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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4

       

       

       

       

       설소영을 태운 검은 외제차가 순식간에 자리를 떠났다.

         

       기회가 안 생겼다라…….

         

       이것은 그녀가 사라지기 전, 내게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말.

         

       무슨 뜻인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서둘러 자리를 떠나는 설소영을 차마 붙잡진 못했다.

         

       쩝.

         

       어차피 물어봐도 안 알려줄 것 같은 얼굴이긴 했지만.

         

         

       “마지막에 둘이서 무슨 말을 나눈 거야?”

         

         

       그때 아직까지 자리에 남아 있던 이다혜가 내게 물었다.

         

         

       “그냥… 오늘 재밌었대.”

       “흠… 그래?”

         

         

       내 대답에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는 이다혜.

         

       무슨 고민을 저리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아직 이다혜에게 볼일이 남아 있었다.

         

         

       “너도 곧바로 JYB로 돌아갈 거야? 올 때는 네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이 데려다 준 것 같던데.”

       “응. 근데 오늘 매니저님이 바빠서 갈 때는 내가 알아서 가야 할 것 같아. 본사 말고 기숙사로 바로 가려고.”

       “그래서 그 사람이 나한테 그런 부탁을 한 건가…….”

       “그 사람?”

         

         

       사실 어제저녁, 오랜만에 어떤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다.

         

         

       -웬일이에요? 대표님이 저한테 먼저 전화를 거신 건 진짜 오랜만인 것 같은데.

       -하긴, 2년 전에 작곡 작업 때 이후로 처음이긴 하죠.

         

         

       지금 나와 통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은 사실상 내 두 번째 작품인 플라이 하이에서 가장 많이 구르고, 어쩌면 가장 많이 덕을 본 사람.

         

       현 JYB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백준영 대표님이었다.

         

         

       -하… 그래도 근 2년 동안 연락을 안 하신 건 조금 섭섭하네요. 저희 그럭저럭 사이가 좋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쪽이 워낙 유명하고, 바쁜 것 같으니까 전화를 못 걸었던 거지! 그리고 뭐 섭섭? 연락 안 한 건 그쪽도 똑같거든요!

       -아, 그래요? 어쨌든 빠르게 용건으로 넘어가시죠.

       -……은퇴했다고 해서 뭔가 심경에 큰 변화가 있을 줄 알았는데 어째 그대로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깊은 한숨 소리.

         

       이윽고, 백준영 대표님이 본론에 관한 얘기를 꺼내셨다.

         

         

       -한빛예고에 입학한 소식을 다혜에게서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참 기막힌 우연이더군요.

       -뭐… 대표님 말씀대로 한빛예고에서 이다혜랑 만나는 건 전혀 예상 밖이긴 했죠.

         

         

       심지어 그녀와 첫날 등굣길에 우연히 마주해서 추격전을 벌였으며, 얼떨결에 반까지 같은 반이 되고, 이젠 동아리까지……?

         

       쓰으읍…….

         

       이 정도면 사실상 우연의 범주는 이미 넘어선 거 아닌가?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백준영 대표님이 말이 계속 이어졌다.

         

         

       -며칠 전에 다혜가 작가님과 함께 연극을 보러 가고 싶다고 말해서요.

       -음…? 걔한테서 듣기로 대표님이 흔쾌히 허락했다는 걸로 알고 있는데 설마 구라였어요?

       -아니요. 어찌어찌 허락해줬죠. 작년에 활동이 워낙 바빠서 고생을 많이 한 것도 있고, 동행하는 사람 중에 나름 믿을만한 사람도 함께 계시더라고요. 그러니 모쪼록 우리 다혜를 잘 에스코트해 주세요. 워낙 요즘 이쪽 업계에 흉흉한 일이 많으니까요.

         

         

       뭔가 걱정이 가득 담겨 있는 듯한 백준영 대표님의 목소리.

