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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

       

       

       

       

       송가람.

         

       현재 한빛예고 2학년 연예과에 재학 중이며, 성적도 성적이지만 학생들 사이에서 꽤나 인기 있는 학생이다.

         

       기본적으로 송가람은 사람 자체가 털털하다.

         

       생전 처음 보는 사이여도 아무렇지도 않게 먼저 말을 거는 편이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샌가 상대방은 송가람과 내적 친밀감이 쌓여있었다.

         

       뭐… 정작 송가람 본인은 왜 그런지 전혀 모르는 게 함정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녀는 박하준의 제안을 받아 연극·영화부에 들어가게 되었다.

         

       사실 박하준에게서 처음 입부 제안을 들었을 때, 송가람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송가람.

       -뭐.

       -너 혹시 927 작가님 좋아하냐?

       -아마도.

       -오케이. 바로 합격.

       -……?

         

         

       갑자기 합격이라는 말과 함께 종이에 무언가를 적기 시작하는 박하준.

         

       자세히 보니 그것은 동아리 창설 계획서였다.

         

         

       -연극·영화부? 야, 이 새갸. 네가 만드는 동아리에 뜬금없이 왜 나를 집어넣어?

       -음… 그야 우리 동아리에는 너 같은 사람이 필요하니까.

       -나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 그게 무슨 뜻인데.

       -쉽게 말해 내가 알고 있는 여자 연기자 중에서 너가 연기를 제일 잘한다는 뜻이지.

       -허…….

         

         

       박하준의 말에 송가람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비록 티는 내고 있지는 않지만, 그녀는 진심으로 박하준을 인정하고 있었다.

         

       당연히 사람으로서가 아닌 연기자로서.

         

       객관적으로 봐도 박하준은 연기를 잘한다. 작년 1분기 전까지만 해도 신인상을 받았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927 작가의 세 번째 작품, ‘이태원 레볼루션’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되면서 박하준은 더 성장해버렸다.

         

       흔히 알을 깼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이태원 레볼루션에서 보여준 박하준의 연기력은 여주인공 역을 맡은 소녀에게 전혀 밀리지 않을 정도로 가히 압도적이었다.

         

       아마 지금 박하준의 연기 실력을 논한다면 배우를 기준으로 한다면 톱 급이고, 동년배를 기준으로 한다면 말 그대로 넘사벽일 것이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녀석에게서 당연하다는 듯 인정을 받았으니 송가람의 입장에선 기쁜 게 당연했다. 물론 다시 한번 말하지만, 티는 절대 내지 않았다.

         

         

       -아, 미안. 제일은 아니고 두 번째로 정정할게.

         

         

       능청스럽게 말하는 박하준이 뭔가 괘씸해 보여서 송가람은 그의 어깨를 한대 가격했다.

         

       애초에 송가람 역시 잘 알고 있다.

         

       지금 박하준이 생각하고 있는, 제일 연기를 잘하는 여자 연기자가 누구인지쯤은.

         

       그럼에도 녀석의 기준으로 두 번째 정도면 나름 선방한 게 아닐까.

         

         

       -아, 이왕이면 차장도 너가 맡는 게 좋겠다.

       -혹시 이번에도 따로 이유가 있나?

       -그냥 부장인 내 마음대로인데?

         

         

       아니 이 새끼가?

         

         

       -농담, 농담. 사실 네가 객관화가 뛰어나기도 하고, 카리스마도 있으니까 믿고 맡기는 거지.

         

         

       송가람은 박하준의 말을 듣고 생각했다.

         

       그럴 때는 믿고 맡기는 게 아니라 떠넘긴다는 표현이 맞지 않을까 싶은데…… 라고.

         

       어쨌든 송가람은 박하준의 제안에 대해 딱히 부정적인 의사는 없었다.

         

       박하준같은 연기에 진심인, 조금 다르게 표현하자면 연기 바보와 함께하는 것은 나름 즐거운 일이니까.

         

         

       -자, 그럼 차장도 섭외했으니 나는 또 후배님 간식이나 사주러 가볼까.

         

         

       한편으론,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교실을 나서는 박하준을 보며 이런 의문이 들기도 했다.

         

       저 연기 바보가 저렇게까지 해서 탐내는 1학년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그리고 박하준의 집요한 노력 덕분에 그 1학년과의 만남은 생각보다 빠르게 이루어졌다.

