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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0

       

       

       

       

       이건 조금 당연한 얘기지만, 박하준이 만들려는 연극·영화부는 적은 인원으로 돌아가기가 상당히 힘든 구조다.

         

       그도 그럴 것이 연극이든 영화든 배역을 맡을 배우가 있어야 하고, 그들을 도와 옆에서 함께 작업을 이어나갈 스텝들까지 필요하다.

         

       대본, 연출, 음향, 조명 등등 이 다양한 역할을 소수의 인원으로 소화해내려고 했다간 고작 동아리 활동 때문에 과로사로 죽는 사람이 생길지도 모르니 인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뭐… 아직 이틀이라는 시간이 남았고, 몇 날 며칠 내 빵셔틀(?)을 자처할 정도로 동아리에 진심인 박하준이 있으니 이 문제는 딱히 문제는 없겠지.

         

       심지어 한빛예고에는 ‘인재 모집’이라는 재밌는 시스템까지 있으니 더더욱 상관없었다.

         

         

       “결국 먹을 거에 굴복했냐?”

         

         

       그때 내 입부 소식을 듣고,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짓는 차무식.

         

         

       “하긴, 어떤 눈치 없는 후배 놈이 달콤한 빵은 조금 물린다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걸 듣고선 곧바로 다시 매점으로 달려가 다른 빵을 사와 주는 사람인데, 애초에 네가 박하준 선배의 입부 제안을 거절하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긴 해.”

       “크흠……. 어쨌든 너는 어떻게 할 거야? 일단 누구든지 들어와도 상관없다고 말 하시긴 했는데.”

       “이미 말했잖아? 웬만하면 너 따라간다고. 거기에다가 박하준 선배가 만드는 동아리라면 나야 환영이지. 그리고 동아리 목적도 너무 마음에 들고. 음음.”

         

         

       차무식은 흥미로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연극·영화부 정도면 녀석의 인맥 쌓기에 꽤나 큰 도움을 줄 거다. 그리고 차무식 역시 박하준과 마찬가지로 927 작가의 극성 팬이었기에 동아리의 목적이 상당히 마음에 든 모양.

         

       차무식이 나를 따라 입부하는 것은 완벽한 예상 범주 안이었다.

         

       하지만…….

         

         

       “연극·영화부? 뭔가 재밌겠다!”

         

         

       이런 걸 바로 데자뷔라고 하던가?

         

       갑자기 어디선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나타난 이다혜가 우리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혹시 나도 거기 들어가도 돼?”

       “이다혜 너가 연극·영화부에? 아니, 당연히 안 될 이유는 없긴 한데…….”

       “흠… 반응이 영별로네. 연기 쪽은 나랑 안 어울리는 것 같아서 그래?”

       “당연히 그건 아니야. 너 정도면 드라마에 출연해본 경험자고, 심지어 연기까지 잘하잖아.”

       “그, 그런가?”

         

         

       말을 더듬는 모습과는 반대로 어째서인지 이다혜의 입가에 미소가 걸려있었다.

         

       흠…….

         

       어찌 됐든 간에 이다혜는 연기에 충분히 재능이 있다.

         

       그리고 그걸 뒷받침해줄 근거는 내 두 번째 작품인 ‘플라이 하이’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다혜는 플라이 하이에서 주인공 보미의 라이벌인 하지원 역으로 처음 연기에 도전했다.

         

       심지어 그때는 설소영의 어머니인 이화영 여사의 수술 문제로 인해 누가 봐도 빠듯한 일정으로 드라마 제작을 진행했다.

         

       그렇기에 가뜩이나 연기 경험이 없는 JYB 아이돌들의 연기 연습 기간도 덩달아 적어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들의 본업이 아이돌이었기에 연기에 대한 감을 잡는 데는 크게 어렵지는 않았고, 결과적으로 다들 무난한 연기를 펼쳤다.

         

       하지만 이다혜가 선보인 연기 실력은 조금 예상 밖이었다.

