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67

       

       

       

       

       동아리 창설 건으로 박하준과 잠깐의 면담을 끝마치고.

         

         

       “재밌는 학생이라…….”

         

         

       송하율은 영상제작과의 어떤 학생 떠올렸다.

         

       그녀는 조금 전, 박하준의 물음에 다만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떠오르는 학생이 한 명 있긴 한데…… 말로만 해서는 자네도 납득하기 힘들겠지. 그러니 한동훈 교사를 찾아가 보게. 자네가 혹할만한 좋은 자료가 그에게 있을지도 모르니.

         

         

       송하율의 그 말을 들은 박하준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곧장 이사장실을 뛰쳐나갔다.

         

       그렇게 다시 조용해진 방안에 홀로 남게 된 송하율. 그녀는 아까부터 계속 흥미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현재 927 작가의 은퇴는 많은 이들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었다.

         

       그에게 압박을 가한 것이 이렇게 돌아올 줄 몰랐던 국민들은 후회를, 그리고 그의 자리를 이어나가기 위한 꿈나무들의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테지.

         

       또, 누군가는 927 작가의 복귀를 바라며 박하준처럼 행동할지도 모른다.

         

       솔직히 천하의 박하준이 이번 연도의 배우 활동을 쉬어간다고 선언한 것부터가 이미 진심이다.

         

       송하율은 그런 그의 행동이 조금 무모해 보이긴 했지만, 틀렸다곤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장 정답에 가깝지 않을까.

         

       혹시 또 모르는 일이다.

         

       막연하게 돌아와 달라는 말을 백번 하는 것보단 진심이 담긴 행동 한 번으로 보여주는 것이 더욱 그의 마음에 와 닿을지도 모르지.

         

         

       “그렇지 않나? 서은우 학생.”

         

         

       한편.

         

       박하준은 송하율의 말에 따라 다급히 한동훈 교사를 찾아갔다. 그리고 동아리 건으로 사정을 설명하자 한동훈이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진짜 그것 때문에 이사장님이 나를 찾아가라고 했다고?”

       “네! 한쌤을 찾아가면 분명 모든 게 다 해결될 거라고 하셔서요!”

       “후… 미치겠네.”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는 박하준.

         

       그것을 바라보는 한동훈의 입장에선 거의 뭐 시한폭탄을 이사장으로부터 떠맡긴 기분이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떤 학생을 찾고 있는데?”

       “음… 대본이나 시나리오 같은 걸 기가 막히게 잘 쓰는 1학년?”

       “오, 그래?”

         

         

       하지만 의외로 쉽게 얘기가 풀릴 것 같았기에 한동훈은 곧바로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박하준은 그런 한동훈의 반응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 전, 송하율 이사장님도 그렇고 눈앞의 한동훈 선생님도 그렇고 마치 같은 학생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마침 딱 떠오르는 남학생이 내가 담임으로 있는 반에 있긴 하지.”

       “진짜요?”

       “그래. 근데 그 학생의 자료를 보여주고 싶어도, 아직 학기 초여서 입시 시험 때 썼던 것밖에 없거든. 그래도 그걸 너한테 보여주려면 일단 당사자에게 동의를 얻어야 할 것 같아서.”

         

         

       한동훈은 내일 다시 소식을 전해준다는 말과 함께 박하준을 교무실에서 내보냈다.

         

       그가 박하준에게 순수하게 협조하는 이유는 단순히 조금 궁금해져서였다.

         

       입시 시험 때, 그 학생의 이야기 구성을 시험지를 본다면 과연 박하준은 어떻게 반응할까?

         

       박하준은 무려 저 어린 나이에 청상예술대상 남자 부문 최우수연기상을 받은 재능 넘치는 아이다. 그만큼 이미 다양한 작품을 훌륭하게 소화해냈고, 심지어 927 작가의 작품도 출연한 경험이 있다.

         

       그러니.

