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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

       

       

       

       

       비록 서은우는 아무 생각 없이 들어온 순서대로 끝 열에 앉았지만.

         

         

       “…….”

         

         

       이 행동은 그를 제외한 다른 일행들에게 생각보다 큰 심리적 요소로 작용 되었다.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선 것은 이다혜였다.

         

       왜냐하면, 서은우를 따라 2번째로 관람석에 들어선 것이 그녀였기에.

         

       그렇다면……?

         

         

       ‘당연히 들어온 순서대로 앉아야겠지?’

         

         

       이미 명분이 충분했기에 그녀는 싱글벙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우의 옆자리로 향했다.

         

       다만.

         

         

       “잠깐 스톱.”

       “엥?”

         

         

       박하준이 이다혜의 목덜미를 순식간에 낚아채며 그녀를 멈춰 세웠다.

         

       이다혜는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하준 선배?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

       “그건 오히려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지금 설마 쟤 옆에 앉으려고 했던 거야?”

         

         

       여기서 박하준이 가리킨 ‘쟤’가 누구인지 이다혜가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다혜는 나름의 명분이 있었기에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미리 자리를 정해놓은 것도 아니니까 서은우처럼 들어온 순서대로 앉는 게 정석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허허. 우리 귀여운 후배 님께서 개수작을 부리시네? 그런 정석을 논하기보다는 우선 우리가 연극을 보러 온 목적부터 먼저 떠올려야지.”

       “……목적이요?”

       “그래. 다 연극의 대본을 위한 일 아니겠어? 그러니 연극을 보며 대본에 관한 상의를 나누기 가장 적합한, 부장인 내가 당연히 옆자리에 앉아야 하지 않겠어?”

         

         

       박하준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이다혜를 제치고 서은우의 옆자리로 걸어갔다.

         

       하지만 그 역시 끝내 그곳에 도달하지 못했다.

         

         

       “우리 뻔뻔한 선배님도 개수작을 잘 부리시네요?”

         

         

       아까 박하준이 이다혜에게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설소영이 그의 목덜미를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음… 개수작이라니? 의미를 잘 모르겠네.”

       “대본에 관한 상의를 나눈다면 선배 말고 저도 가능하다는 뜻이죠. 어쩌면 제가 그쪽보다 더 대화가 잘 통할 수도 있고요.”

         

         

       그렇게 서로를 향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서로를 뚫어지게 쳐다보기 시작한 설소영과 박하준.

         

       둘 사이에 살벌한 기류를 느낀 차무식은 헛기침을 한번 내뱉으며 그들 사이에 다급히 끼어들었다.

         

         

       “그… 제가 제안을 하나 해도 될까요?”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이 영 시원찮았다.

         

       뭔가 다들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예사로운 것을 넘어 살벌하다고 해야 하나…….

         

       때문에 차무식은 너무나도 억울했다.

         

       설마 내가 저 새끼 옆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나타난 새로운 연적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오우…….

         

       순간 육성으로 욕을 내뱉을 뻔했네.

         

         

       “어쨌든 가위바위보로 최대한 빠르고 공평하게 자리나 정하죠. 지금 저희 모습은 사람들의 눈에 너무 띄니까요.”

       “가위바위보?”

       “네. 이긴 순서대로 안쪽부터 채우기. 논란 없게 단판으로 가시죠.”

         

         

       그 말과 함께 순식간에 원을 이룬 상태로 팔을 앞으로 뻗는 4명.

         

       확실히 가위바위보만큼 공평한 방법은 찾기 힘들기에 다들 차무식의 제안에 납득한 모양이었다.

         

         

       “자, 간다?”

       “약속했던 대로 단판으로 끝내기에요!”

       “잠깐만요. 일단 저는 묵만 내겠습니다.”

         

         

       하지만 차무식은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되기 전에 어째서인지 추가로 한마디를 덧붙였다.

         

       이 말에 딱히 별다른 의도는 없었다.