         

       솔직히 드라마 초반부에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냥 무난했다.

         

       허나, 일취월장(日就月將)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어째 중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그녀의 연기 실력은 비정상적으로 성장했다.

         

       사실 TV부문에서 가장 높은 권위를 자랑하는 청상예술대상에서 여자 부문 조연상을 받은 것부터가 이미 웬만한 배우 수준으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니 연기력이든, 연기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이든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가 되는 것은…….

         

         

       ‘타이밍 쪽인가…….’

         

         

       그래. 내가 떨떠름한 반응을 보인 이유는 이다혜가 대화에 끼어드는 타이밍이 너무 인위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이 정도면 동아리 입부에 관한 얘기가 나오기를 계속 기다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동아리 입부에 관한 얘기라면, 나도 흥미가 조금 생기는걸?”

         

         

       시바. 이것도 또 데자뷔인가?

         

       등 뒤쪽에서 매혹적인 목소리가 들려오며 어느샌가 설소영까지 자연스레 대화에 합류했다.

         

         

       “어라? 소영이 너도 박하준 선배가 만든 동아리에 들어가려고?”

       “응. 멤버를 들어보니까 같이하면 뭔가 재밌을 것 같아서.”

         

         

       이다혜의 물음에 설소영이 능청스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쓰으읍…….

         

       이쪽도 이다혜와 마찬가지로 순수 재미의 이유에서인가…….

         

       하긴, 이미 세간의 인정을 받고 있는 인기 여배우인 설소영에게 있어서 이쪽 분야의 동아리는 사실상 애들 소꿉장난 수준에 불과하겠지.

         

       박하준과 마찬가지로, 학생 수준의 레벨에서 놀기 아까울 정도의 엄청난 재능 낭비라고 생각한다.

         

       ……잠깐만.

         

       생각해보니까 그건 나도 마찬가지 아닌가?

         

         

       “야, 서은우. 왜 갑자기 현타가 온 얼굴을 하고 있냐?”

       “방금 엄청 불편한 진실을 깨달았으니까.”

       “……?”

         

         

       그래. 어차피 이미 입부가 확정된 마당에 이 얘기는 잠시 접어두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다.

         

       우선 그것보단…….

         

         

       “근데 너희 둘 다 동아리 활동을 해도 괜찮은 거 맞아?”

         

         

       세상 태평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두 여자에게 동시에 물었다.

         

         

       “음? 갑자기 그건 왜?”

       “둘 다 본업이 워낙 바쁘다는 것쯤은 유명한 사실이니까. 그래서 아예 동아리 활동에 관해 별생각이 없는 줄 알았거든.”

         

         

       설소영의 본업은 배우, 이다혜의 본업은 아이돌이다.

         

       둘 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만큼, 다시 본격적인 활동 시기가 찾아오면 동아리 활동에 신경 쓸 겨를조차 없이 바빠지겠지.

         

         

       “아하.”

         

         

       그때 내 말의 뜻을 단번에 이해한 듯 설소영이 씨익 미소 지었다.

         

         

       “동아리 활동이랑 본업의 일을 병행하는 게 힘드니까 우릴 걱정해주는 거구나?”

       “……?”

         

         

       나는 설소영의 이어지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지금까지 내가 내뱉은 말에는 그런 의도가 전혀 없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괜찮아.”

         

         

       아직 설소영의 말은 끝나지 않았고……

         

         

       “당분간 배우 활동을 쉴 생각이어서 딱히 상관없거든.”

         

         

       그녀로부터 조금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었다.

         

       ……배우 활동을 쉰다고?

         

       참고로 설소영의 깜짝 선언은 나 말고도 다른 두 명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왜? 안 믿겨?”

         

         

       그때 우리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눈앞에서 지켜보고 있던 설소영이 피식 웃었다.

         

       이에 설소영의 옆에 서 있던 이다혜가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 그게…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럼 지금까지 너한테 온 캐스팅 제안도 모두 다 거절할 생각이야?”