         

       아이돌 업계에서 흉흉한 일이라고 한다면 사생팬이랑 스토커들 문제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문제는 지난 몇 년 동안 뉴스에서 종종 화제가 되어왔던 소식이니까.

         

       솔직히 이다혜 정도면 충분히 그런 일에 휩쓸릴 가능성이 높은 아이돌이다.

         

       그렇기에 만약 내가 백준영 대표님의 입장이었다면…….

         

         

       -제가 대표님이었으면 억지로라도 이다혜가 사적인 일로 외출을 하는 것을 막았을 것 같은데.

       -그건 제 입장이고, 다혜의 입장은 아마 다르지 않을까요. 다혜 정도면 아이돌 활동이야 앞으로 실컷 할 수 있겠지만, 학창 시절의 추억은 지나가면 다신 못 만들잖아요. 그러니 가능만 하다면 최대한 보장해줘야 하지 않겠어요?

         

         

       이상하네…….

         

       이 사람이 웬일로 이렇게 멋있는 말을 다 하지?

         

       오랜만에 대화를 나누게 된 백준영 대표님은 어딘가 많이 낯설게 느껴졌다.

         

       근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난 청상예술대상에서 수상 소감도 나름 괜찮았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어때요? 이 정도로 자기 소속사 아이돌을 챙겨주는 모습을 보니 한국 최고 연예 기획사의 대표답습니까?

         

         

       이어지는 말을 들이니까 금세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 이제야 좀 이 사람 답네.

         

         

       -근데 JYB 소속도 아닌 저한테 왜 자기 소속사 아이돌을 부탁해요? 생각해보니까 염치없으시네.

       -아하하…… 그건 저희가 그날 많이 바빠서 인력이…….

       -괜찮아요. 플라이 하이 때 고생시켰던 거 이걸로 퉁 치면 되죠. 저도 양심이 있는지라 그때를 생각하면 조금 미안했거든요.

       -아니 이 사람이? 겨우 이번 거 한 번으로 그날의 개고생을 없던 일로 하자고요?!

         

         

       그 이후로 백준영 대표님과 대화를 더 나누긴 했는데 결국 저쪽에서 먼저 백기를 들었다.

         

       JYB를 한국 최고 연예 기획사로 만드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이 누구더라?

         

       사실 이 한 마디가 결정타였던 것 같다.

         

         

       …….

         

         

       “야, 서은우!”

         

         

       문뜩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사고가 다시 돌아온다.

         

       차무식이었다.

         

         

       “아, 미안. 잠깐 딴생각을 좀 하고 있었어.”

       “그래서? 너는 이제 어떻게 할 건데. 바로 집으로 돌아갈 거야?”

       “아니, 잠시 들를 곳이 있거든. 오늘은 나 버리고 먼저 가.”

         

         

       그렇게 말하며 나는 이다혜 쪽을 힐끔 쳐다봤다.

         

       그녀는 여전히 의아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아까 내가 언급했던 ‘그 사람’이 누군지 궁금한 모양.

         

         

       “호오라.”

         

         

       한편, 뭔가 묘한 기류를 느낀듯한 차무식은 장난기가 가득한 미소를 짓더니 재빠르게 등을 돌렸다.

         

         

       “청춘이구만…….”

       “뭐라고?”

       “아니, 이만 가보겠다고. 어쨌든 둘 다 조심해서 들어가라.”

         

         

       오늘따라 유독 빠른 발걸음으로 사라진 차무식. 이제 남은 사람은 나와 이다혜밖에 없었다.

         

       그때 아직까지 자리를 뜨지 않는 나를 향해 이다혜가 입을 열었다.

         

         

       “아까 말했던 그 사람, 혹시 대표님이야?”

       “맞아. 불안하니까 너 최대한 챙겨달라고 하시더라.”

       “으음… 너무 어린아이 취급당하는 것 같은데.”

       “소속사 입장에선 당연히 너를 과보호해야 하는 게 맞아. 그러니 잔말 말고 얼른 출발이나 합시다.”

