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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8

       

       

       

       박하준이 아침부터 교실에 들이닥친 덕분에 1학년 2반은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원래부터 설소영과 이다혜 때문에 말이 많았던 반이었는데 거기에다가 2학년의 인기 스타인 박하준의 등장까지 더해져 다양한 소문이 맴돌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는 박하준과 설소영이 사이 좋게 웃으며 나누는 대화를 지켜보며 그들을 엮기도 하였으며.

         

       누군가는 이번에 박하준이 새로 만든다는 동아리에 설소영과 의문의 남학생을 입부 제안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해맑은 얼굴로 귓속말을 나누고 있는 박하준과 의문의 남학생을…….

         

         

       “잠깐, 잠깐만! 마지막 소문 내가 잘못 들은 거 맞지?”

       “제대로 들은 것 같은데? 근데 여론을 보니까 은근 이 소문에 지지자들이 많더라. 야, 야. 주먹 내려 새갸! 나는 팩트만 말했을 뿐이라고!”

         

         

       쉬는 시간에 어디선가 소문을 듣고 온 차무식의 말을 듣고 나니 이마에서 두통이 느껴지는 것 같다.

         

       동시에 진심으로 소름 돋았다.

         

       감히 나랑 박하준을 엮어?

         

       일단 이 소문 처음에 퍼트린 새끼 걸리면 뒤졌다.

         

       그때 이다혜가 슬그머니 우리에게 다가왔다.

         

         

       “확실히 소문처럼 사이좋게 귓속말을 주고받긴 했지.”

         

         

       아무래도 우리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모양.

         

       장난기 넘치는 그녀의 얼굴을 보니 뭔가 괜히 더 억울해진다.

         

         

       “나 진심으로 오늘 박하준 선배랑 생전 처음 본 거거든?”

       “에이, 나는 당연히 너를 믿지. 애초에 교내에 떠도는 소문 가지고 뭘 또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해. 어차피 너 여자 좋아하잖아. 그지?”

       “그거야 당연하지.”

       “휴, 다행이다.”

         

         

       ……?

         

       안도의 한숨을 내뱉은 걸 보니까 전혀 나를 안 믿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그 사람이 너한테 귓속말로 뭐라고 했는데?”

         

         

       이어서 설소영까지 대화에 참전했다.

         

         

       “그냥 동아리 같이하자고 말하던데?”

       “동아리……?”

         

         

       뜬금없는 내용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설소영.

         

       옆에 있던 차무식 역시 의아한 얼굴로 내게 물었다.

         

         

       “무슨 동아리인데?”

       “나도 몰라. 자세한 건 점심 먹기 전에 잠깐 얘기를 나누자고 내가 말했어. 안 그랬으면 계속 교실에 계실 것 같아서.”

       “아, 그래서 흔쾌히 나가신 거구나. 근데 설마 둘이서만 얘기해?”

       “고작 얘기 잠깐 나누는 거 정도로 너희까지 줄줄이 데리고 갈 필요는 없잖아.”

       “헉.”

       

         

       그… 다혜 씨?

         

       ‘헉’은 또 뭡니까…….

       

       나는 한숨을 내뱉으며 서둘러 대화 주제를 돌리기로 했다.

         

         

       “그나저나 너희 둘은 선배들에게서 동아리 입부 제안 안 왔어?”

       “동아리 입부 제안?”

       “그거라면……”

         

         

       어째서인지 내 눈치를 보며 동시에 끝말을 흐리기 시작하는 이다혜와 설소영.

         

       사실 이건 알면서도 확인 차 물어보는 거였다.

         

       이미 거의 대부분의 동아리에서 저 둘을 원하고 있는 것은 기정사실.

         

       솔직히 저 둘의 이름값이면 부 활동 중에 그냥 연예 활동을 하러 가도 딱히 상관없을 거다.

         

       쓰으읍…….

       그나저나 뭔가 싸한 반응을 보니까 주제를 제대로 잘못 돌린 것 같았다.

