳐다봤다.

         

       그녀는 이제 맨정신을 유지하기도 힘든지 서서히 눈이 감기고 있었다. 또한, 불안하게 아까부터 이마와 책상과의 간격이 점점 좁혀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진짜 박겠는데.’

         

         

       만약 저 상태 그대로 책상에 이마를 박으면 어떻게 되려나.

         

       일단 아픈 건 고사하고 반 전체에 어그로가 끌리는 것은 확정……

         

         

       휘청-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순간적으로 그녀의 고개가 크게 한번 휘청였다.

         

       그리고 그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손이 뻗어져 있었고……

         

       어째서인지 내 손은 설소영의 이마를 받쳐주고 있었다.

         

         

       “…….”

         

         

       어… 음….

         

       그래.

         

       결과적으론 세이프는 세이프인데 그래서 지금 이 상황 어떻게 할 건데.

         

       당연히 내가 손으로 이마를 받쳐준 것을 느낀 설소영이 고개를 돌려 내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다만, 아직도 졸음에서 못 벗어났는지 눈이 반쯤 풀려있는 상태로.

         

       그녀의 색다른 모습을 보니 저절로 쓴 미소가 지어졌다.

         

         

       ‘어지간히도 피곤했나 보네…….’

         

         

       아마 나 때문에.

         

       일단 나는 설소영의 이마를 지탱한 채로 조심스럽게 책상 쪽으로 손을 내렸다.

         

       그리고 내 손등이 완전히 책상에 닿았을 때 살포시 그녀의 이마에서 손을 떼며 조용히 속삭였다.

         

         

       “그냥 자.”

       “……?”

         

         

       그녀는 지금 내 말이 이해가 잘 안 된다는 듯 힘겹게 눈을 몇 번 깜빡였다.

         

         

       “피곤하면 그냥 자도 돼. 내가 나중에 2교시 내용 대충 설명해줄게. 뭐… 선생님이 근처에 오시면 바로 깨우겠지만.”

       “…….”

         

         

       나름 내 말이 신뢰가 갔던 걸까…….

         

       설소영이 자신의 팔로 얼굴을 완전히 가리며 책상에 엎드린 자세를 취했다.

         

       이윽고, 아까와는 다르게 완전히 잠에 빠진 듯 일정한 숨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아마 저 상태면 누가 깨우지 않은 이상 이번 교시 안에 저 눈이 떠질 일은 없겠지.

         

       그녀의 상태를 확인한 나는 다시 칠판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무래도 지금부터 조금 집중해서 수업을 들어야 할 것 같았다.

         

       나중에 내 짝꿍에게 2교시 내용을 설명해주려면 일단 나부터 제대로 이해해야 설명이 가능할 테니까.

         

         

         

         

         

       탁- 타닥-

         

       칠판을 두드리는 경쾌한 분필 소리가 교실 안을 울린다.

         

       그저 고요하게.

         

       휘이이잉-

         

       이어서 창문을 통해 선선한 봄바람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봄바람은……

         

         

       “흐음…….”

         

         

       웬일로 수업을 열심히 듣고 있던 남학생과.

         

         

       “…….”

         

         

       생애 처음으로.

         

       남에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던 여학생에게까지 닿는다.

         

       그렇게 여학생의 긴 머리카락이 바람 때문에 살랑살랑 흔들리기 시작했고, 머리카락 탓에 가려져 있었던 그녀의 입가가 아주 잠깐 겉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미소.

         

       어째서인지 얕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어쩌면 그 미소가 오랜만에 좋은 꿈을 꾸고 있었기에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은연중에 들려오던 남학생의 목소리가 어느샌가 그녀의 마음을 안정시켰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건.

         

       여학생은 무의식 속에서 이번 2교시의 시간이……

         

       조금은 천천히 흘러가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

         

         

         

       설소영은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

         

         

       그곳에는 너무나도 익숙한 천장이 있었다.