       “그럼 나는 평생 너한테 과보호 당해야 하는 입장인 거네?”

         

         

       그때 갑자기 의미를 알기 힘든 소리를 내뱉은 이다혜.

         

       아.

         

       맞다.

         

       누군가가 생각 없이 내뱉은 말 덕분에, 나 얘한테는 JYB 대표 자리를 물려받을 후계자로 알려져 있잖아?

         

       그렇기에 이다혜에게 있어서 나는 소속사의 입장을 대변해 주는 인물 그 자체로 보이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아무래도 평생까지는 조금 무리겠지. 너도 늙으면 은퇴해야 할 텐데.”

       “하? 그게 지금 자기 소속사 아이돌한테 할 말이야?”

       

         

       기대했던 대답과 전혀 다른 대답이 나왔는지 이다혜의 표정에 순간 당황이 들어섰다.

         

       그 모습을 보니 뭔가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어쨌든 우리는 이다혜의 목적지인 JYB 기숙사로 가기 위해 버스에 탑승하게 되었다.

         

       그녀의 말로는 지하철보단 오히려 버스가 더 빠르다고 한다.

         

       물론 지금처럼 제때 타야 하는 버스가 빠르게 온다는 가정하에.

         

         

       “그럼 택시는? 그게 사람들 눈에 안 띄는 제일 좋은 교통수단 아닌가?”

       “맞긴 한데 요즘 택시비 장난 아닌 거 알잖아. 그리고 어차피 한빛예고에 등교할 때도 가끔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딱히 별다른 일은 안 일어나더라고. 심지어 지금은 무려 변장까지 한 상태니까.”

         

         

       이다혜가 자신 있게 말한다.

         

       변장… 치고는 눈에 띄는 게 조금 흠이긴 하지만, 확실히 어느 정도 효과는 있겠지.

         

       그것보다 문제는 조금 찝찝함이 느껴질 정도로 오늘따라 유독 버스 안에 사람이 많다는 점과 심지어 도로까지 막히고 있다는 점이었다.

         

       보통 이 시간대에 이렇게까지 교통이 혼잡하진 않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아… 맞다. 콘서트 때문에 사람들이 몰린 모양이네.”

       “콘서트?”

       “어라? 내가 말 안 했었나? 1시간 뒤에 JYB 단체 콘서트가 열리거든. 원래는 나도 참가해야 했는데 대표님께서 그냥 하루 쉬라고 빼주셨어.”

         

         

       그래서 백준영 대표님이 전화로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던 건가.

         

         

       “그럼 홍련은 오늘 콘서트에 아예 참여 안 하는 건가?”

       “응. 그래서 언니들이 다들 나 덕분에 오랜만에 휴가받았다고 좋아하더라고. 그리고……”

         

         

       은은하게 미소 짓고 있던 이다혜가 작은 목소리로 이어서 말하려던 그때.

         

         

       덜컹-!

         

         

       버스가 갑자기 크게 흔들리며, 버스에 탑승하고 있던 사람들의 몸이 쓰나미처럼 요동쳤다.

       

       앉아있는 사람들은 피해가 거의 없지만, 서 있던 사람들은 말 그대로 지옥이었다.

         

       가뜩이나 사람이 많은 탓에 더더욱.

         

       당연히 나도 예외는 아니었고, 공간이 좁아 손잡이 같은 것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던 이다혜는 특히 요동이 심했다.

         

         

       “괜찮아?”

       “으… 나름?”

       “차가 많이 막혀셔 그런 것 같은데 아마…….”

         

         

       역시나 그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또다시 버스가 크게 흔들렸고, 몸의 지탱이 위태로웠던 이다혜는 생존 본능이 발동한 탓인지 무언가를 본능적으로 꼭 붙잡고 있었다.

         

         

       “……?”

         

         

       내 팔이었다.

         

       이다혜가 내 팔을 꼭 껴안은 상태로 힘겹게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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