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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2

       

       

       

       

       세계에는 부자, 흔히 부호(富豪)들이라 불리는 인물들이 있다.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특히 아시아에선 일본의 거물인 쿠사카베 쿠레아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그런 부호들 중에서도 규격 외를 달리는 존재가 한 명 있었다. 그 양이 너무나도 많아 포브스지가 재산집계를 포기했을 정도고, 정작 본인조차도 재산이 얼마나 있는지 모를 정도.

         

       그리고 그 주인공이 바로 사우디의 왕족이자 그곳의 왕위를 계승할 자.

         

       무하마드 왕자였다.

         

         

       “미치겠군…….”

         

         

       927 작가의 공식 은퇴가 발표된 바로 당일.

         

       가뜩이나 927 작가의 은퇴 건으로 한국 전체가 정신이 없는데 거기에 추가로 불을 지필 인물이 갑작스레 방한을 요청해왔다.

         

       그것도 무려 세계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인물인 무함마드 왕세자가.

         

       주한 사우디 대사로부터 방한 요청을 받은 청와대는 당연히 시끌벅적해질 수밖에 없었다. 사우디 왕가의 계승자라고 불리는 그의 이름은 언급 자체만으로 국내 인사들을 긴장시키기 충분했다.

         

       그리고 무함마드 왕세자가 방한(訪韓)한다는 초특급 소식은 금세 매스컴까지 퍼지게 되었다.

         

       그 때문에 세간에선 무함마드 왕세자의 방한에 대해 다양한 추측이 튀어나왔다.

         

       사람들은 언제나 그래 왔듯이 주로 긍정적인 쪽으로만 이유를 생각했는데 사우디와 한국의 본격적인 무역 체계 확립을 시작해서 단순한 관광목적까지 갖가지 희망적인 추측들이 난무하는 중이었다.

         

         

       “부디 그중에서 하나였으면 좋을 텐데…….”

         

         

       한편 청와대에서도 처음 방한 요청을 받았을 때 이런 유의 긍정적인 추측을 하였다.

         

       하지만…….

         

         

       927 작가와의 만남.

         

         

       -이것이 왕세자 전하의 방한 목적입니다. 그러니 서로를 위해서라도 최대한 협조 부탁하겠습니다.

         

         

       주한 사우디 대사의 이 간단한 한 마디로 모든 논란을 순식간에 잠재웠다.

         

       동시에 그의 방한 목적을 들은 현 한국의 23대 대통령.

         

         

       “그분이 이 만남을 허락한다면 제가 끼어들 여지가 없겠지요.”

         

         

       최도진은 어쩔 수 없이 형식상의 대답을 입 밖으로 내뱉었지만, 이미 그의 머릿속에는 최악의 가정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무함마드 왕세자는 지금껏 얻고자 하는 것을 단, 한 번도 놓쳐본 적 없는 무서운 집념을 지닌 사내였기에…….

         

         

       한편.

         

         

       “야, 서은우. 이번에는 진짜 X된 것 같다.”

       “아오. 어제도 그러더니 오늘도 또 호들갑이냐?”

         

         

       아버지 찬스를 통해 무함마드 왕세자의 방한 목적을 듣게 된 차무식은 자신의 불알친구인 서은우에게만 몰래 이 소식을 전했다.

         

       솔직히 차무식은 927 작가의 은퇴 소식을 들었을 때는 가히 패닉을 받을 정도로 엄청난 충격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충격보다는 걱정이 더 앞섰다.

         

       그도 그럴 것이 상대가 무려 사우디의 왕자다.

         

       암살, 독살, 납치 등등 세계에서 사우디의 왕가만큼 살벌하기로 유명한 곳은 그리 흔치 않다. 하지만 그곳에서 다른 후보들을 제치고 왕위 계승을 간단하게 확정 지은 유능한 인물이 바로 무함마드 왕자다.