         

       이것은 모든 일과를 무사히 끝내고 침대에 몸을 던진 설소영이 항상 보는 광경이었다.

         

       문뜩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던 설소영은 현재 자신의 상태가 조금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전날 밤을 새웠고, 심지어 오늘이 입학 날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침대에 몸을 던진 순간 곧바로 잠에 빠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었다.

         

       그래. 이건 아마도…….

         

         

       “그때… 수면을 조금 채웠던 덕분인가.”

         

         

       설소영은 오늘 오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솔직히 머리로는 계속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에게서 문자를 받은 순간 피곤 따위는 순식간에 싹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으니까.

         

       하지만 정신은 멀쩡하다고 생각해도 몸은 한계였던 것 같았다.

         

       특히나 2교시는 지옥이었다.

         

       한번 눈을 감았다가 뜨면 15초가 지나 있고, 어떨 때는 또 1분이 지나 있었다.

         

       최대한 졸음을 참아보려고 노력했는데도 불구하고 눈꺼풀은 점점 무거워져만 갔고 의식은 점점 흐려졌다.

         

       그리고 결국 한계에 도달했을 때, 어째서인지 이마에서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오늘 처음 마주하게 된, 자신의 짝꿍이 된 남학생이 책상에 머리를 박지 않도록 머리를 받쳐주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그때의 설소영은 여전히 의식이 흐린 상태였다.

         

       자신을 도와준 남학생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그런 설소영이 그 상황에서 겨우 기억하고 있는 것은 오직 하나.

         

         

       [그냥 자.]

         

         

       바로 목소리.

         

       무의식 속에서 들은 남학생의 목소리는…….

         

       뭔가 안심이 되고, 어딘가 그립게 느껴지는 그런 목소리였다.

         

       마치 그날 자신의 배우 인생을 책임져 주겠다고 말했던 그 사람의 목소리처럼.

         

       그렇기에 설소영은 그 남학생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 인사를 주고받았을 때의 그 ‘평범함’도 그렇고, 수상할 정도로 생일까지 그 사람의 이름과 똑같은 9월 27일.

         

       그리고 결정적으로 비슷한 느낌을 주는 목소리까지…….

         

       처음에 느꼈던 위화감은 점점 사라지고 어느덧 그것은 확신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어쩌면 서은우가 927 작가일지도 모른다.

         

       이미 설소영의 머릿속은 이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여기서 문제는 목소리가 조금 다르다는 부분을 어떻게 설명하느냐인데…….

         

       의외로 설소영은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빠르게 생각해냈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에 그에게서 불현듯 걸려온 통화.

         

       그때 자신의 나이는 15살이었다.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그때 서은우의 나이도 15살이라는 소리.

         

       기본적으로 그 나이 때의 남자아이에게는 흔히 이런 2차 성징이 나타난다.

         

         

       “……변성기.”

         

         

       그래. 이거라면 2년 안에 목소리가 바뀐 이유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해.”

         

         

       서은우가 927 작가가 맞다는 확실한 증거가 조금 더 필요했다.

         

       마침 자리도 신이 내려준 운명처럼 옆자리이니까 뭐…….

       

       일단 당분간은 이 점을 최대한 활용해 그를 좀 더 유심히 지켜볼 생각이었다.

         

       그렇게 생각의 정리를 마친 설소영은 휴대폰 화면의 무언가를 터치하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근데 괜찮아요. 소영 씨에겐 그게 당연한 거예요.]

         

         

       이윽고, 그녀의 휴대폰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천천히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네. 그러니까 제가 다 책임질게요. 소영 씨의 인생을요.]

         

         

       그렇다.

         

       이것은 분명 2년 전에 그녀가 927 작가와 나누었던 통화의 녹음본.

         

       평소에도 자주 그래왔다는 듯이……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것 같은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설소영은 편안하게 잠에 들었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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