         

         

       이다혜의 말처럼 설소영에게는 이미 수많은 캐스팅 제안이 왔을 것이다.

         

       지금의 설소영은 927 작가, 즉 나와 마찬가지로 출연을 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화제성을 불러올 테니까.

         

         

       “응. 어차피 처음부터 다 거절할 생각이었어. 딱히 흥미도 안 생기고……”

         

         

       설소영은 어째서인지 끝말을 흐리며 무언가를 혼잣말로 작게 중얼거렸다.

         

       분명한 건.

         

       그것은 이 자리에 있는 누구에게도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였다.

         

       그렇기에 이어지는 뒷말이 무엇일지 너무나도 궁금했지만, 뭔가 분위기상 차마 그것을 물을 수 있는 용자는 우리 중에 없었다.

         

         

       “그, 그래! 지난 몇 년 동안 바쁘게 활동해 왔으니까 충분히 쉴 수 있지. 안 그러냐 서은우?”

         

         

       순식간에 어색해진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든 분위기를 풀기 위해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차무식.

         

       오늘따라 차무식의 존재에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낀다.

         

       그래… 너라도 없었으면 진짜 어색해서 죽을 뻔했을 거다.

         

       나는 차무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서둘러 이다혜 쪽을 쳐다봤다.

         

         

       “그래서? 이다혜 너는 괜찮아?”

       “음? 나도 딱히 상관없을 거야. 컴백까지는 아직 한참 멀었고, 동아리도 주로 수요일에 하니까 웬만해선 활동일이랑 안 겹칠 것 같아.”

       “그렇구나…….”

         

         

       들어보니 이쪽도 딱히 별문제는 없어 보였다.

         

         

         

       ***

         

         

         

       그렇게 시간은 흘러.

         

       어느덧 동아리 입부 신청의 마감날이 다가왔다.

         

       한편 연극·영화부의 부장(진), 박하준은 동아리 창설 건의 보고를 위해 송하율이 있는 이사장실에 방문했다.

         

       자신만만한 얼굴로 자신의 앞에선 박하준을 보며, 송하율은 저절로 쓴 미소가 지어졌다.

         

         

       “아무래도 동아리 창설에 필요한 부원은 다 모았나 보군.”

       “네. 근데 어쩌다 보니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인원이 많아졌네요.”

       “호오? 그렇다면 혹시 그중에서 자네가 원했던, 여러 의미로 재밌는 학생은 들어가 있나?”

         

         

       송하율의 물음에 박하준은 싱긋 웃으며 무언가가 적혀있는 새하얀 종이 한 장을 건넸다.

       

         

       “은퇴하신 927 작가님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만들어 줄 정도로 재밌는 학생이 있긴 하죠.”

       “……그런가.”

         

         

       송하율은 알고 있다. 저건 그 학생을 향한 박하준 나름의 극찬이라는 것을.

         

       이윽고, 방안에 홀로 남은 송하율은 방금 박하준이 건넨 동아리 창립 계획서를 천천히 훑어봤다.

         

       그리고 가장 아래, 부원들의 이름이 적힌 곳으로 시선이 내려갔을 때…….

         

         

       ——-

       

         

       부원(최소 인원 4명) : 2학년 박하준(부장), 송가람(차장), 김태민 외 5명.

         

       1학년 서은우, 설소영, 이다혜, 차무식.

       

       

       ——-

         

         

       “……뭐?”

         

         

       천하의 송하율조차도 깜짝 놀라 눈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설소영, 이다혜, 박하준, 그리고 927 작가.

         

       이젠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것 같은 이 화려한 라인업이 같은 세대에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인데 심지어 같은 동아리 소속이다?

         

       이 정도면 이미 고등학교 동아리의 수준은 한참 전에 넘어선 것 같은데…….

         

       그렇기에 송하율은 박하준이 건넨 종이를 책상에 내려놓으며 헛웃음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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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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