         

       특히 그는 그것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앞길을 막는 친척, 혈육까지 냉혹하게 배제했다. 어찌 보면 원하는 것을 절대로 놓치기 싫어하는 성정을 지닌 그에게는 당연한 행위이자 본능에 가까웠다.

         

         

       “그래서 결론이 뭔데?”

       “뭐긴 뭐야. 무함마드 왕세자랑 927 작가가 만나는 그 순간 바로 게임 오버라는 뜻이지.”

         

         

       앞서 설명했듯이 지금까지 무함마드 왕세자는 원하는 모든 것을 얻어왔다. 그것이 값비싼 미술품이나 물건, 동물, 심지어 사람까지도.

         

       그런 무함마드 왕자가 이번에는 927 작가와의 대면을 콕 집어서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꼬맹이가 와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근데 사우디의 후계자쯤이나 되는 사람이 927 작가를 원하는 이유가 뭔데? 그 정도로 돈 많은 사람이 취미 생활로 드라마를 볼 리도 없고.”

       “이건 또 뭔 개소리냐. 너 설마 927 작가님이 만든 드라마가 전 세계에서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정확하게 모르는 거야?”

         

         

       드라마가 서민 취미라는 얘기는 927 작가의 등장으로 이미 옛말이다. 물론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여럿 있겠지만, 적어도 그런 사람들도 챙겨보는 것이 바로 927 작가의 작품이었다.

         

         

       “하긴… 어지간히도 미디어콘텐츠의 수준이 낮은 세상이었으니까 진짜 그럴 수도 있겠네. 시발.”

         

         

       억지로 현실을 수긍하는 것 같았지만, 갑자기 거친 욕을 내뱉기 시작한 서은우.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친구의 모습에 차무식은 무덤덤하게 이어서 말했다.

         

         

       “어쨌든 시기가 너무 안 좋아. 하필 927 작가의 은퇴랑 방한 시기를 겹친 것부터 대놓고 의도를 보인 거지 뭐.”

       “그럼 927 작가가 은퇴만 안 했어도 이 사단은 안 났겠네?”

       “야, 그래도 그분의 잘못은 절대 아니지.”

         

         

       순간 차무식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진다.

         

       927 작가의 은퇴 사유는 개인적인 사정이 아니라 국민들의 지나친 언행과 관심 때문이었으니까.

         

       차무식 역시 속으로 자신이 그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뭐, 너가 그 정도로 많이 관여한 것 같진 않은데…….”

         

         

       그때 차무식의 우울한 표정을 보고 있던 서은우가 피식 웃었다.

         

         

       “하긴, 927 작가보고 감금해서 글만 쓰고 싶게 하고 싶다라는 글은 커뮤니티에 적은 건 조금 선을 넘긴 했지.”

       “끄응… 그 부분에 대해선 충분히 반성하고 있다고!”

       “그래. 표정을 보니까 대충 알겠네.”

         

         

       솔직히 서은우의 입장에선 차무식이 한 짓은 선녀의 범주에 들어갔다.

         

       근데 그런 놈도 이렇게 자신의 행동을 깊이 반성하고 있었고, 사실 다른 사람들의 반응도 차무식보다 더 하면 더했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서은우는 이틀 동안 삽시간으로 달라지는 커뮤니티와 SNS의 반응을 보며 문뜩 분노의 5단계라는 표현이 떠올랐다.

         

         

       처음에는 부정.

         

         

       [한창 잘 나가고 있는데 927 작가가 은퇴를 왜 하겠음? 개소리 ㄴㄴ]

         

         

       다음은 분노.

         

         

       [아니 시바 진짜 이렇게 하루아침에 갑자기 은퇴했다고? 하, 진짜 직업 정신없네. 그리고 스튜디오엔믹스는 도대체 뭐한 거냐?]

         

         

       이어지는 타협.

         

         

       [그래. 확실히 사람들 반응이 조금 과하긴 했음. 나 같아도 진지하게 은퇴를 고려했을 듯.]