         

       아마 자신과 마찬가지로 그 학생의 진가를 제대로 알아볼 것 같았다.

         

         

         

       ***

         

         

         

       “방금 보니까 선배들한테 동아리 입부 제안을 받은 것 같은데. 실화임?”

         

         

       청소 시간.

         

       문뜩 내 옆에 서 있던 차무식이 물었다.

         

       녀석의 말대로 입부 제안이 몇 개 오긴 했다. 물론 갑자기 뜬금없이 운동부 쪽에서…….

         

       아마 배구부랑 농구부 쪽이었던가?

         

       당연히 그쪽으론 전혀 관심이 없어서 정중하게 거절하긴 했다.

         

         

       “그나저나 다들 난리네. 동아리 때문에 선배들이 우리의 입시 시험 자료까지 요구할 줄이야…….”

         

         

       멍하니 허공을 쓸고 있던 차무식이 질린 표정을 지었다.

         

       녀석이 말했던 입시 시험 자료의 요구는 전공 시간 때, 한동훈 선생님의 입에서 나온 얘기였다.

         

       이름 모를 선배에게 자신의 자료를 보여주기 싫은 사람이 있으면 당당하게 손을 들라고 한동훈 선생님이 말했지만, 어째서인지 영상제작과의 학생 중에선 그 누구도 손을 들지 않았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군중 심리가 작용한 것 같은데 나는 딱히 상관없었다. 딱히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운, 그런 꺼림칙한 내용을 적은 것도 아니니까.

         

       어쨌든.

         

         

       “동아리인가…….”

         

         

       현재 한빛예고는 동아리 입부 경쟁은 치열하다 못해 불타는 수준이다.

         

       당연히 기존에 있던 동아리의 입장에선 성격 좋고 능력 좋은 학생들을 위주로 뽑고 싶을 거고, 신입생들은 아무래도 인기 있는 동아리에 들어가고 싶겠지.

         

       그때 차무식이 다시 내게 말을 걸었다.

         

         

       “그래서 동아리 활동할 거임?”

       “잘 모르겠어. 너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데?”

       “인맥 쪽을 쌓으려면 축제 무대 쪽을 노리는 동아리가 맞긴 하지. 흠… 근데 딱히 재미가 없어 보여서.”

         

         

       쓰으읍.

       이놈은 진짜 학교를 즐기려고 왔나 보네.

       하긴, 애초부터 그럴 목적으로 한빛예고에 왔으니까 뭐…….

         

         

       “어쨌든 서은우. 동아리 신청까지 앞으로 일주일 남았으니 잘 좀 부탁한다.”

       “음? 갑자기 왜 나한테 부탁하는데?”

       “그냥 너 따라가려고. 아마 그게 제일 재밌을 듯?”

       “그럼 나 곧바로 운동부에 신청서 박을 건데 감당 가능하겠냐?”

       “허허. 이왕이면 운동 열심히 하시고, 나는 다른 좋은 곳 좀 알아보마.”

         

         

       녀석이 곤란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당연히 농담이었기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뭐… 녀석의 말대로 앞으로 일주일이나 남았으니 동아리 건은 천천히 고민해 봐도 상관없겠지.

         

       하지만 그때의 나는 몰랐다

         

         

       “안녕? 너가 서은우지?”

         

         

       다음날.

         

       아침부터 다짜고짜 교실에 엄청난 불청객이 찾아올 줄은. 그리고 그 이유가 한동훈 선생님이 우리에게 동의를 구한 입시 시험의 자료 때문일 줄은.

         

         

       “나는 2학년의 박하준. 앞으로 잘 부탁한다!”

         

         

       눈앞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박하준을 보니까 차마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

         

         

         

       박하준이 서은우가 속해있는 1학년 2반을 침공하기까지 약, 20분 전.

         

       그는 한동훈과의 약속대로 등교하자마자 교무실에 방문했다.

         

       그리고 한동훈에게서 어떠한 종이를 받게 되는데…….