         

       나름 훈훈하게 생긴 외모. 박하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큰 키와 다부진 체격.

         

       근데 뭔가 분위기만 본다면 지극히 평범한 남학생 같은데…….

         

       이것이 서은우에 대한 송가람의 첫인상이었고.

         

         

       “그… 안녕하세요?”

         

         

       현재 연극·영화부의 동아리 부실에 들어선 서은우의 모습을 보며, 여전히 그 생각에 변함이 없었다.

         

       동아리 모집 마감이 끝나고 난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수요일의 오후 교시. 이날은 연극·영화부의 역사적인 첫 모임을 갖는 시간이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이윽고, 서은우를 필두로 다른 1학년 학생들이 줄줄이 부실에 들어섰다.

         

       -설소영과 이다혜가 우리 동아리에 입부했다.

         

       처음 박하준이 말했을 때는 진심으로 개소리라고 생각했지만, 부실에 모습을 드러낸 저 두 여학생을 보니 서서히 그 말이 현실임을 자각하게 된다.

         

       당연한 소리지만, 이 두 여학생이 박하준이 만드는 동아리에 입부한다는 소식은 한빛예고 내에서도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박하준, 설소영, 이다혜.

         

       이 세 명 모두 현재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유명 연예인들이다.

         

       한명 한명 어느 무대에 세워놔도 곧바로 화제가 될법한 인물들인데 얘네를 한 동아리 다 갖다 박아 놓을 생각을 누가 하겠는가?

         

       만약 영화든, 드라마든, 연극이든 어떤 작품을 만들기 위해 얘네 셋을 다 캐스팅한다고 가정한다면 캐스팅비에만 얼마가 들어갈지 감히 상상이 안 될 정도다.

         

       그렇기에 이 조합이 어떤 작품을 만들어낼지 모두가 기대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리고 불현듯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이 정도면 그 녀석의 의도대로 천하의 927 작가조차도 관심을 가질지도 모르겠는데.’

         

         

       물론 저 애들이 한 동아리에 뭉친 것이 꼭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때문에 송가람은 이 상황이 그리 달갑지 않을 사람이 한 명 정도는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사이좋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1학년 부원들 쪽을 쳐다봤다.

         

       그리고 그들의 중앙에 앉아있는 서은우를 나지막하게 쳐다봤다.

         

       박하준에게 듣기론 저 1학년 남학생에게 대본의 전권을 믿고 맡긴다고 들었다.

         

       문제는 오히려 그 사실이 저 아이에겐 엄청난 부담감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배우들을 많이 갖다 써도 정작 대본의 퀄리티가 나쁘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

         

       만약 이 사항이 적용되지 않았더라면, 927 작가가 그렇게까지 세간에서 주목받을 일도 아마 없었겠지.

         

       그렇기에 이 정도로 화려한 멤버로 동아리가 구성된 이상 저 아이의 역할이 더욱더 중요해졌다.

         

       아마 저 세 명을 데리고도 기대에 충족하지 못할 작품을 만든다면 모든 욕은 저 아이가 뒤집어쓰게 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무리 서은우가 박하준의 인정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의 기대치를 충족할만한 대본을 만들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고 송가람은 생각했다.

         

       하지만.

         

       만약 박하준의 선구안이 맞다면…….

         

       저 아이의 재능이 927 작가에게 닿을 정도라면, 앞서 말했던 얘기가 많이 달라질 것이다.

         

       물론 그것이 너무나도 가혹한 사실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송가람은 쓴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

         

         

         

       생각했던 것보다 제법 큰 연극·영화부의 동아리 부실.

         

       사실 이 정도면 웬만한 반 하나 크기였다. 거기에 인원이 그리 많지도 않으니 당연히 넓어 보일 수밖에 없나…….

         

       참고로 1학년 4명, 2학년 8명으로 박하준이 만든 연극·영화부의 총인원은 12명이었다.

         

       12명이면 그리 많지도 적지도 않은 숫자다.

         

       뭐… 옆 동네에 진짜 연극부는 부원의 수가 무려 30명이 넘어간다고 하니 그쪽에 비하면 확실히 적은 게 맞긴 하지.

         

         

       “자, 그럼 이렇게 모인 김에 OT라도 진행해볼까?”

         

         

       그때 부원들의 앞에 선 부장, 박하준이 입을 열었다.

         

       오리엔테이션이라…….

