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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6

       이다혜.

         

       명실상부 현재 한국에서 가장 핫한 여자 아이돌 그룹인 ‘홍련’의 센터.

         

       927 작가와 JYB가 함께한 플라이 하이의 주연 역으로 출연해 단숨에 인지도 상승.

         

       그 기세를 몰아 데뷔까지 이어나가며 고등학교를 입학한 지금도 승승장구를 이어나고 있었다.

         

       특히 특유의 밝은 에너지와 눈에 띄는 이색적인 외모 덕에 10대, 20대 가릴 것 없이 많은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그녀.

         

       당연히 학교에서도 그 인기는 상당했다.

         

       오죽하면 학기 초가 시작되고 한주밖에 지나지 않은 이 시점부터 벌써 고백만 2번 받았을 정도로.

         

         

       “그래서? 이번에는 무슨 이유로 고백받았는데?”

       “저번이랑 비슷해. 얼굴이 예쁘고 춤을 잘 추는 게 매력적이라 뭐라나. 쩝… 그래도 나 나름 아이돌인데 그렇게 접근하기가 쉬운 느낌인가?”

       “적어도 거절당했을 때 심한 말은 안 돌아올 것 같으니까 그런 거겠지. 대답은 어떻게 했어?”

       “뻔하지 뭐. 아이돌 방패.”

         

         

       아이돌에겐 6대 금지 조항이 있다.

         

       술, 담배, 클럽, 운전, 성형, 마지막으로 연애.

         

       이것은 모두 계약서에도 적힌 조항인데 JYB의 경우에는 정말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연애 금지 기간이 데뷔 연도 기준으로 3년이다.

         

       사실 이것마저도 원래 5년이었는데 아무도 안 지키니까 어쩔 수 없이 줄인 거라고 백준영 대표님이 하소연하신 기억이 난다.

         

       어쨌든.

         

       곤란하다는 느낌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는 이다혜. 그러곤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는 설소영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생각해보면 이쪽도 현재 927 작가와 더불어 가장 인기가 많은 여배우 아닌가? 당연히 같은 나잇대의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고, 심지어 이쪽도 얼마 전에 한 번 고백을 받았긴 했다.

         

       물론 설소영의 한마디로 시원하게 상황은 종결되었다. 그 한마디로 더는 그녀에게 수상한 낌새를 보이는 남학생도 없어졌고.

         

       이다혜는 눈앞의 친구가 무슨 말을 했는지 떠올렸다. 아마 듣기론…….

         

         

       -만약 선배가 927 작가님과 비슷한 수준의 대본을 만들고, 저를 그곳에 출연시켜준다면 한번 고려만 해볼게요.

         

         

       학생의 레벨에서 무려 927 작가 수준을 원하다니…… 이건 누가 들어도 그냥 거절의 의사였다. 그리고 마지막에 ‘고려만’ 해본다는 말 역시 상대방에겐 결정타였다. 사실상 그 난관을 뚫어도 딱히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것 같다는 의미를 간접적으로 전한 것이다.

         

       다만, 거절의 의미가 가득 담긴 이 대답을 조금 다른 의미로 생각해본다면 제법 재밌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건 그만큼 현재 설소영의 이상형이 확고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말이기도 했으니까.

         

       애초에 몇 전부터 설소영과 알고 지낸 이다혜는 그녀가 927 작가를 생각하는 마음이 얼마나 깊은지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이다혜는 더욱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최근 설소영은 한 남학생에게 수상할 정도로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그것도 남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맨 뒷자리와 옆자리라는 메리트를 이용해서 은밀하게…….

         

       이다혜가 이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하게 그녀 역시 그 남학생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친구에게 그 이유를 물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최대한 조심스럽게.

         

         

       “서은우. 혹시 걔가 927 작가님이랑 무슨 연관이라도 있는 거야?”

       “음? 그건 갑자기 왜?”

       “아니… 그냥 최근 둘이 부쩍 친해진 것 같아서. 혹시 이유가 있나 싶어서 물어봤지.”

         

         

       이다혜의 물음에 설소영은 무언가 고민했다.

         

       그리고 잠시 뒤.

