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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2

       

       

       

       

       설소영이 다짜고짜 얼굴을 내 쪽으로 들이밀었다.

         

       너무 거리가 가까워서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뺐는데 어째 뺀 거리만큼 그녀도 따라왔다.

         

       아무래도 제대로 된 대답을 듣기 전까지 절대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나저나 칭찬이라…….

         

       무의식적으로 입 밖으로 나오면 또 모를까 지금처럼 의식하고 하기에는 뭔가 조금 낯부끄럽다.

         

       그리고 이전에 다른 부원들을 칭찬한 것도 내 피드백을 잘 따라준 것에 감사함을 담아서 한 거고.

         

       그런 의미에서 지금 이 상황……

         

       숨이 턱 막힐 정도로 곤란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시선을 회피하며, 멀뚱히 입을 다물고 있는 방법은 가장 최악인 것을 잘 알고 있다.

         

       당연히 설렁설렁 대답하는 쪽도 최악, 반대로 너무 과장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

         

       결론은 이 해프닝을 끝내기 위해선 부끄러운 감정 같은 것은 잠시 접어두고, 진심 어린 말을 내뱉어야 한다.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설소영과 시선을 똑바로 마주했다.

         

       여전히 적응이 안 될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이었지만, 이제는 설소영이라는 사람 자체가 이상할 정도로 익숙하게 느껴졌다.

         

       하긴, 지난 2년 동안 나름 가깝게 지낸 사이였으니 그렇게 느끼는 것도 당연하겠지. 물론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눈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지금까지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서 그렇지 칭찬해줄 것은 차고 넘쳤다.

         

       설소영은 항상 내가 상상했던 것 그 이상의 결과를 보여주었다. 나이와 경력에 맞지 않게 무리한 요구 사항도 많았는데 그녀는 언제나 별거 아니라는 듯 그것을 소화해냈고.

         

       내 입장에선 당연히 고마울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렇기에…….

         

         

       “칭찬보다는 그냥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

       “……?”

         

         

       순간 설소영의 표정에 의문이 들어선다.

         

       아마 자신이 상상하고 있던 대답과는 많이 달랐던 모양.

         

       설소영이 곧바로 내게 질문해왔다.

         

         

       “뭐가 고맙다는 거야?”

       “그냥 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질문에 서은우로서 최대한 솔직하게 대답할 뿐이다.

         

         

       “사실 설소영이란 배우가 내 작품에 출연해준다는 것 자체가 엄청 영광스러운 일이잖아? 거기에다가 너는 언제나 진지하게 연기에 임해주는 게 느껴지고, 맡은 역할까지 기대 이상으로 잘 소화해주니까.”

         

         

       그러니, 대본을 쓴 사람으로서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진심으로…….

         

       나는 딱 여기까지만 말했다.

         

       사실 이것보다 조금 더 직설적이게 표현할 수도, 2년 동안 우리에게 있었던 일을 가지고 예시를 더 들 수도 있겠지만 그건 927 작가일 때 가능한 얘기다.

         

       지금의 나.

         

       ……서은우로서는 여기까지가 딱 마지노선이겠지.

         

         

       “…….”

         

         

       조금은 내 진심이 전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설소영이 잠시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든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지금의 설소영은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가장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이것은 다른 의미로 자신의 표정을 누구보다 잘 숨기는 여자라는 뜻이 되기도 한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이해할 수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한빛예고에 입학하고, 가까이에서 지켜본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내게 직접적으로 드러낸 적이 없었다.

         

       설소영의 얼굴은 언제나 여유롭고, 평온하다.

         

       오히려 그것을 자연스럽게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 감은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았다. 어쩌면 원작을 알고 있기에 더욱더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지.

         

       때문에 나는 고개를 든 설소영의 얼굴을 확인하고 자연스레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사실은 되려 묻고 싶어질 정도였다.

         

       ……너는 지금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고 있냐고.

         

       밝게 빛나는 것처럼 생기 있는 눈동자, 어딘가 묘하게 떨리는 입꼬리.

         

       설소영은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그 희미한 미소에서 처음으로 분명하게, 한 가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기쁨.

         

       그 미소에는 오직 기쁨만이 담겨 있었다.

         

       덕분에 또다시 의문이 들었다.

         

       방금 내가 했던 말 중에 저 정도로 설소영을 기쁘게 할 만한 말이 있었던가?

         

       그렇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다…….

         

       그렇다면 그녀는 왜…….

         

         

       “더.”

       “……더?”

         

         

       그때였다.

         

       설소영이 나를 향해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너무 짧은 울림이어서 순간 잘못들은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이어지는 그녀의 말을 들으니 아무래도 내 귀는 멀쩡했던 모양이었다.

         

         

       “더 해줘.”

       “……뭐를?”

       “그냥 아까 같은 말을 조금만 더 해줬으면 좋겠어. 그걸로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설소영이 다시 내게 얼굴을 들이민다.

         

       하지만 이번에는 처음과는 다르게 어딘가 상당히 초조해 보였다.

         

       마치 어린아이가 무언가를 갖기 위해 조르는 듯한 그런 모습이었다.

         

       어쨌든 겨우 상황이 종결되나 싶었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버렸다.

         

       뭔가 폭주(?)하고 있는 설소영을 보니 어쩌면 처음보다 문제가 더 커진 것 같기도 하다.