         

         

       타협을 거쳤다면 그다음은 깊은 우울증이 찾아오고.

         

         

       [근데 이제 진짜 무슨 낙으로 사냐. 이제 티비만 봐도 눈물이 주륵 흐른다……]

       [시바 걍 다 같이 사죄의 의미로 대가리 박자. 이대로 927 작가 영구 은퇴하면 진짜 자살 마려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수용의 단계를 거치며 끝이 난다.

         

         

       “아 잠깐만! 생각해보니까 927 작가 쪽에서 무함마드 왕자와의 대면을 거절할지도? 애초에 그분은 신비주의에 대외선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한 번도 없으니까 천하의 사우디 후계자가 대면을 요청해도 가볍게 거절하시겠지? 그래 괜한 걱정일 거야. 하하하.”

         

         

       그리고 혼잣말로 무서울 정도의 속사포를 내뱉고 있는 차무식을 보며 서은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얘는 왜 갑자기 또 부정의 단계에 들어서고 지랄이야? 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어쨌든.

         

         

       “무함마드 왕자인가…….”

         

         

       서은우 역시 어제 유연정에게서 연락을 받아 무함마드 왕세자와의 면담에 관해 고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면담을 할지 말지는 오로지 자신의 자유.

         

       개인적으로 이 건에 관해선 서은우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앞서 차무식이 설명한 것처럼 그런 거물이 자신을 만나고 싶다는 이유로 직접 방한까지 해왔는데 일단 마중 정도는 나가 주는 것이 예의 아니겠는가?

         

       솔직히 그가 어떤 얘기를 할지 궁금하기도 하고…….

         

         

       “무식아 정말 안타깝지만 너무 희망적이다. 아마 927 작가도 오일머니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지 않을까?”

       “아니 이 새끼가? 너는 우리나라의 보물이 사우디 왕자의 손에 놀아나는 꼴을 보고 싶냐?”

         

         

       쓰으읍…….

         

       진짜 바로 부정에서 분노로 넘어가 버리네.

         

       그럼 이제 다음은 타협인가?

         

       그렇게 서은우가 즐거운 표정으로 학교에서 차무식과의 대화를 이어가고 있을 무렵…….

         

         

       “셰익스피어,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피디아스…”

         

         

       전용기에 탑승하고 있던 무함마드 왕자가 혼잣말로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그가 언급하고 있는 인물들은 모두 인류 역사에 영향을 준, 말 그대로 세기의 천재들.

         

       다만 이들에겐 하나같이 똑같은 공통점이 있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

         

         

       무함마드 왕자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미 과거에 죽음을 맞이한 그들과는 아무런 대화조차도 나눌 수 없다. 그리고 그 사실을 무함마드 왕자는 안타깝게 생각했다.

       

       세기의 천재들의 옆에는 언제나 함께 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의 업적을 기록되었고, 널리 퍼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한 이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표현했다.

         

       세기의 천재의 옆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세상이 달라 보이고, 모든 게 즐겁다고.

         

       무함마드 왕자는 그것이 어떤 느낌일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하지만 현세기에는 세상에 영향을 줄 만한, 세기의 천재라고 불릴만한 대표적인 인물이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무함마드 왕자는 그 사실에 약간의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운이 나쁘게도.

         

       이대로라면 자신이 살아있는 시간 안에 세기의 천재라고 불리는 인물을 마주하지도 못하겠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현재 세상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한 천재가 불현듯 나타났다.

         

       드라마라는 문화생활을 아예 처음 접한 이에게도 충격과 재미를 주고 어느샌가 빠져들게 만드는 새로운 분야의 천재.

         

       

       “927 작가라…….”

       “왕세자시여. 이제 곧 한국입니다.”

         

         

       무함마드 왕자는 설레는 기분을 느끼며 얕은 미소를 지었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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