         

         

       “나는……”

         

         

       고민을 마친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뭔가 그 아이가 계속 927 작가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서은우가 927 작가 같다고?!”

         

         

       이다혜의 입장에선 놀랄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그녀가 생각하고 있는 서은우의 정체는 백준영 대표가 자신 있게 선언한 JYB의 후계자.

         

       그런데 갑자기 JYB의 후계자가 927 작가다?

         

       당연히 이다혜는 친구의 직감이 빗나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만약에…….

         

         

       “그래서 기회가 온다면 직접 확인해보려고. 그 아이가 927 작가인지 아닌지를.”

         

         

       정말 만약에 설소영이 말한 남학생이 927 작가라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 걸까?

         

         

       “…….”

         

         

       순간 이다혜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진다.

         

       그녀가 상상하고 있는 미래는 적어도 자신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무거운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지금은 일단 생각으로만 그치기로 했다.

         

       그저 친구의 예상이 빗나가기를 비는 수밖에.

         

       조금은.

         

       ……치사한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

         

         

         

       현재 한빛예고에는 다양한 동아리가 있으며, 동아리 가입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긴 하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대부분 동아리에 가입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대표적으로 수요일의 오후 수업 교시가 모조리 동아리 활동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동아리에 참가하지 않은 학생에겐 그 시간이 모조리 개인 자습 시간이 주어지긴 한다. 다만 남들은 신 나게 동아리 활동을 하러 가는데 교실에 남아 쓸쓸히 앉아있기는 여간 외로운 일이 아니다.

         

       또한, 동아리 활동을 통한 이득적인 부분 역시 상당히 많았다.

         

       선후배와 인맥을 쌓을 수 있다는 메리트는 기본이고.

       

       더욱 나아가 실적을 많이 쌓고 활동을 열심히 한 4개의 동아리와, 학생들의 인기투표 결과 1등을 차지한 동아리에게 축제 무대를 추가로 설 특별한 기회까지 제공했다.

         

       매년 다양한 연예 기획사의 관계자들이 찾아와서 무대에 선 학생들을 캐스팅하는 것으로 유명한 한빛예고의 축제. 이러한 과정은 어떤 학생에겐 기회의 무대이자, 말 그대로 목표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예고 특성상 미래의 연예인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매우 많다.

         

       그렇기에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한 것으로 기회를 얻어 축제의 무대에 한 번이라도 더 올라가, 관계자들에게 얼굴도장을 각인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했다.

         

       오죽하면 동아리의 구분을 축제 무대에 설 목적으로 이루어진 동아리와 단순 취미로 만든 동아리로 나눌 정도로.

         

         

       “흠… 그렇게 따지면 자네가 나한테 제시한 동아리 창설 계획서는 단순 취미 쪽이 더 맞겠군.”

       “근데 나름 괜찮은 동아리죠?”

         

         

       한빛예고의 이사장, 송하율의 앞에 선 박하준이 세상 태평한 얼굴로 씨익 웃는다.

         

       이에 송하율은 한숨을 내쉬며 되물었다.

         

         

       “……작년에는 워낙 활동 때문에 바빠서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래서 이번 연도는 동아리 활동이나 하면서 조금 쉬어가려고요.”

         

       

       조금 당연한 소리지만, 박하준은 작년에 927 작가의 작품인 ‘이태원 레볼루션’의 촬영과 바쁜 연예 활동 때문에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딱히 흥미가 끌리는 작품에서 캐스팅 제안이 오는 것도 아니고…….”

         

         

       박하준이 약간 씁쓸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927 작가의 작품에 주인공 역으로 출연하고 뛰어난 연기력을 인정받아, 그 해에 청상예술대상 남자 부문 최우수연기상을 받게 된 박하준.

         

       고작 한 해 만에 인지도가 급상승한 박하준은 영화든 드라마든 다양한 작품의 캐스팅 제안을 받긴 했다. 물론 앞서 말했던 것처럼 제안을 받은 작품마다 딱히 흥미를 못 느껴 거절하였지만.