         

         

       “이게 그 서은우라는 학생의 입시 시험지에요?”

       “그래. 한 번만 읽어 보면 내가 왜 그 학생을 눈여겨보고 있는지 바로 알 수 있을 거다.”

         

         

       한동훈이 자신 있게 건넨 시험지를 유심하게 읽어 보는 박하준.

         

       눈빛만 봐도 얼마나 집중해서 읽고 있는지 여기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 상태로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고 나서야 박하준이 무거운 한숨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시험지에 적힌 이야기 구성의 내용을 다 읽은 모양이었다.

         

       한동훈은 여운에 잔뜩 빠져있는 박하준에게 추가로 덧붙여서 그때의 상황을 설명해줬다.

         

         

       “참고로 그거 30분 만에 창작된 내용이다.”

       “이, 이걸 고작 30분 만에 창작했다고요?!”

         

         

       박하준의 반응은 한동훈의 예상대로였다. 그래. 놀라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거겠지.

         

       저렇게 심도 있고 수준 높은 몰입력을 선사해주는 이야기를 쓴다는 것 자체가 학생 수준의 레벨에서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것도 몇 날 며칠을 이어서 적은 것도 아닌 고작 30분.

         

       몸을 떨며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는 박하준의 모습을 보니 괜히 이쪽이 다 뿌듯해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얘 분명 1학년 2반이라고 했죠?”

       “그렇지? 음……?”

         

         

       이야기 구성의 내용이 어땠는지 감상평을 물어보고 싶었는데, 박하준은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교무실을 다급히 뛰쳐나갔다.

         

       그리고 그런 박하준이 향한 곳은 당연히 1학년 2반의 교실.

         

         

       드르륵-

         

         

       문을 열고 2학년의 인기 스타인 박하준이 등장하자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곳으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그의 목표인 서은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렇게 둘은 자연스럽게 시선을 마주치게 됐는데…….

         

         

       “……?”

         

         

       어째서인지 박하준은 서은우가 앉아있는 책상 쪽으로 점점 다가갔다.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서은우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고, 이윽고 서은우의 앞에 다가선 박하준은 자기소개와 함께 귓속말로 이렇게 말했다.

         

         

       “너 나랑 동아리 활동같이 안 할래?”

         

         

       박하준의 은밀한 귓속말을 들은 서은우는 ‘이건 또 뭔 신박한 개소리지?’라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그리고 이런 혼란스러운 상항 속에서 그 둘 사이를 끼어들 수 있는 인물은 한 명밖에 없었다.

         

         

       “선배.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죠?”

         

         

       설소영.

         

       서은우의 옆에 앉아서 줄곧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설소영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끼어든 것이었다.

         

       박하준 역시 그녀가 있는 것을 이 반에 들어선 순간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설소영 같이 눈에 띄는 여자가 목표물의 바로 옆에 앉아있는데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단지, 그냥 대화만 나눠도 피곤할 것 같아서 애써 무시했을 뿐.

         

       그렇기에 박하준은 최대한 뻔뻔하게, 능청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오, 너도 이 반이었구나?”

       “쯧. 저희 사이에 인사는 됐고 그냥 제 질문에 대답만 좀 해주실래요?”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상대방 역시 마찬가지였다.

         

         

       “음… 무슨 상황이냐고? 그냥 이 친구한테 엄청 중요한 볼일이 있거든. 그러니 너도 우리 일에 신경 쓰지 않아 줬으면 하는데.”

         

         

       박하준이 대놓고 보라는 듯 친근하게 서은우의 양어깨에 손을 올린다. 그리고 그 모습을 확인한 설소영은 여전히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다만.

         

       박하준을 향하는 그녀의 미소는 너무나도 차갑고, 그저 싸늘하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뭐지?’

       

       

       그들의 사이에 끼어있는 서은우는 당연히 이런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분명 나 PD님이 얘네 사이좋다고 말했지 않았냐?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