         

       진심으로 처음부터 묵을 낼 생각이었고, 이 생각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애초에 차무식은 서은우와 질리도록 함께해온 사이다.

         

       당연히 녀석의 옆자리에는 하나도 관심이 없었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다들 저 자리를 탐내고 있으니 이럴 때는 눈치껏 자신이 먼저 발을 빼주는 게 맞다는 판단이 들었다.

         

       다만…….

         

         

       “……?”

         

         

       아이러니하게도 차무식은 이다혜와 결승전을 치르게 되었다.

         

       차무식은 처음에 선언했던 그대로 묵을 냈을 뿐이다.

         

       하지만 박하준과 설소영, 인기 배우 둘의 생각은 너무나도 깊었고 그 덕분에 차무식의 선언이 머리 아픈 심리전으로 변질되어버렸다.

         

       반대로 이다혜는 그리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차무식이 심리전을 걸든 말든 어차피 운이라고 생각했기에 시원하게 주먹을 내었다.

         

       오히려 그 덕분에 이다혜는 쟁쟁한 경쟁자들을 상대로 승리를 따내게 되었고, 규칙대로 서은우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그때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가오는 이다혜를 보며 서은우가 입을 열었다.

         

         

       “이다혜.”

       “음? 왜?”

       “다들 그 정도로 내 옆자리에 앉기가 싫은가?”

       “……?”

         

         

       이다혜는 그 말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얘는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너 때문에 얼마나 분위기가 살벌했는데!

         

         

       “그냥……. 여기서 보면 뭔가 벌칙으로 내 옆자리를 정하는 것 같아서.”

         

         

       어딘가 상당히 섭섭해 보이는 말투.

         

       바로 옆에서 그의 생소한 모습을 확인한 이다혜는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뭐…….

         

       오히려 그 반대였긴 했는데…….

         

       이다혜는 굳이 그 사실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그리고.

         

         

       “……?”

         

         

       어느샌가 이다혜의 여린 손이 서은우의 등을 토닥여주고 있었다.

         

         

       “너 지금 뭐 하냐?”

         

         

       당연히 그녀의 행동에 의문을 느낀 서은우가 곧바로 입을 열었다.

         

       이에 이다혜는 능청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

         

         

       “음? 슬프니까 위로해 달라는 거 아니었어?”

       “……아니거든.”

         

         

       서은우는 이다혜의 순수한(?) 행동과 대답을 들으며 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살다 살다 인기 아이돌에게 위로를 다 받아보네…… 라고.

         

       어쩌면 복에 겨운 놈이 아닐까?

         

         

         

       ***

         

         

         

       그렇게 우리를 포함한 관람석이 모두 채워지자 관람석 쪽이 완전히 어두워지고 무대로 조명이 집중된다.

         

       오늘 이곳에서 펼쳐질 연극의 제목은 ‘육백에 삼십’이었다.

         

       연극 육백에 삼십은 말 그대로 보증금 600에 월세 30을 주고 사는 빌라 사람들의 이야기로, 돈이 최고라고 말하는 집주인과 돈 앞에서 굴복할 수밖에 없는 입주민들 간의 사건 사고를 다룬 내용이다.

         

       음.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코미디 연극이려나?

         

       어쨌든.

         

       극이 시작되고 서서히 이 연극을 이끌어갈 배우들이 등장한다.

         

       그중에서 가장 임팩트가 있는 인물을 꼽으라고 한다면…….

         

         

       -가난은 유전이야!

         

         

       딱 봐도 악역 냄새를 물씬 풍기는 대사를 입주민들에게 세뇌하고 있는 집주인이었다.

         

       물론 저 집주인은 인위적인 사고를 당해 응급실로 실려 가며 퇴장한다.

         

       이것이 극 초반부의 내용이며, 이제 집주인에게 인위적인 사고가 일어난 원인을 찾기 위해 형사가 등장하며 극이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당연히 형사는 사고가 일어난 원인이 집주인에게 평소 원망을 가지고 있을 입주자 중에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렇기에 입주민 하나하나를 취조하기 시작했고, 과거에 집주인과 입주자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서서히 밝혀진다.