         

       근데 말이다…….

         

         

       ‘이제 진짜 어떡하냐?’

         

         

       아무래도 X된 것 같다.

         

       도저히 이 상황을 혼자만의 힘으로 타파할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거기까지 하지?”

         

         

       그리고 그런 나를 돕기 위해 누군가가 나와 설소영 사이에 끼어들었다.

         

       박하준.

         

       연극·영화부의 부장이 나를 도와주기 위해 영웅처럼 등판한 것이다.

         

       솔직히 조금 감동이었다.

         

       친구가 곤란한 상황에 빠져있는데 오히려 흥미로운 얼굴로 팝콘을 처먹고 있는 차무식과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

         

       그저 든든하다 박하준!

         

         

       “으음? 선배가 저희 사이에 왜 끼어든 걸까요?”

         

         

       그때 설소영이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박하준을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쳐다봤다.

         

       다만, 이번 것도 확실하게 감정이 느껴진다.

         

       저 미소에는 엄청난 분노가 담겨 있다는 것을…….

         

       왜냐하면 이를 악물고 있는 게 대놓고 보였거든.

         

       그리고 박하준 역시 설소영과 마찬가지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야 당연한 거 아니야? 이젠 내가 칭찬받을 차례니까.”

       “……?”

         

         

       ……?

         

       설소영이 고개를 갸웃거렸고, 나도 똑같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오늘따라 내 귀를 의심하는 일이 많은 것 같은데…….

         

       만약 내 귀가 멀쩡하다면 말이다.

         

         

       ‘내 감동 돌려네, 시바.’

         

         

       톡톡-

         

       설소영과 박하준이 대치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내 어깨를 조심스럽게 건드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는 매우 눈에 띄는 금발을 지닌 소녀가 있었다.

         

       ……누가 봐도 이다혜였다.

         

       헌데 나와 눈이 마주친 이다혜는 어째서인지 싱긋 웃고 있었다.

         

       ……설마 너도?

         

         

       “은우~ 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순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거야? 저 사람들이랑 다르게 나는 진짜 해줄 만하잖아. 김미소 역이 얼마나 부담되는 역할인지 누구보다 잘 알면서.”

       “아니, 네가 고른 주인공이니 악으로 깡으로……”

       “아하. 그래서 소영이는 해주고 나는 그냥 넘어가는 거구나? 너한테 지적 안 받으려고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누가 봐도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다혜.

         

       결국 나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칭찬을 해줬다.

         

       아, 참고로 박하준은 그냥 무시했다.

         

       괘씸하잖아.

         

         

         

       ***

         

         

         

       연극·영화부의 연기 연습은 순조롭게 흘러갔고, 대회를 3주 앞둔 시점인 이제는 슬슬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할 시간이다.

         

       지금까지는 부실에서 줄곧 연기 연습만 했지만, 이제는 진짜 대회처럼 무대에서 연기를 펼치며 점검을 해봐야 했다.

         

       아직 소품이든, 음향이든, 동선이든 조정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으니까.

         

       그리고 학교에서 실제 대회처럼 연극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은 딱 한 군데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바로 대강당의 가장 안쪽에 솟아 있는 무대 위.

         

       무대를 가려주는 거대한 커튼도 있기에 장면 전환까지 조정할 수 있다. 즉, 가장 안성맞춤인 공간이다.

         

       하지만 우리와 똑같을 생각을 한 동아리가 한곳 있었다.

         

       바로 중간고사 전부터 대회 연습을 시작했던 연극부였다.

         

         

       “미안하지만 동아리 활동 시간이랑 방과 후는 대회 전까지 우리 연극부가 계속 사용하기로 예정되어 있거든.”

         

         

       연극부의 차장, 강예린이 나와 박하준을 보며 말했다.

         

       듣기로는 대강당을 사용하기 위해선 이사장인 송하율에게서 사용 허가를 맡아야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대회 전까지 연극부가 거의 풀로 예약을 해놨다나 뭐라나…….

         

       어쨌든 우리가 강당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은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 정도. 누가 봐도 연극 연습을 하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하준 선배. 사용 허가 안 맡고 뭐 했어요?”

       “미안. 설마 연극부가 저렇게 욕심을 부릴 줄 몰랐어. 분명 대회 전까지 사이좋게 나눠서 사용할 줄 알았는데.”

       “박하준, 그것참 안타깝게 됐어. 원래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이잖아?”

         

         

       벌써부터 승리자의 미소를 짓는 강예린.

         

       흠.

         

       맞는 말이긴 한데 저 사람이 말하니까 뭔가 열 받네.

         

         

       “그래도 너무 독점하는 것 같으니 동아리 활동 시간은 양보할 의향이 있어.”

         

         

       강예린이 선심 쓰듯이 말했다.

         

       동아리 활동 시간은 주에 한 번 있고, 방과 후는 매일이다.

         

       당연히 후자가 압도적으로 연습하기 좋은 환경이다.

         

       그것을 알고 있기에 저렇게 쉽게 양보해주는 거겠지.

         

       뭐…….

       

       일단 그거라도 양보해줘서 고맙긴 하네.

         

       다만, 동아리 활동 시간만 가지고는 연습량이 조금 부족했기에 그것을 채울 방법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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