         

       더군다나 그의 우상이자 내심 소식을 기다리고 있던 927 작가는 대중들의 지나친 관심으로 인해 불현듯 은퇴. 그 때문에 박하준은 뭔가 갑자기 열정이 팍- 하고 식는 기분까지 들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그가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최고의 작품을 선사하고 은퇴한 927 작가. 그의 은퇴 소식을 접한 박하준은 무언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떠오르는 방법이 한빛예고의 동아리 활동이었고, 박하준은 조금 다른 의미를 지닌 응원의 메시지를 927 작가에게 전할 생각이었다.

         

       송하율은 다시 그가 건넨 동아리 창설 계획서를 살펴봤다.

         

         

       ——-

         

         

       동아리 이름: 연극·영화부

         

       창립 목적: 927 작가님이 다시 복귀하고 싶게 만들 정도로 가슴이 뜨거워지는 연극이나 영화를 촬영해보자!

         

       인원(최소 인원 4명) : 2학년 박하준(부장),

         

         

       ——-

         

         

         

       “근데 왜 굳이 연극·영화부지?”

       “뭐… 아직 둘 중에 뭐로 할지 제대로 방향성을 못 잡아서요. 그리고 이사장님도 아시다시피 연극부는 이미 떡하고 자리를 잡고 있잖아요. 하하. 아무래도 이름이 겹치는 건 조금 그래서…….”

       “그럼 자네가 연극부에 입부하면 그만 아닌가. 자네 정도라면 연극부에서 두 팔 벌리고 환영할 수준의 인재일 텐데.”

         

         

       한빛예고의 연극부는 매년 축제 무대에 단골로 오를 정도로 이미 인기 동아리다.

         

       심지어 그런 연극부에서 얼마 전에 박하준에게 입부 제안을 한 적도 있다.

         

       물론 박하준은 그 제안을 단호히 거절했다.

         

         

       “아시잖아요. 거기 차장이 그 친구인걸.”

       “……2학년의 강예린 학생을 말하는 건가.”

         

         

       강예린.

         

       현 영상제작과의 2학년인 강예린은 한빛예고에선 나름 유명한 여학생이었다.

         

       927 작가의 혜성 같은 등장으로 전국에는 수많은 작가 꿈나무가 탄생하게 되었고, 작년에 입학한 강예린 역시 그중에서 한 명이었다.

         

       물론 강예린은 그런 꿈나무 중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뛰어난 학생이었다.

         

       성적은 영상제작과 기준으로 항상 1등을 차지했기에 두말할 필요가 없었고, 작년 연극부의 축제 무대가 그녀 덕분에 굉장한 호평을 얻어냈다.

         

       연극부는 크게 연기자와 대본 팀으로 나뉘게 되는데, 작년 강예린은 1학년인데도 불구하고 대본 팀의 메인으로 활동해 축제 무대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그렇기에 이번 해에 부장 자리 바로 다음인 차장 자리를 얻어냈고, 아마 이번에는 더욱더 그녀를 중심으로 연극부의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질 예정이었다.

         

       물론, 박하준이 그녀를 꺼림칙하게 느끼는 이유는 별거 없었다.

         

       단순하게 성격이 조금 맞지 않아서였다.

         

         

       “확실히 강예린 학생은 자기만의 고집과 자존감이 남다른 친구지. 아마 자네랑은 물과 기름과도 같은 관계겠군.”

       “그래서 그런지 저랑 의견이 별로 안 맞더라고요.”

         

         

       강예린의 얼굴을 떠올린 박하준은 갑자기 질린 표정을 지었다.

         

       실제로 박하준에게 자신 있게 연극부의 입부 제안을 한 것도 강예린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약간의 말다툼이 있었고, 그 때문에 박하준은 연극부의 입부 제안을 거절하게 되었다.

         

         

       “어쨌든 저를 포함한 부원 4명만 채워오면 창설되는 거죠?”

       “그래. 딱히 문제는 없다. 굳이 문제를 꼽자면 창설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 보인다는 거지. 연극이든 영화든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네가 927 작가를 움직일만한 대본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네! 그건 당연하죠.”

       “……?”

         

         

       너무나도 해맑은 박하준의 대답에 송하율은 차마 할 말을 잃었다.

         

       이윽고,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송하율에게 박하준은 여전히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그래서 말인데요. 혹시 1학년 영상제작과 학생 중에 여러 의미로 재밌는 학생은 없어요?”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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