         

       나는 서둘러 옆에 있는 차무식을 쳐다봤다. 도움의 요청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흠…….”

         

         

       한편.

         

       차무식은 현재 놓인 상황을 보며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째서 자신은 눈앞의 두 여학생과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한 명은 927 작가님과 함께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초인기 여배우 설소영, 또 한 명은 현재 한국에서 가장 핫한 걸그룹의 센터인 이다혜다.

         

       마땅한 접점도 없을뿐더러 확실히 자신과 같은 평범한(?) 학생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사는 여자들이었다.

         

       하지만.

         

       첫날의 입학식이 끝나고 차무식을 포함한 이 넷은 지금처럼 종종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곤 했다.

         

       그리고 아마 그 이유에는……

         

       서은우.

         

       굳이 평범함을 따진다면 평범한.

         

       어디에나 있는 고등학생치고는 조금 잘난 이놈이 중심에 있었기에 가능했다.

         

         

       “……!”

       “……?”

         

         

       그때 차무식은 뭔가 간절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친구 놈과 자연스레 시선이 마주쳤다.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온 녀석이었기에 대충 무슨 사인인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차무식은 조심스럽게 서은우의 눈치를 보고 있는 두 여학생을 쳐다봤다.

         

       딱 봐도 어색한 분위기. 그러니 얼른 이 상황을 끝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거겠지.

         

       그렇기에 차무식은 더더욱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오늘 아침에 난데없이 2학년의 박하준이 찾아온 것도 그렇고, 눈앞의 설소영과 이다혜도 그렇고, 한빛예고를 넘어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연예인들이 수상할 정도로 친구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적어도 이건 지난 몇 년 동안 친구를 계속 지켜봐 온 입장으로서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분명 지금까지 그 누구보다 ‘서은우’라는 친구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뭔가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어쨌든.

         

         

       “자, 자. 남은 대화는 다들 나중에 하시고. 일단 이제 쉬는 시간이 2분밖에 안 남았으니까 다음 교시 준비나 합시다.”

         

         

       차무식이 분위기를 환전시키기 위해 박수를 두 번 쳤고, 그렇게 상황은 순식간에 종료되었다.

         

       그리고 차무식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고 있는 서은우를 보며 문뜩, 친구 놈이 입학식 때 자신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툭 내뱉었던 말이 떠올랐다.

         

         

       –내가 927 작가니까.

         

         

       구라가 아니라 그 말이 만약 진짜였다면…….

         

       앞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상황이 어찌어찌 설명되긴 하는데…….

         

       설마…….

         

         

       “야, 차무식.”

         

         

       그때 자신을 향해 감사의 의미로 엄지를 척 내밀고 있는 서은우.

         

       그것을 보며 차무식은 쓴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 뭐…….

         

       녀석이 927 작가든, 927 작가 호소인이든.

         

       중요한 건 지금 이 관계에 변함이 없다는 것 아니겠는가?

         

       다만, 만약 서은우가 진짜 927 작가라면.

         

       오우…….

         

       지금까지 녀석의 앞에서 927 작가에 관해 내뱉은 망언과 행동 때문에 진심으로 자살이 마려울지도……?

         

         

         

       ***

         

         

         

       아침부터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다 보니까 어느샌가 박하준과 약속했던 점심시간이 찾아왔다.

         

       박하준은 운동장 근처에 놓여 있는 벤치에서 얘기를 나누자고 했다.

         

       나름 합리적인 장소였다.

         

       여기라면 비교적 식당과 거리가 멀었기에 점심시간이면 비교적 시선이 잘 닿지 않는 곳이었으니까.

         

       그렇게 교정을 걷다 보니 저 멀리서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남학생이 보였다.

         

       여기서 확실한 건.

         

       벤치에 앉아있는 남학생은 같은 남자가 봐도 더럽게 잘생겼다. 멀리서 봐도 박하준인 것을 단번에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하긴, 현재 인기 남배우에 애초에 박하준은 이 드라마 속 세상의 주연 인물이니까 저런 얼굴은 당연한 설정이겠지.