         

       하긴, 어떤 동아리든 1학년 신입 부원을 위한 OT는 필수긴 하다.

         

         

       “근데 하준아, 따지고 보면 우리 2학년도 신입 부원인데?”

       “그렇게 따지면 나도 신입 부원인데?”

       “…?”

       “……?”

         

         

       서로를 향해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박하준과 김태민.

         

       쓰으읍…….

         

       이 동아리 시작부터 뭔가 심상치 않네.

         

         

       “그것보단 뭘 할지부터 확실히 정해야 하는 게 우선 아니야? 이름이 연극·영화부이긴 하지만, 둘 다 동시에 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차장 송가람의 날카로운 지적.

         

         

       “그거에 관해서는 다 같이 상의를 나누고 싶은 게 있어.”

         

         

       이에 박하준은 마치 좋은 생각이라도 있는 듯 싱긋 웃으며 대답한다.

       

        그러곤 품에서 화려한 포스터 한 장을 꺼내 부원들을 향해 펼쳤다.

         

         

       “대한청소년연극제?”

         

         

       송가람이 의아한 얼굴로 포스터의 가장 크게 적힌 글씨를 읽었다.

         

       대한청소년연극제.

         

       6월에 열리는 이 대회는 꽤나 규모가 큰 대한민국 대표 청소년 문화예술축제이며, 포스터에 적힌 제목 그대로 청소년들을 위한 축제의 장이다.

         

       매년 수많은 학교가 이 대회에 참여하고, 본선에선 몇백 명의 대규모 관객까지 동원되는 만큼 관심도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나는 일단 우리가 무엇을 하든지 간에 이곳에 나가서 서로 간의 호흡부터 한번 맞춰봐야 한다고 생각해.”

         

         

       박하준의 선언에 잠시 부실 안에는 정적이 맴돌았다.

         

       아마 다들 이 건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는 중이겠지.

         

       대회를 나가는 것 자체는 분명 좋은 경험이 되겠지만, 그만큼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아마 매주 수요일 오후에 주어지는 동아리 시간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겠지. 그만큼 본인의 학업에 대한 시간 투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뜻이 된다.

         

       물론 대회에 나가 어떤 상이든 수상이라도 하게 된다면 되려 이득이긴 하다. 이런 유의 대회에서 수상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 되기도 하니까.

         

         

       “저는 찬성이에요.”

         

         

       정적에 빠진 부실 안에서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설소영이었다.

         

       그녀의 긍정적인 대답에 다들 의외라는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왜냐하면 설소영은 애초에 대회 수상 같은 스펙이나 경험이 전혀 필요 없는, 이미 프로였으니까.

         

         

       “호오?”

         

         

       그렇기에 박하준 역시 설소영의 긍정적인 대답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직 그녀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근데 그전에 하나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어요.”

       “음? 뭔데?”

       “만약 저 대회에 참가한다면, 여기서 대본은 누가 쓰나요?”

         

         

       설소영의 말을 들으니 한가지 깨달은 사실이 있었다.

         

       생각해보니까 내가 대본을 담당한다는 사실을 차무식에게만 알렸다.

         

       아, 참고로 처음에 녀석에게 이 소식을 전했을 때 평소처럼 호들갑을 떨 줄 알았는데 의외로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뭔가 평소답지 않게 생각이 많아 보여서 곧바로 다른 주제로 넘어가긴 했지만.

         

       그리고 아마 박하준과 가까운 사이처럼 보였던 2학년에 송가람이나 김태민은 이미 알고 있을 것 같긴 한데…….

         

         

       “…….”

       “……?”

         

         

       그때 자연스레 박하준과 시선이 마주쳤다.

         

       뭐랄까…….

         

       저 눈빛은 누가 봐도 내게 허락을 구하고 있는 눈빛이었다.

         

       나는 박하준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미 내가 대본을 전담하는 것은 기정사실인 것 같던데 열심히 숨겨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대본은 1학년의 서은우가 맡아줄 거야. 어때, 이 정도면 대답이 됐을까? 따로 반박은 안 받을 거니까……”

       “그거면 충분해요.”

       “음?”

         

         

       박하준의 말을 들은 설소영은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으며 입을 꾹 닫았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대답을 마친 그녀의 입가에 순간 얕은 미소가 걸린 것을 본 것 같았기에.

         

       물론…….

         

       기분 탓일 지도 모르겠지만.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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