         

       즉, 이 연극은 특이하게도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타임리프 형식의 연극이었다.

         

       참고로 집주인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본인이 직접 말할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들의 과거를 형사가 알게 되는 것일까?

         

       ……집주인이라는 거대한 악에 맞서 서로 공감하며 늘 힘이 되어주던 이웃들 때문이었다.

         

       그들의 의리는 ‘죄’라는 무거운 현실 앞에서 순식간에 무너졌다.

         

       서로의 사정을 알면서도 외면하고 헐뜯는 그런 모습을 보며 관객들은 안타까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아픈 부분을 지나 결국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결국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한 거지 뭐’라는 교훈을 주고 끝이 나는 것이, 이 연극의 결말이었다.

         

       솔직히 코미디 연극이라 생각하고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봤는데 조금 놀랐다.

         

       확실히…….

         

         

       ‘차무식 말대로 인기 있을 만하네.’

         

         

       타임리프를 연극이라는 짧은 극에 활용한 것도 그렇고, 극 온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대조된 것이 나름 인상 깊었다.

         

         

       “진짜 재밌었는데 뭔가 아쉽다……. 어떻게 생각해?”

         

         

       문뜩 연극이 모두 끝나고 옆자리에 앉아있던 이다혜가 내게 물었다.

         

       아쉽다라…….

         

       이다혜의 말처럼 약간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조금 급하게 마무리 지은 감이 조금 있긴 해.”

         

         

       집주인이 사고를 당한 경위가 우연이 겹친 정말 단순한 사고라는 점과 이미지 세탁을 너무 간단하게 했다는 점, 그리고 그것이 겹치며 급하게 연극을 마무리 지은 느낌이 조금 들긴 했다.

         

       뭐…….

         

       그 점을 감안하고 봐도 이다혜의 첫 소감대로 충분히 재밌는 연극이긴 했다.

         

       그리고 새삼 이쪽 세상의 스토리 수준이 많이 올라왔다는 것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물론 나를 포함해서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그래서 방금 걸로 좋은 영감은 조금 얻었어? 꽤 좋은 공연이었던 것 같은데.”

         

         

       연극이 모두 끝나고, 박하준이 흥미로운 미소를 지으며 내게 물었다.

         

         

       “아마도요. 연극에서도 저런 식의 타임리프를 써먹을 수 있다는 것을 하나 배웠으니까요.”

       “그래? 적어도 헛된 발걸음은 아니었던 것 같네. 근데 뭔가 이대로 해산하기……”

       “하아? 연극만 보고 바로 해산하기로 약속했던 거 잊으셨어요?”

       “쩝. 역시 안 통하네.”

         

         

       아쉬운 표정으로 입맛을 다시는 박하준.

         

       연극만 보고 해산하자.

         

       어딜 가든 이목이 쏠리는 것은 확정이니 이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심지어 정말 갑작스레 모이게 된 멤버니까.

         

         

       “흠. 그러면 다음에는 제대로 일정을 잡아야겠네. 웬만하면 사람이 적은 곳으로.”

       “그거라면 딱히 상관없긴 하죠.”

         

         

       그렇게 내 확답을 들은 박하준이 먼저 자리를 떠나고, 이어서 곧바로 설소영을 데리러 온 검은 외제차가 등장했다.

         

       개인 운전기사도 존재하고 역시 부잣집 아가씨답네…….

         

         

       “나도 이만 가볼게.”

         

         

       설소영은 우릴 향해 작별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차에 탑승하기 전에 나를 지긋이 쳐다봤다.

         

       그러곤 갑자기 내 쪽으로 다가오더니…….

         

         

       “오늘은 아쉽게 기회가 안 생겼네……. 그래도 재밌었어.”

         

         

       나한테만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기회가 안 생겼다?

       

       무슨 뜻이지?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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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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