         

         

       “음?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어?”

       “그냥 누구 때문에 교내에 이상한 소문이 돌아서요.”

       “소문? 애초에 나는 소문 같은 건 별로 신경 안 쓰는 타입이라. 어차피 앞으로 동아리 때문에 같이 다닐 일이 많을 텐데 그냥 무시하는 게 마음 편하지.”

       “……?”

         

         

       이쪽은 벌써부터 내가 동아리에 입부하는 걸 확정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저는 아직 선배가 만드는 동아리가 무슨 동아리인지도 모르는데요?”

       “아, 미안. 내가 너무 앞서나갔구나.”

         

         

       박하준은 주머니 속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뒤지더니 무언가가 적혀있는 종이 하나를 내게 내밀었다.

         

       종이의 가장 위에는 동아리 창설 계획서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어디 보자…….

         

       동아리 이름은 연극·영화부.

         

       어째 동아리 이름은 멀쩡했는데 창립 목적이 조금 이상했다.

         

         

       “그… 927 작가를 다시 복귀하고 싶게 만들 정도로 가슴이 뜨거워지는 작품을 만든다는 게 도대체 무슨 뜻이에요?”

       “말 그대로야. 확실한 건, 너가 만든 환상적인 대본과 나의 연기력이 합쳐지면 가능하다고 생각해.”

         

         

       아하.

         

       그러니까 박하준의 말을 내 입장에서 해석해보자면, 은퇴한 927 작가가 다시 복귀하고 싶어질 정도로 가슴이 뜨거워질 작품을 927 작가 스스로가 만들라는 소리네?

         

       ……시바.

         

       이건 무슨 또 신박한 개소리냐?

         

         

       “어때? 벌써부터 재밌겠지?”

         

         

       당연히 박하준은 내가 927 작가라는 것을 모른다. 그렇기에 저렇게 해맑게 미소 지으며 제안을 해오는 것이겠지.

         

       덕분에 이쪽은 머리가 지끈거릴 지경이다.

         

         

       “후… 근데 왜 굳이 저에요? 대본을 쓸 수 있는 인재는 저 말고도 한빛예고에 널렸을 텐데.”

       “물론 대본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많겠지. 하지만 고작 입시 시험의 이야기 구성만으로 너처럼 엄청난 몰입력과 사람의 감정선을 가지고 노는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거든. 그나마 생각나는 사람은 나랑 같은 학년인 강예린 정도려나?”

       “그럼 그 사람이랑 같이 작품을 만들면 되는 거 아니에요?”

       “너가 걔보다 훨씬 더 대단한 대본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인데 굳이?”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박하준. 이윽고, 해맑게만 웃고 있던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진지하게 돌변한다.

         

         

       “너가 입시 시험 때 쓴 이야기 구성. 드라마로 치면 고작 한 씬의 분량이었지만 그 안에는 정말 많은 게 담겨 있었어.”

         

         

       박하준은 서은우가 적은 이야기 구성을 읽은 소감을 이어서 설명했다.

         

       할머니와 경찰이라는 간단한 주제와 배경, 그리고 ‘따뜻함’이라는 주제어까지.

         

       이 모든 것들을 활용한 스토리를 고작 30분 만에 만든 것도 놀라운데 심지어 인물들의 감정선을 다루는 것도 인상 깊었다.

         

       고작 대사 하나만으로도 인물들이 서로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주어진 상황은 또 어떠한지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

         

       거기에다가 쉴 틈 없이 몰입을 계속 이어주는 독백과 감동적인 과거의 이야기까지 조화롭게 섞이며 비록 짧은 글이었지만, 박하준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는 충분했다.

         

       그렇기에.

         

       박하준은 서은우가 쓴 글을 다 읽고 이런 기분을 느꼈다.

         

       과장이 아니라.

         

       마치 927 작가님의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와 비슷할 정도로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고.

       

       물론 누군가에게는 극찬일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서은우는 쓴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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